응원의 메시지

2025-05-03T09:59:02Z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염증수치 상승으로 원인을 찾느라 고민하던 1주일을 보낸 뒤, 나는 진료실 안에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 이외에도, 병원 복도 어딘가에서 두 손을 꼭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의사 선생님, 괜찮을까요?”라고 묻는 보호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그 무거운 불안과 간절함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던 찰나, 여러 가지

2025 튤립

2025-04-20T00:35:49Z

의사라고 해서 '가족이 아플 수 있다'는 사실에는 예외일 수 없다. 근육통이 길어졌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그저 일시적인 피로쯤으로 넘겼으나, 로컬 병원에서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염증 수치가 높게 나와, 부랴부랴 근무 중인 병원 응급실로 모시고 갔다. 다행히 익숙한 동료들의 도움으로 빠르게 필요한 검사들을 받을 수 있었다. 검사 결과 큰 이상이 없다는 말에 안도

인격이 행복 - 제인구달 강연

2025-04-12T09:30:00Z

생물학을 전공했었던 나는 대학에서 제인 구달(Jane Goodall) 박사의 강연을 직접 들은 적이 있다.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그녀는 침팬지 연구로 잘 알려진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로,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어왔다. 강연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는 그녀의 담담하면서도 진실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강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생

환경건강클리닉 - 모든 것은 돌고 돌아 다 연결되는

2025-04-07T13:59:45Z

환경클리닉 외래를 시작한 지 벌써 3년이 지나, 이를 기념하는 최종보고 심포지엄이 병원 대강당에서 열렸다. 사은품으로 준비한 학교 로고가 큼지막하게 들어간 초록색 수건은 예상보다 큰 인기를 끌며 순식간에 동이 났다. 환경호르몬을 처음 인식하고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연구하고 더 나아가 마이크로바이옴과 인체의 면역반응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불과 몇 년이 되

좋은 사람과 좋은 식사 - 해운대감바스 요리

2025-04-05T11:16:33Z

푸른 바다를 마주한 식사는 언제나 감동적이지만, 특히 해운대 앞 레스토랑에서 즐긴 감바스 요리는 각별했다. 부산토박이 친구와 함께 맛을 본 감바스는 신선한 해산물 특유의 향과 올리브유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마치 유럽 해안가 어딘가에서 먹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해운대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식사가 이렇게 근사하다는 사실에, 부산이 얼마나 아름다운 도시인지

생일선물

2025-03-30T11:45:46Z

수채화와 색연필화를 좋아하는 사촌언니가, 같이 전시를 보고 내가 유달리 좋아했던 작가를 다시금 기억해 내서, 그 작가의 아이템을 선물해 줬다. 어렸을 적 항상 예상치도 못한 선물 아이템과 그림으로 항상 서프라이즈 시간을 만들어준 언니는, 지금도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걸 여전히 잘 꿰뚫어 보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유달리 나무와 바다를 좋아하는 걸 아는 건,

유화의 시작점 - 고등학교 친구의 병원 방문

2025-03-28T02:09:30Z

오늘 병원에 고등학교 친구가 찾아왔다. 딸아이 진료 때문에 내분비 분과에 왔다가,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고 진료실에 잠깐 얼굴 보러 들른 거였다. 정말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구가 문득 말했다. "너, 내 결혼식 때 준 유화 그림 기억나? 우리 딸 방에 아직도 걸려 있어. 얘가 가끔씩 이 그림 그린 이모는 잘 지내냐고 물어봐." 그 말을

조망수용(perspective taking) 능력

2025-03-21T01:36:31Z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세상은 제한적이며,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은 성장과 발전에 필수적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조망수용(perspective taking)’ 능력이다. 조망수용 능력은 타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이며, 이는 우리의

눈 속의 튤립

2025-03-18T11:57:59Z

3월 중순의 눈은 뜻밖이다. 갑작스러운 눈은 계절의 변덕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하지만 이 눈 속에서도 5년 동안 틈틈이 심은 튤립들은 다시 잎을 틔우기 시작했다. 이미 끝난 줄 알았던 추위가 다시 찾아오고, 확신했던 일이 흔들리며, 애써 키운 희망이 얼어붙는 순간들도 있다. 튤립이 다시 잎을 내듯, 다시금 일어설 수 있다는 걸 안다. 몇 번이고 시련이

세상엔 무조건 당연한 건 없다

2025-03-16T02:47:37Z

어떤 일이든 당연한 것은 없다. 모든 결과에는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며, 그 속에는 보이지 않는 노력과 우연이 얽혀 있다. 우리는 종종 결과만을 보고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그 과정에는 타이밍과 운, 그리고 정성이 필요하다. 2023년에 수경재배로 연구실에서 튤립을 키웠었는데, 그해의 튤립들은 건강하게 자라나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적절한 환경과

자존감=자기 회복력

2025-03-09T12:48:52Z

If I believe I can, I might, If I believe I can’t, I probably won’t. 할 수 있다고 믿으면 가능성이 생기고, 할 수 없다고 믿으면 아마 하지 못할 것이다. 최근 번역 작업을 하면서 위의 문구가 눈에 유독 띄었다. 번역 작업을 하기 전에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용어의 정리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한국스타일

계속 관찰하면, 의미가 나타난다 - 관찰력의 힘

2025-03-03T02:06:26Z

일본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도쿄의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한 남자의 일상을 그린다. 이 영화의 주인공 히라야마는 매일 같은 루틴을 반복한다. 새벽에 일어나,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공들여 화장실을 청소한 후, 같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헌책방에서 책을 고르며, 카세트테이프에 담긴 음악을 듣는다. 언뜻 지루하고 단조로워 보이는 그의 하루하루는, 그러나 그를

첫인상의 편견 - 미국사과와 납작 복숭아

2025-03-01T11:40:39Z

일본 여행 이후, 한국에서 딸기를 먹을 때마다 감사하면서 먹고 있다. 일본 마트에서 딸기 7개에 12000원 하는 가격대를 보고, 한국에서 맛있는 딸기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사물이나 대상에 있어서 처음 느끼는 이미지를 경험할 때, 때때로 편견을 가질 수 있다. 내가 가졌던 편견은 외국에서 처음 경험한

오랜 친구들의 축복

2025-02-21T04:26:29Z

미국의 철학자이고 시인이자 수필가이기도 한 랄프 왈도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랜 친구들의 축복 중 하나는 그 친구들 앞에서는 바보가 되어도 괜찮다.'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것들이 변한다. 유행이 바뀌고, 거리의 풍경이 달라지며, 우리의 삶 역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번역의 첫걸음, 잡곡밥 같은 도파민 - Lyon Diet heart study, 지중해식단

2025-04-04T21:21:11Z

처음으로 미국의학서적을 한국어버전으로 번역하는 일을 지난달부터 하게 되었다. 혼자서 하는 작업이 아니라서 각자의 몫이 많지 않지만, 번역을 하고 책을 다듬고 출판될 때까지의 전체 과정을 고스란히 한 번은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이번 번역하는 주제는 리옹 심장병 연구 중 지중해식단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문득 예전에 여행으로 간 리옹 지역의 따뜻한 지중해성

가장 한국적인 게 예쁘다

2025-02-08T11:55:47Z

학교차원에서 초청한 외국 교수님이 오시면, 가장 한국적인 장소라고 생각되는 곳을 소개해드린다. 가장 핫한 장소로 변화를 주어야 하는지 매번 고심하지만, 결국은 제일 한국적인 장소를 안내해 드렸고, 처음 마주하는 한국의 모습에 흡족해하신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아름다움을 마주한다. 거리의 화려한 네온사인, 유럽풍의 건축물, 트렌디한 패션과 해외에서 유

감사편지 - 긍정적 감정기억의 힘

2025-02-06T04:05:37Z

자주 진료받던 환아가 아픈와중에도 깜짝 감사카드를 만들어서 왔다. 어제는 소아과외래 건너편 동갑내기 치과선생님이 깜짝 선물과 감사카드를 주셔서, 이런 것이 정말 '행복'인가 생각했다. 나이가 들면서 조용하고 차분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인생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가고, 그 짧은 인생 속에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

편지 한 통의 영향력 - 소아과의사가 된 계기, 좋은 롤모델

2025-02-06T09:16:06Z

가끔씩 학생들로부터 왜 소아과를 선택했는지 질문을 받을 때가 있었다. 한국에서 소아과 트레이닝을 경험하고 나서 소아과 자체의 좋은 점을 쭉 열거한 적은 있지만, 사실 소아과 자체를 경험하기 이전 시기는 나도 정확하게 경험을 못한 상태여서, 결국 좋은 누군가의 영향을 받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구나 생각했던 적이 있다. 2004년 12월 겨울, 미국

새해 복을 비는 마음 - 오세치음식 vs 새해떡국

2025-01-31T02:22:53Z

2025년 설날 마지막날이다. 올해 모두 아프지 않고 건강한 한 해를 보내는 것이 제일 큰 소망일 것이다. 직업이 의사가 된 이후로, 건강이 모든 소망 중에 1순위가 되었다. 아무리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천재소리를 들어도, 건강이 무너지면 다 소용없다는 것을 직장인 병원에서 매번 느끼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점을 일상에서 종종 잊고 지낸다.

신년회 퀴즈 게임 - 가브리엘 오보에, 영화 the mission

2025-01-29T23:29:40Z

1월 초 소아과 신년회가 있었다. 의국 총무인 나는 80명 가까운 인원을 수용할만한 공간대여비와 회식비용 결제가 당일 중요한 사항이라, 특별히 진행되는 퀴즈 문제 타임에 집중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영화음악 앞부분 듣고 맞추기> 파트에서 제일 마지막 문제가 나오는 찰나였다. 음악 앞부분을 듣고 내 동공이 커지는 걸 본 소아신경 교수님이, "

꽃그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