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 이중섭 거리에서

2025-05-07T20:44:05Z

거리 이중섭 거리는 화려하다. 카페, 음식점, 공방, 꽃집. 기념품가게 등이 개성적인 옷을 갈아입고 어우러져있다. 가로등 전신주는 이중섭의 그림으로 디자인 한 조형물을 무겁게 매달고 있고, 거리를 걷다 보면 그의 그림으로 음각된 보도블록이 심심치 않게 눈에 들어온다. 제주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돌담에는 이중섭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밀레의 씨를 뿌리는 사람

2025-05-01T00:23:33Z

Jean-Francois Millet, 씨 뿌리는 사람, oil on canvas, 1850, 보스턴 미술관, 씨를 뿌리는 계절이다. 희망을 뿌리는 계절이다. 뿌려진 씨는 싹을 튀우고 쑥쑥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기적을 만든다. 씨를 뿌리는 사람은 기적을 만드는 사람이다. 19세기 프랑스 자

조급함과 여유로움

2025-04-23T18:26:39Z

빨리빨리가 몸에 밴 사람들이 많다. 매사에 조급하기만 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만 도태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길을 걸을 때도 남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허둥거리는 사람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내리기도 전에 밀치고 들어서는 사람들, 지하철 전동차 문이 열리면 내리는 승객들을 밀치고 승차하는 사람들.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까마득한데 서둘러 내릴 준비

나이와 눈물

2025-04-16T20:43:22Z

짓궂은 바람에 짧은 생을 뒤로하고 바닥에 떨어져 뒤척이는 무수한 벚꽃 잎들이 슬퍼 보여 눈물이 난다. 단단한 아스팔트가 모이라도 되는 양 작은 부리로 콕콕 쪼는 비둘기들이 슬퍼 보여 눈물이 난다. 봄볕이 호듯호듯 내려 쪼이는 풀밭에 다소곳이 앉아 눈을 감고 졸고 있는 야윈 들고양이가 슬퍼 보여 눈물이 난다. 몸이 아파 여기저기 주사기를 꽂고 있는 소나

아실 로제의 봄 길

2025-04-09T22:34:28Z

Achille Lauge, Road with Flowering Almond Trees, oil on canvas, 54cm x 77cm, 1910 겨우내 목탄 소묘처럼 단조롭던 바깥세상은 봄이 오면서 물감을 흩뿌리듯 하루하루 다르게 고운 색깔로 변해간다. 나무들마다 꽃들이 피어나는 이맘때쯤이면 아실 로제의 작품들이 머릿속에 펼쳐진다. 그의 작품

아이들, 그리고 인사성

2025-04-02T19:18:46Z

아파트 단지 내를 산책하고 있는데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던 초등학교 3~ 4학년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자전거에서 내리더니, 안녕하세요, 하고 꾸벅 인사를 했다. 입가엔 맑은 미소가 담겨있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하는 인사이려니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분명 나에게 한 인사였다. 생면부지의 아이로부터 인사를 받은 것은 기억이 나지 않을

하얀 새의 꿈

2025-03-26T16:29:16Z

날고 싶어. 파아란 하늘을 날고 싶어. 줄이 끊긴 연처럼 얼레에서 멀리멀리 날고 싶어. 거친 산을 넘고 또 넘고, 파도가 무섭게 출렁이는 짙푸른 바다를 건너 마냥 하늘을 날다 보면, 어딘가에 평화로운 쉼터가 있지 않을까? 갈등이 없고, 미움이 없고, 싸움이 없는 곳. 나는 그곳에 날개를 접고, 욕심 없이 살고 싶어. 땅에 떨어진 나무

새싹과의 대화

2025-03-19T14:39:03Z

아주 조그만 어린싹을 보았다. 보슬비에도 상처를 입고, 실바람에도 날릴 것 같다. 그 여린 손으로 삶에 찌든 노인네의 억센 주름 같은 거친 땅을 어떻게 뚫고 나왔을까? 새싹은 나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을 까부른다. 그리고 속삭이듯 말한다. 긴 겨울 동안 나는 너무 고통스러웠어. 모진 바람이 땅을 얼리고, 겹겹이 쌓인 눈은 아픔의 눈물

화엄사에서 홍매화를 보며

2025-03-17T04:51:43Z

화엄사 경내 각황전과 원통전 사이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서있는 한 그루 홍매화 나무는 꽃망울을 터뜨리기에 분주하다. 각황전을 완공하고 기념으로 심은 것으로 수령이 300년이다. 매화는 푸른 기운이 섞인 청매화, 복숭아꽃 같이 분홍빛이 나는 홍매화, 눈처럼 하얀 백매화가 있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의 마음이 빼앗는 것은 화사한 홍매화 같다.

마음염려와 외모염려

2025-03-05T14:51:21Z

나이가 들어도 외모에 신경 쓰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지나치게 빠져드는 사람들이 있다. 성형수술을 하고 필러와 보톡스로 주름을 감추고 피부를 팽팽하게 하고, 일본 전통 연극인 가부키에 등장하는 배우처럼 짙은 화장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보는 곳이 얼굴이기 때문에 고운 인상을 주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지나치

마음에 남는 여행, 호이안

2025-02-28T13:06:48Z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는 여행이 있다. 경이로운 자연의 풍광을 만났을 때도 그렇고, 역사적인 장소와 건물들을 만났을 때도 그렇고, 혼이 담긴 예술가들의 작품을 만났을 때도 그렇지만, 친절한 사람들 과의 만남은 더욱 그렇다.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여행을 회상해 보면 거기엔 언제나 친절한 사람들이 있었다. 밝은 미소로 자상하게 여행 정보를 제공해 준 사람,

유년의 삽화

2025-02-19T23:40:49Z

종이 하얀 종이 물끄러미 바라본다. 뒷걸음치는 의식. 종이 가득히 살아나는 유년의 기억들. 소나무 사이로 환히 빛나던 고향의 달, 산속 깊은 곳 호숫가에 떠있는 오리. 하늘을 나는 새, 맑은 연못의 물고기들, 이마를 맞댄 산들, 숨어 있는 이름 모를 들꽃. 세월 날이 갈수록 영롱해지는 유년의 기억. 풍요한 유년을 간직한 나는 행복하다. 김정

섬

2025-02-12T23:51:57Z

바다에 오롯이 떠 있는 섬처럼 사람들도 각기 육지에 떠 있는 섬이 되어 간다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마음의 빗장을 잠그고, 스스로 울타리를 높게 쌓고, 누에처럼 실을 토해 자신의 몸을 고치 안에 가두어버린다. 이편저편 분열되어 서로 원수처럼 왕왕대는 사회가 싫어서. 상식과 공정과는 거리가 먼 사회가 싫어서, 모든 분야에서 평등하지 못한

Richmond Park의 겨울 스케치

2025-02-05T22:01:20Z

내 발자국이 무수히 새겨진 리치먼드 파크,. 그 흔적을 찾아 거닐어 본다. 겨울의 리치먼드 파크는 화려함과 풍성함을 내려놓았지만 묵직하면서도 여유로운 품위를 잃지 않고 있다. 공원의 중앙에 자리 잡은 두 개의 크고 작은 호수에는 우아함을 뽐내는 백조와 오리들이 차가운 물을 가르고 있다. 길 잃은 짐승처럼 헤매다가 사막의

새해에는

2025-01-29T16:23:36Z

새해에는 뉴스거리가 없는 세상, 뉴스가 재미없는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 뉴스를 보며 나라일로 불안해하고 공포감을 느끼고 걱정하느라 밤잠을 설치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평화로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여유롭게 보냈으면 좋겠다. 겨울의 노란 햇빛이 들어오는 방에 편안한 자세로 누워 가벼운 시집이나 수필집을 읽다 스르르 잠이 들고, 나무그

그릇된 생각

2025-01-23T02:20:32Z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 난리를 치고 있다.” “왼쪽 니는 잘했나!” “빨강도 나쁘지만 파랑도 나쁘다” 어느 노 가수가 은퇴 공연장에서 한 말이 파장을 일으켜 누그러들지를 않고 있다. 여당이나 야당이 다를 게 없다고 모두에게 쓴소리를 한 것이지만, 계엄사태와 내란사태에 양비론으로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58년 동안의 가수생활을

기억 속의 낙원

2025-01-16T01:31:49Z

그림은 그리움이다. 국문학자이며, 문학 평론가, 소설가인 이어령은 글, 그림, 그리움, 모두 '긁다'에서 파생되었는데, 글씨를 긁으면 글이 되고, 모양을 긁으면 그림이 되며, 마음속의 어떤 생각을 긁으면 그리움이 된다고 했다. 나는 어린 시절을 유난히 그리워한다. 나의 작품의 주제는 유년시절 자연과 함께했던 행복하고 풍요로운 기억들이다. 채 철들기 전

눈 속에 피는 꽃

2025-01-09T14:51:27Z

정치란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뭔가? 국민들은 불안과 분노, 공포에 휩싸여 잠도 자지 못할 정도로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고, 무너져내리는 경제상황에 삶이 고달프기만 하다. 하루하루가 살얼음을 딛고 서있는 것 같다. 쾌적한 공간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웃음이 끊이지 않는 대화를 나누고, 음악을 듣거나 독서를 하고, 내일의 꿈을

시련과 희망

2025-01-01T23:47:34Z

나라가 이토록 뿌리깊게 병들고 곪아있을 줄은 몰랐다. 더 이상 망가질 것이 있을까싶을 정도로 현재의 상황은 위태롭다. 각계의 많은 원로나 지도자들이 쏟아내는 사실의 왜곡과 행동은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서라면 나라가 망하던 말던 상관없는것 같다.. 이런 이들에게 쇠뇌되어 사리판단을 못하는 사람들, 특히 노인들은 왜 이리도 많은지……. 감을 수확하면서

사랑의 무게

2024-12-25T19:43:17Z

사람들은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진다. 두 손 꼭 잡고 영원히 함께 먼 길을 걸어가자고 맹서 한 부부 사이도 마찬가지다. 닭살 부부라고 부러운 시선을 받던 이들도 어느 순간 서로 뜨악하게 바라보기 시작하더니 헤어져 원수가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잡지나 TV에서 부부를 소개하는 코너에 등장하는 이들을 보면 세상에서 자기들처럼 행복하고 잘 어울리는

김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