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짝사랑

2025-05-03T13:58:04Z

<언젠가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tvN. 2025) 6화에서 혹시 아이가 잘못되었을까 봐 특이 증상도 없는데 반복해서 초음파를 보러 오는 임산부가 있었다. 속으로 잠시 왜 저렇게 유난이야 하다가 내 생각이 났다.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 생각 못한다더니! 매주 응급실을 달려가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 역시 임신했을 때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아기가 혹시 잘못된

늙은 몸, 편한 마음 - 스페인 효도여행 3탄

2025-04-28T00:34:26Z

엄마가 늙었다. 그리고 딸도 늙었다. 늙는 것만큼 재미없는 게 있을까. 재미만 없으면 다행이겠지만 늙는다는 건 재채기할 때 요실금을 걱정해야 하는 구질구질한 변화다. 13일로 예약한 기차표가 16일로 둔갑하는 원치 않는 마술을 경험하게 되는 일이고 모닝커피를 마시면 위가 아파 나잇맥주는 못 마시게 되는 김 빠지는 일이다. 무엇보다 한 명이 아프면 다 같이

효도여행의 최대빌런 - 스페인 효도여행 2탄

2025-04-15T17:25:48Z

여행 4일 차, 바르셀로나에서 스페인 남부 세비야로 이동하는 날이다. 얼마전 3명에 무려 왕복 80만 원 상당의 기차표를 잔뜩 긴장해서 결제했었다. 스페인 고속 기차인 렌페는 예약 시기와 조건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예약이 늦어서 비쌌고 몇만원이라도 아끼려고 BISICO라는 시간, 날짜, 탑승객 변경불가 티켓을 샀다. 그런데 이 표가 없었다. 아놔.

효도여행은 가족법으로 금지합시다 - 스페인 효도여행 1탄

2025-04-15T03:21:16Z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스페인 효도여행을 가게 되었다. 스페인이 옆 동네도 아니고 2주 만에 모든 결정을 속사포같이 내리고 거액을 결제했다. 출발이 낼모레인데 엄마는 당신은 안 간다며 으름장을 놓고 좀 전에는 내가 말하는 중간에 전화를 탁 끊었다! 사건의 시작은 아름다웠다. 작은언니와 10년 정도 5만 원씩 자매계를 부었다. 부모님에게 무슨 일이 생

모든 일이 귀하지만 편한게 좋아

2025-04-27T18:57:47Z

대부분의 종교에서는 인간은 다 귀하다고 말한다. 각자 다 다르기 때문에 그 높낮이를 동일한 기준으로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모든 일이 그러하다. 더 귀하고 덜 귀한 일 없이 모두 중하다고 말한다. 난 평생을 지적이고 효율적이며 경제적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나이가 드니 내 삶이 그러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효율이 낮

나는 인간이어서 부끄럽다 - 행복한 비관론자의 반성과 감사

2025-04-11T21:27:40Z

세상이 변할까? 안 변할 것 같다. 인류는 결국 멸망할 것이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위기로 종말을 맞든, AI의 지배로 망하든, 핵폭탄이 터져 일순간 사라지든 난 어떤 경우에도 인간이 지금처럼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것이 지구에 공평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지구를 착취하고 오염시키고 병들게 한 인간이 그럴 자격이 있을까?

대확행의 아이콘, 나의 시어머니

2025-03-21T09:38:55Z

우리 시어머니는 이제까지 내가 익숙히 알고 지내던 인간형과는 거리가 멀다. 나에게 익숙한 인간형이란 대체로 불만이 많고 까다로우며 계속 발전하려고 하는 유형인데, 대표적으로 내가 그렇다. 어디에 가든 무엇을 먹든 우선 투덜거리고 본다. 깨알 같은 것 하나까지 비판하고 어떻게 하면 나아질지 원치 않는 컨설팅을 (남편에게만) 늘어놓는다. 또한 불이익과 불

아픈게 제일 싫어

2025-03-11T11:29:16Z

일 안하면 아프다더니. 노는데 왜 더 바쁘고 더 아픈지 미스터리다. 지난 주는 아찔하게 아팠다. 나는 원래 엄살이 백단이고 몸을 끔찍하게 사리는 사람이라 크게 아픈 일이 없었다. 아픈게 세상에서 제일 싫다. 너무너무 싫다. 그래서 조금만, 아주 조금만 컨디션이 달라져도 재빨리 병원에 간다. 궁색한 변명이지만 나는 아플까봐 운동도 안한다. 운동을 하다 허리

불안이라는 개 "왈왈!" - 원치않게 침투하는 생각을 수용하는 법

2025-03-15T10:44:43Z

난 감정과 신체에 모두 예민한 사람이라 그것이 불안이든, 부정맥이든 두통이든 미세하게 와도 크게 느낀다. 젊을 때는 주로 심리적인 신호에 더듬이를 12개쯤 세웠고 늙어서는 신체적인 신호에 더듬이를 8개쯤 세우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더듬이도 늙으니 서너 개는 고꾸라졌다. 그러니까 나는 세상을 구할? 예민한 고양이 과다. 청소년기부터 초기 성인기 내내

내가 옳다는 신화에 대한 반박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By 비욘 나티코 렌데블라드

2025-03-15T10:37:23Z

20대 중반, 한창 사회로 나올 준비를 하던 때 읽던 책들은 말했다. 네 안의 잠든 거인을 깨워라. 말한 대로 이루어진다. 너 자신을 믿어라.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면 다 이루어진다. 성공은 단단한 정신력 위에 열정이라는 연료로 달리는 폭주기관차 같았다. 나는 두말할 것 없이 그 기관차에 올라타고 싶었다. 내가 원하면 내가 노력하면 코엘료의 연금술

축 개학 신난다 입학! - 중학생, 전쟁의 서막

2025-03-22T15:18:45Z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들의 중학교 입학날이 되었다. 긴긴 겨울방학 내내 나는 이날 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동네 입구에 플랜카드라도 걸고 경축을 알리고 싶은 이 기쁜 날 나는 어제부터 기분이 잡쳐있었다. 사건의 시작은 이랬다. 방학이 시작되면서 학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선언한 아들은 야심찬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보였다. 은연중에 영향은

유발 하라리 vs. 일론 머스크 - 넥서스 By 유발 하라리

2025-03-05T11:59:45Z

AI 같은 천재 vs. AI가 되고 싶은 야심가 이번 넥서스도 그렇지만 사피엔스를 읽을 때도, 아! 동년배의 이 사람은 나랑 다른 시간을 산 것인가 생각했다. 방대한 지식을 그만의 철저한 논리로 신뢰롭고 읽기 쉽게 그러면서 이리도 길게 쓸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 이 책의 핵심은, AI 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의 정보독재를 막을 수 있는 강력

잃는 것은 돈뿐이라는 위안

2025-03-03T08:52:54Z

내가 판교에 있는 집을 산 지 이제 7년 정도 되어 간다. 아들이 전학이나 이사를 가지 않고 한 곳에서 안정적으로 초중고를 나오게 해주고 싶어 학교 근접으로 어렵게 산 아파트였다. 있는 돈을 영끌하고도 계약과 잔금 사이에 부동산정책이 바뀌어 대출 비율이 적어지면서 우리 부부를 혼돈의 카오스로 밀고 갔었다. 그렇게 살게 된 나의 홈 스위트홈에서 아들은 초등학

그놈이 돌아왔다 - 복수는 나의 힘

2025-03-08T04:09:55Z

세기의 아나키스트, 비아냥의 끝판왕, 원숭이에서 진화한 야생 멧돼지! 나의 아들, 그놈이 돌아왔다. 어제 신영복 선생님의 나의 동양고전독법 리뷰(/@highnoon2022/370)에서 '독락(獨樂) 보다 동락(同樂)'이라며 관계의 중요성을 고상하게 쓰던 나를 반성한다. 이래서 지식을 머리에서 가슴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나의 동양고전 독법 강의 By 신영복 - 독락보다 동락

2025-02-20T23:50:36Z

각 시기 별로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이제야 인간 사이의 관계가 효율이나 성취보다 중요하다고 믿는 지금 이어 내 손에 들리게 된 것 같다. 처음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우주에 부는 바람 님의 리뷰의 덕이었다. 자신의 생각을 과하게 쓰지 않고 담백하게 책을, 그것도 굉장히 많은 양의 책을 소개해주셔서 구독하고 책을 고를 때 참고 하게

신묘한 AI 사주팔자 - 세련되고 감각적인 팔랑귀 쫄보

2025-02-13T15:41:57Z

신문물에 능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는데 챗지피티가 사주도 봐주는데 5만 원 점쟁이 보다 잘 본다는 것이었다. 몇 년 전에 엄청 용하다는 점쟁이가 있다고 하여 살면서 처음으로 내 돈을 내고 점을 보러 갔었다. 그 친구와 함께! 맙소사! 그렇게 안 맞기도 쉽지 않을 텐데, 과거현재(미래) 어느 것도 맞는 것이 없었다. 신령님이 점괘를 안 주시는지 쌀알을 던졌다가

꽁돈은 날아갔지만 럭키비키잖아! - 넌 나의 쓸모고 난 너의 쓸모야!

2025-02-06T12:16:08Z

작년 말, 나는 남편이 직장에서 재계약을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에 휘말렸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이 주 4일제로 일하면서 원장님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고, 동물병원의 매출도 전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길게 여행도 가고 여유 있게 지내고 싶어 연봉을 줄이고 근무일을 줄였는데, 막상 연차를 쓸 때는 이상하게 눈치가 보였다. 더 놀라운 것은 내 직장이

명절, 없어져 버려라! - 우리는 모두 옳다

2025-01-29T13:49:02Z

명절이 싫다! 명절 따윈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 명절이 왜 싫은가?라고 묻는다면,세대별로 상황별로 차고 넘칠 것이다. 성비에 따른 불합리한 노동의 의무나 배려없는 사람들의 팩폭, 질문을 가장한 비난과 평가를 받는 것도 널리 알려진 이유다. 지금은 과거 주 6일씩 일하고 쉬는 날도 거의 없어 명절이 아니면 가족이 모이기 힘든 시대가 아니다. 그러니 전국민이

차에 라떼를 쏟았다

2025-01-29T13:00:01Z

꿈에 나올까 두려운 일이 벌어졌다. 남이섬 안에 있는 호텔을 예약하고 룰루랄라 여행을 떠나는 길이었다. 우리 가족의 여행은 주로 맥모닝으로 시작하지만 이번에는 출발이 좀 늦어 신메뉴이자 아들이 좋아하는 츄러스와 커피를 사기 위해 맥도날드에 갔다. 이른 점심시간인데도 드라이브스루에 차가 많아 매장 안으로 들어갔고, 그 와중에 환경을 생각해서 텀블러를 챙겼다.

아들의 방학이 나의 행복과 성장에 미치는 영향

2025-01-21T15:35:02Z

현재 나는 멘붕이다. 이제 낯선 일도 아닌데, 어찌하여 아들의 방학마다 고군분투하는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방학쇼크에 빠져 도대체 무엇에 감사해야할지, 차라리 각본을 만들어 감사를 조작해야할 정도다. 세상에서 제일 보고 싶지 않은 글이 자식얘기인데 아들의 긴긴 방학으로 내 삶의 80%를 아들이 점령하면서 입을 열면 넋두리가 삐져나온다. 젠장! 방학이 되면 그

Lali Wh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