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세계, 로라이마로 - 중남미 11개국 38일 계획

2025-04-26T03:25:04Z

"뭘 고민해. 백패킹이지." "그래. 백패킹. 그것도 아주 저렴한." 내가 덧붙였다. 크로아티아였나. 노르웨이였나. 유럽인 것만은 분명한 어느 도시에서 와인을 마시던 날의 일이다. 이제 와서는 이름은 커녕 얼굴도, 국적도 기억나지 않는 - 가죽자켓을 입고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 한 여자가 테이블에 올드패션드 글라스를 내려놓으며 자연스레 말을

세상 친절한 중국 상식 - 이별찬

2025-04-26T00:14:54Z

중국 닝샤 자치구 스쭈이산시 공무원들은 2017년 1월 환경보호국 빌딩에 '물대포'를 쐈다. 건물에 설치된 대기 측정소의 오염 측정 수치를 낮추기 위해서였다. 물을 뿌리면 먼지가 일시적으로 가라앉아 오염도가 낮게 나온다. 동일 책 발췌

눈물을 마시는 새 3 - 이영도

2025-04-25T17:06:48Z

생명은 파괴를 일으켜 자신을 유지한다. 우주의 태동. 별의 탄생, 성운의 소멸. 씨앗의 발아, 나무의 고사. 뻐꾸기의 탁란. 꽃과 벌의 수분. 파괴와 유지. 발생과 환원. 기생과 공생. 별의 잔해가 거름이 되어 우주를 순환하듯, 돌고 도는 반합의 굴레 속 오롯이 영원한 변화

눈물을 마시는 새 1 - 이영도

2025-04-24T01:35:19Z

드래곤 라자 8 - 이영도

2025-04-24T04:00:28Z

천 년 전의 인간과 지금의 인간이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는 것. 그것만큼 나를 섬뜩하게 하는 건 없다. 이건 벌의 침이 그대로다, 뱀의 독이 그대로다 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역으로 천 년 후의 인간과 지금의 인간이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을 것 같다는 짐작은 위안이 된다. 타인의 해이에 안심, 더 나아가 공감하는 게 소인배의 본질이려나.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 이동진

2025-04-22T02:05:09Z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들어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해야 할 일을 확인한다. 일이 생기면 미루지 않고 바로 처리하며, 매일 30분씩 글을 쓴다. 좋은 습관이 좋은 하루로 거듭나고, 그 좋은 하루에 힙입어 나 역시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 우종영

2025-04-21T03:08:24Z

때론 나의 늙음에, 이 불가피하고 추레한 노화에 감사하다. 사회적으로 20대 중반에 '늙었다'고 말하면 핀잔 듣기 딱 좋지만, 20대 초반과는 확연히 다른 체력. 밤샘은 엄두조차 못 낸다. 소주 네 병을 비우고도 아침에 벌떡 일어나 국밥 한 그릇에 소주 한 병 더 얹던 그 시절. 지금 이 몸뚱이가 정녕 그때와 같은 몸뚱일까. 심히 의심스럽다. 자정 무렵

느좋 노숙 - 트리니다드 토바고

2025-04-20T09:39:37Z

공항 바닥의 차가움을 아는가. 뼛속까지 한기가 스미우는. 공항 의자의 딱딱함을 아는가. 엉덩이를 부서져라 짓누르는. 도착했으나 도착하지는 않았다. 여행했으나 여행하지 않았다. 가성비를 포기하면 호화여행이고, 가심비를 포기하면 배낭여행인데, 둘 모두 포기하니 공항여행이었다. 포슬린, 테라조, 그레나이트, 마블. 발길 닿는 모든 바닥은 서늘하고 차가웠으며, 간

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 - 네모토 히로유키

2025-04-19T23:13:10Z

파미르 고원에서 청해성까지 5000리에 걸쳐 뻗은 곤륜산맥의 정상에는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와 상서로운 푸른 새 청조를 수하로 부리는 신비로운 여신, 서왕모가 거한다고 전해진다. 그녀의 전령인 청조를 길조로 여기는 믿음은, 훗날 파랑새와 행운을 연결 짓는 문화적 상상력의 씨앗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신화가 어쩌다 벨기에의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

죽은 도시의 기면증 - 발레타

2025-04-19T03:41:39Z

이른 아침, 나는 해가 뜨는 것을 보기 위해 일어났다. 몰타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호스텔의 남자들은 방이 무너져라 코를 골아댔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조금 더 잘까. 아니.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그때가 오기는 할까. 몸을 일으켜, 2층 침대 사다리에 손을 얹는다. 교차하는 시선. 일출 보러 갈래. 검지로 원을 그린 후, 원 주위로 손가락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2025-04-19T03:27:27Z

가장 쉬운 선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타석에 들어서지 않고는 방망이를 휘두를 수 없고, 스윙 없이는 짜릿한 손맛도 없다. 새가 알을 깨듯, 홀로 서기 위해, 장밋빛 렌즈를 깨고, 아이블랙을 칠한 후 타석에 나서야 한다. 결과는 병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홈런 타자와 삼진은 떼려야 뗄 수 없기에. 오늘도 타석에 선다. 삼진을 먹어도 괜찮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는 너에게 - 최대호

2025-04-18T03:51:16Z

오랜만에 집에 돌아오면 다툼마저 반갑다. 아등바등 부대껴 살던 지난날의 정겨운 기억 때문일까. 이역만리 타향에서 살다 보면 아득해지는 고향 풍경. 부모님 거닐던 갈맷길의 파도, 주말마다 공 던지고 놀던 근린공원의 활기, 즐겨 찾던 낙지집의 매콤한 향이나 따뜻한 국숫집의 온기 등, 익숙했던 모든 것들과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멀어진 지금. 오래가는 사이의 틈.

작가란 무엇인가 1 - 파리 리뷰

2025-04-17T00:22:47Z

하루 종일 여름 빨래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글을 쓰겠다 다짐한 건 이틀 전의 일이었다. 모처럼 하루가 텅 비었건만, 지나고 보니 백지 같은 머릿속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바람에 나부끼다 날아간 빨래처럼, 하루가 사라져버렸다. 방을 청소하고, 책을 폈다 덮고, 과제를 끼적이고, 저녁을 만들며, 단 한 줄이라도 떠오르길 간절히 기다렸다. 남은 건 빨래 날아간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 에리히 프롬

2025-04-16T06:21:15Z

모르는 걸 원할 수는 없다. 욕망은 대상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필요와 쓸모, 기호와 취향과는 전적으로 무관하게.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을 원할 수 없다. 그러므로, 결국 현대인은 자신이 원하는 게 '마땅하다고 여기는 것'만을 욕망한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2025-04-14T23:30:16Z

가장 재미난 게 싸움 구경이라는데, 외로운 저만의 분투 알아주는 이 어디 있나. 하나 없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분투에 흩날리는 분진, 흐르는 분루 속 외로움 헤아려, 삭막한 사막 스미는 미풍처럼, 꺼져가는 불꽃 하나 되살리리라.

달 너머로 달리는 말 - 김훈

2025-04-13T23:48:10Z

수평선 끊긴 초원, 바람 가르는 발굽. 지축 두드려 펼쳐내며 질주하는 파발마 부러진 다리의 침음. 한낮, 마굿간의 그림자. 박차지 못해. 죽은 말. 죽을 말. 목장의 양떼, 선두의 목양견. 갇혀 풀뜯지 않고, 이끌어 뛰놀지 않고. 풀어놓아 마구 날뛰는 말만이 진정 살아, 야성의 숨결 투레질하며 초원을 내달린다. 말이란 개 떼와 같구나. 풀어놓아서 마

액땜 의식 - 지하철

2025-04-14T12:25:39Z

(브런치북 미게재로 재업로드합니다) 3월 15일 토요일, 애틀랜타의 구렁, 노스 애비뉴 역에는 비 젖은 공기와 짙은 대마 냄새가 진동했다. 간만의 비에 하수구라도 넘친 것일까. 시큼한 양잿물과 끈적이는 마약의 냄새가 전철이 내뿜는 매연과 뒤섞였다. 성 패트릭 주말을 맞아 초록빛 물결이 전철을 휩쓸었다. 구부정히 의자 앉아 흔들리는 군중의 모습은 젖은 대마

기외 섭씨 80도 - 타기 직전

2025-04-13T09:32:52Z

그럼에도 나는 불안했다. 선로에 뛰어든 미친놈에 한 번, 그리고 정전에 다시 한번, 고작 지하철에 두 번 데인 걸로 끝날 불운이 아니었다. 3월의 나사레* 같은 한 주가 달 뜬 밤 조수처럼 밀려온다. 유독 높은 마루 위의 파도를 미끄러지듯 아슬하게 비껴 탄다. 골이 깊어 마루가 높다면, 응당 높은 마루 뒤에는 깊은 골이 찾아온다. 삼키고 바닥으로 처박아

작별인사 - 김영하

2025-04-12T21:26:14Z

그건 마치 투수가 공을 놓아버린 후에 정확히 어떤 궤적으로 날아갈지를 예측하는 것과 비슷해. 1mm의 어긋남이 어떠한 날갯짓으로 거듭날지 모르는 것처럼.

도서실에 있어요 - 아오야마 이치코

2025-04-12T07:57:34Z

바람 파도 달빛 고요 적막 산세의 거침 사막의 황량함 명멸하는 별빛 그늘진 걸음 운명의 실타래 분결하면 휘저이다 방황하는 인간

노마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