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다 - 나는 그 늪에서 벗어났다.

2025-04-30T12:10:32Z

세상엔 이해되지 않는 일이 많으며, 이해할 수 없는 일도 많다. 어느 누구 하나 나와 같지 않아서 같은 상황도 달리 해석되며 내가 의도한 것과 다르게 흐르기도 한다. 요즘 나를 신나게 하는 일이 하나 있다. 나를 객관화하는 일을 넘어서서, 통제하는 일도 덜고자 애쓰지 않는 일, 무엇보다 늘 어렵기만 했던 딸을 덜 통제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기뻐하고

나는 나를 꿈꾼다 - 하늘을 올려다보니 푸름이 있었다.

2025-04-22T14:21:13Z

나는 힘이 없다. 체력의 고갈이 빠른 사람이다. 그럼에도 나는 늘 끊임없이 내가 사는 사회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해석한다. 그래서 평소 힘을 최대한 끌어다 생활하고, 민감하게 반응할지, 아닐지-여기서 아닐지는 내버려 두는 게 아니라 억제하고, 통제하는 것이다.-결정하고 행하며 지낸다. 그건 쉴 공간인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라 나는 쉼을 모른다. 잠을

낙화(落花) - '꽃이 지기로소니 / 바람을 탓하랴'

2025-04-12T12:32:30Z

조지훈의 시를 보다가 첫 구절에 머물렀다.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라 스쳐 지나갔는데 그 시구절이 내 마음에 떨어졌다. 얼마나 탓하며 지내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탓하며 지낸 과거가 나를 힘들고 병들게 했는지, 그 행위가 미련한 줄 알면서도 습관처럼 굳어져버린 나로 인해 바람을 탓하며 산 삶이 스스로를 부정

헤엄치다 - 손발을 놀려 물을 헤쳐 가다

2025-03-04T13:09:22Z

방학 동안 나는 불규칙한 생활을 했다. 학교를 나가지 않으니, 자는 시간도 일어나는 시간도 늦었으며, 약속이 없으면 하루 종일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집안에만 틀어박힌 생활을 하기 일쑤였다. 요 며칠 충전용 워치는 방전된 채로 재 기능하지 못했으며 내 몸은 늘어져, 장 보러 나가는 일도 마다하며, 인터넷으로 최소한의 것을 주문하며 지냈다. 새벽에 눈이

스테이 - 멈추라는 게 아니다.

2025-03-03T19:51:32Z

머무르라는 명령. 멈추라는 게 아니다. "멈추지 말고, 그 자리에서 계속 길어지세요!" 머무른 상태에서 계속 자라기, 멈춤을 머금은 채 성장하라는 말이다.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中 박연준 발레를

대충 살면 안 되나요? - 뭐 먹꼬 살래?

2025-02-17T06:30:19Z

어릴 적 아버지가 나를 붙들고 자주 한 이야기가 있다면, '뭐 먹꼬 살래?'였다. 학교 성적표를 받아올 때나, 공부는 하지 않고 소설을 읽거나 다른 짓을 하다 아버지에게 걸릴 때면, 꼭 듣는 말이었다. 예체능에 소질이 있었던 나는 관련 상을 받아오면, 쓸데없는 것을 받아왔다며, 공부나 잘하지 이런 걸 받아서 뭐 해 먹고살 거냐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자

무지렁이 신념 -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일이 참 무탈하지 않고, 참 불편하다.

2025-02-11T13:03:36Z

삶을 살아가면서 기준을 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어린아이는 어른이 이끌어주는 대로 살며, 그 삶에서 여러 경험이 쌓이고, 생각이 깊어지며 나름의 기준이라는 게 생기고,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이 생긴다. 나의 가치관과 신념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나의 삶의 태도는 왜 그런 모습을 취하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게 어렵지 않음을 요즘 나의 아이들을 보

펭귄 가족 여행 여는 글 - 끝이 아닌 시작이 되는 글

2025-02-03T05:19:07Z

2023년 우리 가족은 한 달 반 유럽여행을 했다. 결혼할 때 남편은 교사 임용 시험을 합격 후 대기 발령 상태였고 나는 임용 시험 준비생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양가 부모님의 경제적 도움을 받아 결혼했다. 해외여행이라곤 학부 때 남동생과 함께한 인도가 전부인 나는 신혼여행으로 유럽을 가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부모님께 손 벌리는 입장에서

훌훌 털고 - 이제 기간제 구직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025-01-22T22:47:34Z

2024년 8월 말 나는 학교를 옮겼다. 우리 반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바로 다음 날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수업을 시작했다. 기간제 교사라는 비정규직 신분이 나에게 있는 여러 옷 중 하나임을 여길 만큼, 나는 정규직 신분과 다름의 시선과 차별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숨기지 않을 만큼 야물었다. 그래서 새로운 아이들에게 아무개

작은 빈틈을 비집고 - [小] 중요하지 않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025-01-26T02:49:59Z

지난주 처음으로 엄마, 아빠랑 해외여행을 갔다. 내가 나라를 정하고, 숙소와 일정, 비행기 등을 준비하고, 여행지에서 음식점과 가는 곳, 의사소통은 남편이 담당했다. 한 달 반이라는 유럽여행을 해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아이들은 금방 현지에 적응했고, 나의 부모님은 우리가 준비한 일정에 군말 없이 따라와 주셨다. 남편과 나는 부모님과 아이들을 챙기느라

과제 - 삶과 죽음

2025-01-07T10:03:55Z

나는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삶에서 먹고사는 것에만 집중하고, 본능적으로 살았다고 하는 게 더 맞는 설명인 것 같다. 누군가 내게 2024년을 어떻게 보냈냐고 물었을 때 마치, 두 해를 산 기분이라고 답했다. 1학기와 2학기의 삶이 너무나 극명하게 달랐다. 그건 나의 잠이 말해주었다. 약이 없으면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잠이 들더라도 한두 시간 간격으로

거짓말 - 그냥 지금 이렇게 내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는 예뻐.

2024-11-06T00:52:02Z

거짓말 :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며서 말함. 딸아이가 꾸준히 거짓말 한 사실을 알았다. 영어 학원이 끝나면 울리는 전화 소리에 받으면, 딸은 당연하다는 듯이 "엄마 나 백점!" "그래 어서 와, 저녁 먹자." 그렇게 일주일 동안 똑같은 전화를 받으면서 나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를 보며 남편은 딸을 믿지 못한다며, 핀잔을 주었다. 그리

경품 - 그나저나 경품은 참 요상하다.

2024-10-29T09:01:39Z

명사 (1) (기본의미) 어떤 특정한 기한 안에 많은 상품을 팔기 위하여 일정 액수 이상의 물건을 산 손님에게 곁들여 주는 물품. (2) 어떤 모임이나 회합에서 놀이나 여흥의 한 가지로 참가한 사람들에게 주는 상품. (1) 지난 토요일 인문학 기행으로 서촌을 갔다. 날씨가 좋아 오늘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리라 기대하며. 전시회 하나를 단체 관람 후, 아이

놀이가 되는 삶 - '아이들은 하던 대로 놀면 되고'

2024-10-23T02:17:48Z

제20회 와우북페스티벌 ' 끝나지 않는 어린 시절, 영원한 놀이의 세계 ' 강연을 우리 집 아이들과 함께 들었다. 프랑스 그림책 작가 카미유 주르디와 박희진 그림책 작가가 들려주는 그들 세상 이야기를 들으며, 무엇이 그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으며, 이야기꾼이 되게 했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카미유 주르디는 자신의 작업 과정을 상세하게 안내했다. 여

갈등을 감당하는 요소들 - 선택지를 늘려주는 게 문학치료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2024-10-09T06:13:08Z

한림대학교 생사학연구소 김혜미 교수의 인터뷰의 글을 읽다가 '갈등을 감당하는 요소들'이라는 말에 꽂혔다. 나는 감정을 다룰 때도 갈등을 다룰 때도 일관성을 가지고 하나에 꽂힌다. 그래서 내 삶에서 갈등을 유연하게 다뤄 본 적이 극히 드물다. 그 어떤 갈등의 모습이든 유형이든 상관없이 '화'라는 감정으로 대응했고 결론은 갈등의 원인, 시발점, 본질 등과 무

밤 - 내게 밤은 사랑이다.

2024-10-15T14:47:00Z

내게 밤은 사랑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남편이 내게 보여주는 사랑이다. 나는 촌스럽게도 고구마, 감자, 옥수수, 밤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제일을 꼽으라면 밤이다. 그러나 밤은 좋아만 했지 쉽게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먹는 것, 입는 것, 돈 쓰는 일엔 궁색했던 부모님은 시골에서 가져온 고구마, 감자, 옥수수는 종종 쪄주시긴 했지만 밤은 추석 전후

이불 빨래 - 다 마른 이불 빨래가 날 기다린다.

2024-09-25T02:50:25Z

서늘한 바람이 기미를 보이자마자 여름 이불 빨래부터 냅다 해버렸다. 뭐가 그리도 급한 건지, 여름은 뒤도 돌아보지 않겠다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퇴근 후 가족들이 집으로 모이기 전 먼저 들어 선 이곳에서 다 마른 이불 빨래가 날 기다린다. 그 너머로 보이는 해 질 무렵의 풍경을 살피며 나는 생각한다. 이불처럼 내 가족을 덮어주는 사람이 나라면 , 깨끗

내로남불 - 구름 속 밝은 달보다, 흐린 구름이 내 눈에 더 들어오고,

2024-09-19T06:37:26Z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로, 남의 잘못에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면서 정작 자신이나 같은 편의 잘못에는 너그러운 이중잣대를 의미한다. 가족에게 추석 연휴 기간 '내로남불'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단어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고, '피해자 코스프레'하지 말라는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네가 부모에게

미술학원 간 날 -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한다.

2024-09-18T00:54:03Z

준비물: 작년 여행 사진 여러 장 작년 한 달 반 유럽 여행 사진을 오랜만에 봤다. 거기에 우리가 있었다. 아이들은 한 해가 다르게 부쩍 자랐음을 사진을 통해 새삼 느꼈다. 요즘, 아니 정확하게 어제오늘 사춘기 초입인 딸에게 폭풍 잔소리와 함께 통제하는 나의 모습에 스스로 지치고, 힘들었다. 그런데 사진을 보니 지금의 딸은 안 보이고 통통한 아기 같은 딸

예측 가능한 '화'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 - 그래서 예측이 불가능한 곳으로 아이를 부른 것이다.

2024-09-10T12:25:08Z

한동안 나는 미친 듯이 매일 글을 썼다. 그때 내 삶이 고난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든지 탈출구를 찾고 싶었나 보다. 그게 글이었다. 그리고 삶의 어려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고, 쉼이 주어지자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글을 쓰는 일이 멈춰졌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동일한 마음으로, 나는 행위를 하거나 대상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마음

김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