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 출신 용 됐다! - 글루미 릴레이 꿈을 싣고

2025-05-04T22:00:06Z

제가 상을 탔어요. '오랜 문학상'이라고, 노벨문학상 부럽지 않은, 그것도 맨 처음 수상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지난해 5월에요. 2023년 9월 마침 일기장이 똑 떨어져서, 울적한 마음 달래려고 브런치를 시작했어요. '내게도 봄날이 있었든가?' 까마득하기만 한 지난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삶 속에 매몰되어 뭉개져버린 오욕칠정의 덫, 아랫목조차 시렸던

대문 그림 야단 났네! - 나의 첫 그림 벽화

2025-05-01T13:34:27Z

강가에서 분필 같은 조약돌을 여러 개 주워왔다. 일필휘지 양철 대문에 휙 휙 사람을 거침없이 그렸다. 친구랑 손 잡고 룰루랄라 사랑방 회벽으로 쪼르르 옮겨갔다. 일필휘지 이번에도 쓱 쓱 사람을 신나게 그렸다. 동생이랑 손 잡고 룰루랄라 저녁 하시다 뒤늦게 내 호작질을 본 엄마, 소스라치게 놀라며 이르신다. "이게 뭐꼬? 너거 아버지 보면 난리 칠

염소야, 놀자 - 염소 지기가 된 오빠

2025-04-24T23:23:20Z

3월 19일 밤밭에 염소 5마리가 입소하였다는 소식이 떴다. 우리 오빠, 해 묵힌 밤밭 정리 1년 6개월 대장정 끝에 드디어 염소를 들였다. 3월 22일 어 어 어? 어릴 적 키우던 그 염소가 아니다. 염소가 맞긴 하였다. 그런데 예전 염소와는 뭔가가 다르다는 느낌이 스멀스멀, 귀가 납작한 것이 나풀거리고 다리가 좀 더 길쭉한 것 같은........

꼼밥 먹고 알 먹고 - 세상에서 제일 작은 솥밥

2025-04-17T10:05:58Z

오빠, 예전에 오빠가 달걀 껍질 안에 쌀 넣어서 밥 해줬는데 그것 어떻게 한 거야? 응, 그것! 날계란은 쏙 빼먹고 거기다 불린 쌀 반쯤 넣어 재에 파묻어서 하지. 작은 방 부석 앞에 한 가지 아이들 옹기종기 모였다. 오늘 요리사 우리 오빠, 엄마는 거들뿐. 관람객 12345, 멀찌감치 사랑방에서 넘사벽 훈수 두시는 아버지. 청 끝에 걸터앉은 나는 싱

행운이 찾아왔다! - 행운목꽃

2025-04-11T06:56:07Z

백 년에 한 번 꽃이 필까 말까 하다는데 우리 셋째 언니네 행운목은 여차하면 꽃을 피운다. 1993년~ 결혼하고 1달여 지나 신혼집에 조그만 행운목 화분을 들였단다. 손에 달랑달랑 들고 왔다 하니 그 크기가 가늠된다. 그것이 무럭무럭 자라더니 몇 해 지나지 않아 꽃을 피우더란다. 행운이 활짝! 2003년~ 새로이 이사한 곳에서도 꽃이 서너 번 피었다

두꺼비 납셨다 - 비 온 뒤 풍경

2025-04-06T08:37:53Z

비 갠 오후 마당에 화사한 비내음이 재잘거린다 엉금엉금 느릿느릿 금두꺼비 가는 거요 마는 거요 누가 뭐래도 위풍당당 발걸음 네 걸음이 최고! 비 갠 오후 강변에 금빛 모래 두툼하게 쌓였다 토닥토닥 쓰담쓰담 아이들 금기왓집을 올린다 단칸방 토굴집이어도 내가 지은 내 집이 최고!

언니야, 소풍 가자 - 엄마랑 언니랑

2025-03-30T12:01:21Z

언니야, 산으로 소풍 가자. 분홍빛깔 곱다 고와 참한 참꽃 무르익을 때면 산에 올랐다. 엄마랑 언니랑 고사리, 깨치미, 미역초, 곰취, 참나물,........ 헌 옷가지로 만든 앞치마 허리에 매달고 뽀득뽀득 볼록볼록 연둣빛 여린 산이 뽀얗도록 발자국을 찍었다. 산나물 조물조물 된장찌개 보글보글 양푼에다 쓱쓱 비벼 나눠 먹던 비빔밥, 맛있게도 냠냠! 언니

부뚜막 징이 울린다 - 울림소리

2025-03-08T00:33:03Z

섣달그믐 밤 부뚜막 만개 촛불 금이야 옥이야 반듯하게 자라나라는 엄마의 화려한 축원가 천일 동안 한결같이 부뚜막 고봉밥 한 그릇 군대 간 울 오빠 배곯지 말라는 엄마의 지극 정성가 검푸른 새벽 부뚜막 정안수 한 그릇 고뿔 걸린 자식 기침 재우는 엄마의 애끓는 자장가 눈길 손길 발길 다 닳은 곳 부뚜막 징이 울린다 징~ 징~ 징~ 엄마, 촛불은 왜

오리 몰러 나간다 - 집으로 가는 길

2025-02-26T22:53:32Z

진지소에서 자맥질하는 오리 하양오리 노랑오리 첨벙첨벙 참방참방 새봇담으로 넘실넘실 남실남실 물살을 탄다 내일은 비가 온데 해거름 때가 되어 모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오리 엄마오리 아기오리 뒤뚱뒤뚱 되똥되똥 방천 넘어 골목길에 선 오리 우왕좌왕할 것 같지, 아니 아니 안 그래 이쪽저쪽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골목으로 쑤욱 쏘옥 똑똑한 오리 누굴 닮았나?

정월대보름 달밤 축제 - 아침부터 들썩들썩

2025-02-12T05:31:18Z

달집 태우기 강강술래 줄다리기 놋다리밟기 용왕먹이기 쥐불놀이 부럼 깨기 귀밝이술, 오곡밥, 묵나물 더위 팔기 자, 차례대로 한 잔씩 받거라 지엄하신 아버지, 아침밥상에서 솜털도 다 벗겨지지 않은 자식들에게 술잔을 돌린다. '이것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고?' 빙그레 웃음 짓는 엄마, 오늘 술은 보약이라며 아버지 말을 거든다. '나 귀 잘 들리는데, 이렇게나

까치설날 우리 설날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5-01-31T04:51:26Z

까치설날 밤에 야광귀가 와서 신발을 훔쳐간다 하여 툇마루 디딤돌 위에 벗어놓은 하나뿐인 내 꼬까신 깨끗하게 털고 닦아 방안에 들여놓았다. 동그란 쇠문고리까지 찰깍 걸어 잠그고 이제 마음 편히 잠자려 하는데 어마무시한 소리 들려온다. "미경아, 오늘 잠자면 눈썹이 하얗게 변해" 뭐라고? 그럴 수는 없지. 졸리는 눈 성냥개비로 막아 세워보았지만 나도 모르게 스

아들아, 아버지 왔다 - 되를 말로 불리는 부자 이야기

2025-03-05T00:56:21Z

퐁 퐁 퐁 퐁 퐁 오! 이런 놀라운 기계를 보았나. 더 이상 귀를 막지 않았도 된다네.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척척 잘도 튀긴다. 어느 샤브집 뻥튀기 기계, 탐나는 도다! 마을 회관 앞이 떠들썩하다. 설레고 설레는 설맞이 하는 소리 뻥 뻥 뻥 뻥 뻥 '올 때가 되었는데' 설날을 보름쯤 앞두고부터 기다렸다. 부엉새 우는 추운 밤 지새울려니 자꾸 입이

섣달 기억이 꽃 핀다 - 해 가는 줄 모르고

2025-01-08T02:56:42Z

보리의 봄을 기다리는 회갈색의 들녘은 평온하였다. 간간이 불어대는 삭풍 까치밥 쪼는 소리 여울지고 항아리 김장김치 맛있게 익어가던 섣달, 방학을 맞아 객지에서 자취하던 언니 오빠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한 달여 진득하게 눌어붙었다. 토요일 번개같이 나타나서 일요일 깜쪽같이 사라져서 얼굴도 잘 모르는 언니 오빠들이 매일같이 북풍을 몰고 다니며 골목길을 들쑤시자

연탄꽃과 여고생 - 눈물이 난다

2025-02-05T08:50:03Z

까만 연탄나무 붉은 꽃 하나 둘 피어나면 냉기 서린 자취방 온기를 들이던 여고생이 생각나 눈물이 난다 엄마 냄새 배인 쌀 한 됫박 김치 한 줌으로 금자탑을 쌓아 올렸었지 붉은 연탄나무 하얀 꽃 하나 둘 피어나면 고드름 열린 밤 홀로 지새우던 여고생이 생각나 하염없이 눈물이 난다 쪽창으로 발을 들이던 달빛마저도 달아나던 밤,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었지 까

소시지 주렁주렁 열렸네 - 새 집 줄게 헌 집 다오

2025-03-14T05:39:36Z

앗! 저것은? 줄줄이 비엔나소시지? 하늘과 맞닿은 언덕배기에 소시지가 줄줄이 열린 지 언 오 년. 사리사욕으로 배 불리고 권력에 눈이 먼 자의 농간으로 집터에 집을 올리지 못하고 소시지 농사만 짓고 있으니, 이게 말이 되오? 내 집 돌리 도. 날도 추운데 전세살이 설움 이만저만 아니다. 오매불망 새집 기다리다 황천길 떠나겠다. 헌 집 주면 새집 준다고

난 빨래 - 신아 신아 말라라

2024-12-11T01:07:30Z

신아 신아 말라라 촉 촉 촉 촉 바람 바람 불어라 퐁 퐁 퐁 퐁 깜장 고무신 내 고무신 착 착 착 착 빨랑 빨랑 말라라 팡 팡 팡 팡 도랑물에 어푸어푸 멱 감은 내 고무신 손에 손에 들고서 입맞춤을 쪽쪽쪽 산들바람 등에 태워 추릅추릅 흔들흔들 고무신에 짙게 배인 깜장물을 털어내네 깜장 고무신 내 고무신 귀에 대고 들어 봐 쉿! 가만가만 쏴아~~~ 바닷소

문지기가 된 은행나무 - 돌고 도는 인생

2024-12-03T09:44:54Z

집 앞 고등학교 교문 옆에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골목을 사이에 둔 건너편 중학교에는 은행나무가 줄을 지어 담을 두르고 있었다. 가을이 되면 노랗게 물드는 것이 참 예뻤다! 지나는 길, 간혹 꾸린내 난다며 유난을 떠는 이도 있었지만 나는 그 향기마저도 구수하니 참 좋았다! 아이들과 동네 한 바퀴를 돌다 떨어진 은행 한두 알 주워와 화분에

고운 님 오시는 길에 서서 - 가을의 묵상

2024-12-08T11:59:41Z

동녘 하늘 별이 파릇파릇 돋아나기 시작하면 한껏 청아해진 풀벌레 소리에 내 오랜 기다림이 술렁인다. 서랍에 넣어둔 설운 님 고운 님 되어 오신다는 약조를 꺼내 만지작만지작 고운 님, 오늘은 오실라나 기대에 부푼 얼굴 별빛에 부비고 섰다. 동녘 하늘 별이 소복소복 영글기 시작하면 한껏 애잔해진 풀벌레 소리에 고운 님 생각 더욱 간절해진다. 기나긴 세월 켜켜

또 만나 - 호박이 부른다

2024-11-20T01:59:34Z

호박이 참 참하더라! 많이 따다 놨는데 우짜고 싶다. 니 온다 카니, 내 내일 장날 가서 찹쌀 빻아다 놔야 되겠다. 아버지께 안부 전화하다 걸출한 호박 자랑에 껌벅 넘어가 엉겁결에 호박죽 끓이러 가겠다 약조하였다. 맘에도 없는 말, 실없이 쪼개는 말 했다간 불벼락 내리시는 아버지 밑에서 말의 무게를 배웠다. 울 아버지 오래 기다리게 하면 큰일 난다. 뱉은

성장의 기록 - 꿈을 노래하다

2025-04-25T05:48:08Z

2024년 11월 8일, 문화회관에 전시를 보러 가는 발걸음이 뭉클하다. 대학생 작품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된 큰아이와 세명의 친구들, 기획한 작품을 만드느라 폭발하는 여름 내내 발바닥에 쉰내를 풀풀 풍기며 뛰어다녔었다. 어떻게 꾸며놓았을까? 설렘 가득 안고 달려가 보았다. 대극장 지하 1층 전시실, 교실 크기만 한 공간에 네 명의 청춘들이 열정으로 똘똘

이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