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이름 4편. '번호 77' - 이름 없는 영웅

2025-05-11T01:22:28Z

박다이달로스는 늘 그렇듯 무심한 얼굴로 윤동주 시비를 지나 학생회관 쪽으로 점심을 먹으러 내려가고 있었다. 그날도 하늘은 푸르렀고, 캠퍼스에는 늦은 봄의 냄새가 가득했다. 그런데 중앙도서관 앞에서 이상한 웅성거림이 들렸다. 오전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겁에 질린 얼굴로 한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자, 도서관 외벽에

3편. 그 남자는 카지노 게임 잃었다 - 나는 그들의 카지노 게임 지우며 나를 되찾았다

2025-05-10T01:19:26Z

"오데미안 얘기 들었니?" "아니, 무슨 일인데." "자살했대." 박다이달로스는 순간 어깨에 몇 톤짜리 쇳덩어리를 짊어진 듯 몸과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둣했다. 오데미안과 박다이달로스는 대학 시절, 누구보다 가까웠다. 한여름 오후처럼 불현듯 끼어든 인연이었지만, 그것은 이내 굵고 진하게 타올랐다. 세상의 중심이 무너져도 흔들리지 않을 것만 같던 오데미안,

2편. 엄마는 오늘도 사라졌다

2025-05-08T11:37:52Z

어느덧 해는 수녀원 뒤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박다이달로스는 마치 혼이 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본다. 아이의 작은 손이 그녀의 얼굴을 흔든다. “엄마, 엄마.” 그러나 그녀는 마치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고개조차 까딱하지 않는다. 저녁이 깊어질수록 북향이라 가뜩이나 추운 무허가집은 점점 더 스산해지고, 벽 틈 보로꾸 사이로 칼바람이 스

1편. 구조신호

2025-05-08T05:32:06Z

“나는 퀴어입니다. 지금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자친구를 위해 이 말을 합니다.” 국회의사당 앞, 마이크를 든 청년이 시국선언의 도입부를 끊었다. 무표정한 듯 또렷한 얼굴, 군중은 조용했고 하늘은 그날따라 유난히 푸르렀다. 바람은 그의 손끝을 따라 흘렀고, 그가 뱉어낸 말은 그 바람보다 날카로웠다. 공기가 멈춘 듯한 정적 속에서 그 청년은 조금도 흔들림 없

몽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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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엄마는 오늘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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