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에 내리는 낙화 (2)

2025-04-27T09:53:25Z

봄, 여름, 가을을 지나 이젠 널 만날 수 있을까?매일매일 네가 떠올라 점점 잊혀가는 네 모습이 안쓰러워져 이맘때 꼭 온다고 말했던 오늘 너에게_ 이젠 세상이 차가워졌어. 몸이 한껏 움츠려지는 아침이야. 너와 있던 그 겨울도 이렇게 추웠을까. 바람도 살이 아릴 정도로 칼바람이지. 우리가 함께 있었던 어느 겨울밤에 네가 하늘에 있는 어느 별을 가리키면서

연정에 내리는 낙화

2025-04-27T10:45:46Z

유난히 춥던 겨울폭설이 쏟아지던 날시리던 겨울바람을 맞으며 들은 네 말에 얼어버리는 듯했지"나 떠나야 돼. 아무리 빨리 와도 내년 이맘때일 거야"애써 담담한 표정을 하는 널 보니 울 수조차 없었다나보다 더 아플 것은 네가 분명하니까 뒤돌아 가는 네 뒷모습이 사라지자 왠지 모를 눈물이 흘렀다 네 앞에선 담담한 척 기다리겠다 말했지만 네 모습이 사라

우주의 틈새

2025-04-26T09:22:32Z

살짝 갈라진 콘크리트 바닥에서 피어나던 작은 우주는 나를 감싸다. 온몸에 휘감기는 우주의 신비한 향기는 독특했지. 행복과 슬픔처럼 대조되는 것들이 공존하는 느낌이랄까. 멋들어진 무늬가 한껏 어우러진 아름다운 우주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나라는 인간의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다채로운 향이었지.작은 틈새의 우주는 곧 나의 우주였다. 공허한 그곳에 내 목

이별

2025-04-23T09:29:49Z

끝나다는 여정 속점점 멀게만 느껴져가는 너와 나의 거리감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마지막으로 네게 닿을 수 있다면.... 주마등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우리의 소중한 순간들이 작은 기억으로 내가 했던 사랑의 몸짓으로 남아 세상의 떠돈다. 물이 되어 공기가 되어 온몸을 휘감지만 그저 추억으로 남아 아프게 하는구나.안녕이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아서 입이

깊은밤

2025-04-22T11:59:00Z

당신의 아픈 기억을, 아픈 마음을 나로 채워가고 싶습니다다른 생각 들지 않게 힘들지 않게 내가 그런 사람이길 바랍니다 바람 한 줌, 햇볕 한 바닥도 들지 않는 깊고도 어두운 당신의 밤에 달이 되고 싶습니다. 차갑고 시린 달 보다 맑고 총명한 달이 되고 싶습니다. 쨍쨍한 해보다 그윽한 빛을 내뿜는 당신의 달이 되고 싶습니다. 잠깐 뜨겁게 피었지만 결국 사

戀慕 (연모)

2025-04-19T06:14:38Z

애절함, 그리움이 극치로 쌓여서 형성되던 감정 여러 굴레와 속박 속을 뛰어넘는 듯한 초월적인 것을 사랑으로 알고 살았다 그리워했고 미워했다. 사랑했지만 잊고 살고 있었다. 몇 날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네가 싫기도 했지. 겉으론 내색하지 못하기에 두꺼운 가면을 쓰고 감정을 숨기며 기다렸다. 살다가 잠시 잊고 살다가 라일락을 보고 널 기억한다. 연못 위에 두

滿月 (만월)

2025-04-16T10:24:41Z

보름달 같던 너의 눈동자 빛났던 당신 보름달이 뜬 밤에 그네 위에 앉아서 울던 너. 살다가 너무 힘들어 눈물짓던 너와 오늘도 여전히 같이 있구나. 여태 본 보름달들 중에서 가장 큰 슈퍼문을 보았고 달빛을 받으며 점점 커가는 또 하나의 행성을 보았다. 겨울이었기에 맑은 달을 보았고 맑게 갠 하늘만큼이나 차갑던 밤이었다. 입에선 입김이 흘러나오고 볼이 발그스

Detox(해독)

2025-04-15T10:17:54Z

소리내 웃는 법을 잊은 네게_ 요 며칠 넌 목이 말라 보였지. 네가 내딛는 발걸음엔 두려움이 서려있었어. 제발 도와 달라는 듯이 애초롭게 바라보는 네 눈동자. 나는 도움을 청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손을 내밀 용기가 없었어. 하루하루가 좀처럼 풀리지 않아서 점점 꼬여만 가는 것 같아서.나도 너랑 같았었거든. 그저 웃어 보이며 마음속은 곪아가고 있다는 것

가짜

2025-04-14T08:57:03Z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던 날 마음속 모든 것이 씻겨 내려가면서 내 속엔 허망만 빗소리와 함께 남아서 긴 여운을 남긴다 바람결에 실려온 너의 말도 폭우도 그날부터였을까 세상이 꿈처럼 느껴졌지. 철저하게 계획된 거짓처럼 다가왔다. 지금 불어오는 비바람도 그 바람에 흔들리던 나무도 구름도 모두 가짜 같았다. 내가 수도 없이 외쳤던 사랑한다는 말도 사랑조차도 무엇

여름 속 벽화

2025-04-11T08:53:29Z

여름,반짝이는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찬찬히 시작해 보자"네가 하는 말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심장이 너무 뛰었지.기다란 벽에 그림을 그렸고 색을 칠했다.한쪽 벽에는 꽃송이들을, 조금 걸어서가 푸른 여름바다를 그리곤 붉게 물든 단풍들을 마침내 차가운 겨울을 그릴 공간이 남아있었다. 하얀 벽을 검게 칠했지. 그러고는 흰 눈송이들을 그렸다. 모두 함

알사탕

2025-04-09T08:39:41Z

입안에서 단물이 빠져가는 알사탕처럼 언제나 있을 것 같던 사탕처럼 네게 있어주고파 어느 무엇보다 고귀하고 찬란한 너를 빛나게 해 줄 검은 그림자로 어둠으로 남기로 했다. 빛이 가장 빛날 땐 어두컴컴한 밤이니까. 원석을 빛이 나는 보석으로 세공하기 위해서 아름다운 귀중한 보석이 될 수 있게 난 물불 가리지 않고 일했지. 돈이 필요했으니까. 사랑으로 이겨낼 수

초콜릿

2025-04-08T11:35:40Z

달콤 쌉싸름한 기억 그 속엔 무엇이 들었는지 모른 채로 조금씩 녹아가는 초콜릿처럼 아무것도 모른 체 초콜릿을 받았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에도 받아보지 못했던 내게 아무 이유도 없이 미소 지으며 건네는 네 모습은 잊을 수 없지. 네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던 초콜릿이 나를 살렸다. 죽어가던 내 영혼에 물을 주었지. 그것을 먹었다. 머릿속은 너로 가득

봄의 요정

2025-04-07T08:59:07Z

까맣게 잊고 살았다 타들어가는 만큼이나 까맣게 잊으면서 보내던 시간이었다 오늘도 해가 떠올랐고 하루는 어제와 같이 시작됐다. 흐르는 바람도 머리 위에서 춤추던 꽃잎도 구름도 까마득히 멀게 느껴졌지. 어릴 적 닿고 싶었던 솜사탕 같은 구름이었고 가지고 싶었던 별들이었다. 닿고난 지금은 뿌연 안개뿐이라는 것을 알고 이제는 추운 곳에서 외로이 타들어가는 행성이란

어린 사랑

2025-04-06T09:13:31Z

풋사과 풋여름 그리고 풋사랑초록빛 사과가 붉게 익어갈 때쯤 여름이 성큼 다가온 다음 조금씩 익어가던 나의 사랑 이야기다 매미가 찌르르 울던 여름날 아침이었다. 나뭇잎마다 이슬이 맺혀서 초록빛 윤슬에 잠식당한 듯한 느낌이 들던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너를 보았다. 정확히는 너의 뒷모습이었지. 너를 보자 장난기가 발동해서 네 뒤를 조용히 밟았다.

어긋난 사랑

2025-04-05T12:24:38Z

어긋나 버린 사랑이 있다우리에겐 상처로 불리는 사랑이었다아마 서로 같은 말이 아닐까사랑했기에 더욱 모진 말을 내뱉고사랑하기에 감수하지만 그러면서도그 말들은 가시로 남아서 아프게 하지사랑해서 널 영원히 기억하겠지만널 미워하는 마음이 불쑥 나를 찾아올 때면 널 잊을 때도 있겠지이런 내 모습이 지지리도 싫어서 참회를 거듭하지만 그만큼 아니면

꽃샘추위

2025-03-27T02:32:05Z

봄의 정기에 이끌려서 꽃이 필 무렵 '이제는 봄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에 누구도 모르게 찾아온 추위였다 뚱한 표정으로 커피만 홀짝이는 네 모습을 보았지. 평소 같았으면은 내 잎에서 작은 새처럼 조잘거리며 이야기 한가득 풀어놓으면서 미소 지어 보일 너였기에 네가 마음에 더 걸렸다. 널 좋아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지만 네가 미웠지 사랑이 식었다고 말할 수

대작 혹은 초연작

2025-03-18T10:31:12Z

너도 네가 실패작이라고 생각하니?_ 네게 전화를 걸지 말지를 수백 번도 더 고민한 끝에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네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수신음 끝에 귀속을 부드럽게 맴도는 네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너 비밀 지킬 자신 있어?" "..... 응, 이야기해 봐" 나는 네게 내 속 마음을 털어놓았다. 간간이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목이 꽉 막

이제껏 사랑이라고 부른 것들은

2025-03-16T07:12:20Z

이제껏 내가 사랑이라고 부르고 좋아했던 것들은 무엇이었던 걸까 가늠도 되지 않을 만큼 깊은 물속으로 거침없이 빠지던 너 너무 깨끗하고 밝게 빛나던 물이었기에 더욱 시렸겠지 겨울치곤 따스한 날씨였지. 너와 호수를 걷고 있는데 넌 무슨 용기에서였는지 낮은 담을 넘어서 얼어있는 호수 위로 올라갔다. 내가 한사코 말렸지만 내 충고 따위는 들을 네가 아니었지. 맑은

첫사랑?

2025-03-15T14:52:29Z

"그 애도 절 좋아할까요?" 처음이었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바라고 있던 것은 네가 있어서 내 삶은 밝아져 갔지 넌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아침에 깨어남부터 잠에 들 때까지 널 생각했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너로 가득 찬 일상이었다. 아마 아직까진 짝사랑이었을 거야. 그저 혼자 좋아하고 있던 짝사랑 말이야. 혼자서 널 좋아

새

2025-03-11T11:16:46Z

하늘을 날고 싶었다 온몸으로 바람을 해치고 나아가고 싶었지 몸은 하늘을 날듯이 가벼웠고 조금만 팔을 휘저어도 몸이 중력을 무시한 듯이 몸은 떠올랐다. 내가 새가 된듯한 느낌에 몸을 내려다보았더니 몸은 구릿빛 깃털로 가득 차 있었고 팔이 있던 자리에는 날개가 달려있었고 다리는 짧고 얇았다. 내가 새가 된 것이다. 새가 되어버렸다. 내가 잠들었던 따뜻한 침대는

석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