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두려고요. - 그 끝이 예쁘다는 것

2025-03-30T07:38:21Z

하루 종일 고민했다. 카톡보다는 전화로 하는 게 낫겠지. 그래야 내 목소리에 담긴 진심을 들을 수 있을 테니까. 아침보다는 오후가 좋을 거야. 그래야 종일 가라앉은 기분으로 지내진 않을 테니까. 듣기 좋은 핑계보다는 사실대로 솔직하게 얘기하자. 어차피 거짓말은 상대에게 금세 읽히니까. 겨우 절반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이 스쳤다. I형 인간이

오늘도 꽝입니다 - 실패와 불운을 경험하기

2025-03-16T08:19:52Z

어린이집에 처음 온 아이와 엄마. 엄마 품에서 떨어져 아이는 어린이집 놀잇감을 만져보기 시작했다. 교실 창문 너머에 선 엄마는 차들이 쌩쌩 달리는 8차선 한복판에 아이를 두고 온 양, 불안 가득한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가 긴장도가 높고 겁이 많은 편이라 다른 아이들과 부딪히지 않게 잘 좀 봐주세요.” 고개를 돌리면 사방에 친구가 있는 비좁은

이번에는 보일러가 말썽입니다 - 긍정의 씨앗 심기

2025-03-12T16:37:13Z

첫째 아이 학교와 가까운 집으로 이사한 지 두 달이 지났다. 두 달 동안 여러 분야의 기사님이 우리 집을 드나들었다. 집구석구석 말썽이 많았다는 얘기다. 이사 온 다음날 싱크대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잠옷 바람에 아랫집을 방문한 일, 자기 물건을 유난히 애지중지하던 전주인이 전동 건조대를 떼어가는 바람에 이불 빨래를 포기했던 날들. 이 외에도 ‘내 집’이 되

제가 감사하지요. - 마음이 닿았던 어느 날

2025-03-02T10:28:51Z

어린이집의 학기도 마무리되어 간다. 이번 주는 맞벌이 가정의 몇몇 무료 카지노 게임을 제외하고는 다들 집에서 지내고 있다. 하루에 단 몇 시간이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은 나와 함께 한 일 년을 어떻게 기억할까? 기저귀를 갈기 위해 이름을 부르면 교실 저 끝에서 달려와 품에 안기던 무료 카지노 게임은 이제 새싹반 형님이 된다. (저도 같이 갑니다.) 씨앗반으로 등원하는 마지막 날, 몇몇 아이

신은 계실까요? - 아마도

2025-02-23T08:12:40Z

교회 부설 어린이집이라 그런지 모든 선생님의 행동과 말투가 상냥하고, 경건한 편이다. 때로는 ‘이래도 화가 안 난다고?’란 의구심마저 든다. 출근하면 으레 사무실에서 기도 소리가 흘러나오고, 낮잠 시간엔 찬송가가 귓가에 잔잔하게 흐른다. 환경이 사고를 지배하는지 요새는 ‘진짜 어딘가 신이 있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 거 아니야?’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TV에

늘 사랑받는 것처럼 - 나를 사랑할 시간

2025-02-09T12:25:59Z

나는 어린이집에서 영아반 보조교사를 하고 있다. 작년 3월엔 ‘엄마, 맘마’만 줄곧 외치던 아이들이 이젠 짧은 문장을 구사하는 능력이 생겼다. 1년 동안 아이들의 허벅지는 더 단단해지고, 아장아장 걷던 아이들은 유희실을 운동장처럼 누빈다. 때로는 ‘범고래는 바다에 살아.’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해주기도 한다. 만 1세, 격변의 시기를 보내는 동안

괜찮을 거야 - 중학생이 되는 딸에게

2025-02-08T02:46:13Z

‘라떼는 말이야. 시골 중학교엔 한 학년에 겨우 2반 있었어. 내가 아는 친구들은 몇 없지만 그래도 같은 반이 될 확률은 1/2이나 됐지. 공부? 알파벳도 겨우 띄엄띄엄 아는 수준이었는걸. 초등학교 때도 안 하던 공부라서 별로 걱정될 건 없었단다. 뭘 알아야 염려가 되지. 엄마는 그렇게 태평했는데……. 우리 딸은 생각이 좀 많은 모양이구나.’ 오늘은 딸아

그건 꿈이었다 - 새벽 감성에 무임승차 하기

2025-02-02T14:57:35Z

한때는 원대한 꿈을 꾸었다. 집안일을 완벽하게 마친 어둑한 밤에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식탁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글을 쓰는 꿈. 나를 찾는 소리도 없고, 당장 해치워야 하는 집안일이 보이지 않는 시공간에서 가만히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를 내고 싶었다. 그건 한낮 헛된 꿈이었다. 모든 에너지를 끌어내 주부의 소임을 마치면 겨우 팔을 올려 양치할 힘밖에

가을 소풍 - 마침 날씨가 참 좋다.

2024-11-08T11:22:46Z

시골 택배에는 가을이 잔뜩 담겨 있다. “민정아, 제일 예쁜 사과 한 개, 배 한 개는 먹지 말고 두어라.” 시골 노지 과수에 열린 열매는 내 기준에 예쁜 게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가장 반지레한 놈을 골라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고 구석에 잘 모셔두었다. 엄마가 먹지 말라고 한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일에 쓰일 귀한 것들이라는 것을. 휴가를

이태원로에서 발견한 무료 카지노 게임 한 조각 - 용산기지 이태원로 (24. 9. 7.)

2024-09-24T02:15:10Z

용산미군기지는 서울특별시 용산구에 위치한 주한미군과 대한민국 국군의 주둔지 가운데 하나이다. 현존하는 한국 내 미군 부대 기지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고, 서울 도심에 있는 유일한 군사기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평택으로 대부분 이전하게 되어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폐쇄된 상태이다. 향후 용산미군기지 부지는 용산가족공원으로 조성되어 곧 역사 속으로 모

아빠의 계절 - 더 이상 쓸쓸한 계절이 되지 않길

2024-09-12T01:49:48Z

처서가 지나고 새벽녘에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지금은 조금 덜 해졌지만, 한동안은 갑자기 서늘해진 날씨에 기분이 괜히 가라앉기도 했고 지금은 가을 타는 중이라며 여기저기 묻지도 않은 변명을 하며 다니던 때도 있었다. 그런 쓸쓸한 가을이 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따사로운 봄볕을 받고, 여름의 뜨거운 더위를 한껏 머금은 곡식을 거두는 계절이 왔다. 이

그저 한부모 가정의 무료 카지노 게임 - 사정이 조금 다를 뿐, 틀리지는 않습니다.

2024-09-18T19:03:13Z

한여름 저녁 무렵, 무료 카지노 게임과 도서관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아파트 단지 모퉁이에서 무료 카지노 게임의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첫째 아이는 그 무리를 설핏 살피더니 말했다. “저기 있는 친구, 4학년 때 같은 반이었어요. 그때 선생님께 많이 혼났었는데….” “개구쟁이 친구구나.” “한부모 가정 친구예요.” 순간 날카로운 가시가 손가락 끝에 박

무궁화, 어디까지 아시나요? - 남산공원 무궁화동산 (24. 08. 10.)

2024-08-19T13:16:38Z

광복절을 앞둔 주말, 아이들과 나라를 지킨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피어나는 꽃, 무궁화를 보러 남산 공원으로 떠났다. 한남공원 이용지원센터에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다섯 가족이 모였다. 남산과 무궁화가 나오는 애국가 2절을 합창하며 오늘의 체험 활동이 시작되었다. 무궁화처럼 화사한 미소를 가

그리움을 이기는 방법 - 꿈을 키우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2024-08-16T10:18:51Z

*본 글은 지난 주말 둔촌 백일장에서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대회에 제출한 글을 브런치에 써도 되느냐고요? 네, 너무 됩니다. 시간이 없어서 많은 부분을 원고지에 적어내지 못했거든요. 언제쯤 마감 시간 안에 글을 맛깔나게 척척 써내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지난봄, 하교하는 둘째 무료 카지노 게임의 작은 손에 화분이 들려 있었다. 한 살이 식물인 강낭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를 찾으러 가요. - 망우무료 카지노 게임문화공원 (24. 7. 6.)

2024-07-16T04:08:17Z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오늘이 미션 수행하러 가는 날 맞죠?” 오늘은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 펼쳐지는 특별한 역사 체험이 있는 날이다. 단순히 유적지 앞에서 해설을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가들을 직접 찾아 나서기로 한 것이다. 책에서 본 것들은 금세 잊히지만, 몸소 체험한 지식은 오랫동안 기억 속에서

하늘에서의 대화 -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2024-07-11T04:49:57Z

며칠 전 핸드폰으로 부고 소식이 왔다. 30여 년 전 우리 가족에게 아빠의 죽음을 가장 먼저 알린 동네 아저씨가 유명을 달리했다는 비보였다. 올해 딱 일흔의 나이였다. 지금은 연락하지 않지만, 초등학교 시절 꽤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아빠이자 우리 아빠 고향 친구의 죽음은 서로 만나지 못한 세월이 무색하게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료 카지노 게임 산책로 - 구 러시아공사관 / 중명전 / 이화박물관 (24. 6. 22.)

2024-07-19T22:32:06Z

역사는 반복된다. 하지만 절대 반복되지 않아야 할 역사도 있다. 우리가 아픈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다. 우리가 역사를 만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책과 미디어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배우는 방법이 있고, 현장을 방문하여 역사적 사고력을 기르는 적극적인 방법도 있다. ‘역사적 사고력’이란 역사적 사건의 원인과 결과,

내게 꼭 필요한 정기보험 - 보험료와 걱정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2024-07-04T02:43:12Z

10년 전 즈음인가. 아파트 같은 동, 같은 라인에 사는 언니와 각별하게 지냈었다.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게 즐거워 종종 만나 차를 마시곤 했다. 언니는 먹고 싶은 건 당장 사 먹을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는 꽤 넉넉한 형편이었다. 언니의 남편은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언니에게도 없는 게 하나 있었다. “나는

반달 할아버지네 놀러 가볼래요? - 윤극영 가옥 (24. 6. 16.)

2024-07-02T13:36:48Z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어릴 적 사람들이 손놀이 하며 즐겨 부르던 이 노래의 제목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 곡은 윤극영 선생님이 만드신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 동요 <반달>이다.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갈까나 이 병에

결핍이라는 행운 - 모자라서 오히려 잘됐습니다.

2024-06-20T02:39:11Z

체력이 좋지 않은 편이다. 학창 시절 제일 싫어하는 과목은 체육이었다. 특히 공을 다루는 모든 종목은 공포였다. 축구할 때면 겁에 질려 날아다니는 공을 피해 다니기 바빴다. 반면 피구공은 달아나는 나를 붙잡기라도 하듯 몸에 착착 잘도 붙었다. 나는 남들보다 몸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다. 내가 근력이 없고 대단한 운동치라는 사실은

최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