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의 힘 - (137)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2025-04-28T12:33:42Z

아직도 난 진달래와 철쭉, 영산홍을 구분하지 못한다. 같은 시기에 피며 검색창 인용해도 꽃을 보면 실제로 이름을 구분 짓지 못한다. 이런 계절을 맞아 봄타는 이들도 담배꽁초 물은 이들도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바쁜 걸음에 나도 끼었다. 리추얼하게 셔터 열고서 꽁초 줍고 필사해야 하고 수저처럼 떠오른 글감 하나 쓰스슥 해야겠는데 셔터의 자물통 거는

개울 소리 들려줄게 - (136)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2025-04-28T02:24:29Z

태양이 두고 가서 마음이 짠했다 보여주고 들려줘야지 봄이 저만치 가는 것을 느끼게 해줘야겠다 이틀 전의 개울에 있던 도롱뇽알이 그새 부화했나 보다 잔챙이가 남았다 네댓 명의 손주뻘 아이들이 도롱뇽을 잡았다고 보여준다 어항에서 키울 거라더니 개구리도 봤다고 동그란 눈으로 자랑한다 피톤치드 향에 한 발 띄기 어려웠는데 고만고만한 이 애들도 계곡 소리 듣

어김없이 - (135)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2025-04-27T23:20:10Z

바람 잘 날이 많지 않던 올 4월 지난해 4월 닮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정해진 약속에 출생의 물꼬가 텄더니만 나무때기 삭은 놈이 뱀 같아서 한발짝 뒤로 주춤했는데 도롱뇽알들이 떡으로 군집했다 진짜 뱀이 자꾸만 떡집을 눈독 들일라 장수동 대공원 호수 옆의 주변을 훤히 벌목했다 예 살던 친구 둘도 얘들 옆에 비늘처럼 와 있다

거절 못 하는 것 - (134)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2025-04-26T12:11:30Z

만나자고 왜 그냥 필요를 못 느꼈다 거절해도 아무렇지 않다 여럿을 앎 해도 꽃다지의 상큼을 딸 수 없다 들어가고 있다 가족의 접촉이 짧아져 가고 있다 소중함을 인지한 것은 이제서야 홀가분히 앉아 볼 수 있어서다 느낌을 주워 담을 때 흘려서 풍기는 것 질리지 않고 거절 못 하는 것 거의 매일 내 손안에 든 가슴을 통해 머리를 스쳐 빠져나온 글

큰소리 - (133)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2025-04-25T19:24:01Z

이겨 먹으려고 흰소리 친 게 큰소리로 됐다 가위 바위 보로 순위 가르는데 저 혼자 큰소리로 이기려고 했다

세월이 계엄군 써보라 해 - (132)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2025-04-25T19:24:46Z

깜빡깜빡 잘 잊는다고 치매 검사 문자 받고 헤프닝을 빚었다 기역 니은 동그라미 세모 일 이 삼 사 오 시시한 검사 모바일 건강보험증 앱 깔아놔서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민증을 주차장에 떨구고 와서 집 와서 찾았다 눈꺼풀이 무겁고 새우가 돼 간다고 불쑥 튀어나온 말에 어느새 문자가 오고 끌려가다시피 성형안과센터 상담을 받았다 백내장 수술 3년간 시력엔

글을 쓰고 싶고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 (131)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2025-04-22T10:47:14Z

조심합시다 예전처럼 또 비상사태입니다 여기저기 작가님들 글방에 번역기 돌린 난잡한 댓글이 꽃잎 떨어지듯 난무합니다 넘어가지 마세요 답글 달지 마셔요 저는 차단도 했는데 닉네임 변경해서 또 들어왔어요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그것이 감사하기에 답글을 착각하고 다는 겁니다 아니어요 잘 보세요 이번엔 어떤 필명이 달릴까요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예전엔

눈여겨봄 - (130)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2025-04-21T04:40:16Z

사회에서 남성들이 가장 많이 써먹는 말이 있다. 누군가를 알아가려 한 테이블에서 상대한테 먼저 다가가는 말. “몇년생이세요?” “으음, 나는 그보다 두 살 위여요.” 믿거나 말거나 먼저 물어보는 쪽이 형 대우를 받으려고 한다. 배려나 베풂이 아닌 형님 소리 듣게 하려거나 대화 시 상대한테 무조건 이해해 주려는 의도가 아닌 것이 포함돼 있다.

우리 한 번 더 해볼까요 - (129)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2025-04-20T23:55:46Z

“우리 한 번 더 해볼까요?” 우렁찬 목소리의 남자 쌤이 교생 선생님일 확률이 높다. “네~에” 아이들의 함성도 크다. 학교 정문과 후문에 그러잖아도 교생실습 환영 플랜카드가 걸렸다. 작년 이맘때처럼.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도 이랬다. 날씨도 남자 교생 선생님 음성도 닮았다. 도시락을 같이 모여서 먹고 내가 보기엔 목사님 같은데 분명 선생님이시다.

쑥 부침개 - (128)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2025-04-19T06:11:00Z

막냇동생 성격이 유들유들해졌다. 본인 주장이 상당히 강했었는데 그래서 피해 다녔는데 날 데리고 인천 유지들 모임에도 인사 나누게 하고 좋은 자리엔 동석도 권해줘서 이쁘다고 해줬다. 50대 중반에 노(老)처녀이니 이쁘다고 해주면 듣기 좋다고 하고 이젠 같이 다니는 걸 좋아한다. 근데 요것이 지난주에 혼자서 가평 모임을 다녀왔다. 큰 의식이 아니면 나도

꽃다움 - (127)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2025-04-17T13:11:32Z

어젯밤 예보엔 오늘 낮 꽃다움을 제대로 볼 것이라 했는데 마주침이 까슬까슬하다 얇은 깃 추켜세웠으나 몽우리 못 펴고 앙다문 입술엔 핏기도 초록이다 발그스레 입맞춤하기로 했는데 파르라니 떨려서 봉긋해지려던 입이 제대로 벌려주지 못해 쳐다만 보다 주춤했다

바람이랑 비가 내줬다 - (126)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2025-04-19T01:39:20Z

흙이 내줬다 알뿌리가 숨어 있었는지 모를 땅에 바람이랑 비가 쳐들어와서 개미구멍 내주니 마녀가 탔던 빗자루 모양을 한 잎사귀가 엉기덩기 집을 한 채 먼저 지었다 오뚝이 일어선 깃대에 노랑망울 빨강망울 보라망울 치맛자락 스친 자리 찬 서리를 쓸고 가서 흰 레이스를 앞가리개로 가렸다 그냥 나오면 쳐다보지 않을까 봐 남의 땅에 와서 안착하려면 특별나야 하

버릇 - (125)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2025-04-15T21:28:08Z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아기 때부터 식성이랑 습관을 만들게 된다 자의든 타의든 교육이란 테두리에서 기본이 성립된다 눈에 압박감이 심해서 안과 예약한 것도 넘겼는데 주말엔 태양이까지 모두 실컷 잤다 아침에 떴던 해가 서쪽으로 다 넘어가도록 우린 종일 못 일어날 정도였다 뻑뻑했던 눈이 풀리고 몸이 가볍다 오늘 새벽 다시 태양인 방 문짝을 긁어댔다

흑 뱀을 보았다 - (124)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2025-04-14T02:50:20Z

간조 때도 깊은 물은 순간에 수평선 끝까지 가버린다 물길을 역으로 몸을 곤두세운 시커먼 흑 뱀이 이글대는 땡볕을 빠르게 차면서 젖어있는 검바위로 들었다 뽕글뽕글 숨구멍을 뚫고 있는 얘들을 파헤쳐 보려고 긴 나무막대로 쑤셔댔다 얼음이 되어버린 몸 옆에서 새끼손가락보다 작은놈이 물고기라고 지느러미를 편 채 잔물에 남아 헤엄을 치는 것인지 플랑크톤을 섭취하

뭘 보러 왔나 - (123)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2025-04-13T23:57:34Z

낼 태풍 같은 비바람이 친다면서 막바지 벚꽃 야경을 보러 가자며 사무실로 사위가 연락해 왔다. 얼씨구! 인천 토박이라서 훤히 아는 자유공원을 찾은 게 개발이 되어 많이도 변했고 차이나타운과 길이 연결된 것도 몰랐다. 집 내려가는 길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벚꽃이 지는 것인지 피는 것인지 올해 날씨가 요동을 친 것은 맞기도 하고 꽃비가 내린 것도 없어서

무슨 대화 - (122)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2025-04-13T23:51:14Z

이십 대에 만난 섬 총각은 오십 대의 낚시광 남편이 되었다 땅끝 해남의 청정바다를 가슴에 안고 있으니 고래 잡는 향수에 젖어 시엄니 계신 바다 건너 삼만리를 터앝으로 가꾸자며 짐을 꾸리게 했다 반겨준 옛 동무들을 만났을 땐 호기가 발동해 그냥 여행가의 낙이었다 어즈버 삶의 한 부분은 어언 십오년의 밥집 터전을 일궈주고 남편은 물고기만 낚는다 멀리 가

할머니의 바다 - (121)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2025-04-13T23:54:33Z

엄마 뱃속은 바다였다 유영하여 다니다가 세상 밖을 보게 된 아가는 부모를 일찍이 도회지로 보내고 거북 등 껍데기 같은 할머니 손에서 바다내음 맡고 자랐다 툇마루에 깆으로 가려놓고 물질하러 간 할머니는 땟거리 마련하러 갈망을 메셨다 파도는 하얗게 부서지며 할머니의 망태기를 바라보고 도시로 나간 부모는 아가를 잊은 채 저녁은 부산하게 몰린다 외딴섬의 포말

요지경 속의 룩 - (120)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2025-04-11T09:45:31Z

사람의 세상에 향락을 추구하는 이한테서 연락이 왔다. 다 저녁에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내가 젤 잘나간다는 미련한 판단이 있던 그는 젊은 할머니다. 영상을 마구 찍어대고 교제하는 이가 이를 허세처럼 남발해도 본인이 뷰티 하다고 착각하기에 야단 좀 쳤다. 자랑질할 게 따로 있지 상대편의 남자가 그의 주변에다 찍은 영상을 보여주니 그들은 엉덩이도 만져보고 싶

한숨 돌리는 미팅 - (119)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2025-04-11T08:24:56Z

지난달에 선약을 해놓아서 어제 긴 머리를 싹둑 잘라냈다. 노장 이영근 시인과 별닮이진 시인이 인천에서 시에 빠져 활동을 크게 하시는 분들이라 나는 봄 선물로 허쉬 단발에 머리핀 하나로 시커멓다고 이름 지어진 검바위역에 분홍분홍을 갖고 갔다. 이진 시인도 지난달에 브런치작가로 선정되었고 문예창작과로 대학원생 명분의 선물을 준비해서 발걸음 가볍게 왔다.

주름에 세월 먹고 - (118)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2025-04-13T10:13:47Z

월남치마 즐겨 입으시던 어머니 얼음 둥둥 뜨던 냉장 물에 손빨래하시고 찬 없는 도시락 몇 개를 층층이 싸주셨다 주름에 세월 먹고 흑백 티비 반질반질 입김 불며 닦으셨는데 기껏 장 보는 것이 외출 호강 속곳도 꿰매 입으시더니 손녀가 사드린 화려한 속옷을 아까워서 두 번이나 입어보셨나 진정 가실 때에는 평소에 걸치셨던 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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