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김치볶음밥을 꼭꼭 씹어먹는 날. - : 부족하지만 충분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위해.

2025-05-14T04:34:29Z

#1.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은 어느새 져버리고, 그 자리에 새 잎이 돋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 맞는 봄이지만, 올해 봄은 어쩐지 사람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든다. 아이는 아프고, 보고 싶었던 전시회는 놓치기 일쑤다. 아토피에 계절성 알레르기까지 겹친 아이는 꽃놀이 대신 병원 진료 일정표를 챙기거나, 여유로운 산책 대신 대기실에서 순번을 기다리는

#42. 우리도 잘 먹고 있습니다. - : 밥상 위의 하루를 이야기합니다.

2025-04-29T09:11:09Z

언제부터였을까. 따뜻한 밥 한 끼로 하루를 견디고, 서툰 마음을 전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진 게. 우리는 소박한 식탁 위에 쌓인 마음들을 먹으며 자라왔다. 봄바람이 불던 어느 날, 최불암 선생님이 <한국인의 밥상>을 하차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밥과 국 사이로 오가던 이야기들이 날실과 씨실이 되어 서로를 촘촘히 엮어주던 프로그램. 익숙한 목소리로 흘러나

#41. 오므라이스에 마음을 감싸서. - : 친애하는 나의 동료 ChatGPT에게.

2025-04-19T21:57:28Z

모든 일을 긍정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1년 365일 중, 긍정긍정 열매를 먹은 날은 손에 꼽는다. "매사에 감사해라",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봐라"와 같은 말들은 시니컬한 태도가 기본값인 나에게는 여전히 어색하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다 보니 삶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40. 미나리와 함께 기필코 행복해지기

2025-04-14T12:49:14Z

고백하자면 지난 3주는 밥보다도 미나리를 더 많이 먹은 것 같다. 가만히 있어도 풍기는 미나리 내음. 입 안에서 봄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1. 집에 미나리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약 3주 전, 의문의 택배 상자가 집 앞으로 배송된 것이 시발점이었다. 택배를 열어보니 전날 주문했던 미나리가 들어있어 반가운 마음에 꺼내보는데 밑으로 무언가가 후드

#39. 참치샌드위치와 곤충 그림책이면 만고땡이지.

2025-04-13T12:28:52Z

하루에 아이가 낮잠을 자는 횟수는 총 2번. 2~2:30분 남짓, 단잠을 자는 그 찰나의 시간 동안 나는 이세계를 여행한다. 참치 샌드위치와 그림책과 함께. #1.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바로 "그림책 읽기". 남편의 지인 찬스를 통해 데리고 온 책들이 계기가 되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재미 삼아 한두 권씩 읽어주기 시작했던 것이 벌써 전집 한 바

#38. 이유식을 애피타이저로 먹고 있습니다만. - : 백 환이 천 환이 되는 마법.

2025-05-01T02:40:05Z

- 아 좀! 이번에는 참기름이랑 맛간장도 둘렀다니까! - 안 먹어! 맛없단 말이야, 진짜 채소맛 밖에 안나! 아이의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아침은 평소보다 배는 바쁘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의 이유식은 우리 부부의 식전 애피타이저가 되어버렸다. #1. 냉동실에 얼려놓은 이유식 큐브를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일 수도 있지만 어디 엄

#37. 3월에 꾸는 꿈은 달디단 꿈이길. - : 내가 너의 참치가 되어줄게.

2025-03-28T08:52:29Z

3월은 3월인가 보다. 학부모 공개 수업 일정이 있어 남편은 부리나케 양복을 입었다. 바쁜 아침, 곧잘 해 먹는 것은 주먹밥. 그중에서도 묵은지 참치 주먹밥은 우리 집 단골손님 중 하나이다. 고슬고슬 잘 지어진 밥에 담백한 참치와 고소한 마요네즈를 섞고 잘 씻은 묵은지를 돌돌 말아 주먹밥을 만든다. 자칫 라이트 해질 수 있는 마요네즈를 참치가 묵직하게

#36. 야매 핫도그로 뉴욕 기분이라도 내볼래

2025-05-01T02:36:33Z

#1. 나의 최애 음식은 늘 그랬듯 김치찌개이지만, 해외로 눈을 돌린다면 핫도그나 타코, 샌드위치 등 빵 안에 무언가를 넣어먹는 음식들이 될 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쉽게 만들고 빠르게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의 원픽이 되었다. 그리고 나의 짠내 나던 자취 시절 속 유일한 숨구멍이 되었다는 점에서 고맙고 애달픈 음식들이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막 연구소

#35. 멸치 주먹밥 인생

2025-05-01T02:34:18Z

방학 끝, 다시 개학이다. 그 말은 방학 동안 함께했던 육아동지인 남편이 학교로 출근을 한다는 이야기이고, 다시 말하면 남편의 퇴근 시간까지 목이 빠져라 기다리며 홀로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소리이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에는 아직 어리다고 판단되어 가정보육 중인데, 3월 신학기를 맞아 등하원을 하는 아이들과 육아에서 해방돼 함박웃음인 부모님들을 보며

#34. 된장을 다 먹었다.

2025-03-01T14:48:38Z

#1. 된장을 다 먹었다. 감칠맛 나고 자극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담백한 콩의 맛이 채소들과 잘 어우러지던 된장으로, 산후조리를 도와주시던 선생님께서 직접 담그신 것이었다. 산후조리 선생님께서 우리 집에 오셨던 것이 70일 언저리였으니 벌써 4개월이 훌쩍 지났다. 선생님께서 가지고 오신 된장도 우리와 동고동락 하며 그 시간을 함께 보냈다. 된장찌개를 좋아하

#33. 스팸 김치찌개로 살 맛 나는 아침 만들기

2025-02-26T10:47:38Z

나의 김치 사랑은 유치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엄마가 만드신 열무김치를 도시락통에 들고 갔다가 옆자리 친구에게 다 뺏기곤 선생님께 씩씩거리며 상황을 이야기하던 것이 김치 사랑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이다. 국은 없어도 되지만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로 김치에 진심인지라, 김치로 만든 요리는 웬만해서는 다 잘 먹는 편이다. 그러나 그중의 근본을 가리자

#32. 냉이 된장찌개, 우리의 해피엔딩을 향하여

2025-04-14T06:13:46Z

#1. 오늘의 아침 메뉴는 냉이 된장찌개. 된장찌개의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부엌을 가득 메우고 평소보다 일찍 나타난 봄내음으로 집 안이 향긋하다. 남편은 이제까지 먹었던 된장찌개 중에 단연 1등이라며 "이야~!" "키야!" 감탄사를 연발한다. 머쓱한 마음에 코를 훔치다가도 나도 모르게 어깨가 올라간다. 다른 요리도 아니고, 된장찌개로 이렇게 칭찬받다니

#31. 너의 재수와 나의 재수가 합쳐지면 - 맛있는 카레 완성!

2025-02-26T10:46:34Z

#1. 설거지 시작도 전에 유리컵을 깨뜨렸다. 신혼여행으로 제주도에 가서 사 왔던 커플 유리컵이었다. 유리컵 주변에 귤 모양이 그려져 있어서 여기에 오렌지주스를 따라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아 남편이 구매한 것이었다. 남은 컵 하나라도 쓸까 하다가 부부잔처럼 짝을 이루는 물건은 하나가 깨지면 그 기운이 깨진다 하여 나머지도 버리라는 말이 떠올랐다. 손은 왜

#30. 어른의 맛, 누룽지 닭백숙

2025-02-26T10:46:14Z

#1. 잿빛 하늘이 계속 됐지만 그날의 공기는 이전과 사뭇 달랐다. 오랜만에 사적인 외출이라 설렜던 걸까, 만나는 사람들이 너희들이라 기분이 좋았던 걸까. 날짜와 시간을 정하고 접선 장소를 정하며 우리는 소풍을 앞둔 유치원생들처럼 들떠있었다. 수능을 마치고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어린 청년들. 중학교 졸업 후 해마다 봄이 되면 만나는 소모임 중 하나였다.

#29. 일요일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 : 닫힌 문에 집중하지 말 것.

2025-03-26T01:55:52Z

남편이 방학을 했다. 방학식을 맞이하고 남편의 컴백홈으로 숨 좀 돌리나 싶었는데 날짜가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보냈다. 아토피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1. 여름에 태어난 아이는 태열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았지만, 겨울을 넘기지 못했다. 울긋불긋한 두드러기가 올라오더니 며칠 사이로 발진을 동반한 동전만 한 습진들이 배와 등에 나타나기

#28. 뽀빠이의 힘이 필요한 새해 - : 새해에는 떡국 말고 시금칫국!

2025-01-10T13:56:15Z

어수선하고 뒤숭숭한 새해다. 나라 안팎으로 연일 입에 담지도 못할 기사들이 오르내리고, 때마침 동장군까지 기승을 부려 꾸무리한 세기말 날씨가 진행 중이다. 창문 틈 사이로 기습하는 찬바람 때문에 마음자리마저 소란해질까 봐 애꿎은 보일러 온도만 높이는 요즘이다. #1. '새해 첫날 해야 할 것들' 공식은 어디서부터 흘러들어온 걸까. 유별나고 싶진 않지

#27. 음식도 리사이클링이 되나요? - :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해-

2025-01-11T07:52:16Z

#1. 김치냉장고 정리를 하다가 작년에 엄마가 담가주신 동치미를 발견하였다. 두통을 주셨는데 먹기 좋게 조각으로 잘려있던 동치미는 다 먹고, 통무가 들어있는 통이 남아있던 것이다. 아깝게 또 버리겠네.. 이래서 음식 안 받겠다고 한 건데. 한숨이 절로 나온다. 결혼을 한 이후, 부모님은 때가 되면 이것저것 음식을 만들어 주시거나 제철과일을 박스째로 보내주신

#26. 미안함을 전해요, 크리스마스잖아요. - : 토마토미트볼파스타

2025-05-01T02:24:11Z

-오빠 그거 알아? 요새 다시 뷔페가 뜨고 있대. 출산 전에 갔었던 애슐리퀸즈 다시 가고 싶다. -응, 근데 갈 수 없어. 우린 이제 틀렸어. 한숨이 절로 나오는 밤. 아이의 밤잠을 담당하던 날이라 일찍 잠을 자야 했지만 이런저런 생각에 잠이 오질 않았다. 크리스마스 낭만은 고사하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것도 우리에게는 사치일까? #1. 그러니까

[번외01] 팔척귀신과 찐따부모 - : 왜요, 부모도 사람인 걸요.

2025-02-16T06:10:11Z

육아를 하는 것이 매번 힘들고 고된 것만은 아니다. 아이에게 밥을 먹이면서, 함께 놀아주면서, 목욕을 하면서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사건들이 발생한다. 아이를 재우고 육퇴를 한 그 순간에도 말이다. #1. 정신없이 바빴던 한 주가 지나가고 주말이 돌아왔다. 옛날 같았으면 11,12시에 어기적거리며 침대에서 나왔겠지만,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어림 반푼어

#25. 휘뚜루마뚜루 간계밥 인생 - : 맛있는 간계밥 인생을 위하여-

2024-12-21T08:35:32Z

#1. 간장계란밥(이하 간계밥)은 불을 쓰는 요리 중 가장 빠르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재료 손질 등 손이 많이 가지 않고 쉽게 만들 수 있어서 우리 집 아침 밥상 단골 메뉴 중 하나이다. 뜨끈한 밥에 노릇노릇한 반숙을 올리고 그 위에 참기름과 간장을 한 바퀴씩 돌려서 비벼 먹는 요리. 그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임에도

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