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 반지를 빼던 날 - 부끄러웠던 손가락

2025-05-10T10:19:59Z

남편도 나도 본가의 어려운 형편 덕에 결혼할 적에 각자의 집에서 1원짜리 하나 도움을 받지 못했다. 다행히 우리 둘 다 사법연수생 신분이 되자마자 신한은행(구 조흥은행)에서 마통을 개통해 줬기 때문에 오로지 은행 돈으로 결혼준비도 하고 조그만 신혼아파트도 하나 얻었다. 그러니 결혼 예물 같은 것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러나 남편에게는 꼭꼭 숨겨두었던

엄마의 일탈 - 바람바람춤바람

2025-05-02T02:25:38Z

그렇게 억척을 떨며 살던 엄마에게도 바람이 불었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쯤이었을까... 5학년쯤이었을까... 아님 좀 더 어렸을 때였나... 시기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엄마가 화려한 레이스무늬의 치마를 사기 시작했다. 더불어 신발장에 반짝거리는 빼딱 구두도 두어 켤레 자리를 잡았다. 나는 존재이유를 모르는 그저 처음 보는 샬랄라 레이스 치마와 구

큰딸 이야기 2 - 도벽을 이기는 힘

2025-04-19T03:14:46Z

한 번은 하교 길에 50원으로 핫도그를 사 먹었는데 떡볶이 아줌마가 450원을 거슬러주었다. 바글바글한 아이들 틈에서 아줌마는 누군가가 낸 500원에 대한 거스름돈을 착각하고 나에게 준 것이었다. 눈이 번쩍 뜨였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니... 그때부터 나는 하굣길 아이들이 바글바글한 틈을 타 떡볶이 아줌마에게 450원을 받아내는 사기를 치기 시

큰딸 이야기 - 여염집 K장녀 도벽에 물들다

2025-05-01T07:12:14Z

친정엄마 이름이 '김돌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는 어린 마음에 참 부끄러웠다. 이모들 이름은 안 그런데 왜 엄마 이름만 그렇게 희한한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엄마의 이름이 작명된 사연을 듣고 난 이후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고 가슴 졸이는 그 긴긴 시간들을 보냈을, 젊은 시절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안쓰럽기까지 했다. 다행히도 엄마는 어릴 적

고시촌을 떠나 사법연수원으로 - 정말 좋은데 정말 힘든 곳

2025-04-06T10:09:54Z

신림동 고시촌에는 '월수금 법칙'이란 것이 있었다. 아주 대단한 법규범적 규칙과는 전~혀 상관없는, 월요일에는 소고기, 수요일에는 돼지고기, 금요일에는 닭고기가 나오는 신림동 고시촌의 식단 규칙을 말한다. 아무래도 장시간 공부하는 수험생들이다 보니 양질의 단백질 공급을 위한 특단의 방식이었으리라. 신림동에 올라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월수금 중 어느 요

신림동 고시촌 - 얼어붙은 땅 미끌거리는 땅

2025-03-04T09:03:38Z

처음 법서를 펼쳐보았을 때 무척이나 놀랐다. 국문과 출신이라 나름 한자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생전 처음 보는 한자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기본서 옆에 옥편을 펼쳐 들고 한자를 한 자 한 자 찾아가며 읽어나가야 했다. 참칭상속인! 참칭? 소훼한 자! 소훼?? 이게 뭔 소리여??? 이번에는 국어사전을 펼쳐놓고 그 뜻을 찾아 뒤적였다. 어이쿠... 이렇게 해

국문학도카지노 쿠폰 고시생으로 - 겁도 없이

2025-03-01T10:41:53Z

대학교 3학년이 되니 과친구들은 신방과나 영문과 부전공을 했다. 여전히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성실회로 덕분에 나도 뭔가 부전공을 하고 싶기는 했는데 신방과나 영문과에는 관심이 가지 않았다. 예전에 대입원서 쓸 때 선생님이 법학과를 추천해 주셨던 것이 생각나면서 불현듯 법학을 부전공해 볼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사법고시 도전~! 따위의 원대한 꿈이 있

내 인생에 이제 공부는 없다고요 - 왜 이리도 공허할까.

2025-02-22T12:03:08Z

처절하고 치열하게 공부했던 고교시절을 마치고 나는 굳게 다짐했다. 다시는 그렇게 죽을 것처럼 힘들게 공부하지 않을 거야.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책 맘껏 읽고 글이나 쓰면서 살 거야. 그렇게 호기롭게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담임선생님이 법대를 써보는 건 어떠냐고 제의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내 인생에 이제 공부는 없다고요!!!!!!!!! 고등학교

제정신 돌아온 너와 나 - Welcome to hell

2025-02-22T04:06:02Z

살아보니 잘 맞는 게 거의 없었다. 금세 제정신이 돌아왔다. 한 달에 한 번은 싸우고 그 싸움 끝에 난 늘 눈물을 쏟았다. 생리통이 심해서 민감해진 그날의 아내에게 호르몬 핑계되지 마라, 호르몬 같은 것에 굴복되지 말고 의지로 이겨내면 되는 거라고 말인지 방귀인지 모를 소리를 해대던 남자였다. 눈을 부릅뜨고 지적질하는 그에게 나도 함께 눈을 부라리며

제정신이 아니었던 너와 나 - 왜 그랬니

2025-03-06T05:54:44Z

신림동 고시촌에서 보낸 긴 터널의 시간 동안 내 기도의 한 축은 늘 이것이었다. 하나님! 사법시험 합격해서 사법연수원 신우회에서 믿음의 형제를 만나게 해 주세요. 그 기도의 응답대로 연수원 신우회에서 전 남친, 현 남편을 만났다. 나의 레이다망에는 3명 정도의 후보 옵뽜들이 걸려들어왔다. 남편은 후보 3번이었다. 사법연수원에서는 1학기, 2학기,

부부란 유리 같은 것1 - 정말 몰랐어요~

2025-02-17T00:07:58Z

소싯적 즐겨 부르던 가요가 있었다. 바로 원준희의 "사랑이란 유리 같은 것"이라는 곡이다. 정말 몰랐어요. 사랑이란 유리 같은 것. 아름답게 빛나지만 깨어지기 쉽다는 걸.이제 깨어지는 사랑의 조각들을가슴깊이 파고드는 견딜 수 없는 아픔이에요.슬픔은 잊을 수가 있지만 상처는 지울 수가 없어요.오랜 시간이 흘러도 희미해질 뿐이에요.사랑하는

이혼전문판사, 이혼전문 변호사 부부 - 별거없네

2025-02-13T11:10:06Z

나는 2017년부터 시작하여 2025년 현재까지 이혼소송을 담당하고 있다. 남편은 변호사로 일한 지 21년 차가 되었으니 이혼사건을 다룬 지 햇수로 21년이 된 셈이다. 우리 부부는 현재 자타공인 이혼전문법조인인 셈이다. 그래선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법조인 부부, 그것도 이혼전문가 부부의 삶은 어떤지, 좀 더 구체적으로는 부부싸움을 하는지, 한다면 어

침묵케 한 것과 침묵을 깨뜨린 것

2025-01-30T11:35:38Z

작년 12월 3일 그 언저리 이후부터 글을 쓰지 못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쓰고 싶지 않았다. 직업적 한계의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내 입과 손을 꽉 부여잡고 있었다. 25년 전쯤의 고시생 시절에 헌법공부를 하며 책에서만 보아왔던, 헌법기관의 권한행사(그것이 적법한지 위법한지 논하지는 않겠다), 헌법기관들 간의 반목과 그 구제를

진 빠지는 날

2025-01-30T05:05:07Z

그런 날이 거의 없는데, 어쩌다 보니 한날에 형사판결과 이혼조정기일이 겹쳐진 날이 있었다. 음주무면허 집행유예기간 중 단순 무면허운전한 60대 중반의 남성. 고속도로를 60km 운전(지정차선위반으로 적발). 이 정도면 평상시에도 무시로 무면허운전을 하고 다녔음이 예상가능하다. 다행히 선고일에는 집유기간은 종료되었다. 다시 집유를 하려니 법을 무시하는

흔한 이혼소장의 흔한 레퍼토리

2025-01-30T05:04:42Z

가정법원카지노 쿠폰 일하기 시작하면서 민·형사사건을 처리할 때와는 다른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남들에게 절대 숨기고 싶었을 그들 부부의 속내를 낱낱이 살펴보아야 한다는 부담감, 그리하여 부부만이 아는 그 은밀하고도 내밀한 문제를 종국적으로 매듭지어주어야 한다는 무거운 긴장감이 그 이유였을 것이다. 그렇게 사건을 하나둘 처리해가다 보니 많은 사건카지노 쿠폰 빠지지 않고

이혼주례

2025-04-14T16:44:18Z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은 통상적으로 2년 주기로 사무분담이 바뀌어왔다. 법원생활 20년 동안 가정법원에 7년간 적을 두며 가사전문법관으로 일했고, 가정법원을 떠난 지금도 여전히 이혼소송을 담당하고 있다. 엄청난 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첫 이혼사건은 그보다 훨씬 이전인 2011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빽빽한 빛의 고장, 밀양카지노 쿠폰 판사 생활

울 엄마 이야기(2)

2025-01-30T05:00:26Z

외할머니는 아들 없는 청상과부로서의 온갖 설움들을 겪어내야 카지노 쿠폰. 딸 셋은 그런 그녀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액세서리 같은 존재에 불과카지노 쿠폰. 아니, 그녀를 더 처량하게 보이게 하는, 어울리지 않는 장신구일 뿐이었다. 그런 모든 상황을 온몸으로 체득했던 울 엄마 김돌이는 똑똑하고 공부를 잘했지만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을 포기하고 초등학교 졸업

울엄마이야기 (1)

2025-01-30T05:00:03Z

엄마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53년생 울 엄마는 딸 셋 중 장녀로 태어났다. 아니, 원래는 위로 언니 오빠들이 여럿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태어나자마자 원인을 알 수 없이 짧은 생을 마감했단다. 용하다는 무당을 불러 굿도 해보고 약도 지어먹어보고 별의별수를 다 써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가던 스님이 집 앞카지노 쿠폰 걸음을 멈추었다. 한참을 집 앞

아름다운 복수

2025-01-30T04:12:26Z

내가 고3이던 해에 그는 1학년 학생을 또 두들겨 팼고, 재수 없게도 그 친구가 맞다가 많이 다쳤다. 그 일로 그는 끝내 학교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그가 학교를 떠나던 날, 나 혼자 배웅을 카지노 쿠폰.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러고 싶었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웬 개똥폼인지... 떠나는 뒷모습에는 기괴할 만큼 포악스럽던 변태자의 모습은 없고, 그저

그가 쫒겨났다

2025-01-30T04:12:01Z

내 장문의 편지를 받은 그는 나를 교무실로 불렀다. 그리곤 나에게 사과를 하며 악수를 청카지노 쿠폰. 일단 악수를 하며 사과를 받아주었다. 그러나 내 마음은 그를 용서하지 못카지노 쿠폰. 사실 편지에 뭐라고 썼는지 지금으로선 도저히 기억나지 않아 참 안타깝다. 어떤 지점에서 마음이 움직여 그는 사과하게 되었을까. 알고 봤더니 그는 매해 연례행사처럼 한 명의 학생을 그

정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