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 - 카뮈의 <페스트>를 읽고

2025-04-25T02:28:57Z

카뮈의 <페스트>를 읽는 동안, 나는 자연스럽게 팬데믹 시절을 떠올렸다. 고립된 도시 오랑에서 사람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반응과 태도는, 우리가 COVID-19를 겪으며 직접 목격했던 인간 군상들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누군가는 타인을 위해 헌신했고, 누군가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희망만을 붙들었다. 또 어떤 이는 혼란 속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

완전 망한 생일파티

2025-04-22T19:00:33Z

부자 친구는 롯데리아, 조금 부자 친구는 자기 집, 평범한 친구는 학교 앞 분식집. 우리 초등학교엔 생일 파티에도 서열이 있었다. 오늘 연진이의 생일 파티는 그중에서도 더 특별하다. 부자 중에서도 부자인 연진이는, 우리 동네에 새로 생긴 뷔페에서 생일 파티를 한다. 친한 친구들 몇 명과 부모님을 초대한다는 초대장을 나도 받았다. 연진이가 좋아하는 헬로 키

[생각하는 책] 13 계단 - 다카노 가즈아키

2025-04-23T17:31:06Z

처음 <13 계단>을 집어 들었을 때, 나는 스릴 넘치는 추리 소설을 기대했다. 기억을 잃은 사형수, 거액의 현상금, 진실을 추적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 익숙하면서도 흥미로운 설정 같았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난 지금, 나는 한 인간의 생명, 그리고 사회 전체가 품고 있는 거대한 질문을 마주하게 되었다. <13 계단>이라는 제목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었

코피 나도록 맞아 볼래?

2025-04-14T13:41:17Z

화장실 거울 속에는 작은 여자 아이가 눈에 잔뜩 힘이 들어간 채 씩씩대고 있다. “임효진, 이리 와봐! 유치원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친구는 왜 때렸어! 아니 어떻게 했길래 애 코피가 날 정도로 때린 거야!” “걔가 먼저 놀렸어!” 7살 햇님반의 나는,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한 아이였다. 수줍음이 많았고 낯도 많이 가려서 옆

[생각하는 책] 데미안 - 헤르만 헤세 - 나를 깨우는 어둠의 얼굴

2025-04-13T10:40:10Z

오래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땐 그저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읽고 책장을 덮었을 땐 헤르만 헤세의 삶과 <데미안>의 이야기, 그리고 바로 전에 읽었던 <수레바퀴 아래서>가 머릿속에서 뒤엉켰다. 마치 하나의 흐름처럼. 이 책은 한 인간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기 위해 얼마나 고독하고 내밀한 길을 걸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

딸기맛 츄파춥스와 바꾼 자동차

2025-04-11T04:55:55Z

“으아앙, 엄마, 엄마.”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어떤 아저씨가 선우 자동차 훔쳐갔어. 으아앙.” 우리 집 마당은 알록달록한 주차장이다. 현관문 옆으로 자동차랑 자전거가 줄을 서있다. 선우가 좋아하는 빨간 자동차, 까만 자동차, 노란 붕붕카. 그 옆에는 내가 좋아하는 핑크색 세발자전거, 빨간색 씽씽카. “선우야, 자동차 타고 놀자. 누나가

아기 고양이 선우

2025-04-08T00:39:35Z

여름 하면 가장 먼저 산속 계곡이 떠오른다. 뺨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 푸른 나무의 향, 매앰 매앰 귀를 자극하는 매미 소리. 그리고 시원한 물소리. 우리 가족의 여름 주말은 항상 그곳이었다. 토요일은 아빠와 함께 놀러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날이었다. 차 트렁크에는 하루 종일 계곡에서 놀고먹을 수 있는 짐이 한가득이었다. 엄마는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은 비

[생각하는 책]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 그림을 태우고 완성된 삶

2025-04-16T13:45:05Z

<달과 6펜스>를 두 번째로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땐, 10년 전 독서모임에서 정해진 책이었고, 솔직히 그냥 ‘가족을 버린 무책임한 남자’라는 인상만 남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달랐다. 모든 장면이 다르게 다가왔고, 마지막 장을 덮은 순간,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와, 미쳤다.”라고 외쳤다. 그만큼 이번 독서는 내 마음을 강하게 뒤흔들었다. 책을 읽

놀이공원에서 누가 줄을 서요?

2025-04-06T22:37:21Z

“야, 어릴 때 누가 놀이공원에서 줄을 서냐? 난 한 번도 안 서 봤는데?” 난 어릴 때 놀이공원에서 줄을 서 본 적이 없다. 당연히 아이들은 줄을 서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 순진하고 철없는 말로 인한 파장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전혀 몰랐다.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스쳐 지나간다. 풍선을 든 아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언니와 오빠, 깔깔거리는 아이들

안방에서 들린 수상한 소리

2025-04-04T05:01:26Z

촤라락. 안방에서 수상한 소리가 난다. 사각거리는 연필 끝 소리만 가득한 집에, 유난히 튀는 듯한 소리가 내 귀를 건드린다. 나는 방에서 숙제를 하고 있었다. 엄마와 선우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궁금하지만 일단 숙제를 먼저 다 끝내야 한다. 그래야 이따가 선우랑 색종이 접기 놀이를 할 수 있으니까. 분홍색 지우개가 달린 연필을 손에 꼭

유리 컵을 깨는 것이 즐거운 아이

2025-03-31T09:04:48Z

길가에 핀 노란 개나리꽃이 살랑이는 따뜻하고 기분 좋은 날이었다.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엄마, 학교 다녀왔어요.” “들어오지 마! 잠깐 기다려!” 평소와 다른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여느 때와 같이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눈앞의 광경에 내 몸은 순간 얼어붙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집은 엉망진창이었고 나는 무서

그 시절, 문방구 뽑기를 기억하시나요?

2025-03-31T12:06:43Z

문방구 앞을 항상 지키는 알록달록한 기계는 늘 선우의 발걸음을 멈췄다. 뽑기 기계는 사람 친구가 하나도 없는 선우의 흥미를 일으키는 몇 안되는 것들 중 하나였다. “엄마, 우리 어렸을 때, 선우가 매일 문방구에 가서 뽑기 돌려 달라고 했던 거 기억나?” “당연하지. 뽑기에서 나온 로보트가 크기나 하냐? 콩알만한 그거 만드느라 눈 빠지는 줄 알았다. 얘

단 한 번만 나를 봐 주길

2025-04-01T06:33:23Z

흘깃, 흘깃. 사람들이 코를 막은 채 어린이날 노래를 흥얼거리는 여자 아이를 바라본다. 아이의 발걸음과 함께 노란색 구두가 춤을 춘다. 아이는 사람들의 시선도 모른 채 코를 막는 데만 열심이다. 코맹맹이 노랫소리는 덤이다. “5월은 어린이날, 선우의 세상~” "효진아, 왜 자꾸 선우의 세상이라고 해? 우리들 세상이잖아.” “엄마, 난 이제 1학년

돈주고도 못 사는 치킨 집 앞 그 자리

2025-03-23T04:51:31Z

토요일은 양념치킨을 먹는 날이다. 아차, 그게 아니라 할머니 댁에 가는 날이다. 가는 길에 양념치킨을 사는 것뿐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좋아하시니까. 그리고 선우와 자동차 구경을 하는 날이다. 나는 이 날을 좋아한다. 아직 페리카나 간판이 보이지도 않는데, 벌써 바삭한 닭고기 위에 스며든 매콤 달콤한 양념 냄새가 바람을 타고 온다. 킁킁 거리며 숨

[생각하는 책] 채식주의자 - 한강

2025-04-10T02:02:52Z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영혜가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폭력성을 두려워하며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갔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선택은 단순한 채식주의가 아니라, 인간이 본능을 어떻게 억제하며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실존적 고민이었다. 영혜의 육식 거부, 본능을 억제하려는 시도 영혜는 어느 날 꿈을 꾼 후 육식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본 꿈은 동물을 죽이

나는 갇혔고, 선우도 갇혔다

2025-03-17T10:26:42Z

나의 책 덕후 기질의 시작은 아주 오래전,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시점부터였을 거다. 어린아이는 뇌를 발달시켜야 한다며 엄마는 나를 책 속에 가두곤 했다. 정말 말 그대로 가뒀다. 선우가 태어난 뒤, 선우도 함께 갇혔다. 사락, 사락. 저 멀리서 익숙한 소리가 난다. 아, 이건 엄마가 책장을 넘기는 소리다.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고 자세히 보니

학교 선생님도 모르는 딸의 존재

2025-03-15T03:33:39Z

“아이고, 선우 어머니. 졸업식날인데 학교에는 어쩐 일이세요? 오늘도 어머니회 회의가 있습니까?” “안녕하세요, 교감선생님. 우리 딸이 오늘 졸업을 해서요” “딸이요? 어머니 딸이 있었어요? 우리 학교 학생이었습니까?” 엄마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리던 내 두 다리는 순간 들려오는 말에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멈춰. 못 들은 척 해.

[생각하는 책]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도스토옙스키 - 인간 내면의 다양한 얼굴과 나의 선택

2025-04-05T23:53:47Z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고 난 후 머릿속에 거대한 한 사람이 그려졌다. 이름은 카라마조프. 그리고 그의 몸 안이 3가지 다른 색상으로 나눠진 이미지였다. 붉은색의 미챠, 노란색의 이반, 그리고 하늘색의 알료샤. 인간은 하나의 모습으로 정의될 수 있는가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카라마조프라는 하나의 거대한 인간상이 형상화되고

K-장녀의 반란 ft. 분홍 파리채

2025-04-03T09:13:09Z

엄마가 외출하면 나는 무서운 선생님으로 변신한다. 분홍색 파리채와 함께. 선우는 색칠공부를 좋아한다. 알록달록, 여러 가지 색의 크레파스로 공룡을 색칠하고 있다. 빨강, 노랑, 파란색 구분도 못하면서. “선우, 여기 공룡 꼬리 빨간색으로 색칠해 봐.” 선우는 고개도 들지 않고, 손에 쥐고 있던 연두색 크레파스로 공룡 머리를 색칠한다. 하아, 안 되겠네

K-장녀의 반란 ft. 분홍 파리채

2025-03-14T07:25:05Z

이소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 - 카뮈의 <페스트>를 읽고

완전 망한 생일파티

[생각하는 책] 13 계단 - 다카노 가즈아키

코피 나도록 맞아 볼래?

[생각하는 책] 데미안 - 헤르만 헤세 - 나를 깨우는 어둠의 얼굴

딸기맛 츄파춥스와 바꾼 자동차

아기 고양이 선우

[생각하는 책]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 그림을 태우고 완성된 삶

놀이공원에서 누가 줄을 서요?

안방에서 들린 수상한 소리

유리 컵을 깨는 것이 즐거운 아이

그 시절, 문방구 뽑기를 기억하시나요?

단 한 번만 나를 봐 주길

돈주고도 못 사는 치킨 집 앞 그 자리

[생각하는 책] 채식주의자 - 한강

나는 갇혔고, 선우도 갇혔다

학교 선생님도 모르는 딸의 존재

[생각하는 책]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도스토옙스키 - 인간 내면의 다양한 얼굴과 나의 선택

K-장녀의 반란 ft. 분홍 파리채

K-장녀의 반란 ft. 분홍 파리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