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홀, 비어가든의 밤 - 오사카 도심 속에서 건배한 둘만의 시간

2025-04-28T08:46:47Z

오사카의 저녁은 언제나 분주하다. 회색빛 고층 빌딩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들과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 행렬, 그리고 그 모든 소음 위로 스며드는 봄밤의 서늘한 공기가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하루를 마친 도시인들은 분주히 퇴근길을 서두르거나, 저마다의 약속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거대한 흐름처럼 밀려가는 사람들 틈을 뚫고, 오늘 하루

건담 vs 태권브이 - 한국과 일본의 두 로봇 이야기

2025-04-27T14:38:25Z

사진은 현재 개최중인 오사카 엑스포에 전시되어 있는 실물크기 건담이다. 1970년대 등장한 건담은 이렇게 지금도 현역이다. 1970년대는 세계적으로 격변기였다. 오일쇼크로 경제가 흔들렸고, 냉전 체제 속에서 군사적 긴장감이 팽배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일본과 한국에서는 각각 상징적인 거대 로봇이 등장했다. 일본의 ‘기동전사 건담’과 한국의 ‘로보

고려교, 그 이름의 의미 - 오사카 주재원이 본 콘크리트와 역사 사이,

2025-04-27T13:13:41Z

오사카에서의 회사 생활은 익숙함과 반복의 연속이다. 오전 업무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끝낸 후 산책, 회사 근처 거래처로 걸어가는 길, 매일 반복하는 출퇴근길.. 도시의 리듬에 맞춰 살아간다는 건 때때로 나를 기계처럼 느끼게도 한다. 그러나 그 기계적인 일상 속에서도 문득 멈추게 되는 장면이 있다. 고라이바시(高麗橋), 혹은 한국어로 '고려교'라 불리는 이

오사카의 빛나는 대동맥, 미도스지 - 미도스지를 걸으며 느끼는 도시

2025-04-27T13:13:17Z

매일 오사카의 심장을 관통하는 빛나는 대동맥, 미도스지를 걷는다. 강한 햇살이 도시의 건물 외벽에 반사되어 거리는 은은한 광채를 띠고 있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규칙적이면서도 분주하다. 활기찬 에너지와 세련된 분위기가 공존하는 이곳은 단순한 도로를 넘어서, 오사카의 역사와 경제, 그리고 문화를 담고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특히 이른 아침, 출근 시간대의

제국주의의 상흔다큐 『地図と拳』 - 설계된 이상과 흔들리는 현실

2025-04-27T03:51:41Z

『地図と拳』(지도와 주먹)은 오가와 사토시(小川哲)가 발표한 대작 소설이다. 작가는 1986년생으로, 이공계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바탕으로 과학적 상상력과 역사적 통찰을 융합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는 데뷔작 『유령(ゲームの王国)』으로 SF계에서 주목받았으며, 2022년 발표한 『地図と拳』으로 제168회 나오키상과 제13회 야마다 후타로상을 동시

K-POP vs J-POP - 두 음악 세계의 갈림길과 교차점

2025-04-27T13:12:52Z

비록 회사원이지만, Beatpella House 좋아하고, Like Jennie 도입부의 'Cmon, it;s gon be fu(삐~)ing hard'라는 가사에서 케이팝의 새로운 미래를 보고, 일본 고등학생 싱어송라이터 TUKI가 만든 晩餐歌를 수십번 들었다. 요컨대..좀 친다. 그래서 평론가연하며 글이 좀 길어졌는데, 저작권 문제로 쓸만한 이미지는 못

라면 vs 라멘 - 닮았으나 너무 다른 양국 문화의 상징같은

2025-04-25T01:39:07Z

본 글은 기존의 매거진을 브런치북으로 통합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개정증보(?)하여 다시 발행하였습니다. 오사카 도심의 번잡한 거리 한켠, 작은 라멘 가게의 문을 밀고 들어서자 진한 국물 냄새가 후각을 두드렸다.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그릇 앞에 앉아 면을 후루룩 삼키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라면과 라멘, 참 닮은 듯 다르다. 면과 국물이 있다는

도시속 사유공간, 나카노시마공원 - 강과 장미, 그리고 생각의 여백이 흐른다

2025-04-27T13:11:39Z

따스한 봄 햇살 아래 오사카의 심장부를 흐르는 도지마 강과 토사보리 강 사이에 자리한 나카노시마 공원을 매일 지난다. 콘크리트 정글 속의 이 푸른 오아시스는, 잠시 숨을 고르고 사색에 잠기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이곳은 고요한 아름다움이 도시의 소음과 대조를 이루며, 걷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발걸음을 늦추게 만든다. 바쁜 일상 속에서 벗어나 사유의 시간

로마인 이야기 - 로마의 몰락을 넘어, 오늘의 우리를 묻는다

2025-04-24T05:15:19Z

이 책으로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1993년 신초문예상, 1999년 시바료타로상, 2002년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국가공로훈장, 2007년 문화공로상을 받는다. 15년 이상 로마 현지에 살면서 쓰면서 1년에 한권씩 발간했다고...대다나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나는 로마 제국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거대한 문명을 꽃피웠으며, 또 어떻게 천천히

ABC, 오사카를 말하다 - 도시의 귀, 시민의 기록 – 아사히 방송

2025-04-24T14:10:17Z

오사카의 거리에는 늘 소리가 가득하다. 도톤보리의 간판 불빛 아래서 터져 나오는 관광객들의 웃음, 상점 앞에서 메가폰을 쥔 상인의 외침, 좁은 골목을 분주히 오가는 자전거 바퀴 소리, 그리고 이 모든 소리를 일상처럼 받아들이는 도시 특유의 활기. 오사카는 소리의 도시다. 그 생생한 소리를 담고, 가공하고, 다시 퍼뜨리는 곳이 바로 아사히 방송(ABC)이다.

한우 vs 와규 - 씹다, 녹다, 이해하다

2025-04-27T13:10:24Z

고기는 단순한 영양 공급원을 넘어, 한 나라의 풍토와 역사, 그리고 고유한 정서를 담아낸 문화적 상징이다. 한국의 '한우'와 일본의 '와규'는 모두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소고기지만, 그 맛과 풍미, 그리고 그 안에 깃든 문화적 의미는 확연히 다르다. 우리는 이 두 종류의 고기를 맛보는 순간, 각기 다른 땅에서 자라난 시간의 흔적과 그 고기를 길러낸 사람들

오사카의 권위와 낭만 - 오사카시청, 중앙공회당 그리고 일본은행

2025-04-27T13:09:17Z

나의 통근길에는 세 개의 웅장한 건축물이 마주하며 도시의 다채로운 표정을 만들어낸다. 하나는 오사카 시 행정의 중심, 오사카 시청이며, 다른 하나는 붉은 벽돌의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오사카시 중앙공회당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무게감 있는 고전주의 양식으로 위엄을 드러내는 일본은행 오사카지점이 자리한다. 기능과 외형은 다르지만, 이 세 건물은 오사

전국시대 바다에서 만난 자유의 숨결 – 『村上海賊の娘』

2025-04-23T16:16:22Z

이 책을 연재 1회로 선정한 데 대해 특별한 의미는 없다. 책을 고르러 책장을 둘러보다 손길이 갔을뿐. 분명한 것은 역사적 사실과 대체역사가 혼합된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점이다. 이 소설을 시작으로 앞으로 나만의 독후감들을 묶어보겠다. (참고로 이 글의 저 프사, 내손내찍이다) 블랙핑크 제니의 말대로 Cmon, it's gon be f**** hard하겠지만

하루두번 만나는 우주고양이 - 흥미로운 도시의 지적 유희공간, 나카노시마 미술관

2025-04-27T13:08:27Z

흔히 오사카를 '웃음의 수도'라 칭하지만, 잠시 그 익살스러운 가면을 벗고 지적인 탐구를 즐기고 싶다면 나카노시마 미술관은 훌륭한 선택지가 된다. 매일 통근길 그곳을 지나니 운이 좋은 편이다. 나카노시마 미술관의 첫인상은 강렬하다. 마치 흑과 백의 논리적인 대비를 시각화한 듯한 외관은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준다. 이른바 '블랙 박스'와 '화이트 큐브

알립니다 - 브린이의 시행착오를 바로잡습니다

2025-04-21T22:49:30Z

안녕하십니까 kosaka 독자 여러분. 네, 브린이는 카지노 게임 어린이 즉 초보자의 줄임말 맞습니다. 당초 오사카 주재 회사원으로서, 통근길/주말의 일상과 제가 경험한 오사카와 일본의 문화를 구분해서 매거진 형태로 업로드했으나, 써볼수록 일상과 문화를 구분한다는 것이 모호한 데다 무의미하기까지 하고, 향후 서평, 여행 등 뚜렷이 구분되고 심화되는 방향으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 小考 - 내가 생각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

2025-04-27T13:07:44Z

일본 문화와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 대부분이 그렇듯 나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의 팬이었다. 과거형이다. 하루키의 팬들은 그의 작품이 아니라 잡문 등 에세이를 보면 그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하지만, 하루키라는 작가 개인에 대해서는 생각해보면 큰 관심이 없었고 지금도 그렇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의 작품에 대한 얘기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세계는 현

진격의 거인, 오사카에 스며들다 - 내친 김에 또다른 애니분석, 진격의거인

2025-04-27T13:06:42Z

애니팬으로서 주술회전과 에반게리온 남주 비교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하나 더 해본다. 25년 시점에서는 한물간 느낌이 있지만, 진격의 거인은 한국과 일본은 물론 전세계 애니메이션 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deep하게 가보겠다. 진격의 거인이라는 이야기가 남긴 흔적은 일본 전역에 그 울림을 남겼는데, 그중에서도 오사카는 "진격의

비극의 계승자들: 이타도리 유지와 이카리 신지 - 현대 애니메이션이 그리는 숙명과 결핍의 초상

2025-04-27T13:05:58Z

Previously on 여하튼, 오사카. 동네 마실 나갔다가 평소 즐겨 읽고 보던 주술회전의 전시회와 운명적으로 마주쳤으나, 180분 대기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뒤돌아서며 남주 분석이라는 주술로 그 안타까움을 씻어버리겠다고 다짐. 하는 김에 주술회전보다 유명한 에반게리온의 남주와 비교분석을 해보자는 세계최초(?)의 결심을 하기에 이름. 참고로 저 이타

주말, 이불 밖은 위험하지만.. - 동네 마실 중 왕건이를 만나다

2025-04-27T13:05:07Z

오늘날 지구상 샐러리맨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주중 내내 회사로 출근했으니 주말이라도 집에서 피로를 풀어야 한다는 주의자들과 주중 내내 회사에 갇혀 있었으니 주말이라도 밖으로 나가 피로를 풀어야 한다는 주의자들이 그것이다. 전문용어로 전자를 집돌이라고 부르는데, 필자는 주로 전자 가끔 후자다. 따뜻한, 아니 벌써 뜨뜻해진 햇살을 받으며 한 10분쯤 걷

우리동네 후쿠시마 - 그 후쿠시마 아님 주의

2025-04-27T13:04:25Z

그렇다. 내가 사는 동네는 오사카시 후쿠시마구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가 고장난 그 후쿠시마 아니다. TMI지만 일본에 후쿠시마라는 지명을 가진 곳이 20군데가 넘는다. 활기 넘치는 우메다와 세련된 나카노시마 사이에 자리 잡은 이곳은, 세련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 마치 오랜 친구의 집을 방문한 듯한 따스함이 느껴지는 후쿠시마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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