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구매자가 되지 못했던 순간 - 일상 속 작은 투쟁

2025-04-28T16:34:23Z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화장품 가게. 어느 주말, 나는 그 근처에서 볼일을 마친 후 그곳을 들렀다. 이 도시에서 가장 큰 규모답게 종류도 많았고 화장품 외에도 다양한 PB상품들이 가득했다. 나는 그저 로션 하나만 사면 되었다. 휠체어를 타고 빽빽한 인파를 헤치고 지나가는 일은 생각보다 숨이 찼다. '괜히 왔나', '그냥 인터넷 주문할걸' 하는 생각이 스

인생에서 동료가 중요한 이유 - 골때녀에서 배운 동료의 의미

2025-04-24T22:47:57Z

내가 매주 챙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어쩌다 결방이라도 하게 되면 서운해지는 그런 프로이다. 방송일 다음 날인 목요일에는 OTT로 꼭 챙겨 보며 밥을 먹는다. 그런데 결방으로 못 보면 그날은 왠지 밥이 맛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 식사시간을 채워주는 이 프로, 바로 SBS에서 하는 <골 때리는 그녀들>이다(이하 골때녀). 골때녀는 파일럿 때부터 지금까

단순한 해석이 만든 나 - 나의 해방 일지(2)

2025-04-27T17:16:32Z

누군가를 판단할 때, 사람들은 빠르게 의미를 부여하려 든다. 낯선 이를 몇 초 만에 평가하고, 그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입혀야 안심이 되는 심리. 심리학에서는 이를 ‘휴리스틱(heuristic)’이라 부른다. 정보가 부족할수록 우리는 익숙한 틀로 사람을 해석하려 하고, 그 틀에 맞지 않는 요소는 무시하거나 지워버린다. ‘장애인’이라는 단어는 그런 점에서 참으

모두를 위한 극장이 있다면 - 연극 <젤리피쉬>가 내게 남긴 말 없는 위로

2025-04-22T02:30:02Z

마련된 자리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오후, 난 연극 한 편을 보기 위해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2시간이 조금 넘는 희곡을 보기 위해, 왕복으로 약 6시간의 이동 시간을 할애해야 했지만, 그 시간과 수고가 전혀 아깝지 않은 작품이었다. 나는 아무리 재밌어도 두 번은 절대 보지 않는다. 그런데 오죽하면 연극이 끝나고 가장 처음으로 든 생각이 ‘또 보고 싶다’였을

파란색 스티커가 만든 나 - 나의 해방 일지(1)

2025-04-15T07:08:01Z

대학원 원내 식당에 처음 들어갔을 때였다. 두리번두리번, 낯선 공간에 들어설 때마다 내 고개는 바삐 움직인다. 처음 보는 공간,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 자리를 찾아내야만 한다. 메뉴를 고르기도 전에 내 시선은 언제나 조용히 숨을 수 있는 자리부터 찾고 있다. 그리고 나는 금세 익숙한 풍경을 발견한다. 출입문 가까이에 투박하게 마련된 넓은 식탁 위에는

안녕? 나의 30대야. 난 다른 곳에 있어. - 부치지 못한 편지(3)

2025-04-10T22:10:07Z

이곳은 참 평안한 곳이야. 여긴 고통도 슬픔도 없는 완전한 사랑과 빛으로 가득한 세계야. 지금은 그 모든 것이 너에게 상상조차 어려울 거라는 걸 알아. 그렇지만 네가 언젠가 이곳에 오게 될 날을 기대하며, 너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써. 너는 지금도 애쓰며 살아가고 있겠지. 하루하루를 진심으로 살아내고, 사랑하려고 노력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연락에 용기가 필요한 이들에게 - 연락, 그 너머에 있는

2025-04-08T03:05:51Z

“넌 연락 좀 하고 살아“ 내 주변 지인들이 나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나에게 용건없이 다른 이의 안녕을 묻는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릴없이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 받는 건 더 힘들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누군가에게 연락하는 일은 일년에 한 두 번 있을까 말까이다. 그래도 그보다 더 빈번하게 용기를 내보고 싶은 날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럴

안녕? 나의 30대야. 난 여기 있어. - 부치지 못한 편지(2)

2025-04-15T05:55:15Z

안녕, 나의 30대에게. 이렇게 과거의 너에게 편지를 쓰려니 가슴 한편이 뭉클해진다. 지금 나는 60대에 접어들었어. 시간은 늘 그렇듯 더디게 흐르는 듯하다가 어느새 여기까지 나를 데려왔지. 그런데 문득 돌아보니, 가장 빛났던 시절이 바로 너의 30대였다는 생각이 들어. 너는 참 많이 고민하고 노력했지. 매일 크고 작은 선택 앞에서 흔들리며, 그래도 가

내가 날씨 얘기를 좋아하는 이유 - 어서 빨리 우리들의 날씨가 좋아지길

2025-04-13T09:42:10Z

"오늘 날씨 너무 좋죠? 기분이 좋네요" "오늘은 좀 우중충 하네요. 달달한 거나 먹어야겠어요." 우리는 종종 사람들과 대화를 해야 할 때, 그날의 날씨로 포문을 열고는 한다. 상대와 어색한 사이라면 더 자주 등장하는 건 날씨 얘기다. 가만 보면 굳이 꺼내지 않아도 상대도 날씨가 좋다 느꼈을 것이다. 한편 우중충한 날이라면, 굳이 흐린 날을 언급하지 않는

나의 60대에게, 당신의 30대로부터 - 부치지 못할 편지 (1)

2025-03-30T08:23:39Z

안녕하세요. 이렇게 당신께 글을 적으려니 어색하기 짝이 없네요. 혹 이 글을 다시 읽게 된다면 조금의 위안이라도 되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 편지를 쓰는 저는 당신의 청춘이에요. 그리고 이 시점부터 당신이 살아 있을 그 순간까지 당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죠. 당신의 지금 모습은 어떤가요? 어떤 삶을 더 살아내셨나요? 무척이나 궁금하네

나는 13년 간 OO에 갇혀 지냈다 -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2025-03-25T14:31:56Z

나는 13년 간 OO에 갇혀 지냈다. 여러분은 위의 빈칸에 어떤 장소가 떠오르나요? 13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라 할 수 있겠죠. 그 긴 시간 동안 도대체 어디에 갇혀 지냈던 걸까요? 그래도 돌이켜 보면 아주 절망적인 시간들만 있던 것은 아니었어요.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말, 맞는 것 같아요. 나름의 온기와 설렘, 그리고 가끔이지만 약간의 흥미

내가 아늑함을 느꼈던 곳 - 학기라는 고속도로 위 동아리방이라는 휴게소

2025-03-22T13:43:30Z

내가 매일 살다시피 한 그곳은 늘 정리가 안된 아늑함이 있었다. 여기저기 나뒹구는 유인물, 라꾸라꾸 침대 위 널브러진 베개와 이불, 반쯤 비워진 채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참이슬. 뭔가 어수선하지만 익숙한 정돈됨이 있는 내 대학시절의 동아리방 모습이다. 간혹 깔끔히 정리가 되어 있는 상태이면 괜히 어젯밤 이곳을 아무도 들리지 않은 듯 보여 서운한 기분이

끝이 가져다주는 것들 - 끝자락에서 찾은 마음의 조각

2025-03-19T03:30:41Z

이 글은 지난 2024년 12월 경에 작성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올려야 할 거 같아 올려 보아요:) 감안하고 읽어 주세요! 모든 이가 추위 앞에서 앓는 소리를 내던 2023년의 끝자락, 내 인생에서 가장 아픈 겨울을 지냈다. 몸도 마음도. 평소와 다르던 컨디션이 며칠이면 나아질 듯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가래가 계속 끓고 기침이 멈추질 않았다. ‘아

짝사랑 속에 담긴 아름다움 - 너를 사랑한 건 참 다행이야

2025-03-20T15:04:44Z

피부를 스치는 바람이 날카롭던 계절, 나는 달렸다. 그녀를 위해서. 몸이 너무 안 좋아 아무것도 못 먹었다는 그녀를 위해서. 유독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겨울에 집 밖을 나서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그날은 내 불호 따위 상관없었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이지만 나는 아직 그날이 생생하다. 아아... 나의 20대, 푸릇한 청춘의 짝사랑 이야기다.

누군가를 위해 울어본 적 있나요? -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

2025-03-12T15:19:47Z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내 곁에는 이 문장을 활자만이 아닌, 움직이는 장면으로 보여주는 한 사람이 있다. 나는 크리스천으로서 이 성경 구절을 볼 때면, 마음의 부담감을 떨쳐 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저 나에게 이 구절은 열리지 않는 문과 같다. 그런데 그녀는 내가 기뻐하는 일에 진심으로 기뻐해 준다. 그리고 내가 슬퍼

시장의 식혜가 맛있는 이유 - 할머니, 이거 할머니가 만드신 거예요?

2025-03-15T15:07:47Z

며칠 전, 오랜만에 시장 거리에서 밥을 먹었다. 볼 일이 있어 나갔다가 작은 시장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하여 뜨끈한 칼국수가 당겼다. 전에 한 번 들렀던 가게에 가서 얼른 주문했다. 들깨가 잔뜩 들어간 고소한 칼국수였다. 한 그릇 시켜놓고는 파랗고 동그란 테이블에 앉아 호호 불어가며 든든히 배를 채웠다. 기분 좋은 느낌을 가지고 이제 막

무엇을 먹을지는 중요하지 않아 - 나의 회색 취향

2025-03-09T12:38:10Z

난 메뉴 선정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사람이었다. 특히나 타인과 함께 먹는 식사는 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먹자니 상대가 좋아하는 것도 있을 듯해서 늘 상대의 취향을 더 살핀다. 또 어떤 날은 분명 내가 좋아하는 메뉴를 보고도 왠지 그 메뉴를 고르는 것이 죄스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예컨대 아무리 좋아하는 순두부찌개가 메뉴판에 있어도 이곳은 된장찌개 전

난 요리를 손으로 하지 않는다 - 나의 특별한 요리 비법

2025-03-14T00:56:03Z

나는 면을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취향 중 하나다. 뜨거운 국물에 적셔진 면도 좋고, 찬 양념에 버무린 면도 좋다. 무엇보다 면의 매력은 그 변화무쌍함에 있다. 국물이 있으면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국물이 없으면 입안 가득 쫄깃한 식감을 채워준다.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 음식, 바로 면이다. 내가 면을 좋아하게 된

나는 금이 간 그릇이다 - 상처 위에서 새어 나온 금빛

2025-03-03T09:14:29Z

나는 금이 간 그릇이다. 이 금을 어떻게든 메우려 해 봤지만 잘 되지 않는다. 때로는 깨진 이 그릇을 어찌할 줄 몰라 부둥켜안고 주저앉아 버린다. 이런 슬픔이 지겨워 나보다 수려한 다른 그릇에 정신이 팔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곧 난 그런 그릇이 될 수 없음에 좌절한다. 그리고 그 좌절로 또 다른 슬픔이 찾아오는 날을 반복한다. 그렇게 깨어진 금 위에서

폐를 끼칠 용기 - 사랑의 빚을 짊어지는 교회

2025-03-09T10:27:59Z

낯선 사람. 나와 모습이 다른 사람.. 무언가 내 헌신이 필요할 것 같은 사람과 함께하는, 교회 안 공동체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교회 청년부 생활의 꽃 중에 꽃은 단언컨대 수련회이다. 그 현장에서 많은 이들이 회심하는 역사를 맛본다. 또는 잃어버린 신앙의 열정을 되살리기도 한다. 종종 수련회에 부정적 평가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수련회는 신앙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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