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효(孝) - 엄마의 얼굴에서 엄마의 고생이 보이기 시작했다.

2025-05-07T11:43:57Z

"딸아, 할머니 생신 선물 준비했니?" 어머님 생신이 곧 다가온다. 이번 주말, 온 가족이 춘천 시부모님 댁에 모이기로 했다. 시댁에선 이렇게 매년 부모님 생신 때마다 전 주말에 삼 남매 가족이 모두 모여 축하 자리를 마련한다. 며느리들이 정성껏 차린 음식을 대접하고, 케이크에 초를 켜며 노래를 부르고 두 부모님과 손자 손녀들은 다정하게 기념사진을 남

세 자매와 정 - 자매 사이 그 관계에 대하여

2025-05-07T09:07:59Z

벚꽃이 완연한 봄날이다. 정과 나는 저기 호수 앞에 놀고 있는 두 아들의 친구 엄마 사이다. 우리는 각자 볼일이 있어 두 아들을 데리고 나란히 도서관에 왔다. 사실 두 엄마는 그저 딸려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볼일이란 게 아들들의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같은 태권도장에 다니는 두 아들로 인해 서로를 알게 됐다. 오늘도 두 아들이 함께 태권도 수업을

도서관 가는 길 - 내 삶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

2025-04-23T08:50:02Z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 가는 길에 전화가 왔다. 속도를 늦추고 한 손으로 중심을 잡으며 다른 손으론 가방 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요미요미'라고 뜬다. '요미요미'는 내가 20대 때 일하다가 만난 동생인데, 나보다 좀 작고 발 빠른 모습이 내 눈에 꽤 귀여워서 나는 그녀를 ‘빨빨이’라고 부르곤 했다. 왠지 핸드폰에는 그보다 더 귀여운 애칭을 붙여 주고

괴테 할머니의 인생수업 - 자신의 선(善)을 믿고 그것을 따르는 삶

2025-04-23T13:18:57Z

내게 네 번째 할머니가 생겼다. 첫 번째 할머니는 나를 손수 키워주신 외할머니고 두 번째 할머니는 내게 필명을 남긴 정세경 작가의 소설 『시선으로부터, 』의 심시선 님, 세 번째 할머니는 세련되고 당당함이 멋진 밀라논나 장명숙 님, 그리고 네 번째 할머니가 바로 괴테 할머니 전영애 님이다. 이번 달 우리 '월요일의 작가들'동아리에서 선정한 책 『괴테할

엄마는 누가 더 좋아? - feat. 웃소 <동생들의 노래>

2025-04-22T14:23:49Z

첫째가 "하하하하하하 " 박장대소하며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옆에 둘째도 얼굴에 웃음 한가득 띄어있긴 마찬가지다. 지금 아이들이 보고 있는 건 유튜브 채널 '웃소'다. 혹시 '웃소'의 <동생들의 노래> 영상을 본 적이 있는가? 밥 차리다 말고 티브이 앞에 서서 나도 아이들 따라 웃었다. 영상은 제목 그대로 동생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데, 왠지 모

와일드 로봇! - 꼭 리더가 되야만 했을까

2025-04-10T07:20:34Z

영화 <와일드 로봇>을 봤다. 딸의 강력한 추천으로 보게 됐는데 알고 보니 애니상에서 무려 9개 부문이나 트로피를 휩쓸고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여러 대단한 성과를 이뤄낸 영화였다. 나는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 딱 한 부분에서 아주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AI 로봇으로 이름은 로즈다. 그의 성격을 mbti로 분석한다면 아마도 분명히

일상의 불꽃 (feat. 『작별하지 않는다』) - 지극히 사랑에 관한 소설이기를

2025-04-06T05:50:43Z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그런 날이 있다. 오늘이 딱 그렇다. 이른 아침 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람 소리에 겨우 몸을 일으켜 잠에서 깨고 잠옷 바람으로 아이들 아침을 챙기고 등교까지 시켰다. 내 앞에서 연신 야옹거리며 꼬리 치는 보리에게 사료를 주고 나면 이제 급한 불은 다 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것 말고도 내가 해야 할 일들은 아직도 많이 쌓여 있다. 환기

생의 외침( feat.『모순』) - 전업맘이나 워킹맘이나 '내 인생'을 대하는 태도

2025-04-01T08:57:46Z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양귀자, 『모순』 9쪽 '생의 외침'을 듣는 순간 삶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질 것이다. 내게도 그런 '생의 외침'이 있었다. 2020년 3월 초, 길고 길었던 두 아이의 겨울방학을 끝내고 드디어 개학하는 바로 그날, 난 코로나19 양

교복 입은 딸 - 사춘기, 빛나는 자화상

2025-04-09T03:01:54Z

딸이 중학교에 가서 교복을 받아왔다. 딸은 집에 오자마자 하얀 셔츠에 체크 넥타이를 매고 주름진 스커트에 브이넥 니트 조끼를 입었다. 외투도 걸쳐 본다. 여기 중학교 외투는 좀 투박하고 편안한 느낌의 야구점퍼인데 조그마한 딸이 입으니 절로 박시핏이 되어 내가 보기엔 딸이 너무나 귀엽다. "엄마 나한테 너무 크지? 나 어깨 짱 됐지?" "딸아, 그 점퍼는 원

우린 누구나 '맡겨진 소녀'다 -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를 읽고,

2025-03-20T06:24:11Z

《맡겨진 소녀》 이 소설은 작년 여름에 처음으로 읽었다.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고 난 후였다. 이제껏 에세이를 즐겨 읽었고 에세이만 주로 써오던 난, 클레어 키건의 소설 《맡겨진 소녀》 마저 읽고 '나도 언젠가 소설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소설을 쓴다면 클레어 키건, 그녀처럼 써 보고 싶다고 전에 미에게도 말한 적

주부의 휴일

2025-03-20T12:30:10Z

오늘은 월요일이다. 모두가 떠난 월요일 아침이다. 둘째마저 등원시키고 카페에 가는 길. 도로에 차가 많다. 다들 아주 바쁜 월요일 아침인 거다. 나만 빼고. 물론 나도 바쁘려면 얼마든지 바쁘다. 집안에는 고양이 보리 케어부터 시작해 내가 할 일이 잔뜩 쌓여있다. 그러나 나는 집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카페로 나간다. 주말에 나는 왠지 더 피곤하다. 그런 내게

네가 잠 못 든 이유

2025-03-12T08:51:58Z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가 바쁘고 시끄럽다. 나는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검은색 비닐봉지 하나를 발견한다. 그건 지난밤에 내가 아들 머리맡에 놓아둔 거였다. 난 아들이 뒤척이는 소리에 잠에서 깼고, 아들이 이불을 걷어 올라차고 침을 한번 꼴깍 삼키는 것을 봤다. 마치 뭔가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누르는 것처럼. 난 그 상황을 알 것 같았다. 낯설지가 않다. 며칠 전

브런치 작가 합격! 그 후 - 두 달만의 성과

2025-02-27T23:19:01Z

"요즘 브런치 잘하고 있어요?" 미에게 연락이 왔다. 브런치 작가 합격 소식을 전한 후 거의 두 달만이다. 그 사이에 나는 새해를 맞이하여 1월 1일 정시 내 브론치 스토리에 첫 글을 발행했다. 브런치 글로 새해를 연 것이다. 이건 내게 큰 포부가 아닐 수 없다. 올해 내가 브런치에 글을 좀 올리겠다는 계획이자 소망이었다. 욕심 내지 않고 내 속도에

아침에 우리는 - 저마다 전쟁을 치른다.

2025-02-21T02:55:38Z

밖에서 아우성치는 소리가 시끄러워 잠을 깬다. '무슨 소리지?' 아침이다. 나와 신랑의 핸드폰 알람소리다. 먼저 문을 열고 나가는 신랑의 인기척이 느껴진다. 난 아주 잠깐만 더 누워있기로 한다. 몸을 돌려 우리 고양이처럼 등을 쭉 펴고 엉덩이를 추켜올려본다. 겨드랑이가 아주 시원하다. 우리 고양이처럼 등을 동그랗게 말아 힘껏 올린다. 누가 내 배에 줄에

꼬마 시인

2025-02-13T13:24:03Z

가족 모두가 함께한 식사자리에서 난 중대 발표를 한다. "여러분~ 우리 집에 시인이 났습니다. 축복해 주세요!" 말을 꺼내자마자 우리 집 꼬마가 수줍은 미소를 띠우며 자리를 쓱 피한다. 누가 봐도 자기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걸 안다는 듯이. 난 꼬마와 일순에 눈을 마주치곤 이야기를 마저 해 나간다. "오늘 안방에서 이부자리를 정리하는데 건우가 자꾸

어쩌다 전업주부

2025-02-13T05:22:27Z

나는 벌써 12년 차 전업주부다. 그 오랜 연차가 무색할 만큼 주부로서는 다소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다. 나는 '내가 육아를 위해 전업주부를 자처했지, 집안일을 하려고 일을 관둔 게 아니다.'라고 여러 번 말하고 다녔다. 집안일에는 영 관심도 없고 재주도 없는 내가 스스로 전업주부라는 타이틀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다. 그게 사실이기도 하다. 내가 아이를 잘 키

딸의 첫사랑

2025-02-26T12:10:29Z

딸이 학교 가기 전, 아침 8시 10분, 딸과 나 둘이서 아침식사를 한다. "딸아, 오늘 날씨가 추워. 어제 저녁이랑 같은 거 먹어도 될까? "응, 좋아요!" "계란 프라이는 터? 안터?" "안터!" '역시 우리 딸은 안 터지는 완숙을 좋아한다니까'하는 생각을 하며 나는 보라색 쟁반을 꺼내 놓는다. 오목한 국그릇에 밥 한 술을 떠 담고 방금 데워 따뜻한 배

사랑해 마지않는 유년시절

2025-02-13T05:23:12Z

앗, 차가워! 맞다. 오늘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며칠 전 공고문을 봤던 기억이 난다. 아파트 배관 공사 작업 때문에 온수가 중단된다는 내용이었다. 그걸 깜박 잊고, 늘 하던 대로 세면기 수전을 온수 방향으로 돌려 물을 틀었다. 순간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에 화들짝 놀란다. '이봐요, 따뜻한 물은 뭐, 아무 때나 나오는 줄 알아요?' 누군가 내게

결혼의 최소 조건( feat.『모순』) - 안진진, 너에게 보내는 편지

2025-02-26T13:50:43Z

“나는 몹시 궁금했다. 그가 나영규이든 김장우이든 아니면 전혀 다른 사람이든 간에, 이 사람과 결혼하고야 말겠어,라는 결심은 언제 어떻게 생기는 걸까. 지금 결혼하여 살고 있는 다른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일까.” -양귀자, 『모순』 165쪽 너, 안진진에게 안녕? 내 이름은 김선혜.

육퇴한 밤의 끝을 잡고

2025-02-13T05:20:00Z

나는 막 샤워를 하고 나왔다. 시끄러운 환풍기 소리를 뒤로 한채 내가 방금 빠져나온 화장실은 뜨거운 열기와 뿌연 수증기로 가득하다. 나는 몸과 마음이 한없이 개운해져 이대로라면 일순에 어디론가 훨훨 날아갈 수 도 있을 것만 같다. 앞에 딸의 방문이 열려있다. 올해 12살 딸은 지난달부터 자기 방에서 자기 시작했는데 고양이 때문인지, 뭐 때문인지 매일 밤

시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