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라는 생명체

2025-04-21T01:13:09Z

이 생물체에 내가 잠시 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나는 몸과 어떤 관계인지, 몸이 나인지 나는 따로이고 몸은 몸인 건지. 나는 몸에게 어떤 빚을 지고 있는 건지. 몸을 이고 지고 끌고 한평생을 가야 카지노 쿠폰 것, 이게 도대체 뭔지. 그러면 나의 본질은 무엇인지. 몸이라는 생물체를 생각하면 나는 모호해지고 나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지고

우리의 유니버스

2025-04-13T03:08:36Z

A는 오랜 인연이다. 오랜 인연을 묵혀두고 잊히길 바라는 마음카지노 쿠폰 만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으나, A는 그렇지 않다. A와 통화를 하고 밥을 먹는 일은 언제나 유쾌해서, A를 안지가 2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그 중간 한 번도 A가 싫었던 적이 없었다. A는 나에게는 그 자체로 어떤 '캐릭터'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가지고 있는 A를 질투해 본 적

한 줌의 모래에게 바치는 헌사 - '헌사'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2025-04-13T11:01:55Z

세계사적인 측면에서 서구의 여성이 세상에 '돈을 벌러' 다시 나온 것은 1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 때문이었다. 그전에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다만 어떤 관념에 의해 대체로의 노동과 전쟁은 남성만이 수행했다는 내용을 심심찮게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산다. 그 자체도 하나의 이데올로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국가라는 것은 수많은 인간을 통

죽음보다 사랑이었을. - 극단의 시대와 사랑, 윤심덕.

2025-04-04T02:43:53Z

절절한 사랑의 경험을 떠올리고 싶을 때 나는 윤심덕을 빼놓지 않고 이야기한다. 윤심덕이 살아온 그 시대의 고통이, 그녀를 경주마처럼 좁은 시야에서 달리도록 했을까. 1900년대 초반 아메리카와 유럽은 자본주의 체제의 신화에 길들여져 돈의 맛 그 자체에 모든 신경이 곤두서 있을 때였다. 식민지 경영은 최고조로 달하게 되고, 자본주의의 달콤함에 뇌가 절여지다

맛있을 때 먹어야 해.

2025-03-31T14:22:13Z

엄마가 담아준 파김치 한 통. 파김치만 먹고사는 것도 아닌데, 큰 통에 한 통을 담아주시며 아직은 좀 덜 익어 매울지도 모르니 익혀서 먹어,라고. 파김치 먹으려고 대패삼겹살을 굽는다. 너무 많이 꺼내는 거 아니야? 김치만 먹는 것 같잖아. 아니야. 맛있을 때 많이 먹어야 해. 좋을 때다! 지나가는 이십 대 커플을 보며 남편이 웃는다. 우리는? 이렇게 말

갈팡질팡

2025-03-29T14:04:20Z

쓰고 보니 귀여운 단어네. 갈팡질팡. 그렇지만 현실은 귀여움과는 거리가 먼 데. 귀엽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나로서는. 갈팡질팡이 본성인 건가. 알고 있는 것을 어떤 것과 연결시키려는 것은 좋지만. 어떻게 연결시켜 무엇을 써야 할지에 대해 길을 잡아 걷는다 생각했음에도 걷고 있는 길이 사라지는 느낌이 드는 이 깜깜한 한밤의 위태로움은 봄밤과 어울리지 않

가장 높은 영혼의 여사제(女司祭) - 니나 시몬의 삶과 음악.

2025-03-27T11:44:31Z

중고 LP를 파는 레코드점에서 한참을 뒤져본다. 이런저런 음악들이 가득 담긴 그 재킷을 보면 나 역시 음악은 거의 '음원'을 스트리밍 하는 형태로 듣고 있는 내게 LP는 이미 하나의 오브제가 되었다. 공기 중에 떠도는 음악을 '물성'으로 소유하는 것은 나의 끝없는 욕망 중 하나이다. 작년 여름, 도쿄 여행 중에 시부야에 있는 타워레코드에서 '니나 시몬(Ni

냉이

2025-03-25T07:46:22Z

손질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 시장에서 들었다 놨다를 하다가 작지 않은 비닐 한 봉지에 이삼천 원 하는 저렴한 가격에 사들고 온 봄나물 냉이를 손질하며 생각한다. 손질하면서부터는 이 나물을 왜 샀나 싶은 후회를 뱉어내고 아직은 찬 수돗물에 손끝이 빨개지면서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투정을 싱크대 밖으로 튕겨낸다. 봄의 전령은 나물이다. 나물이라기보다 발길에 채

나에게는 새로운 이름, 박세은 - 파리 국립 오페라단 에투알 박세은이 등장하기까지.

2025-04-22T03:14:16Z

차이콥스키의 음악으로 '안나 카레니나'를 연기카지노 쿠폰 국립발레단의 공연을 본 적이 있었다. 벌써 5년도 전인것 같다. 그때 나는 대사와 노래 없이 몸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에 대한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아, 내가 춤을 너무 우습게 봤구나.’ 라는 충격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카지노 쿠폰 감상이다. 몸으로 표현카지노 쿠폰 작업의 아름다움을 진하게 깨달았다. 표현의

먼지처럼

2025-03-20T01:47:19Z

누구도 발길을 닿을 수 없었던 곳에 먼저 가서 누워있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은 곳이 나의 자리인 양. 빼곡하게 자리를 메우고 겹겹이 두껍게 쌓아 올려 두께로 시간을 가늠하고 부피로 세월을 측정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어떤 '물체'라고 불러야 하나. 손이 닿으면 사라지고 시선을 거두면 사라지는 먼지처럼 살아야 돼. 서재의 책들을 뽑아내어 정리하며 꽂

열심히 살지 말자.

2025-03-16T08:15:10Z

진부한 표현. 열심히 살지 말자. 열심히 살자 만큼이나 진부한 표현이다. 열심히 살지 않기를 노력하는 것이, 열심히 사는 일이다. 노력하는 것은 열심히 하는 것 아닌가. 갑자기 머리를 강타하는 생각. 열심히 살자와 열심히 살지 말자는 같은 말이다. 운전면허를 딴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을 때. 직사각 테두리 안에 주차해 보려고 앞으로 뺐다 뒤로 넣었다 반복하

글보다 삶이 더 진한 그녀. - 시몬 베유의 짧고 깊은 삶이 지금도 울림을 주는 이유

2025-03-13T08:10:11Z

"너무 짧게 살다 갔는걸요. 안타까운 이 죽음이 이 책을 넘어서요.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글로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죠. 글로 삶을 보여주는 사례는 너무도 많아요. 그래서 글이 좋은 경우에, 삶이 어떻든 일단 그 글이 나왔다는 것에 조금은 마음이 흔들리잖아요. 물론 글대로 살지 못한 사람은 많겠지만요. 글대로 산다는 건 다른 영역이잖아요. 그게 되는

일상이 감정카지노 쿠폰 채워지지 않아서.

2025-03-24T10:09:24Z

일상은 감정카지노 쿠폰 채울 수 없지요. 그래서 저는 당신의 입김카지노 쿠폰 채웁니다. 감정을 채울 수 없는 일상은 부서지는 과자 같아서 이제는 과자를 먹지 않기로 했어요. 긴장된 농담을 아시나요. 아직 익숙하지 않다는 뜻이지요. 저는 농담과 감정을 구별할 수 없어요. 계획과 루틴카지노 쿠폰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식사하셨어요? 수고하셨어요.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요?

잔 다르크를 기억카지노 쿠폰 방법 - 역사 속에서 용기를 배운다면 잔 다르크.

2025-03-06T05:41:11Z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잔 다르크(Jeanne d'Arc, 1412~1431 추정.). 어릴 적 위인전에서 들어본 그녀의 이름을 관심 갖고 책을 찾다 보면 이게 소설인지 사실인지 싶을 정도로 애매한 지점에 무용담 읽듯 무심히 읽었던 시간이 떠오른다. 잔 다르크라는 이름은 프랑스와 영국의 이른바 '백년전쟁(1337-1453)'이라고 불리는 백 년을 넘

3월의 폭설 - 3월4일.

2025-03-16T03:57:27Z

그때도 폭설이었지. 지나간 시간이었어도 그 폭설을 나는 오롯이 기억한단 말이야. 3월4일에 폭설이 쉬운 날씨는 아니니까 말이야. 그 폭설에 취해 주량도 모르는 술을 목에 들이 부은, 생의 첫날이었던거야. 다들 신이 났지. 생일파티는 핑계였고. 개강날부터 생일인 동기가 있으니 얼마나 신났겠어. 그러니 3월4일이 누군가에게는 아직 시퍼렇게 추운 영글지 않은 이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도전, 지휘. - 마에스트라의 등장과 새로운 길의 개척에 대해.

2025-03-01T23:46:41Z

General(장군), President(대통령/수장), 그리고 Maestro(지휘자). 누군가의 앞에서 모두를 진두 지휘하며 자신의 색깔을 사람들에게 입힐 수 있는 권력과 힘을 가진 존재. 어떤 이들은 남성들의 직업적 혹은 사회적 성취의 로망이라고도 부르기도 하는, 명칭부터 압도적인 지위이다. 이 자리에 남성들이 성취의 로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표현에서

아폴론의 월계관은 어떤 의미일까. - 아폴론과 다프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다.

2025-02-20T23:19:33Z

그리스 신화의 내용은 방대하기도 하고, 다 읽지 못한 부분도 많이 있다. 어릴 때는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읽기를 강권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때도 많았다. 그 생각은 오래됐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이며 문학, 사상에 대한 단행본들을 하나씩 읽어갈 때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내용들을 막다른 골목에서 만났다. 피할 수 있을 정도로 피해

매혹적인 존재, 유디트를 기다려. - 젠틸레스키의 유디트가 기존의 유디트와 다른 이유.

2025-02-19T03:15:40Z

서양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져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모든 역사와 문화가 비슷한 패턴을 가질 것이지만 음악은 음악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그림은 그림으로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 고대 그리스 로마의 신화 속 이야기를 음악으로 재현하기도 하고, 그 내용을 그림으로 그리기도 한다. 언젠가의 역사적 사건이 회화에 등장하기도 하고 음악으로 재현되기도 하는 부

영화:콘클라베, 삶의 태도에 대해. - 영화 콘클라베를 보고 난 후의 감상.

2025-02-09T15:39:37Z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교황이 죽고 난 후,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가톨릭 세계의 오래된 전통 “콘클라베”는 ‘가둔다’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은 매우 간단하다. 모든 추기경들은 차기 교황이 될 자격을 가진다. 교황 사후, 추기경 중에 교황이 임명해두었던 단장 역할을 맡았던 추기경이 콘클라베 진행

자기만의 방도 없이, 남편의 이름카지노 쿠폰 글을 썼던 그녀. -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를 짧게 들여다보다.

2025-02-06T11:06:27Z

나는 언제나 ‘과거’에 목말라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어떤 시절이나 시대에 깊이 심취하는 하는 일은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2012)>를 보면서 좀 더 본격적이었다. ‘과거’가 ‘현재’보다 더 나았으리라는 환상. 그 환상 하나에 기대어 공상적 이야기를 진행시켰던 영화가 ‘우디 앨런’ 감독의 작품이었다.

경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