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결이 닿는 순간, 드라마처럼 그 시대를 살지 않았지만 감정의 바다는 시간을 넘어 흐른다 어제, 넷플릭스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의 마지막 회를 시청했다. 1950년부터 2020년까지, 긴 세월을 품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혀 낯설지 않았다. 나는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았는데, 어쩐지 너무도 익숙한 감정들이 자꾸만 내 안에서 울었다. 우리는 가끔, 내가 경험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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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30. 2025

<나의 첫 바다 나의 첫 바다는 할머니의 품 안에서였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던 여름날. 할머니와 동네 할머니 서너 분이 평상에 앉아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다 도저히 안 되겠는지, 할머니는 나를 업고 집 뒤편, 작은 해수욕장으로 향하셨다. 본격적인 해수욕철을 앞둔 아직 개장 전인 바닷가. 할머니는 등에 업혀 있어 땀에 끈적해진 날 옆구리에 끼고 아무렇지 않게 바닷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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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01. 2025

<바다 금단 현상 봄이 되니, 다 좋은데… 아이의 건조한 피부가 조금 걱정이다. 그래도 태어났을 때 아토피로 고생했던 날들을 생각하면 지금은 ‘순한 맛’이라는 생각이 든다. 햇빛에도 잘 타지 않는 하얀 피부를 주신 하나님은 그와 함께 아토피라는 페널티도 같이 주셨다. 그래서 아이에게 피부는 자랑이면서도 약한 부분이었다. ⸻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공기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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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06. 2025

< 달이 다섯 개 뜨는 곳 고향은 조금 쌀쌀한 편이라 3월에도 눈이 자주 내렸고, 벚꽃도 한참 뒤에야 피었다. 그래서 꽃구경을 놓친 이들에겐 그 늦깎이 벚꽃이 여간 반가운 손님이 아니었다. 한낮의 밝은 해 아래서 즐기기보다, 우리 고향의 벚꽃놀이는 저녁이 되어야 제맛이었다. 호수를 중심으로 둘레를 휘감은 벚꽃이 천지를 이루고, 그 뒤로 펼쳐진 바다는 망망히 흐르며, 맑은 하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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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08. 2025

<바다요정의 요리? 방파제는 햇빛을 받아 희끗희끗했다. 빛의 사슬처럼 얽힌 그물뭉치들 위로 해가 반사되어 반짝이고, 그물의 마디마다 시간이 박혀 있었다. 아저씨들은 해를 등지고 앉아 그물을 수선했다. 손만은 빠르게 움직이는 가운데, 그 풍경만은 참 느렸다. 바다는 늘, 조용한 일터였다. 그날도 나는 컴퓨터 학원에 가는 길이었다. 가기 싫었다. 그래서 멀리 도는 길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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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13. 2025

<삼촌은 히어로 우리 삼촌은 오빠들 보단 크고, 어른들 보단 덜 어른이었다. 조카가 넷이 넘었지만 단 한 번도 귀찮아한 적이 없었다. 고향에 내려오면 친구들 만나기 바빴을 텐데 늘 우리와 함께 놀아줬다. 말 그대로 착한 삼촌이었다. 같은 바닷가도 삼촌과 함께면 더 재밌었다. 우리끼리는 할 수 없던 낚시도, 작은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는 일도 삼촌이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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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15. 2025

<서울 오빠들 옆에 텐트 자리 맡는 법 서울 오빠들은 항상 8월 초쯤에 왔다. 장마가 끝나고 바닷물이 맑아질 때쯤. 그건 아이들 사이에서도 꽤 중요한 정보였고, 우리는 달력에 몰래 동그라미를 쳐가며 기다렸다. 학교에 풍문처럼 갖가지 소문이 돌았다. 누구는 ‘정말 잘생긴 오빠를 만났다’고 했고, 누구는 ‘아직도 연락을 한다’며 생색을 냈다. 진짠지 뻥인지 몰라도 다들 눈이 반짝였다. 연예인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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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20. 2025

<의자 들고 15도 1.15도 선생님, 벌서기 각도의 미학 15도 선생님은 총각 선생님이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말도 잘 통하고, 가끔 장난 치면 반응도 귀엽고, 소녀미와 수줍음에 살짝 약한, 그런 ‘총각 선생님’은 절대 아니었다. 저언혀~~~ 아니었다. 10대 소녀들인 우리들의 애교가.. 우리들의 사랑스러움이?? 선생님에겐 저언혀~~~ 통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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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22. 2025

<우리 인표오빠 우리 애라언니!! 진짜 아무 일도 없었다. 매일 파도가 치고, 백사장은 백사장 같고, 사람들은 사람같고... 우리 동네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아마도.. 카지노 게임 추천C, 카지노 게임 추천V, 그리고 무한반복?? 심심함이 응축돼서 폭발하기 직전 거짓말처럼, 우리 동네에 큰 사건이 생겼다. 그것도 그냥 사건이 아니라, 핵폭탄급 사건. 드라마 촬영팀이 왔다. 무려 그 당시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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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27. 2025

<반공교육? 받아보셨나요? 동쪽 해안선. 바닷바람은 파도를 타고 모래사장을 지나 마을 골목골목까지 바다 냄새를 진하게 퍼뜨렸다. 비릿한 오징어 냄새는 겨울보다 여름에 더 짙었고, 여름철이면 해수욕하러 온 외지 사람들로 마을이 북적거렸다. 우리는 바다를 사랑했다. 하지만 바다가 언제나 평화롭다고는 믿지 않았다. 바다가 심술을 부리면 상상 이상의 큰 비극이 찾아왔고, 마을은 줄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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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29.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