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프로젝트 /@@3UO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는 프로젝트입니다. (매주 일요일에 봐요!) ko Sat, 26 Apr 2025 08:32:47 GMT Kakao Brunch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는 프로젝트입니다. (매주 일요일에 봐요!) //img1.daumcdn.net/thumb/C100x10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3UO%2Fimage%2FaSYS-Xh1mRjlB99VEEzLO5e3oTo.jpg /@@3UO 100 100 "오렌지" -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여든 아홉 번째 주제 /@@3UO/592 두꺼운 껍질을 까는게 싫었다. 귤도 손밑이 노랗게 물드는게 싫은 나는 오렌지처럼 두터운 껍질에 손을 망치고 싶진 않았다. 내 식욕이 그걸 넘지 못했다. 그러다 턱턱 오렌지 껍질도 간장게장도 손에 묻어도 별스럽지 않다는 널 보며 마음에 배시시 웃음이 나더라. 내 마음이 꼭 꼭 그랬다. 괜히 네게 해달라고 조르고 싶은 마음이 들고 네게 자꾸 기대고 싶 Sun, 20 Apr 2025 14:11:43 GMT 도란도란프로젝트 /@@3UO/592 "식탁" -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여든 여덟 번째 주제 /@@3UO/591 우리가 마주 앉아서 딱 그만큼 떨어진 거리였다. 그 식탁 하나를 사이에 두고서 너도 나도 모난말 하나를 뱉지를 못해. 그런게 웃기고 슬펐어, 시켜놓은 커피는 식은지 오래였어도 나는 그 잔 언저리를 자꾸 만지작거리며 입을 옴싹 거리기만 했지. 뭐 끝이라는게 따로 있나 그런게 끝이라는 걸 너도 나도 넘치도록 느끼고 있었어. 늘 너는 마주앉는 것보다 곁 Sun, 13 Apr 2025 13:58:24 GMT 도란도란프로젝트 /@@3UO/591 "일기예보" -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여든 일곱 번째 주제 /@@3UO/590 짓궂은 날은 예고도 없이 온다. 비가 온다는 소식은 없었는데, 오는 대로 맞아가며 길을 잃었다. 늘 나는 앞서서 준비한 건 쓸모없이 들고 다니다 잃어버리곤 하였고, 미처 준비하지 못한 날마다 몽땅 젖어들고 말았다. 나는 계속해서 계속해서 피할 줄을 몰랐다. 어느 날엔 날이 좋았다. 그저 따스한 날이 좋아서 가지 않았던 곳에 가고 바람이 일렁이기에 Sun, 06 Apr 2025 14:03:45 GMT 도란도란프로젝트 /@@3UO/590 "상대적" -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여든 여섯 번째 주제 /@@3UO/589 애정의 크기는 상대적이다. 이만큼 주고 요만큼 받아도 마음이 넘치도록 좋다가도 가끔은 덧없이 부족해지곤 한다. 그렇게 파도처럼 요동치는 나를, 나의 옹졸하기 짝이없는 마음을 그대로 놓고야 만다. 나는 늘 도망쳤고 그걸 이해할 줄 몰랐다. 솔직한 것인지 이기적인 것인지 그저 나는 그렇게밖에 할 줄 몰랐다. 마음은 그렇게 상대적으로 구멍을 만들어낸다. Sun, 30 Mar 2025 14:21:25 GMT 도란도란프로젝트 /@@3UO/589 "관계의 끝" -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여든 다섯 번째 주제 /@@3UO/588 너는 알까, 내가 이 지긋지긋한 엉망의 관계를 억지로 여기까지 끌고 왔다는 사실을. 나를 왜 믿었냐고, 너를 왜 기다렸느냐고, 우리는 상처뿐인 말로 생채기내면서 슬퍼했지. 그 때가 지금도 나에게 한없이 슬픈 날이면서 아픈 날인걸 알까. 사실 우린 진작 끝났어야 했다. 내가 네게 싫은 소릴 못하게 된 순간부터, 네 눈치를 보던 나, 그리고 내 눈치를 Sun, 23 Mar 2025 14:07:15 GMT 도란도란프로젝트 /@@3UO/588 "생일선물" -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여든 네 번째 주제 /@@3UO/587 생일이 다가오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시간이 꽤 지나면서 친구들과 생일선물 협약이 생겨서 그렇다. 이전에는 주는대로 받던 것들을 이제는 필요한걸 사달라고 하게 된다. 그래서 며칠전부터 주욱 내가 필요한게 어떤건지 금액대별로 고민하고 나열해둔다. 나의 선호도와 취향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 그럼에도 남이 골라주는 선물이 좋다. 내 생일이 특별하지 않은 Sun, 16 Mar 2025 14:21:51 GMT 도란도란프로젝트 /@@3UO/587 "낙관" -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여든 세 번째 주제 /@@3UO/586 어떻게든 되겠지, 이 지독한 말을 난 끝없이 내뱉었다. 사실 알고있었다. 어떻게도 되지 않을 것이고 어떻게 되기까지 날 내버려둘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지긋지긋한 낙관주의로 살고싶어 발버둥친 것 뿐이다. 사실 나아지는 것은 없겠지 그럼에도 빌고 또 빈다. 어떻게든 되라고, 되리라고. 나는 지나치게 걱정했고 두려워하며 쏟아지는 미래를 받아냈다. 과 Sun, 09 Mar 2025 13:26:37 GMT 도란도란프로젝트 /@@3UO/586 "향긋하다" -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여든 두 번째 주제 /@@3UO/585 기억을 되짚어볼 때 그 향기와 느낌을 떠올리곤 한다. 내가 좋아하는 향은 대체로 포근한 기억이 난다. 아니 사실 그렇게 기억된 것일지도 모르지만. 안락하고 포근한 냄새, 옷장을 열면 나던 오래된 가구 냄새속에 엄마옷에서 나던 향, 밥 짓는 냄새, 의자 마디마다 만져서 나던 씁쓸한 쇠냄새, 아빠가 아이스크림을 사오던 날의 차가운 냄새. 빳빳하게 다려진 Sun, 02 Mar 2025 12:32:16 GMT 도란도란프로젝트 /@@3UO/585 "아이스 초코 라떼" -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여든 한 번째 주제 /@@3UO/584 요즘 커피 대신 초코라떼를 마신다. 카페인이 요즘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거나 어려워지는 것들이 생긴다. 이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일들이 으레 까탈스레 느껴지곤 한다. 나이를 먹어서도 시간이 흘러서도 아닌 나라는 존재가 변해서이다. 커피를 모르던 내가 커피를 마시던 내가 되고 그걸 피하는 나도 내 Sun, 23 Feb 2025 13:17:11 GMT 도란도란프로젝트 /@@3UO/584 "행운" -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여든 번째 주제 /@@3UO/583 당신의 인생에 행운이 깃든적이 있나요? 어쩌면 자주, 혹은 어쩌면 단 한번도 아닐 수 있지만 행운을 온몸으로 체감해본 적이 있나요? 나는 얼마전 그 행운을 기쁘게 누렸습니다. 가족의 예기치못한 건강상의 아픔을 들었을 때 온 세상 불운이 나를 거머쥐려고 뛰어오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분노와 우울과 해방되지 않는 불운의 문턱에서 Sun, 16 Feb 2025 14:44:37 GMT 도란도란프로젝트 /@@3UO/583 "개성(다른 사람이나 개체와 구별되는 고유의 특성)" -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일흔 아홉 번째 주제 /@@3UO/582 뭐랄까, 나는 퍽 무난한 쪽에 속해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고자 하면서도 너무 박해보이고 싶진 않고자 했다. 남들이 말하는 평균을 쫓아 가다보니 대충 어느 언저리에 있긴 한 것 같다가도 내심 아닐지 모른다는 불안함으로 밤을 새곤 한다. 이런게 나의 개성이 될까. 나는 줄곧 눈앞에 닥친 일만 급급하게 치워내는 사람이었고 뜨거웠다가 차가웠다가 속내를 Sun, 09 Feb 2025 13:45:16 GMT 도란도란프로젝트 /@@3UO/582 "선택의 연속" -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일흔 여덟 번째 주제 /@@3UO/581 인생은 계속해서 자꾸 내게 선택을 하라고 한다. 일생의 기회도 사람과의 인연도 부모님과의 시간도 취미를 즐길 순간도 전부 내 선택에서 나아가게 된다. 나는 가끔 한걸음 나아가기도 하고 세걸음 뒷걸음질 치기도 한다. 방향이 맞는지 둘러볼 겨를이 없이 내달리다보면 그냥 이 길이 맞겠지 하면서 꿋꿋하게 가야하는 때가 생긴다. 사실 어긋나 걸어가는 느낌이 Sun, 02 Feb 2025 13:56:33 GMT 도란도란프로젝트 /@@3UO/581 "소금빵" -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일흔 일곱 번째 주제 /@@3UO/580 어느 때부터 소금빵이 인기를 반짝 끌더니 곧 사그러들 줄 알았는데 꽤 진지하게 오래 살아남는다. 나는 사실 이런 유행에 쾌재를 불렀다. 나의 빵취향은 슴슴하고 팍팍하고 그런 류라서 앙꼬없는 기본 빵의 유행이 좋았다. 여기저기 들르는 대로 먹어보면 겉까지 두껍게 빠짝한 것도 있고 포슬쫀득한 빵도 있다. 나는 사실 후자가 더 좋다. 적당히 쫀득한 조직 Sun, 26 Jan 2025 14:30:40 GMT 도란도란프로젝트 /@@3UO/580 "2025" -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일흔 여섯 번째 주제 /@@3UO/579 뭐랄까, 뒤숭숭한 새해였다. 너무 기쁘게 호들갑 떨며 새해를 누리지는 않았다.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꾹 짜부라져 있었다. 요란한 축하도 없이 조용히 시작한 날, 그래도 새해는 온다. 삼재라고 했나, 내게 올해가 그렇다고 했다. 그런데도 나의 가족들에게는 소박하고 꽉찬 둥근 행복으로 시작된 2025년이었다. 내 삼재로 불피운 행복일지라도 아 Sun, 19 Jan 2025 14:26:56 GMT 도란도란프로젝트 /@@3UO/579 "놀이공원" -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일흔 다섯 번째 주제 /@@3UO/578 우리가 사랑했던 날은 다 그대로였다. 아주 추운 날, 얼어버린 손과 다리를 호호불면서 그렇게 기다리던 날 찰나의 기쁨을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리던 수많은 사람들, 그 속의 우리. 그게 뭐가 그렇게 웃겼는지 끝없이 웃기만 했다. 우리는 고작 그런것에 즐거워했다. 저녁 어스름에 불빛이 반짝이던 곳을 사랑했고, 아주 높은 곳에서 빠르게 내닫던 그 찰나를 즐 Sun, 12 Jan 2025 13:44:58 GMT 도란도란프로젝트 /@@3UO/578 "느낌표" -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일흔 네 번째 주제 /@@3UO/577 나의 외로움이 곧 괴로움이 되고 나의 고립이 곧 고통이 되더라. 생각하면 할수록 나는 늪에 빠지고야 만다. 어느 깊은 바닥으로, 아니 바닥이 보이지 않는 저 아래로 조용히 잠기고 있다. 나는 그런 나를 구태여 꺼내주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나를 걱정하던 당신의 따스함도 따끔히 혼내던 단호함도 나는 온전히 마음에 들었거든. 당신으로 인해, Sun, 05 Jan 2025 14:14:50 GMT 도란도란프로젝트 /@@3UO/577 "나비" -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일흔 세 번째 주제 /@@3UO/576 어쩌면 그런 날입니다. 팔랑팔랑 나부끼다 살포시 앉을 줄 알았습니다. 하늘이 너무 맑고 넓어서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내일 눈을 뜨면 네게 정말 나쁜꿈을 꾸었더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날입니다. 흙잿먼지 더미 사이를 어렴풋이 내달리는 날갯짓이 얼마나 유약한지. 그럼에도 숨결이 어디서 나를 부를지 모르니 나는 계속 맴돌아야 Sun, 29 Dec 2024 13:09:11 GMT 도란도란프로젝트 /@@3UO/576 "연말 계획" -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일흔 두 번째 주제 /@@3UO/575 연말이 온다. 나의 울퉁불퉁했던 2024년이 지나간다. 온통 길을 헤매이던 날이었다. 끝에 다다랐을 때 많은 것이 부서지고 쏟아지며 사라졌다. 나의 한 해는 잔뜩 눈밭에 구른 토끼마냥 어지러워졌다. 방향을 모르고 나자빠지며 한 구절 한 구절 곱씹어 겨우 도착한 올해의 끝.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끝을 마주한다. 마주한 모든 것들이 잘 풀리지 않을 Sun, 22 Dec 2024 13:30:55 GMT 도란도란프로젝트 /@@3UO/575 "희비교차" -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일흔 한 번째 주제 /@@3UO/574 많은 순간에 기쁨도 슬픔도 열심히 오간다. 어디가 바닥인지 모르고 떨어지는 절망의 시간 동안 단 한줌의 기쁨도 드나들지 않더라도. 그래도 언젠가 그것이 또렷이 뒤집히면서 바뀐다. 나의 희(喜) 나의 비(悲) 모든 것들이 분명하게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그중에 지금은 슬픔으로 맞아내는 시기인가보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슬픔을 열심히 버텨내다보면 기어코 Sun, 15 Dec 2024 13:56:24 GMT 도란도란프로젝트 /@@3UO/574 "놀이" -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일흔 번째 주제 /@@3UO/573 지독하게 길었던 놀이는 끝이 났다. 이 놀이에서 승자는 나일줄 알았는데, 막상 돌아보니 내가 완전히 진 패였다. 나는 너의 허상과 싸웠고, 너는 나의 껍데기와 놀며 시간을 그렇게 어긋나게 보낸 것이다. 바라보는 곳이 다른 승리는 아무데도 쓸 곳이 없다. 끝날 줄 몰랐던 놀이의 최후의 패는 완전히 도망친 너에게 있었던 것이다. 부딪혀보는 것보다 묵묵 Sun, 08 Dec 2024 14:06:01 GMT 도란도란프로젝트 /@@3UO/5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