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케이 /@@6FeC 조금 다른 MZ의 이야기 ko Wed, 14 May 2025 17:33:39 GMT Kakao Brunch 조금 다른 MZ의 이야기 //img1.daumcdn.net/thumb/C100x10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6FeC%2Fimage%2Fm6YnAGqAgJMvyGATX10UDxLebg4.jpg /@@6FeC 100 100 모닝 루틴 - 대화의 단서 /@@6FeC/87 7시 17분이라는 시간을 보았을 때, 눅눅해졌다는 생각을 했다. 7시를 지난 시간이어서, 자리를 떠야 하는 시간이 1시간이 남지 않아서 아쉽다는 말을 눅눅하다고 했다. 그 순간 아주 다른 숨을 마시고 내뱉는 세계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말들이 아장아장 걸어 다니다, 나를 툭 건드리고 숫자, 한자, 영어가 적힌 라벨지는 마치 고서를 보는 것처럼 읽힌다. 눈앞에 Tue, 22 Apr 2025 23:53:18 GMT 비케이 /@@6FeC/87 당신이 좋아서 /@@6FeC/81 당신이 좋아서 당신이 자주 말하는 여름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좋아하는 계절도 아니고 덥고 습한 냄새나는 하루는 화가 나는데 당신이 예찬하는 여름이란 말 여름의 색을 기억해 내게도 여름은 대단한 것이 되었어요 나는 당신이 좋고 당신은 여름을 좋아하니 나도 여름을 좋아하게 되어버린 아주 단순한 일이 생겼죠 Wed, 07 Aug 2024 21:51:59 GMT 비케이 /@@6FeC/81 책의 마지막장에서 음악리스트를 만나면 - 대화의 단서 /@@6FeC/80 어떤 기억으로 데려다줄 냄새를 찾고 있었다. 귀는 음악을 듣고 있었고 머릿속은 작년 가을 글쓰기 모임에서 알게 된 보라씨를 생각하고 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밀려 들어오는 생각들을 하나하나 어루어만져주고 싶어 멀미가 났다. 의자에 앉아있는데 큰 파도에 갇힌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마음이 바쁘면 정말로 속이 미슥거린다. 그런데 웬걸, 웃고 있다. 이 정신사나 Sat, 03 Aug 2024 06:24:39 GMT 비케이 /@@6FeC/80 밤에 착각 /@@6FeC/79 뛰다걷는 밤 소리가 침묵보다 고요할 때 뱉는 숨도 멈췄다 공룡머리 나무 형상이 저멀리서 입을 벌리는데 옆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도 될까 얼른 바뀐 공기 노래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의 발소리가 크게 크게 들린다 귓등에 목덜미에 땀이 흘렀다 냄새도 났다 저멀리 공룡머리 나무형상만이 방금까지의 동화로 남았다 나는 얼른 눈을 그려준다 Thu, 11 Jul 2024 12:24:06 GMT 비케이 /@@6FeC/79 사랑이었다 - 대화의 단서 /@@6FeC/78 염색약을 사왔다며 손으로 얼추 바르고 빗기다 귀에 훌렁 묻혔을 때 멀쩡한 손장갑 벗어던지고 급히 닦고 까맣게 물든 손톱이 좋다는 딸에게서 사랑이 보였다 염색을 해주겠다 할 때 무슨 색으로 할지 몇 번 해봤는지는 묻지 않았다 흰 비닐 두르고 앉아 거울도 찾지 않는다 크게 흐른 염색약에 얼굴에 얼마나 묻었는지는 왜 물어보질 않고 손 버려서 어쩌냐고만 Mon, 24 Jun 2024 09:26:28 GMT 비케이 /@@6FeC/78 아빠에게 - 대화의 단서 /@@6FeC/75 아빠, 어떤 책을 읽다 아빠가 생각나서 늦은 어버이날 편지로 쓰고 있어. 근데 생각이 너무 많아진 탓에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네. 늘 그렇듯 하고 싶은 말부터 할게. 어제 아침 출근길에 아빠가 생각나서 전화했던 건 복선이었을까. 내가 지금부터 하는 말이 아빠에게 어떻게 와닿을지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꼭 소리로 전해줘야 할 것 같아서 이미 들었을지도 Sat, 18 May 2024 14:46:38 GMT 비케이 /@@6FeC/75 미련의 애도 - 대화의 단서 /@@6FeC/74 저녁이 되어가는 시간, 비가 와준 덕분에 작게 열린 창문 틈으로 빗소리를 듣고 있다. 비가 그쳤다면 밖으로 나가 한 시간쯤 뛰고 왔을지도 모르겠다. 계속해서 내리는 비 덕분에 얌전히 빗소리를 들으며 앉아있다. 오랜만에 여백의 환한 화면창을 마주하며 마음도 환해지길 기다리면서 말이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는 지금, 얼마나 많은 이들이 빗소리를 듣고 있을지 Wed, 15 May 2024 12:11:06 GMT 비케이 /@@6FeC/74 고백 - 대화의 단서 /@@6FeC/73 열시면 자는 사람이 있다. 열 한시가 넘어도 잠들지 못한다. ‘연애가 불편하다’는 각성이 있었다. 상대방의 문제가 아녔다. 단지 몸을 뒤척일 때마다 생각도 같이 꼬이는지 복잡해만 갔다. 누군가의 새벽 두 시 같은 감성이 깊어갔다. 결국 가장 쉬운 방법으로 상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 얘기인 줄 알고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할 것 같단 조언이 나왔다. 어색한 분 Wed, 08 May 2024 12:33:35 GMT 비케이 /@@6FeC/73 어느 작가의 말 - 대화의 단서 /@@6FeC/70 “세상 사람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모두가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 같고, 옹알이를 겨우 시작한 아기가 저를 바라볼 때면 의사표현도 못하는 이 친구가 나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몸짓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거든요. 그렇게 모두 열심히 살고 있다고 믿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들처럼 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말을 Wed, 10 Apr 2024 11:44:19 GMT 비케이 /@@6FeC/70 주말 아침 책상 맡 - 대화의 단서 /@@6FeC/68 숨만 쉬어도 좋은 시간이었다. 주말 아침이었고, 책상 맡에 앉아있었다. 시선이 책장에 꽂힌 책등에 꽂혔다. 펼치지 않았기에 상상은 글자 밖에 모든 걸 읽어낸다. 나는 양반다리 하고 앉아 한 걸음도 걷질 않았는데 정신은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를 넘나 드느라 분주하다 못해 산만해졌다. 그 많은 곳을 둘러볼 여유가 있어 마음은 결코 조급해지지 않는다. 잠깐 딴생 Sat, 06 Apr 2024 02:53:09 GMT 비케이 /@@6FeC/68 내가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이유(2) - 대화의 단서 /@@6FeC/65 같은 말을 자꾸 하는 건 다하지 못한 마음 때문이다. 다하지 못했단 이유만으로 하길 또 반복하는 건, 주사도 아니고 새로운 이유가 생겼으니 한 번 더 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었다. 나도 모르게 신이 났다. 말이 많아서 생각은 더 많고, 그래서 걸리는 것도 많은 내가 걸림돌을 해쳐가며 무언가를 한다는 과정은 순전한 애정이다. 이 애정을 드러낼 수 있음에 감사 Sun, 17 Mar 2024 13:12:21 GMT 비케이 /@@6FeC/65 잠들게 하는 말 - 대화의 단서 /@@6FeC/63 잠깐만 보자며 조심스럽게 부르고선 머뭇거리는 상대는 말소리를 내기 전 잠깐의 순간에 몸으로 더 많은 말을 한다. 두 손을 손깍지 하고 비비며 윗입술 보다 조금 더 나온 아랫입술, 미간 사이를 조금 찌푸리고 있지만 힘이 풀린 눈을 종합하면 어떤 장르인지 눈치를 채지만, 어떤 내용일지는 모른다. 이내 “내가 괜한 말을 한 것 같아... J씨 배려해 주라고 상황 Mon, 11 Mar 2024 12:55:49 GMT 비케이 /@@6FeC/63 내가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이유 - 대화의 단서 /@@6FeC/61 내가 여성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뭘까. 내가 여자라서? 맞다. 지속적인 호기심은 거기서 기인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여자란 이유만으로 공부하기엔 시작이 대단히 오래 걸렸으며, 여자가 아니라도 페미니즘을 공부할 이유는 충분해서다. 여성운동사를 보면 참정권 쟁취를 위한 투쟁의 역사 이후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로 대변 Tue, 05 Mar 2024 20:39:23 GMT 비케이 /@@6FeC/61 레이어드 - 대화의 단서 /@@6FeC/60 옷을 입는다 차례로 양말을 신고 발을 하나씩 끼워 바지를 입고 새 팬티, 새 팬츠, 새 양말을 신고 하의를 완성한다 여덟 시는 출근길이고 아홉 시는 사무실이고 열시는 업무전화를 돌리고 아침이라 커피를 마시고 껍질 벗긴 과일을 먹고 점심이면 누구들과 배를 채운다 저녁 일곱 시 저녁 여덟 시 저녁 아홉 시 시간 따라 옷을 입고 벗어던지고 먹고 마시고 움 Wed, 28 Feb 2024 09:41:26 GMT 비케이 /@@6FeC/60 당신의 온기를 빌려 - 대화의 단서 /@@6FeC/59 소설책을 읽으며 한 장면 한 장면이 내 머릿속 이야기로 떠오르는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책을 읽으면서 마신 커피의 영향이 없진 않았겠지만, 살뜰히 쓰인 감정을 읽으면서 이야기 속의 인물, 가상의 인물을 만든 사람, 어느 게 진짜 인물인지 중요해지지 않은 채 나는 그들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그렇게 읽다 보면 쓰고 싶다는 욕구를 참기 힘 Fri, 23 Feb 2024 09:11:31 GMT 비케이 /@@6FeC/59 같이 있음에 대해 - 대화의 단서 /@@6FeC/57 같이 있어준다는 게 뭘까를 생각하게 된 건 드라마 속의 한 장면이었어. 아빠가 사람을 죽였는지 사기를 쳤는지 욕받이를 하고 있는 친구에게 피구공으로 코피를 내고, 여자애의 코에 코피를 낸 자기는 친구들에게 심했다며 욕을 먹었어. 그렇게 욕받이 친구는 친구들에게 둘러쌓여 보건실로 갔어. 열두 살은 됐는지 모르겠는 그 초등학생은 욕을 먹고 친구는 코피가 터졌지 Sun, 18 Feb 2024 07:58:38 GMT 비케이 /@@6FeC/57 불행을 말해야 할 때 - 대화의 단서 /@@6FeC/56 마치 딴 세상 얘기처럼 느껴지는 말들이 있다. 각자 다르지만 하나쯤은 있는 말. 이질감이 들거나 별 감정 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말. 내게는 불행이란 단어가 그랬다. 의미도 알고 반대말도 알지만 한 번도 원해보지 않았거니와 피할 노력의 대상조차 아녔던 말. 무심함의 영역에 있던 말이 '불행'이었다. 의식하지 않았단 말이지 불행이 없었단 게 아니다. 나와 관 Tue, 06 Feb 2024 11:47:17 GMT 비케이 /@@6FeC/56 엄마에게 - 대화의 단서 /@@6FeC/55 엄마에게 난 무례해. 속상해서 울었다는 말을 하고 이튿날 저녁, 그다음 날 아침에 온 전활 모두 받지 않았어. 부재중표시를 보면서 다음번 엄마와의 통화를 상상했어. 엄마는 받자마자 왜 이렇게 통화가 힘드냐고 서운함과 짜증 섞인 말투였고, 나 역시 바빴다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대답해. 그런 못된 상상을 해놓고, 그래놓고 어느 행간에서 엄마로부터 연락이 없는 Tue, 30 Jan 2024 09:23:30 GMT 비케이 /@@6FeC/55 할 수 있다는 말 - 대화의 단서 /@@6FeC/54 ‘할 수 있다’고 주문을 건 적이 많다. 사소하게는 쪽지시험부터 해서 짝사랑하던 친구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까지 정말 여러 상황에서 '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그중에서도 일말의 의심 없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순간은 스키장에서였다. 주문은 할 수 있다였지만 원하는 바는 살 수 있다였다. 생애 처음으로 가 본 스키장. 계곡에서 친구들과 놀면서 Wed, 24 Jan 2024 09:27:03 GMT 비케이 /@@6FeC/54 어쩌다 새해결심 - 대화의 단서 /@@6FeC/53 바다는 고요한데 일렁이는 파도의 잘못을 보면서 나는 궁금했다. 내 바다의 일렁이는 못된 파도의 정체는 두려움인가. 어쩌면 일렁이는 파도의 정체는 가끔 덮쳐오는 기쁨이던가.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 내 바다는 평화던가 두려움이던가. 생각이 많은 때는 자주 지금을 잊는다. 오늘도 퇴근 후 할 일을 출근하기 전 방 밖을 나서기 전부터 고민했다. 할 목록이 비지 않 Tue, 23 Jan 2024 13:23:01 GMT 비케이 /@@6FeC/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