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아영

4. 빵 부스러기와 공짜 빵 - <청소, 생각>

권아영 — Sun, 27 Apr 2025 22:01:40 GMT

내가 일하는 카페는 마트 건물 맨 꼭대기에 있다. 맨 꼭대기 층은 다시 세 파트로 나뉜다. 카페, 베이커리, 브런치. 나는 세 파트를 모두 청소한다. (물론 주방은 제외) 처음 청소를 시작할 때 “빵 부스러기가 많을 거예요.”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진짜로 많아서 놀랐다. 나도 베이커리를 같이 하는 카페에 가서는 꼭 케이크나 스콘을 같이 시키곤 하

3. 타고 다니는 청소기 - <청소, 생각>

권아영 — Thu, 24 Apr 2025 01:54:55 GMT

“타고 다니는 청소기 필요하세요? 다른 지점에서는 청소하시는 분들이 그거 타고 다니신대요.” 정 이모가 그만두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팀장님이 물어보셨다. 그래서, “저는 운전면허가 없어요. 자전거도 못 타고 킥보드도 못 타요”라고 대답했다. 타고 다니는 청소기는 마트 청소 직원분들이 사용하시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다. 뭔가

2. 정 이모 - <청소, 생각>

권아영 — Sun, 20 Apr 2025 22:00:07 GMT

청소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정 이모랑 같이 일했다. 이모는 나보다 반년 먼저 들어온 사람이었다. 처음 며칠은 이모만 졸졸 쫓아다니며 일을 배웠다. 이모는 청소 도구함에 있는 여러 종류의 걸레와 세제를 알려주었고, 카페의 각 위치마다 어떻게 청소해야 하는지 가르쳐줬다. (나는 아직도 이모의 스타일로 청소한다) 이모는 내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1. 도로 아미타불 - <청소, 생각>

권아영 — Wed, 16 Apr 2025 22:00:31 GMT

내가 일하는 카페는 굉장히 넓고 테이블이 많은 수련장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메뉴를 먹고 마시는 공간. 그곳에서 나는 ‘청결 유지’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일한다. 손님들이 오기 전 매장을 청소하고, 그들이 돌아간 뒤에는 테이블을 치우고 컵을 닦는다. 카페는 연중무휴 돌아가고, 나도 그에 맞춰 일주일에 6일을 일한다. 손님들은 먹고 마시고, 나는

0.5 이력서 - <청소, 생각>

권아영 — Mon, 14 Apr 2025 01:05:35 GMT

나는 청소 일을 하며, 글을 읽고 쓰고, 영화를 만든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나는 심리학을 전공했고 지방에서 단편영화를 만드는 30대 여성이다. 영화는 거의 내 돈으로 찍고, 영화를 만들지 않을 때는 짧은 소설을 쓴다. 잘 나가는 영화감독이 될 테야! 라는 꿈을 가진 지는 올해로 12년째다. 내가 만드는 영화는 대체로 작고, 소소하고, 착하고, 따뜻하

0. 청소의 효능 - <청소, 생각>

권아영 — Thu, 10 Apr 2025 05:15:50 GMT

청소는 깨끗하다. 청소의 결과도 그렇지만, 청소하는 마음과 행동 역시 깨끗하다. 더러운 것을 예쁘고 좋게, 그러니까 더 나은 상태로 변화시키겠다는 의도가 마음에 든다. 쓰러진 것을 바로 세우고, 얼룩을 지우고, 반짝반짝 빛이 날 때까지 쓸고 닦는 일. 이 문장에서도 뽀득뽀득 기분 좋은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청소의 욕구는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