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6kDG 도시의 틈에서 기억과 감정을 줍습니다.누군가에게는 천천히, 오래 머무는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ko Tue, 13 May 2025 13:15:22 GMT Kakao Brunch 도시의 틈에서 기억과 감정을 줍습니다.누군가에게는 천천히, 오래 머무는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img1.daumcdn.net/thumb/C100x10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guest%2Fimage%2FbXRJq2gyuZlYVXjTRE5ACGGdzrs.jpg /@@6kDG 100 100 [에필로그] 말이 닿지 않는 곳 /@@6kDG/17 누군가를 많이 좋아해서, '너를 사랑한다'는 말이 우주 끝까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이 고요한 우주를 날아가는 상상을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의 말이 닿지 않는 곳이 우리 주변에, 어딘가의 틈에, 어느 기억에도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말의 '마법성'을 동경했지만 말의 '폭력성'도 알게 되었고 말의 '소<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6kDG%2Fimage%2FrEEdDeTzByJF3UJGXb3S1GUasco" width="500" /> Fri, 09 May 2025 05:23:53 GMT 김정민 /@@6kDG/17 기상예보 - 비 오는 꿈 /@@6kDG/10 오늘의 기상예보는 지친 하늘에, 비옴. 대문서부터 추적해진 발은 자꾸만 거리로, 거리로. 흑백과 바람과 차가움과 비. 끊임없는 발걸음은 도시를 떠돌고 강으로, 바다로 문득, 나는 헤엄치고 있었다. 긴 수풀과 늪 사이, 가라앉으며 끊임없이&mdash; 가슴이 열리고 틈으로 도시의 공기가 스며들었다. 신음같은 물살을 헤치며 나는 걸었다.<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6kDG%2Fimage%2FSBEyHFSegIoR6g_CuGaXf1iCb-Q.jpg" width="500" /> Fri, 09 May 2025 05:23:53 GMT 김정민 /@@6kDG/10 곰소항에서 - 2006년 너와 함께한 기억 /@@6kDG/2 너를 맞이할 마음자락을 어디서 헤어지고 왔는지 염전을 건너 횟집 골목을 돌아 마침내 마주한 너의 얼굴에 나는 준비한 웃음을 거두고 숨을 멈춘다. 날카로운 수평선 아래 쓰임을 다한 어선들이 쉬는&nbsp;자리 기울어가는 석양 아래 갈매기들도 조용히 몸을 기대고 나 역시 어색한 웃음을 내려놓는다.<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6kDG%2Fimage%2FWlLFqJSkB8XXpUqwaYr52H_h3Hg" width="500" /> Fri, 09 May 2025 05:23:53 GMT 김정민 /@@6kDG/2 저편의 나 - 한강 &lsquo;거울 저편의 겨울&rsquo;을 읽고 /@@6kDG/7 거울 저편, 지구 반대편으로 건너간 나의 감각은 어떻게 될까 무뎌진 시공의 감각으로 새로움에 온전히 집중하기를 떠나온&nbsp;감각에 사로잡혀 밤낮도 계절도 반대인 그곳에서 조차 포로가 돼있지 않기를 옛날 배를 타고 대륙을 건넜던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신대륙에 들어갔는가 긴 항해 끝 연무를 뚫고 배를 대고 땅을 밟은 그들에게 돌아갈 기대 따윈 없었겠지 그런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6kDG%2Fimage%2FrA2ONF_gMswTCGtu6iR7_3HQ-SU.jpg" width="500" /> Fri, 09 May 2025 05:23:52 GMT 김정민 /@@6kDG/7 불편함에 대해 - 나의 불편함은 부당하다 /@@6kDG/8 용산으로 들어서자, 인도에 &lsquo;차별법 철폐 반대&rsquo;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한강의 녹지를 지나 연립주택들을 지나 무채색의 미군 캠프에 익숙해질 무렵, 눈에 띈 붉은색 현수막은, 시험지에서 오탈자를 발견한 것처럼 내 눈에 걸렸다. 그 밑에는 작게 &quot;남자 며느리, 여자 사위, 에이즈 물러가라!&quot; 라는 문구가 달려 있었다. 저걸 붙인 이들은 누구일까? 목사, 전역<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6kDG%2Fimage%2F18p2X28gdKRDNSyUbkJcl2KlNCg.jpg" width="500" /> Fri, 09 May 2025 05:23:52 GMT 김정민 /@@6kDG/8 경계인간 - 조문영 &lsquo;연루됨&rsquo;을 읽고 /@@6kDG/11 &ldquo;Give a Man a Fish&rdquo; &mdash; 조문영 교수의 책 &lsquo;연루됨&rsquo;에서 처음 만난 이 문구는 유독 오래 남았다. &ldquo;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라&rdquo;는 유명한 격언이, 빈민의 현실 앞에서는 무책임할 수도 있다는 맥락에서였다. &lsquo;연루됨&rsquo;은 대중서 이기도 하지만, 곳곳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시선이 좋았다. 작가는 한국과 중국의 빈민, 노동자, 청년들의 삶을 직접 찾<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6kDG%2Fimage%2FUHB7mxD70frDdf5O7bR61HwM8Bc" width="500" /> Fri, 09 May 2025 05:23:52 GMT 김정민 /@@6kDG/11 잉여인간 - 인스타 그림 실패담 /@@6kDG/6 인스타그램 새 계정에 아이패드로 그린 그림들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림에 대한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었기에, 솔직히 말해&nbsp;거의 습작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나는 사람들이 테크닉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주목해 주기를 바랐는데, 하지만 찾아오는 사람도, 좋아요를 눌러준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내 취미인가 하면 사실 그렇진 않다. 오히려 스트레<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6kDG%2Fimage%2FMqtRJSedrd8bxnCkWsrTKeIHlLw" width="500" /> Fri, 09 May 2025 05:23:51 GMT 김정민 /@@6kDG/6 GPT 가스라이팅 - 우리의 탈주는 가능한가 /@@6kDG/1 챗지피티에게 지난 수년간의 내 독서목록을 주고 책을 추전 해달라고 했더니, 이런, 세상에 없는 책들을 추천해 줬다. 심지어 온라인으로 구매가능하다고 하더니, 그러다 품절이라고 거짓말까지 이어갔다. 이건 흔히 말하는 AI의 보상해킹이라고 한다. AI가 자신의 보상을 극대화하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하고 거짓말을 하는 현상이다. 이걸 직접 경험한 순간, 정<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6kDG%2Fimage%2Fz_oBGNp0EHzDSAViqvDotyqczGo" width="500" /> Fri, 09 May 2025 05:23:51 GMT 김정민 /@@6kDG/1 제주도 다크 투어 - 치유와 침묵 사이, 섬의 기억을 걷다. /@@6kDG/12 5년 전, 갑상선암 재발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은 뒤 그해 5월,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미량의 방사선이지만 격리된 생활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장 제주도로 날아갔다. 11 년 전 처음 갑상선 암으로 반절제 수술을 받았고, 6년이 지나 완치됐다고 믿을 무렵 재발 진단을 받았다. 처음 암을 진단받았을 때만큼의 충격은 아니었지만, &ldquo;왜 하필 나인가?&rdquo;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6kDG%2Fimage%2Fr_Ybz2-p7B8cMDMgnzRHnKurMgE" width="500" /> Fri, 09 May 2025 05:23:51 GMT 김정민 /@@6kDG/12 강북의 기억 - 나의 오래된 기억, 빈자의 서울 /@@6kDG/5 은평구 응암동 어머니가 사시는 응암역 근처 아파트에선 백련산과 불광천 일대가 보인다. 80년 대 응암동 백련산 아래는 판잣집과 연립이 공존하던 곳이었다. 학급엔 가난한 아이들이 절반, 중산층 아이들이 절반쯤 섞여 너무 위화감을 주지 않는 절묘한 균형을 이루었다. 백련산에는 어머니를 따라 아카시아를 따고, 쑥을 캐러 가기도 했다. 지금은 교통이 불편한<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6kDG%2Fimage%2FLGSmF2rIvapKEl_YMRCimwZrb_8" width="500" /> Fri, 09 May 2025 05:23:50 GMT 김정민 /@@6kDG/5 세기말의 기억 - 1999년, 노스트라다무스와 매트릭스 사이에서 /@@6kDG/15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헌책방에는 참고서, 잡지, 만화, 소설뿐 아니라 정말 다양한 책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나치가 아직도 남극 지하에서 UFO를 날리고 있다는 이야기라든가, 지금은 유명해진 사이언톨로지 관련 서적, 심지어 마인드컨트롤로 택시를 빨리 잡는 법까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들이지만, 당시에는 제법 진지하게 읽었다. 그중에서도 가장<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6kDG%2Fimage%2F-8atWroNidJDheT_tvf-KGTAAE8.jpg" width="500" /> Fri, 09 May 2025 05:23:50 GMT 김정민 /@@6kDG/15 우리들의 노래 2 - 처음이자 마지막 연출의 추억 /@@6kDG/13 나는 95학번이다. &lsquo;정상적이라면&rsquo; 98년엔 군 복무를 마쳤거나 군에 있어야 했겠지만 그해 나는 4학년으로 남아 동아리의 정기공연에서 연출을 맡고 있었다. 처음부터 연출을 할 생각은 없었다. 가을 정기공연을 준비할 인원이 부족해 일단 연출부를 꾸리고 대본팀에 들어가 공연을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혼자 대본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대본에 관심을 두지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6kDG%2Fimage%2F4cRuYD09NEkQcmARAWHq7Avy3uk" width="500" /> Fri, 09 May 2025 05:23:50 GMT 김정민 /@@6kDG/13 우리들의 노래 - 우리가 사랑했던 노래들 /@@6kDG/9 대학생활은 동아리에서 거의 보냈다. 노래패였는데, 90년대 중반엔 이미 민중가요는 잘 &lsquo;팔리지&rsquo; 않았고 문화제나 문선 할 때나 한두 곡 씩 부르곤 했다. 그 대안이 우리 자신의 노래를 창작해 보자는 것이었는데, 음악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동아리 분위기가 좋아 모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창작의 열기가 뜨겁진 않았다. 그래도 나름 창작<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6kDG%2Fimage%2FFjjFnigboJzRklsSB-FvEXDkEeE.jpg" width="500" /> Fri, 09 May 2025 05:23:50 GMT 김정민 /@@6kDG/9 치즈케이크 모양을 한 하루키 - 하루키형에 대한 때늦은 변명 /@@6kDG/14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하는 것을 내심 비웃던 학교 선배가 있었다. 당시 &lsquo;상실의 시대&rsquo;로 대학교를 포함해 서점에 하루키 열풍이 불었고, 신선했던 문체와 상실의 정서가 90년대 초반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내가 하루키의 소설을 읽는다고 했을 때, 선배가 &lsquo;너도 그런 부류였구나&rsquo;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나에게<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6kDG%2Fimage%2F6xwqEMfgj2hYwIQ8LzSN-opk2mA.jpg" width="500" /> Wed, 07 May 2025 07:18:37 GMT 김정민 /@@6kDG/14 통계인간 - 1인 생활자의 넋두리 /@@6kDG/3 세상 사는 일에 정답이 없다고들 하지만, 사람들은&nbsp;자신이 처한 문제를 풀기 위해 거의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는 듯하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비교적 내 문제에 투자하는 시간도 적고 고민도 덜 하는 것 같지만.. 연애, 결혼, 집, 차, 직장,&hellip;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부딪혀 푼 것이 없다. 그저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는데 급급할 뿐이다. 이건 내 능력의<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6kDG%2Fimage%2FLd8O4moKWF13LR-YFBsHCllsEL4" width="500" /> Wed, 07 May 2025 07:17:58 GMT 김정민 /@@6kDG/3 그해 여름 - 무덥고 무겁던 그 여름에 부쳐 /@@6kDG/4 언젠가 한강 작가의 장편 하나를 읽었다고 하자, 그 작가의 필력은 초기 단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후배가 호기롭게 말했던 게 기억났다. 주말에 서점에서 작가의 단편집 &lsquo;여수의 사랑&rsquo;을 샀다.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93년에서 94년까지 쓰였다고, 띠지에 적혀있었다. 소설 내용들 사이로 문득문득 지독히도 무더웠던 94년의 여름에 대한 문장들이 튀어나왔다. 나도<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6kDG%2Fimage%2FwHSYGn12nowE476eg5ImN5U5ITI" width="500" /> Wed, 07 May 2025 07:17:08 GMT 김정민 /@@6kDG/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