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감 /@@8c7Z 잘 보고, 잘 듣습니다. 읽고, 쓰고, 뜁니다. ko Wed, 14 May 2025 02:21:09 GMT Kakao Brunch 잘 보고, 잘 듣습니다. 읽고, 쓰고, 뜁니다. //img1.daumcdn.net/thumb/C100x10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8c7Z%2Fimage%2FjAWSroMLxdeQUi9McUK8c7HVr_Q.png /@@8c7Z 100 100 불을 피우는 자 - 다시 쓰는 창세기_12 /@@8c7Z/530 상단 뒤편, 말들을 매는 울타리 너머로 아브람의 등이 보였다. 햇살이 지고 있었다. 긴 그림자가 그를 따라다녔다. 불을 피우기 위해 손질한 장작더미를 옮기며, 아브람은 한마디 말도 없었다. 마른 나무껍질이 그의 손끝에서 부서질 때마다, 짧은 소리가 바람 속에 스쳤다. 사래는 멀찍이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사래의 눈은 한 번 붙든 장면을 결코 놓치지 않았 Tue, 13 May 2025 00:00:00 GMT 음감 /@@8c7Z/530 스스로의 길을 걷다(11) - 이삭과 아브람 /@@8c7Z/528 해가 기울며 상단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짐을 나르던 아브람이 한 손에 천 조각을 들고 허리를 펴려는 순간, 작은 발소리 하나가 흙을 밟았다. “아빠아” 이삭이었다. 발목에 닿을 듯한 흰 옷자락이 바람에 살짝 들렸다. 두 팔을 양옆으로 벌리고, 몸을 흔들흔들하며 다가오는 아이는 아직 걷는 게 서툴렀다. 발끝이 삐끗하면 곧 쓰러질 듯 위태로운데, 아이 Fri, 09 May 2025 00:00:01 GMT 음감 /@@8c7Z/528 스스로의 길을 걷다(10) - 아브람과 사래 /@@8c7Z/529 아브람은 천 위에 깔린 짐가방을 거뜬히 들어 수레에 실었다. 굳은살 박힌 두 손이 거침없었다. 아침 햇살이 그의 팔뚝을 타고 내려가며 단단하게 뻗은 근육선을 훑었다. 상단에서 가장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그의 몸은, 오랜 시간 땀과 무게를 버텨낸 흔적이었다. 흔한 말로 ‘힘깨나 쓰는 사내’와는 결이 달랐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 다부진 어깨와 팽팽하게 Tue, 06 May 2025 00:00:01 GMT 음감 /@@8c7Z/529 어차피 이혼 할 거, 뭐 그리 새침해? - 드디어 이혼_25 /@@8c7Z/523 세화는 병원의 복도를 따라 걸으며 걸레질을 하고 있었다. 오래된 타일 바닥에는 오가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같은 층에서 일하는 진숙이 옆에서 함께 움직이며 말을 걸었다. "야, 근데 너 요즘 얼굴이 좀 편해 보인다?" 세화는 잠시 걸레를 헹구다 말고 웃었다. "그런가?" 진숙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며 대걸레를 움직였다. "너, Mon, 05 May 2025 00:00:00 GMT 음감 /@@8c7Z/523 스스로의 길을 걷다(9) - 사래와 아브람 /@@8c7Z/527 열흘째 먼지가 바람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장막마다 미세한 모래가 스며들었고, 사람들의 눈은 늘 반쯤 감겨 있었다. 이런 날엔 진실이 가장 먼저 바래진다. 입으로 옮겨질수록 진실은 말라가고, 그 자리를 억측이 대신한다. 사래에 대한 소문도 그랬다. “아이까지 낳았는데, 그를 남편이라 부르지 않는다네.” “밤엔 각자의 장막으로 돌아간다더군.” “아브람은 뭐 Fri, 02 May 2025 00:00:01 GMT 음감 /@@8c7Z/527 이혼은 내가 먼저 할 건데 왜 니가 - 드디어 이혼_24 /@@8c7Z/519 지창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강한 술 냄새를 풍겼다. 넥타이는 엉망으로 비틀려 있었고, 셔츠는 반쯤 빠져나와 헝클어져 있었다. 휘청거리며 거실을 지나던 그의 시선이 식탁 위에 놓인 서류에 닿았다. 그는 잠시 멈춰 섰다. "이게 뭐야?" 휘청이며 서류를 집어 든 손이 덜덜 떨렸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받아온 이혼 서류였다. 한 장, 두 장 넘기던 손이 Thu, 01 May 2025 00:00:00 GMT 음감 /@@8c7Z/519 스스로의 길을 걷다(8) - 아브람과 사래 /@@8c7Z/522 사막의 밤은 잔혹했다. 낮의 열기가 빠져나간 모래 위로 날카로운 바람이 휘몰아쳤다. 대상단은 조용히 이동하고 있었지만, 사래는 귓가에 맴도는 이상한 정적이 불길했다. 그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 갑자기,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짧은 비명이 뒤섞인 순간, 모래바람과 함께 날카로운 칼날이 번뜩였다. 사래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는 동시에 화살이 지나 Tue, 29 Apr 2025 00:00:00 GMT 음감 /@@8c7Z/522 언니, 우리 아들 알아? - 드디어 이혼_23 /@@8c7Z/520 세화는 요양원의 긴 복도를 따라 걸었다. 소독약 냄새와 희미한 국 냄새가 뒤섞여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발소리가 바닥에 닿을 때마다 쓸려나가는 듯한 감촉이 느껴졌다. 병실 문 옆에 적힌 이름표를 확인한 뒤, 세화는 문을 열었다. 은자는 침대에 누운 채 창밖을 보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늦은 오후의 햇살이 길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세화가 다가가자 은자 Mon, 28 Apr 2025 00:00:00 GMT 음감 /@@8c7Z/520 스스로의 길을 걷다(7) - 아브람과 사래 /@@8c7Z/521 사막의 비는 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내리기 시작하면, 그것은 단순한 비가 아니었다. 하늘이 쪼개지는 듯한 천둥과 함께, 모래 위로 폭포처럼 쏟아졌다. 땅은 단숨에 진흙탕이 되고, 바람은 바늘처럼 피부를 찔렀다. 사래는 천을 깊이 뒤집어쓰고 앞으로 나아갔다. 대상단은 서둘러 이동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분명 오아시스 Fri, 25 Apr 2025 00:00:01 GMT 음감 /@@8c7Z/521 어디에 서명하면 되죠? - 드디어 이혼_22 /@@8c7Z/518 지창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천장을 향해 뻗은 팔, 느슨하게 벌어진 입, 이따금 거칠게 들이마시는 숨소리. 무방비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도 세화는 차분해졌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더 이상 다투지도, 견디지도 않아도 되니까. 침대 맡에 걸터앉아 한참을 바라보았다. 새벽이 지나고, 방 안에 아침이 스며들었다. 지창이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켰다. Thu, 24 Apr 2025 00:00:00 GMT 음감 /@@8c7Z/518 스스로의 길을 걷다(6) - 아브람과 사래 /@@8c7Z/510 아브람이었다. 한때는 자신이 모든 것을 쥐고 있다고 믿었던 남자. 이제 그는 허리춤에 떨어진 먼지를 털며 어색하게 서 있었다. 얼굴엔 주름이 깊었고, 낡은 천으로 감싼 샌들은 닳아 있었다. 사래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브람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래." 그녀는 고개를 기울여 그를 바라보았다. 모래바람이 지나간 후의 사막처럼, 그녀의 Tue, 22 Apr 2025 00:00:02 GMT 음감 /@@8c7Z/510 스스로의 길을 걷다(5) - 아브람과 사라 /@@8c7Z/509 상인은 눈을 굴렸다. "그렇다니까요, 부인. 인도 남쪽에서 나는 신품종이에요. 계피도 이제 옛날 계피랑은 다르다니까. 지금 상류층 사이에선 이걸 더 선호한다니까요!" 사래는 그의 말을 끊지 않고 조용히 들어주었다. 그러곤 입을 열었다. "계피는 씹었을 때 처음엔 따뜻하고, 이내 단맛이 따라오죠. 그 다음에야 혀끝에 살짝 매운맛이 감돌아요. 하지만 이건…" Tue, 22 Apr 2025 00:00:01 GMT 음감 /@@8c7Z/509 스스로의 길을 걷다(4) - 사래와 아브람 /@@8c7Z/508 상인들의 아내들은 값비싼 비단을 고를 때 남편보다 더 신중했고, 향료의 품질을 가늠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사래는 그들과 친분을 쌓기로 했다. 그녀는 시장에서 비단을 고르는 귀족 여성들에게 접근해 조언을 해주었다. "이 비단은 페르시아에서 온 것이군요. 촉감이 너무 부드러워요. 하지만 보세요, 여기 염료가 균일하지 않아요. 햇빛 아래에서는 빛이 바래겠죠. Fri, 18 Apr 2025 00:00:02 GMT 음감 /@@8c7Z/508 영국에서 전화가 왔다 - 드디어 이혼_21 /@@8c7Z/517 세화는 설거지를 끝내고 손을 털었다. 물기를 닦기 전에 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보니 하은이었다. “엄마, 나야.” 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심스러웠다. 세화는 순간 긴장했다. “무슨 일 있어?” “엄마, 먼저 놀라지 말고 들어.” 세화는 가만히 숨을 들이마셨다. 하은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아빠 카드 번호 물어봤던 거 기억나지? 그때 그냥 넘어갔 Thu, 17 Apr 2025 00:00:02 GMT 음감 /@@8c7Z/517 스스로의 길을 걷다(3) - 사래와 아브람 /@@8c7Z/526 사래는 아브람을 떠나 홀로 사막을 걸었다. 낮에는 작열하는 태양이 등을 태웠고, 밤에는 얼음 같은 바람이 피부를 파고들었다. 배고픔과 갈증에 시달리며 무너질 뻔했지만, 그녀는 끝까지 버텼다. 그녀가 가진 것은 애굽 왕 바로가 하사한 보석 몇 개와 고운 옷뿐이었다. 며칠을 걸어 애굽 국경에 도착한 그녀는 작은 마을에서 몸을 추슬렀다. 하지만 혼자 떠돌아다 Tue, 15 Apr 2025 00:00:04 GMT 음감 /@@8c7Z/526 나부터 잘해야지 - 드디어 이혼_20 /@@8c7Z/516 세화는 마지막 봉투를 현관 밖으로 내던지듯 내려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깨가 뻐근하게 아팠다. 너무 무리했나 싶었다. 병원 청소할 때까지 아프면 곤란한데. 이 정도면 오늘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며 밖으로 나섰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 전화가 울렸다. 또 지창이었다. "어차피 시작한 김에 오늘 다 끝내는 게 어때? 시간 끌면 더 피곤해지잖아." 세화 Mon, 14 Apr 2025 00:00:03 GMT 음감 /@@8c7Z/516 스스로의 길을 걷다(2) - 아브람과 사래 /@@8c7Z/525 아브람이 뒤돌아선 사래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채며 소리쳤다. “그래서 뭐 어쩌겠다고. 보호해주는 남자 없이, 여자 혼자 이 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아?” 사래는 손목을 잡힌 채 피식 웃었다. 아브람은 그 모습에 괜히 더 소리만 지를 뿐이다. “따지고 보면 내 임기응변으로 둘 다 살아남은 건데 좀 덮어주고 그러면 얼마나 좋아. 여자가 뭐 그리 꼬장 Fri, 11 Apr 2025 00:00:06 GMT 음감 /@@8c7Z/525 쓰레기를 끌어안고 사는 사람 - 드디어 이혼_19 /@@8c7Z/515 먼지가 가득한 바닥을 밟을 때마다 미세한 입자가 흩날렸다. 벽지는 군데군데 눅눅하게 들떠 있었고, 군데군데 곰팡이가 피어올라 있었다. 세화는 안방 문을 열었다. 퀴퀴한 냄새가 훅 끼쳐왔다. 방 안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침대 위에는 누렇게 변색된 이불이 구겨진 채 놓여 있었다. 베개는 얼룩덜룩했고, 그 위로 머리카락과 먼지가 뒤엉켜 있었다. 벽장 문 Thu, 10 Apr 2025 00:00:01 GMT 음감 /@@8c7Z/515 스스로의 길을 걷다(1) - 아브람과 사래 /@@8c7Z/524 가뭄이 들었다. 바람은 뜨거운 흙먼지를 몰고 다녔고, 땅은 쩍쩍 갈라졌다.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 서로를 원망했고, 우리는 애굽으로 향했다. 적어도 거기엔 나일강이 흐르니까. 애굽에 도착하자마자 아브람이 황당한 말을 했다. “사래, 제발 내 동생이라고 해줘.” 나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남편이 아니라 오빠? “당신은 너무 아름다워. 애굽 사람들이 당 Tue, 08 Apr 2025 00:00:06 GMT 음감 /@@8c7Z/524 그집 케찹은 빨강색이 아니다 - 드디어 이혼_18 /@@8c7Z/496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냉기마저 뚫고 나오는 끔찍한 악취가 얼굴을 덮쳤다. 속이 울렁거리는 걸 간신히 참으며 냉장고 문쪽 선반의 케찹병을 꺼냈다. 유통기한이 2019년 12월이었다. 그 옆의 돈까스 소스는 2020년 5월, 마요네즈 비슷하지만 색이 누렇게 된 뭔가의 유통기한은 2020년 8월이었다. 세화는 싱크대에 소스병들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케 Mon, 07 Apr 2025 00:00:03 GMT 음감 /@@8c7Z/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