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러스

엄마 아빠는 좋겠다, 내가 딸이라서 - 마음의 복지 - 수혜자는 어떻게 자라났나

시트러스 — Wed, 07 May 2025 00:44:56 GMT

"딸, 그거는 머꼬? 브런치? 한 번에 붙었다꼬?" 일요일 아침, 멀리 경상도에서 전화가 왔다. 앗, 한껏 자랑하려고 올린 거지만 막상 한껏 수줍어진다. "엄마. 그거는... 글 쓰는 사이트예요. 내가 글을 써서 보내면, 통과해야 글을 올릴 수 있어요." 브런치 스토리 작가 승인 이메일을 받고 기쁜 나머지, 카톡 인사말에 쓴 걸 보셨나 보다. "아

브이로그로 보시죠, 김수민 씨(가명. 교사 워킹맘)하루

시트러스 — Sun, 04 May 2025 09:02:10 GMT

[오프닝 – BGM: 잔잔한 피아노 or 경쾌한 브금] 화면: 자막 [“오늘도 김수민 씨의 브이로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내레이션: “경기도에 살고 있는 43세, 세 딸의 엄마이자 15년 차 영어 교사. 오늘은 김수민 씨(가명)의 하루를 따라가 볼까요?” [#1. 새벽 6시, 집안] 화면: 알람 소리, 어두운 방. 김수민 씨 기

나는 왜 커피 대신 미숫가루를 마시게 되었나 - 손가락 신의 저주

시트러스 — Fri, 02 May 2025 03:06:15 GMT

어느 날, 거대한 손가락 신이 나타나 내게 말했다. "너는 평소에 작은 행복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 그것들을 거두어 가겠다." "눼?? 제가요?"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손가락 신이 가리키는 이는 나밖에 없었다. "작은 행복들이 없는데, 어떻게 소중히 여겨요?!" 항변하였으나, 손가락 신은 싸늘하게 말했다. "괘씸하구나.

나의 범인 검거 후기 - 진정성 취조실 일지

시트러스 — Tue, 29 Apr 2025 23:48:10 GMT

나는 매일 작은 범죄를 잡아낸다. 일상을 글로 남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습관이다. 무심코 흘러 가는 하루 하루를 용의자 보듯 면밀히 살피게 되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흘러가는 하루와 감정들 사이에 잘 잠복해 있다가, 글감을 휙 낚아채는 식이다. 잡아 온 글감은 어두운 책상 너머에 앉히고 취조를 시작한다. ‘사건 발생 시간은?’ ‘아…. 기억이 잘

어깨 기대자 들린 귀신 - 안민터널 실화입니다.

시트러스 — Tue, 29 Apr 2025 23:46:52 GMT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봄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그 봄밤, 나는 귀신을 들었다. 이것은 100% 실화로, 실제로 귀신을 본, 아니 귀신을 ‘들은’ 경험담이다. 때는 약 10년 전. 내가 취직하여 경기도로 오기 전, 진해에서 살 때였다. 그 당시 나는 대학교에서 단기 시간 강사로 토익을 가르치고 있었다. 공부를 더 할지, 취업해야 할지…. 누구도

뚠뚠이와 성질머리 - 쌍둥이지만 각자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

시트러스 — Thu, 24 Apr 2025 04:12:11 GMT

두 놈이 또 얼리었다. 여기서 ‘두 놈’이란, 우리 집 딸 2호, 딸 3호 쌍둥이를 말한다. 1분 차이로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두 놈은 얼핏 일란성처럼 똑 닮았다. 하지만 성격은 너무나도 다르다. 둘 다 미숙아로 태어나 신생아 때는 너무 조그맸었다. 작디 작은 손과 부러질 듯 가느다란 발목. 손으로 가만히 쥐어보면, 너무 작아 숨소

만다꼬 또 전화했노?

시트러스 — Thu, 24 Apr 2025 03:30:29 GMT

경상도 여성들이라면 다 알 것이다. 각종 매체에서 애교 섞인 목소리로 오빠야~ 라고 할 때 느껴지는 그 심드렁함을. 실제 생활에서 오빠야 라는 말은 친 형제나 사촌쯤 되는 가까운 혈육을 지칭할 때나 쓰인다. 그리고 그들을 부를 때 절대 그런 콧소리는 내지 않는다. 언젠가 오빠와 통화하는 내 목소리를 듣고 남편이 깜짝 놀라 물었다. “목소리가 왜 그리 낮

3킬로미터의 봄

시트러스 — Thu, 24 Apr 2025 03:30:07 GMT

나는 운 좋게도 굉장히 짧은 거리를 운전해 출퇴근을 한다. 3킬로만 운전하면 되니, 시동을 걸고 노래나 좀 들을까 하면 도착해 있는 식이다. 그리고 꽃피는 4월이 되어서 보니 그 3킬로 중 2킬로가 양쪽으로 벚꽃이 쭉 피어있는 환상적인 코스가 아닌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분홍 벚꽃이 눈 내리듯 휘날리는 광경보다 더 멋진 풍경을 나는 몇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