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 /@@d03Z 삶은 고단하지만, 간결하고 즐겁게 살고싶다. 2021년 9월 6일 브런치에 입학했다. ko Wed, 14 May 2025 07:39:17 GMT Kakao Brunch 삶은 고단하지만, 간결하고 즐겁게 살고싶다. 2021년 9월 6일 브런치에 입학했다. //img1.daumcdn.net/thumb/C100x10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d03Z%2Fimage%2FaBM166C_gUgKU5WgWJxhIPJ6Q5I /@@d03Z 100 100 사람의 길 6 - (여고 반창회) /@@d03Z/825 우리가 여고를 졸업한 지는 37년이 되었지만, 여고 입학 사십 주년을 기념하며 맞이하게 된 1-4반 반창회가 열리는 날은 공교롭게도 4월 19일이었다. 여고 시절 은사님이었던 현직 목사님의 정치적 성향과 제자들의 정치적 성향이 달라서 조금 우려되었던 반창회가 열리기 전에 다행히 윤석열 파면 선고가 있었다. 물론 윤석열 탄핵 선고 이후에도 나라는 어수선하 Tue, 13 May 2025 08:11:20 GMT 도라지 /@@d03Z/825 사람의 길 5 - (여고 반창회) /@@d03Z/822 그날 저녁 나는 집으로 돌아와 두 명의 친구와 전화 통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전날 밤에 통화를 하지 못했던 다른 친구들과 통화를 하였다. 여고 1학년 담임 선생님과의 뜻밖의 재회에 관해 친구들은 모두 궁금해하였으나, 모두가 동창회나 반창회 개최에 관해 선뜻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한 친구는 우연히 페이스북을 통해 보게 된 선생 Tue, 01 Apr 2025 06:44:48 GMT 도라지 /@@d03Z/822 사람의 길 4 - (여고 반창회) /@@d03Z/821 철학자 토마스 홉스는 일찍이 17세기에 다음과 같은 두 개의 짧은 라틴어 문구를 비교하며 인간의 속성에 관해 서술한 바 있다. "Homo homini lupus (man is a wolf for man) and Homo homini deus (man is a God for man)." 홉스의 지적처럼 모든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무도(無道)한 늑대가 될 Tue, 18 Mar 2025 07:30:38 GMT 도라지 /@@d03Z/821 사람의 길 3 - (여고 반창회) /@@d03Z/820 오래된 흑백 사진 속의 민노아 선교사는 아직 젊었다. 금발 혹은 은발로 추정되는 그의 짧게 깎은 머리카락은 그의 눈썹과 같은 계열의 색상으로 보였다. 백여 년 전 인물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인물 뒤를 일부러 블러(blur) 효과로 처리한 것처럼 드러나는 배경은, 익히 우리가 역사책에서 보았던 고종황제의 사진 촬영 기법과 흡사해 보이기도 하였다. 몇 해 전 Mon, 17 Mar 2025 03:21:15 GMT 도라지 /@@d03Z/820 사람의 길 2 - (여고 반창회) /@@d03Z/818 신학원 원장실은 짙은 월넛 톤의 단단해 보이는 목재 책상 옆으로 동일한 월넛 톤의 책장이 한쪽 벽면을 책들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깊이 사유하기에 적당해 보이는 그 책상을 바라보는데, 문득 꼬맹이의 코딱지 때문에 백악관에서 쫓겨 나간 '결단의 책상'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선생님은 등받이 쪽 테두리만 월넛색깔의 목재로 멋을 부린 블랙 Fri, 14 Mar 2025 03:32:09 GMT 도라지 /@@d03Z/818 사람의 길 1 - (여고 반창회) /@@d03Z/817 삼일절을 앞두고 멀리 강원도 영월에서 지내고 있는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2월 마지막 날이나 3월 첫째 날에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이 언제냐고 물어오는 것이었다. 3월 첫째 날은 휴일임과 동시에 내 생일이어서 남편과 온종일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친구에게 2월 마지막 날 저녁에 만나자고 대답을 했다. 친구는 영월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Mon, 10 Mar 2025 07:17:32 GMT 도라지 /@@d03Z/817 친구 /@@d03Z/815 "권율아, 우리 화요일 개학이잖아. 우리 그때는 학원 안 가도 된다~ 그날 같이 놀 거야? 너 방학 동안 못 놀았잖아." 차분한 몸짓으로 아파트 티하우스에 들어와 앉은 안경 쓴 소년이 휴대폰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말했다. 왼손으로 휴대폰을 받치고 있는 소년의 오른손에는 펜슬이 들려있었다. 녀석은 크지 않은 말투로 통화를 하면서도 연신 문제지를 끄적거렸다 Mon, 24 Feb 2025 10:51:58 GMT 도라지 /@@d03Z/815 겨울 끝의 일상 /@@d03Z/814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배출되는 쓰레기는 언제나 다른 집에 못지않았다. 그날도 그러했을 것이다. 쓰레기를 버리고 들어오다가 문득 게시판에 붙어 있는 보건소 안내문을 발견했다. 눈이 펑펑 쏟아지던 1월의 어느 날, 또 한 번의 겨울이 지나가고 새로운 봄이 찾아온다는 암시가 아파트 게시판에 먼저 걸려 있었다. 보건소에서 상반기와 Fri, 21 Feb 2025 03:54:12 GMT 도라지 /@@d03Z/814 축복 /@@d03Z/811 한 달 전쯤 일이었다. 시내버스를 타려고 바삐 걸음을 옮기는데 하복부에서 둔탁하고 기분 나쁜 통증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더니 연이어 소변을 다시 봐야 할 것 같은 찝찝한 느낌이, 배 아래에서 두 개의 다리로 갈라지는 지점에서 연기처럼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방광염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 사이 나는 이미 버스 정류장에 당도해 있었고 Mon, 09 Dec 2024 07:26:19 GMT 도라지 /@@d03Z/811 호박엿 /@@d03Z/808 작년 봄에 대장을 110cm나 잘라내는 험한 수술을 받고 나서, 아버지는 수술 후 두어 달은 좋아하던 막걸리도 드시지 않았다. 대장암 수술 후 다른 데로 전이가 없는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미 전립선에서도 암은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구십이 된 아버지의 전립선은 따로 수술이 필요가 없다고 저명한 의사는 말했다. 꾸준히 전립선 암 치료제를 복용하면 Fri, 18 Oct 2024 12:42:26 GMT 도라지 /@@d03Z/808 검은 우매(愚昧) /@@d03Z/806 지금은 정신 병원에 들어가 있는 큰언니의 대학 시절 책장엔 <自己로부터의 혁명>이라는 제목의 책이 꽂혀 있었다. 아마도 그 당시 나는 중학생쯤 되었을 것이다. 책장 속에 나란히 꽂혀있던 책들 가운데 유독 "자기로부터의 혁명"이라는 책 제목은, 어린 나에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었다. 오늘 내가 문득 그 책을 떠올리며 <자기로부터의 혁명>을 라 Mon, 07 Oct 2024 11:01:18 GMT 도라지 /@@d03Z/806 나 혼자 운동회 /@@d03Z/805 왜 그런 생각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기아 K 8 광고음악이 거실 공기를 가득 채우며 울려 퍼질 때마다, 달콤하면서도 웅장한 지미 폰타나의 목소리가 묘하게 나의 심장을 두드렸기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멀리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 후배에게 보낸 톡 대화 중에 등장한 "슬로베니아로 넘어가는"이라는 그녀의 표현 때문이었을까. 어디선가 Wed, 25 Sep 2024 02:19:43 GMT 도라지 /@@d03Z/805 아버지의 계획 /@@d03Z/802 나의 늙고 병든 부모님 가운데 특히나 아버지는 아직도 당신의 기획대로 상대방을 움직이려 한다. 평생토록 그 대상은 언제나 바깥세상에 있지 않았다. 숫기가 없고 남한테 싫은 소리 듣는 걸 딱 질색하였던 아버지의 기획 대상은, 아버지보다 상대적으로 약자처럼 보이는 어머니와 딸들이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아버지는 늙은 그의 마누라와 막내딸을 상 Tue, 03 Sep 2024 03:29:32 GMT 도라지 /@@d03Z/802 공수래공수거의 역설(逆說) /@@d03Z/801 서울연구원이 2023년 10월 30일 발표한 ‘서울시민 정신건강 실태와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19~74세 서울시민 2149명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52.5%는 1개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이 답변한 정신건강 문제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이 33.8%로 가장 높았고 이어 ‘우울( Sat, 31 Aug 2024 04:53:08 GMT 도라지 /@@d03Z/801 숙맥(菽麥)과 거짓말 /@@d03Z/800 아주 오랜만에 택시를 탔다. 길이 막히는 것도 아닌데, 기사님이 슬그머니 이야기 자루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며칠 전 일 년에 한 번씩 있는 정기교육에서 어느 강사가 했던 말을 택시 뒷자리에 앉아있던 나에게 옮겨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 기사님의 말씀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강의하러 오신 분들은 대부분 박사들이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더 Wed, 28 Aug 2024 06:39:42 GMT 도라지 /@@d03Z/800 인생은 뷰티풀, 친구는 원더풀 /@@d03Z/799 그녀들이 돌아왔다. 매들린과 카아는 청주에서 나와 함께 두 번 만나서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이었다. 두 번째 만난 자리에서 매들린은 카아의 여행 제안을 즉석에서 수락하고, 얼마 뒤 그녀들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중국 태항산으로 향했다. 그러니까 그녀들을 서로에게 소개한 사람은 나였다. 매들린은 나의 대학 동기이며, 카아는 그녀가 오랜 외국 생활 후 Tue, 20 Aug 2024 04:08:24 GMT 도라지 /@@d03Z/799 꼴값이냐 자유냐 /@@d03Z/795 아는 언니의 이야기다. 정년퇴직을 한 그녀의 남편은 젊어서부터 낭만적인 데가 많았다. 훤칠한 키에 우수 어린 눈망울로 그가 기타를 연주하며 팝송을 한 자락 뽑아내기라도 하면, 그의 주변에 있던 모든 여자들이 깜빡 죽곤 했었다. 그녀도 그런 그의 모습에 반해 사랑에 빠졌고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그의 아내 자리를 거머쥐었다. 모 기업에서 정년퇴직 Wed, 24 Jul 2024 03:35:06 GMT 도라지 /@@d03Z/795 그 여름의 노래방 /@@d03Z/793 나는 그리스에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 철학과 정신에 대해선 아주 조금 아는 게 있는 것도 같다. 아마 서양철학을 공부하면서부터 갖게 된 알량한 지식일 게다. 뒤늦게 서양철학을 공부했다곤 하지만, 그날 밤 노래방에서 떠오른 베르그송의 철학을 공부해 본 적은 없다. 베르그송을 언급한 다른 철학자들 사이에서 간간이 그의 철학을 접해 Tue, 16 Jul 2024 07:21:31 GMT 도라지 /@@d03Z/793 비 오는 날의 풍경 /@@d03Z/792 작년까지만 해도 비가 너무 많은 날에 산책을 나가고 싶을 때는 십여 년 전 구매했던 아쿠아슈즈를 신고 나갔다. 하지만 아쿠아슈즈는 발바닥에 쿠션이 없어서 오래 산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올해 장마철이 시작될 무렵 남편은 내게 크록스 신발을 하나씩 사서 신자고 하였다. 비가 내리는 날 산책을 나갈 때 크록스를 신고 나가자는 취지였다. 물건을 살 때마다 Mon, 08 Jul 2024 04:56:45 GMT 도라지 /@@d03Z/792 비와 햇살의 이중주 /@@d03Z/791 장마가 시작되고부터 밤마다 잠들기 전에 거실 창문을 닫는 걸 잊지 않았다. 추운 겨울처럼 창문을 끝까지 꼭 닫는 것이 아니라, 비가 와도 거실 안으로 들이치지 않을 만큼의 공간은 어느 정도 남겨두고 창문을 닫는다. 그렇게 단도리를 하고 잠이 들었다가도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후두둑 후두둑 빗소리가 잠결에 들려오면, 얼핏 잠이 깨기는 하였지만 예전처럼 구태 Wed, 03 Jul 2024 03:44:55 GMT 도라지 /@@d03Z/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