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 /@@fKfs 장애학생을 가르치는 특수교사입니다. 학생들과 지지고 볶는 이야기, 학생들 때문에 울다가도 학생들 덕분에 웃는 이야기, 그리고 제 일상 이야기를 씁니다. ko Sun, 27 Apr 2025 16:10:47 GMT Kakao Brunch 장애학생을 가르치는 특수교사입니다. 학생들과 지지고 볶는 이야기, 학생들 때문에 울다가도 학생들 덕분에 웃는 이야기, 그리고 제 일상 이야기를 씁니다. //img1.daumcdn.net/thumb/C100x100/?fname=http%3A%2F%2Fk.kakaocdn.net%2Fdn%2FHo9HO%2FbtsgJ03VsY8%2FQtuxfWbwUxiRKbKigekdgK%2Fimg_640x640.jpg /@@fKfs 100 100 공원 둘레길에서 만난 사람들 /@@fKfs/21 오늘은 창의적체험활동이 있는 날이다. 계획했던 대로 우리 반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뒷산에 있는 둘레길을 걸었다. 봄이 깊어가는 길목, 바람은 따뜻했고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반짝였다. 아이들은 제각각의 방식으로 이 길을 즐겼다. 상연이는 발끝으로 흙길을 느끼며 걷고, 키가 커다란 윌리엄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햇살에 눈을 찡그렸다. 그리고 민성이는 지나가는 어 Thu, 24 Apr 2025 01:28:31 GMT 카타리나 /@@fKfs/21 자연인? 노숙자? /@@fKfs/15 우리 반 상연이는 우람한 체구를 가졌다. 고등학교 1학년인데도 웬만한 성인 남자만큼이나 키가 크고 살집도 적당히 있으며 피부색이 약간 까무잡잡한 편이어서 건장한 청년의 모습을 보인다. 상연이는 아침에 등교할 때는 학교 차량을 타고 오며, 하교할 때는 활동보조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걸어서 귀가한다. 상연이의 담임이 된 첫날에 활동보조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었는 Thu, 10 Apr 2025 06:48:55 GMT 카타리나 /@@fKfs/15 님아, 그 손을 잡지 마오! /@@fKfs/22 "선생님, 우리 애가 또 한 건 했어요."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말을 하고 다니는지 선생님도 잘 아시죠? 우리 애는 참... 말을 너무 잘해요. 너무 잘해서 "얘가 정말 지적장애를 가진 것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예요. 이번에도 저를 빵 터지게 만든 일이 있었어요. 선생님께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 애가 한동안 저한테 이러더라고요. "엄마, 늙 Wed, 02 Apr 2025 05:20:40 GMT 카타리나 /@@fKfs/22 고민 /@@fKfs/20 "할머니 집에 가자." 우리 반 은지는 하루에도 수십 번,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수백 번 이 말을 반복한다. 은지는 다른 말을 할 때는 발음이 분명하지 못한데도 이 말을 할 때만큼은 매우 또렷하게 말한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수업 중에도, 쉬는 시간에도. 할머니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은지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방과 후에는 늘 할머니 집으로 간 Mon, 31 Mar 2025 07:30:33 GMT 카타리나 /@@fKfs/20 동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날까지 /@@fKfs/18 나는 장애 학생을 가르치는 특수교사다. 매일 아이들과 부딪히고, 또 작은 변화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우리 반 동진이는 이름을 부르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친구다. '동진아'하고 부르면 동진이의 표정은 금세 굳어버린다. 눈을 치켜뜨고 입술을 앙 다물며 거칠게 소리친다. "나 동진이 아니야? 박사님이야! 회장님이야!" 그러면서 교실 문을 박차고 나가버리 Fri, 28 Mar 2025 00:26:26 GMT 카타리나 /@@fKfs/18 가오 잡고 싶어서 /@@fKfs/13 우리 반 남학생인 민성이는 우리 반 여학생인 진아를 좋아한다. 진아가 좋아하는 간식을 매일 헌납하고 진아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덕질하면서 진아의 관심을 받기 위해 지극정성을 다한다. 심지어 진아가 짝사랑하는 가수 영케이와 우리 학교의 체육선생님마저 민성이는 같이 짝사랑한다. “민성아, 너는 영케이랑 체육선생님을 왜 좋아해? 너는 질투를 해야 맞는 거 아냐?” Tue, 25 Mar 2025 01:30:50 GMT 카타리나 /@@fKfs/13 내 안경을 돌려줘 /@@fKfs/14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잠실에 가던 중이었다. 갑자기 한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어떤 할아버지의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아고, 어르신 죄송합니다. 저희 아이가 좀 아픈 아이라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 누구는 안 아프고 살아요? 아프다고 이런 행동을 해요? 어떻게 나한테 이걸 던져요?” 아이 엄마의 거듭되는 Tue, 18 Mar 2025 01:31:14 GMT 카타리나 /@@fKfs/14 너 선생님 너 안녕하냐? /@@fKfs/7 우리 반에는 윌리엄이라는 이름을 가진 다문화 가정의 학생이 있다. 윌리엄의 아버지는 캐나다 분이고 어머니는 한국 분이다. 윌리엄의 아버지께서는 교회에서 목사님으로 일하고 계시고 어머니는 영어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윌리엄은 한국에서 태어나 세 살까지 자라다가 그 이후에는 아버지의 나라인 캐나다로 건너가서 중학교까지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 Wed, 12 Mar 2025 06:40:57 GMT 카타리나 /@@fKfs/7 벤자민 나무가 숨겨준 냉장고 열쇠 /@@fKfs/12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는 실내 정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는 유명한 수목원만큼은 아니지만 꽤 여러 종류의 식물과 작은 분수대가 갖춰진 아름다운 곳이다. 전문가의 손길로 만든 것도 아니고 엄청난 돈을 들여서 만든 것도 아니다. 특수학교인 우리 학교의 전공과 선생님들이 하나하나 심고 가꾸어서 만든 그야말로 소박한 정원이다. 5년쯤 전에 그 정원에서 벤자 Fri, 07 Mar 2025 01:59:33 GMT 카타리나 /@@fKfs/12 엄마의 기도 /@@fKfs/11 현준이네 누나가 서울 소재의 명문 사립대에 최종 합격하였다고 현준이 어머니께서 알려 오셨다. 중증의 자폐성 장애를 가진 현준이와는 달리 누나는 출신 고등학교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내로라하는 수재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현준 부모님의 자존심이자 명예이고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현준 어머니께서 지난 12월에 나에게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Wed, 05 Feb 2025 02:50:33 GMT 카타리나 /@@fKfs/11 학교 축제에서 있었던 일 /@@fKfs/10 우리 학교는 해마다 10월 말에 축제를 한다. 특수학교인 우리 학교의 축제 모습은 여느 학교와 다를 바 없이 학생들의 작품 전시, 문화 공연, 먹거리 장터, 이벤트 회사가 주도하는 뒤풀이 마당 등 매우 신나는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 2024년 축제 때는 ‘세계 여러 나라의 전통’을 주제로 정하여 각 나라들의 춤, 음악, 의복 등을 배우고 즐기는 Tue, 04 Feb 2025 00:52:25 GMT 카타리나 /@@fKfs/10 '얘'와 '선생님'의 차이 /@@fKfs/8 나는 특수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이다. 우리 반의 경민이는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도 말을 논리적으로 잘하고, 예의 바르고, 사교적이어서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가끔 잊어버릴 정도이다.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데도 책의 그림을 보고 내용을 유추해서 등장인물의 대사를 얼추 맞추는 능력이 탁월하다. 뿐만 아니라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의 표정을 보고 자기가 해야 할 Sat, 01 Feb 2025 03:08:24 GMT 카타리나 /@@fKfs/8 끄는 자, 켜는 자, 바로잡는 자 /@@fKfs/9 현준이가 또 전등을 꺼버렸다. 현준이는 얼마 전부터 우리 교실의 전등 스위치를 틈만 나면 꺼버리는 행동을 하고 있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약 2주 전부터 갑자기 그런 습관이 생겼다. 출입문 바로 옆에 스위치가 있는데 현준이는 교실에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어김없이 불을 꺼버리고 수업 중에 벌떡 일어나 끌 때도 있다. 우리 교실은 정남향이어서 날씨가 맑을 Wed, 29 Jan 2025 05:52:04 GMT 카타리나 /@@fKfs/9 아이는 정확했다! /@@fKfs/6 나는 중학교 특수학급 담임교사이며 우리 반에는 총 6명의 학생이 있다. 지난 목요일의 일이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이 모두 양치를 마쳤다. 5교시 시작 전까지 15여 분이 남아 있는데 내가 혼잣말로 “이거 서명받아야 하는데 언제 받으러 다니지?” 했다. 내가 맡고 있는 교무 업무와 관련된 명부가 내 앞에 있었고 그 명부에는 총 12명의 선생님 이름이 적혀 있 Thu, 23 Jan 2025 01:34:02 GMT 카타리나 /@@fKfs/6 음쓰 이모님 이야기 /@@fKfs/5 집에 있던 음식물 처리기를 학교에 가져다 두었다. 음식물을 넣으면 미생물이 분해하여 처리하는 방식이다. 우리 반의 현준이가 남긴 음식물을 처리하기 위해서이다. 현준이는 자폐성 장애가 있는 우리 반 학생이다. 자기 머리를 벽에 부딪치거나 주먹으로 눈을 때리는 등 자해 행동을 자주 한다. 다른 사람을 향한 행동이 다소 과격할 때면 현준이를 피해서 다른 학생들 Mon, 13 Jan 2025 01:15:28 GMT 카타리나 /@@fKfs/5 그럼 언제 놀아요? /@@fKfs/4 우리 반 준혁이와 옆 반의 성현이가 대판 싸웠다. 치고받고 싸우느라 둘 다 눈물범벅, 콧물 범벅이 되었다. 준혁이도 성현이도 초등학생 때에는 일반 학교의 특수학급에서 공부하다가 중학생이 되면서 특수학교인 우리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다. 게다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공통점도 있다. 이런 점 덕분에 엄마끼리도 친하여서 바쁠 때 서로의 아이를 맡아 주 Thu, 09 Jan 2025 02:24:38 GMT 카타리나 /@@fKfs/4 펭귄 걸음 소동 /@@fKfs/3 어젯밤에 살짝 내린 눈으로 오늘은 하루 종일 길이 미끄러웠다. 내가 담임교사로 있는 특수학급 학생들은 중학생답게 언제나 기운이 넘친다. 교내 이곳저곳을 마구 뛰어다니면서 신나게, 때론 위험하게 활동한다. 그래서 오늘 1교시에는 맘먹고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겨울철 빙판길을 걸을 때엔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지난 주말에 미리 PPT를 만들어 두었던 터라 Thu, 02 Jan 2025 02:39:43 GMT 카타리나 /@@fKfs/3 산타할아버지, 똑똑하게 해주세요. /@@fKfs/2 내가 담임을 맡고 있는 특수학급에 보조인력으로 사회복무요원 1명이 배치되어 있다. 예술대 디자인과에 재학하다가 군복무를 위해 지금은 휴학을 하고 우리 학교에 공익으로 배치된 사람이다. 전공이 디자인이어서 그런지 옷도 간지나게 잘 입고 얼굴도 잘생겼다. 이름은 박선규. 아이들은 ‘선규샘’이라고 부른다. 우리 반의 유일한 여학생인 은서가 선규샘을 좋아하게 되 Fri, 27 Dec 2024 01:49:39 GMT 카타리나 /@@fKfs/2 이토록 예쁜 영혼을 어찌할까요! - 경민, 준혁아~ /@@fKfs/1 나는 중학교에서 특수학급을 맡고 있는 특수교사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 6명으로 남학생이 5명, 여학생이 1명이다. 지난 가을의 일이다. 여름 장맛비처럼 많은 비가 내리던 날이었는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했던 날이 있었다. 여느 날처럼 차를 몰고 교실 근처에 있는 주차장에 들어섰을 때였다. 꽤 이른 시간이어서 아직은 등교한 학생들이 많지 않을 시간 Fri, 20 Dec 2024 00:21:20 GMT 카타리나 /@@fKf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