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 /@@goQ 괜찮아. 다 잘 될거니까. ko Sat, 03 May 2025 04:06:06 GMT Kakao Brunch 괜찮아. 다 잘 될거니까. //img1.daumcdn.net/thumb/C100x10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oQ%2Fimage%2FvIdKHG76lU98_bH2GaZZDPnJ76A.jpg /@@goQ 100 100 새해의 기도 /@@goQ/829 자주 행복하고 가끔 슬퍼할 일이 있더라도 내내 평안하기를. 가슴 한켠이 버석거리는 기분이다. 헤아릴 수 없는 슬픔과 고통과 공포를 조금이나마 감히 이해하려다 관두고 조용히 애도를 해보았다. 분향소에 가는 것도 아니고, 기부나 자원봉사를 자청한 것도 아니지만 알지 못하는 타인들의 슬픔에 깊히 공감할 수 있는 건 참사이기 때문에. 새해를 맞이하려던 수많은 Wed, 01 Jan 2025 01:29:55 GMT 소라 /@@goQ/829 /@@goQ/828 등이 굽은 이는 말이 없었다. 무너진 어깨선 아래 쓸쓸한 등을 쓰다듬으면 움츠린 어깨 위로 툭 튀어나온 날개뼈가 만져질 것 같았다. 굽은 등을 따라 예리하게 불거진 척추뼈가 손가락을 따라 느껴질 것도 같았다. 날카로우면서도 쳐연해보이는 척추뼈 하나하나가 튀어나와 껍데기만 남은 살가죽 안에 내가 남아있노라 말하고 있었다. 안쓰러운 뒷모습을 가만히 쓸어주 Tue, 10 Dec 2024 12:22:09 GMT 소라 /@@goQ/828 5.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었어 -4(完) /@@goQ/825 모든 것은 빠르게 흘러갔다, 세상에. 숨어지내던 혁수오빠도 해외로 도망간 줄 알았던 순애언니도 어떻게 알았는지 할머니 장례식장에 나타났다. 나와 엄마 아빠처럼 검은 옷을 입고. 특히 순애언니는 할머니의 영정 앞에서 펑펑 울었다. 나보다도 더 어린아이처럼.&nbsp;가방 속에 숨겨두었던 비녀를 할머니가 가실 때 머리 못 묶으실라 꺼내놓자 아빠는 짐짓 놀란 표정이다가 Mon, 07 Oct 2024 23:00:15 GMT 소라 /@@goQ/825 우울은 아주 비참해 /@@goQ/826 계절감은 언제나 나보다 속도가 빠르다. 잠깐 눈알을 굴렸을 뿐인데 어느새 밖은 겨울이었다. 부러 행복해지려고 열심히 사는 건 아니지만 틈틈이 삶 속의 작은 행복을 찾으며 살아왔던 나의 지난날. 지금은 복용하지 않고 있지만 2018년부터 약 오 년 동안 나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항우울성 약을 복용해 왔었다. 솔직히 정신과의 이미지가 그리 좋은 건 아니다. 진 Mon, 07 Oct 2024 13:58:03 GMT 소라 /@@goQ/826 5.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었어-3 /@@goQ/824 모든 것을 토해낸 할머니의 창고는 공허하고 차가웠다. 텅 빈 방에 쥐는 없었지만 정말로 쥐가 살긴 살았던 건지 쥐구멍 같은 큰 구멍이 방구석에 있었다. 구멍은 야구공으로 막혀있었는데 잡동사니 무덤에 파묻혀있던 공 하나가 굴러들어 박힌 건지 아니면 쥐가 이제 볼 일 없으니 오지 말아야지, 하고 야구공을 끌어다가 막아놓았는지 모를 일이었다. &ldquo;봐, 쥐 같은건 Fri, 04 Oct 2024 01:00:06 GMT 소라 /@@goQ/824 5.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었어-2 /@@goQ/823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온 듯 했다. 밤마다 잠 못드는 나를 위해 엄마는 늘 머리맡에서 동요를 불러주곤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요는 과수원길. 엄마는 고운 목소리로 내게 과수원 길을 불러주었다. 그러면 나는 엄마의 목소리를 따라 아카시아 꽃이 핀 동구 밖 과수원 길로 향하는 꿈같은 상상을 했고 그 끝에는 과수원길이 아닌 밤색의 큰 장롱이 문을 열고 나를 Tue, 01 Oct 2024 02:00:04 GMT 소라 /@@goQ/823 5.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었어-1 /@@goQ/822 그 곳의 창고는 늘 퀘퀘하고 어두웠으며 누른 곰팡내가 가득해서 잠깐 문을 열어 머리를 넣어보는 일조차 진저리가 쳐지는 곳이었다.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 차있는 그 방엔 없는 게 없었다. 할머니가 결혼할 때 입으셨다던 낡은 한복과 학생 시절 그렸었다던 서예와 그림들 할아버지가 아끼셨던 박제된 꿩 그리고 이사 오기 전 집에서 가져오신 작은 자개장까지 그 안에 다 Thu, 26 Sep 2024 23:00:09 GMT 소라 /@@goQ/822 나의 밤에 안녕을 빌어줘요 /@@goQ/821 6평 남짓한 내 방 안에서 가장 애정 하는 것 중 하나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푹신한 베개. 잠을 자기 위해선 침대나 이부자리에 꼭 베개가 있어야겠죠. 제 침대엔 총 세 개의 베개와 말랑한 등받이용 식빵 모양의 쿠션이 하나 있어요. 어떤 날에는 쿠션을 베고 잠들기도 하고, 대부분은 복원력이 좋은 마이크로화이바 소재의 베개를 베고 잠들어요. 베개는 밤의 안<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guest%2Fimage%2FvDQUZrb5vP-PUrGnVooqIc9owkg.jpg" width="500" /> Sun, 22 Sep 2024 22:00:09 GMT 소라 /@@goQ/821 알사탕 /@@goQ/820 가끔은&nbsp;투정부리고 싶어요. 알사탕을 빼앗겨&nbsp;엉망이 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심술부리는 어린 아이처럼. 가끔은 솔직해지고 싶어요. 내뱉지 못한 채 체할 것 같은 말들을 꼭꼭 씹어삼키는 대신 알사탕을 굴리다 뱉어버리는 어린 아이처럼.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어른이지만 그래도 한때는 어린아이였어요. Sun, 22 Sep 2024 05:30:28 GMT 소라 /@@goQ/820 4. 소주와 아메리카노의 조화에 대하여 (하) /@@goQ/819 시체 닦는 아르바이트와 사적일 수도 있는 주량의 상관관계를 알지 못해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하지 않자 오 씨가 뚜껑을 깐 소주 한 병을 내밀며 마시라고 했다. &ldquo;이 일이 맨 정신으로는 못하는 일이여. &ldquo; 시체 보관실은 사무실 안 쪽으로 들어가야 했다. 책상 2개가 단출하게 놓여있는 사무실 반대편의 두텁고 견고한 문을 열자 냉기가 도는 시체 보관실이 모습을 Sat, 21 Sep 2024 15:25:02 GMT 소라 /@@goQ/819 소주와 아메리카노의 조화에 대하여 (하) /@@goQ/818 시체 닦는 아르바이트와 사적일 수도 있는 주량의 상관관계를 알지 못해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하지 않자 오 씨가 뚜껑을 깐 소주 한 병을 내밀며 마시라고 했다. &ldquo;이 일이 맨 정신으로는 못하는 일이여.&ldquo; 시체 보관실은 사무실 안 쪽으로 들어가야 했다. 책상 2개가 단촐하게 놓여있는 사무실 반대편의 두텁고 견고한 문을 열자 냉기가 도는 시체 보관실이 모습을 Fri, 20 Sep 2024 02:00:02 GMT 소라 /@@goQ/818 4. 소주와 아메리카노의 조화에 대하여(중) /@@goQ/817 그 애의 모습에 불현듯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집안 사정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한 내게 어느날 갑자기 말을 걸어왔던 반장. 그다지 예쁘지도 않았고 전교권을 다툴 만큼 똑똑하지도 않았는데 유난히 친구들이 많이 따르던 아이. 나의 첫사랑이었던 이 영. 그 당시 나의 아버지는 일용직으로 어머니는 반찬가게에서 일을 하며 빚을 갚고 계셨다. 동생은 개천 Tue, 17 Sep 2024 13:30:16 GMT 소라 /@@goQ/817 마음이 지친 이에게 가장 알맞은 위로법 /@@goQ/816 휴무인 날엔 대게, 알람 소리에 눈을 뜬 뒤 매트리스 위에 가만히 누워서 눈을 끔뻑이곤 합니다. 그러면 뭉쳐있는 승모근과, 뻐근함이 남아있는 어깻죽지를 타고 여전한 피로가 손과 발을 그리고 몸통을 옭아매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걸리버 여행기에서 소인국인들에게 포박당한 걸리버처럼 뒤척이지 못한 채 가만히 눈을 끔뻑이며 시계를 확인합니다. 아침일 때도 있고, Mon, 16 Sep 2024 22:00:04 GMT 소라 /@@goQ/816 타고 남은 재를 보며 느낀 소회 - 자기안의 불안과 우울에 대하여 /@@goQ/815 요즈음 저녁마다 방에 들어와 하는 일은, 형광등을 끄고 방안에 있는 두 개의 스탠드를 켜 조금은 낮은 조도의 안정감을 주는 주광색 불빛에 기대어 글을 쓰거나, 노래를 들으며 인터넷 하기 혹은 영화나 드라마 다시 보기입니다. 방 안에서 그러고 있노라면 시끄러운 먼 곳에서 아득히 떨어진 공간에 있는 듯, 조용해서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입니다. 독서도 다시 꾸준<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guest%2Fimage%2FP3RqEnJBKEHZ43N5PDE5e_t9MM4.jpg" width="500" /> Sun, 15 Sep 2024 15:00:06 GMT 소라 /@@goQ/815 안녕, 무명씨 /@@goQ/814 무명 씨에게. 안녕한가요. 요즘 그대의 고민은 무엇인가요. 경제적인 문제일지도, 애정에 관한 통증일지도, 막연히 그려지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일지도 모르겠네요. 요즘 저의 가장 큰 고민은 건강이에요.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정신적인 공황상태의 지속. 제 불안은 그대의 불안과 얼마나 다를지 모르겠지만, 온종일 가슴은 쿵쿵거리고, 숨은 이따금 벅차 올 것 같 Sat, 14 Sep 2024 15:00:08 GMT 소라 /@@goQ/814 밤을 잃은 그대에게 /@@goQ/813 밤을 잃은 그대에게. 중등도우울에피소드를 진단받고 거의 사 년 가까이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고 있지만 그러면서 생긴 수면장애로 인해 불면증 치료를 받은 지도 일 년이 넘었어요. 처음엔 하루 이틀 제대로 잠을 못 자는 것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쉬이 잠이 들지 않는 빈도는 갈수록 늘었고 정말로 너무나 피곤하지 않아 수면욕이 사라진 것 같았거든요. 대학생시절 마<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guest%2Fimage%2FjYdCiXp64bQueRJKllBsidsXUX4.png" width="500" /> Sat, 14 Sep 2024 12:12:43 GMT 소라 /@@goQ/813 4. 소주와 아메리카노의 조화에 대하여 (상) /@@goQ/812 아버지가 사망했다. &ldquo;그래도 살아야지&rdquo; 아버지와 작별을 고하고 장례식장 밖에서 붉어진 눈가를 어쩌지 못해 가만히 앉아있던 내게 삼촌은 그래도 살아야지,라고 말했다. 흙먼지로 뒤덮인 운동화에 후줄근한 잠바 차림으로 멍하니 있던 내게 몇 번을 광 낸 건지 모를 번쩍이는 구두를 신고 다가온 삼촌이 장례 치르는 삼일 동안 처음 건넨 말이었다. 경황이 Thu, 12 Sep 2024 21:00:08 GMT 소라 /@@goQ/812 3. 고양과 고양이(하) /@@goQ/811 &ldquo;이봐 고양, 내가 시킨 업무는 언제까지 되겠나? &ldquo; 멍한 여자의 반응을 본 상사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불호령이 떨어졌다. &ldquo;오전 중에 보고 드려야 한다고 했지!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rdquo;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린 여자는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곤 자료수집을 위해 외근 준비를 했다. 신호등을 바라보는데 건너편에서 할머니 한 분이 전단지를 한 아름들 Tue, 10 Sep 2024 06:48:37 GMT 소라 /@@goQ/811 3. 고양과 고양이(상) /@@goQ/810 독신으로 살고 있는 여자가 하나 있다. 15평짜리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여자가 가진 거라곤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한 마리뿐이다. 늦은 밤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여자는 높은 하이힐을 벗어던지고 제대로 씻지도 않은 채 부엌으로 가 구석에 있던 라면 한 봉지를 뜯었다. 가스 밸브를 열어 불을 켜고 물을 끓이는 동안 상사에게 추가 업무에 관한 메시지를 Thu, 05 Sep 2024 15:00:07 GMT 소라 /@@goQ/810 2. 아스피린에 대한 가벼운 찬사(하) /@@goQ/809 가정부가 초조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병원에라도 가보시겠어요? 택시 불러드릴까요? 남자는 말없이 손만 흔들고는 나가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가정부가 남자를 한 번 돌아보더니 한숨을 쉬고 서재 문을 닫았다. 째깍째깍. 곧 네 시가 되면 뻐꾸기시계가 네 차례 울부짖을 것이다. 그때까지만 잠시 쉬자. 강박증에 편집증적인 기질을 가진 그였으나 Mon, 02 Sep 2024 23:00:06 GMT 소라 /@@goQ/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