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꽃농부 /@@gz5U 어느덧 오십대 중반이 된 지금, 지나온 시간의 순간들을 기록하지 못한 탓에 이제서야 기억에 의존하며 과거를 회상하려 애쓰는 중입니다. ko Tue, 06 May 2025 22:58:28 GMT Kakao Brunch 어느덧 오십대 중반이 된 지금, 지나온 시간의 순간들을 기록하지 못한 탓에 이제서야 기억에 의존하며 과거를 회상하려 애쓰는 중입니다. //img1.daumcdn.net/thumb/C100x10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z5U%2Fimage%2FdWVWzyShNhPlulrbYsFqdWMxfP4.JPG /@@gz5U 100 100 키스 /@@gz5U/85 그 입맞춤은 너무 짧고 강해서 한동안 안 잊힌다 멀리 돌아천천히 뒷걸음으로너를 피하려&nbsp;했다. 거리를 가늠하며너만은 만나고 싶지 않아가장 고요한 궤적을 택했다 그 모든 계산을 무너뜨린 것은단 한&nbsp;번의 입맞춤 예정되지 않은 만남예상 밖의 충돌 너와의&nbsp;입맞춤은사랑이 아니라 파멸이다 Sun, 04 May 2025 23:23:53 GMT 벼꽃농부 /@@gz5U/85 리버스 /@@gz5U/84 모두가 직진을 꿈꾼다.빠르고 정확하게,예측 가능한 경로로. 하지만&nbsp;조용히 약간의 회전을 숨긴 채벽을 향해 굴러간다. 누구나 왼쪽으로&nbsp;튈 줄 알았겠지. 하지만 벽에 닿는 순간 휙 돌아선다. 오른쪽으로 느리게,&nbsp;그러나 분명히. 누구도 생각지 못한그 곡선을 따라&nbsp;슬며시 다가간다. 속임이 아닌,오히려 가장 정직한 곡선. Sun, 04 May 2025 23:23:52 GMT 벼꽃농부 /@@gz5U/84 투 바운드 /@@gz5U/83 말은 쉽다.짧게 끊어쳐라,회전을 실어라,두 번 튕기고 나서 정확히 조금만 더 밀고 가서 그 자리에 멈추게 하라. 하지만짧게 친다는 건짧게 &lsquo;느껴야&rsquo; 가능한 일이었다. 숨을 참는다.팔엔 힘을 빼되,손끝은 살아 있어야 한다. 회전은돌아가라는 뜻이 아니라,돌아올 줄 아는 힘이다. 두 벽을 튕기며나는 눈으로 공을 좇는다.첫 번째 벽은 잘 맞았다.두 번째 벽 Sun, 04 May 2025 23:23:52 GMT 벼꽃농부 /@@gz5U/83 대회전 /@@gz5U/82 출발은 언제나 당당하지,&quot;자, 간다!&quot; 하고 세차게 꽝&nbsp;밀치고 나가야 한다. &quot;회전은 시계 반대 9시 반,&nbsp;힘은 가능한 쭉쭉,&nbsp;벽은... 다섯을 맞고 돌아와야 해.&quot; 근데 말이야,중간에 꼭그놈이 기다리고 있어.딱 붙어서,&ldquo;이봐, 오랜만이야. 악수 한 번 하지&rdquo; 안 돼.그건 키스야.단 한 번의 입맞춤이모든 걸 망쳐버릴 수 있다고! 그래서 난, 널 피해&nbsp;아 Sun, 04 May 2025 23:23:52 GMT 벼꽃농부 /@@gz5U/82 주판알 /@@gz5U/81 옆으로 누워말없이 숫자를 셈한다 하얀 공, 빨간 공손끝 하나에 내 몸이 옮겨간다 너의 열기와 긴장을한 알씩, 정직하게이 기록 위에 새긴다 득점은 작지만그 무게는 묵직하다 한 알의 공이 옮겨질 때마다숨죽인 감정도 따라 움직인다 누군가는 잊지만나는 잊지 않는다그 실수, 그 환호, 그 고요한 성공을한 칸씩 옮기며 기억한다 나는 응원도, 판단도 하지 않는다다만 Sun, 04 May 2025 23:23:51 GMT 벼꽃농부 /@@gz5U/81 뒤돌려치기 /@@gz5U/80 처음엔 쉬워 보였다멀지 않은 거리, 부드러운 곡선돌아 나올 길이 분명히 보이는 듯하얀 공은 거침없이 질주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빛과 그림자가 겹쳐 있다 되돌아오는 그 짧은 여정 사이기다렸다 마주치는&nbsp;뜻밖의 &lsquo;입맞춤&rsquo; 하나 예정에 없던 키스, 쫑 한 점의 정적이 번져가며궤도는 흐려지고의도는 천천히 어긋난다 회전은 충분했지만순간의 각도, 한 숨결의 거리그 Sun, 04 May 2025 23:23:51 GMT 벼꽃농부 /@@gz5U/80 심판 /@@gz5U/79 말이 없다.소리 없이 눈으로 그리고 손짓으로공 하나, 큐 하나, 숨결 하나까지모두 꿰뚫는다. 숨 죽인 검객 둘은 나의 손짓에 일제히 큐를 날린다. 공은 부딪히며 말한다.나는 균형을 잰다. 선수는 긴장으로 떨고,관중은 기대 속에 숨을 죽인다. 그러나 나의 주먹손은&nbsp;매섭게, 정확하게 오직 규칙만을 좇는다. 파울은 감정 없이 선언되고승자는 담담히 불려진다. Sun, 04 May 2025 23:23:51 GMT 벼꽃농부 /@@gz5U/79 초크 /@@gz5U/78 나는 작다.구석에 조용히 놓여 있지만누군가의 손이 닿는 순간, 나는 다시 살아난다. 한 모서리씩 깎여가며나는 너의 실수를 막아낸다. 큐 끝에 입 맞추듯 닿아너의 의도를 공에게 전해주지. 나는 빛나지 않아도 좋다. 너의 샷이 완벽해지는 그 순간,나의 역할은 끝났고나의 흔적은 분말이 되어 사라진다. 가죽팁 위에 남은 나의 숨결&mdash;그것이 공을 구르고,그것이 Sun, 04 May 2025 23:23:51 GMT 벼꽃농부 /@@gz5U/78 옆돌리기 /@@gz5U/77 좁은 틈새, 가능성은 적지만마음은 넓다, 세 면을 향해 펼쳐진다.하얀 공은 수줍게 나아가며회전을 품고, 각도를 그린다. 입사각은 말이 없고반사각은 반응만 한다.너무 깊어도, 너무 얕아도깻잎 한 장의 두께로&nbsp;운명은 바뀐다. 쿠션을 부드럽게 쓰다듬듯,생각은 천천히 선을 그린다. 어디로 튈지 모를 공의 길 위에나는 나의 하루를 살며시 얹는다. 단순한 듯 복잡하 Sun, 04 May 2025 23:23:50 GMT 벼꽃농부 /@@gz5U/77 두께 /@@gz5U/76 두 발을 벌려, 땅에 엎드려침묵 위에 마음을 얹는다.큐대 위로 흐르는 숨결 하나,얼굴의 중심은 공의 선에 닿는다. 하얀 공은 말이 없고,빨간 공은 기다릴 뿐.두 공 사이의 찰나의 거리그 얇은 숨결, 그 미세한 두께. 너무 얇으면 지나쳐버리고, 너무 두꺼우면 벽을 만든다.정확히, 아주 정확히그 순간의 감각이 기술이고 예술이 된다. 손끝이 전하는 예술,시선으 Sun, 04 May 2025 23:23:50 GMT 벼꽃농부 /@@gz5U/76 밀어치기 - 때로는 갈대의 휘어짐으로 /@@gz5U/70 까마귀마냥 까맣고 메기처럼 매끄러운 긴 작대기를 주먹 쥔 손가락 사이로&nbsp;밀어 넣고 허공에 두어 번 찔러본다 언젠간 이런 날이 올 거라 염두에 뒀다. 잘 만났다. 이런 배치를 두고 연습에 연습을 해온 터이다. 상대선수가 한 눈 파는 사이 가늘게 입을 벌려 들숨으로 가슴을 크게 부풀어 올린다. 허리 숙여 빨갛게 달아오른&nbsp;가슴을 시퍼런 녹색초원 끝자리에 앉힌 Sun, 04 May 2025 23:23:50 GMT 벼꽃농부 /@@gz5U/70 끌어치기 - 미는 듯 당기는 듯 /@@gz5U/72 사랑은 늘 직진이 아니다&nbsp;때로는 미친 듯이&nbsp;다가갔다가&nbsp;미세한 틈을 남긴 채&nbsp;다시금 되돌아선다 네가 가까이 올 때나는 살짝 물러나고내가 다가설 때너는 또 다른 선을 긋는다 세게 보낼수록더 깊이 돌아오는 공처럼사랑도 멀어지는 듯하다가어느새 다시 원점으로 닿는다 너무 밀면 튕겨 나가고너무 끌면 엉켜버리니적당한 거리에서적당히 밀고 끌어야지 당구대 위에선 공 Sun, 04 May 2025 23:23:50 GMT 벼꽃농부 /@@gz5U/72 앞돌리기 /@@gz5U/71 먼 길을 떠난다&nbsp;기울어진 각도를 품고&nbsp;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벽을 스치며 방향을 틀고&nbsp;되돌아오는 길을 그린다&nbsp;애초에 떠난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러나 길 위엔 보이지 않는 그림자&nbsp;불청객이 숨어 있다&nbsp;나의 궤적을 가로막고&nbsp;서늘한 마찰을 남긴다 키스&mdash;&nbsp;순간의 충돌이 모든 것을 바꾼다&nbsp;돌아가려던 길은 사라지고&nbsp;나는 낯선 자리로 굴러간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Sun, 04 May 2025 23:23:49 GMT 벼꽃농부 /@@gz5U/71 파이브 앤 하프 /@@gz5U/69 숫자의 별자리를 잇는다.&nbsp;다섯을 더하고, 반을 덜어&nbsp;보이지 않는 길 위에 점을 찍는다. 검은 천 위를 미끄러지는 손끝,&nbsp;부드러운 예감이 가늠하는 곡선,&nbsp;천천히, 혹은 날카롭게&nbsp;회전의 주문을 거는 순간&mdash; 탁. 시간은 한 점으로 모이고&nbsp;흩어진 궤적은 질서가 된다.&nbsp;벽을 타고 흐르는 섬광,&nbsp;계산된 궤도 속에서 춤추는 공. 멈춘 것은 단 하나,&nbsp;맞은편의 얼어붙은 Sun, 04 May 2025 23:23:49 GMT 벼꽃농부 /@@gz5U/69 무회전 /@@gz5U/68 검푸른 달빛이 물든 테이블 위,&nbsp;어둠이 깔린 적막 속에&nbsp;숨죽인 공들이 웅크린다. 손끝에 스치는 긴장,&nbsp;곧게 뻗은 큐의 선율이&nbsp;미세한 떨림도 허락하지 않으며&nbsp;중앙을 향해 가볍게, 혹은 강렬하게&mdash; 탁. 소리 없는 번개가 지나가고,&nbsp;그림자는 흔들림 없이 밀려간다.&nbsp;나선도, 춤도, 흔적도 없이&nbsp;다만 직선의 운명만을 좇아. 회전 없이 닿은 끝자락에서,&nbsp;침묵이 깨지고 Sun, 04 May 2025 23:23:49 GMT 벼꽃농부 /@@gz5U/68 공간 속 도형, 삶 속 자리 /@@gz5U/89 멀고도 가까운 곳에 &lsquo;도형마을&rsquo;이 있었다. 이 마을에는 여러 가지 도형들이 살고 있었고 그중 여섯 도형은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한 공간에 살고 있었다. 그들은 각각 특별한 도형의 형상을 지니고 있었으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네모는 안정과 균형의 상징이었다. 네 개의 변과 네 개의 각이 똑같은 그는 정직하고 성실했다.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z5U%2Fimage%2F4ctlg-B1grl9I0U5GwewZ6AuHk8.jpg" width="500" /> Sun, 04 May 2025 01:00:01 GMT 벼꽃농부 /@@gz5U/89 도형이 가르쳐 준 관계의 법칙 /@@gz5U/88 도형마을의 사랑은 왜 늘 엇갈릴까? 벚꽃은 지난 며칠간 불어 온 거센 바람과 때아닌 우박비로 꽃잎을 거리에 흩뿌렸고 나뭇가지에는 늦게 핀 몇 송이를 제외하곤 모두 떨어져 나갔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일요일 늦은 아침시간에는 도형들이 하나 둘 쉼터로 모여들었고, 손에는 각자 마실 차 한 잔씩을 머그컵이나 텀블러에 넣어 왔다. 서로를 보며 가볍게 눈인사를<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z5U%2Fimage%2FOqtY6Sy_XSSItQo0boiJYdPcIQg.PNG" width="500" /> Sun, 27 Apr 2025 01:00:05 GMT 벼꽃농부 /@@gz5U/88 수학과 감성의 교차점 /@@gz5U/86 어제와 다름없이 아침이 밝았다. 도형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도 따스한 봄햇살과 함께 여기저기 지천으로 핀 개나리와 진달래가 다채로움을 더해 마을을 화사하게 만들었다. 오늘은 각자 생김새에 따른 성찰이 예정된 날. 숫자와 선으로 이루어진 그들에겐 일종의 &lsquo;존재의 날&rsquo;이었다. 네모는 언제나처럼 네모 반듯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내각과 외각이 각각 90도씩 정<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z5U%2Fimage%2F0TaXAVE8RTfRLjKhbszcAiiP-wE.JPG" width="500" /> Sun, 20 Apr 2025 01:00:03 GMT 벼꽃농부 /@@gz5U/86 기하학적 우연 - 자연 속 도형 /@@gz5U/73 봄날의 따스한 햇살이 바닷바람에 실려 산등성이를 부드럽게 감쌌다. 맑게 갠 하늘 아래, 네모, 오각형, 마름모, 원, 별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보며, 각자 싸 온 도시락을 꺼냈다. &quot;김밥 먹을 사람?&quot; 네모가 손수 싼 김밥을 내밀었다. &quot;난 토스트 가져왔어!&quot; 오각형이 노릇하게 구운 토스트를 자랑했다. &quot;족발도 있는데?&quot; <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z5U%2Fimage%2Fklb0PPCUJaPKg8A-5gZtNnTCdJg.JPG" width="500" /> Sun, 13 Apr 2025 01:00:01 GMT 벼꽃농부 /@@gz5U/73 진정한 어른, 참 멋진 분입니다. - 진정한 어른, 김장하 선생과 문형배 소장의 이야기 /@@gz5U/75 한동안 주말부부였던지라 기차로 장거리 이동을 할 때면 뭔가 볼거리를 찾습니다. 다행히 좋은 다큐(어른 김장하)를 찾았고 짧지 않은 시간에 깊고 큰 감명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ldquo;어른이 없다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진정한 어른은, 조용히 빛나고 계신다는 것을.&rdquo; 최근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으로써 큰일을 치른 문형배 재판관의 미담이 언론<img src=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z5U%2Fimage%2F4g4dpEMTgn2wXW42rUXk2AFLqp0.JPG" width="188" /> Tue, 08 Apr 2025 01:01:47 GMT 벼꽃농부 /@@gz5U/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