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필경

괜찮은 척 오늘 - 4화- 살아야 했다. 아니 살아 지고 있다.

송필경 — Wed, 30 Apr 2025 07:00:04 GMT

돌이킬 수 없었다. 이미 지나버린 것들 앞에서나는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또한 앞에 놓인 인생의 질문에도쉽사리 답을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물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묻고, 또 묻는 사이언젠가는,어딘가에는답이 놓여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살아야만 했다. 살아지는 대로 버텨내고,버텨낸 만큼 또 살아지고. 그렇게 하루를 건넜다. 죽음이

한밭수목원의 아침 - 향기로 걷다

송필경 — Wed, 30 Apr 2025 04:00:07 GMT

아침 햇살이 잎새 사이로 조용히 흘러내리면수목원 테크길 위에이슬 젖은 풀향이 살며시 올라온다. 그 향기를 따라나의 발자국도 천천히 깨어난다. 걷는 내내,남긴 사랑의 기억과되돌릴 수 없는 후회,작은 추억의 조각들이숨죽인 채 따라온다. 꽃들은 계절에 맞춰 피어나는 법을 아는데, 나는 지금, 제자리를 잘 걷고 있는 걸까. 그래도,한밭수목원의 오색 꽃들은바

오늘도 아내와 작은 시트콤.(4화) - 4화-유통기한 부부

송필경 — Wed, 30 Apr 2025 01:00:20 GMT

"냉장고 속 진실과 신뢰, 요구르트 하나로 부부사이가 가까워지다, " ” 이거 유통기한 지난 건데 “ 그녀는 늘 한마디를 덧붙인다 ”당신이 먼저 먹어봐 “ 아기가 태어난 후에는 나는 두부도 요구르트도 심지어 우유도 가장 먼저 먹어보는 인간 마루타가 되었다. 처음엔 소심하게 한입 이젠 그냥 던져진 걸 먹는다. ”괜찮겠지 뭐“란 생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7화) - 7화 -잘못했어,말이 가진 능력에 대하여

송필경 — Tue, 29 Apr 2025 23:00:22 GMT

가끔은,우리가 잘못한 걸 안다.분명히 알고 있다. 그런데도, 입을 다문다. "왜일까?" ‘미안해’라는 말은짧고 간단한 말인데,꺼내기까지참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잘못을 숨기면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곧 알게 된다. 숨긴 잘못은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는 걸. 덮으려 애쓴 말은 거짓이 되고,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

괜찮은 척 오늘 - 3화 -아물지 않는 마음 위에

송필경 — Tue, 29 Apr 2025 06:00:04 GMT

"괜찮다는 말이,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괜찮아.” 그 말이 싫었다. 넘어진 삶 위에 무의미한 반창고처럼 붙이는 말. 나는 그 말을, 입에 올릴 수 없었다. 힘들면 그냥 힘들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오늘도 입을 꾹 다물었다. 그게 내가 버티는 방식이었다. 누군가의 시선이 두려웠다. 아픈 모습을 보이면, 내가 너무 약해질 것 같았다. 그

대전중앙시장의 새벽 - 새벽의 시장, 고된 삶의 리듬

송필경 — Tue, 29 Apr 2025 04:00:05 GMT

아직 어둠이 새벽의 빛을 삼킨 채어스름한 새벽, 따뜻한 공기가 밀려오지만 아직 냉기가 남아 있다. 큰 드럼통에서 불꽃이 날리며,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빠르게 타오른다.그 열기 속에서,손님들의 발걸음은 바람처럼 빠르고,마치 시장의 리듬에 맞춰 걸어가며. "골라골라!" 상인들에 박수 소리에 잠시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그들 틈에서,소쿠리 몇

오늘도 아내와 작은 시트콤(3화) - 3화-세상의 끝에서 내게 온 사람

송필경 — Tue, 29 Apr 2025 01:00:20 GMT

아내와 함께 있으면, 세상의 모든 추위가 녹아버린다. 언젠가, 정말이지"아, 인생 여기까지인가" 싶던 하루가 있었다. 회사는 지옥 같았고,나는 겨우 몸을 끌고 집에 들어왔다. 술에 취한 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텅 빈 마음을 꺼내놓았다. "나... 진짜 힘들어.그만둘까?" 아내는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래. 그만둬."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6화-기대돼,는 말이 가진 위험에 대하여

송필경 — Mon, 28 Apr 2025 23:00:15 GMT

“이번엔 잘 볼 거지?” “너라면 잘할 수 있을 거야.” “기대하고 있어.” 그 말들이, 처음에는 따뜻하게 느껴졌다. 사랑과 믿음이 담겨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말들이 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했다. 재수를 결심했을 때, 나는 정말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제 다시 기회를 잡고 싶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라면, 어떤 결과

괜찮은 척 오늘 - 2화- 들리지 않아야 했던 소리

송필경 — Mon, 28 Apr 2025 07:05:41 GMT

"아무도 몰랐겠지. 오늘도, 나는 속으로 조용히 무너졌다." 머릿속은 고요했다.그러나 가슴은 거칠게 소용돌이쳤다. 그건 심장의 소리였을까.붉은 피가 거세게 흐르는 소리였을까.아니면 억울함에 꾹꾹 눌러 삼킨,내 울음소리였을까. 내 안의 소란은또다시 나를 밤새 잠 못 들게 했다. 듣고 싶지 않았던 말들,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기억들,추억

테미공원의 봄 - 상처 속에서 자라나는 살아나는 사랑

송필경 — Mon, 28 Apr 2025 03:53:17 GMT

하얀 벚꽃이 흩날리는 테미공원,공원 전체가 하얗고 고요한 빛에 물든다. 벚꽃 잎은 부드럽게 바람에 실려발끝에 쌓이고, 공기 속엔 향기가 가득하다. 우리는 말없이 그 길을 걸었고, 서로의 마음은 닿았다. 석양이 넘어가,하늘은 붉고 금빛으로 물들어,어둠은 천천히 스며들고,그대의 그림자는 길어져,내 마음의 거리만큼 멀어졌다. 어둠 속 그 그림

오늘도 아내와 작은 시트콤(2화) - 2화-드론의 운명과 남편의 운명은?

송필경 — Mon, 28 Apr 2025 01:00:12 GMT

"설마, 아니겠지?." 용돈을 모아 드론을 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비행 날, 아내도 따라나섰다. "씽" 소리를 내며 드론이 힘차게 하늘로 올랐다. 3분쯤 날렸을까, 아내가 리모컨을 달라고 했다. 조심히 다뤄달라고 신신당부하며 건넸다. 하지만, 서툰 조작 끝에 드론은 나뭇가지에 걸리고 말았다. 당황한 나는 나무를 흔들어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5화-얽히다,는 말이 가진 특별한 의미

송필경 — Sun, 27 Apr 2025 23:00:34 GMT

"이건 이렇게 해야 합니다.""아닙니다. 그렇게 하면 본질이 흐려집니다."회의실 안, 공기는 점점 더 무겁게 흘렀다.말끝마다 강하게 맞서며, 두 사람의 주장과 생각은 서로 엇갈렸다.그러나 그 대립 속에서, 서로의 장점과 단점이 점점 더 명확해졌다."그렇다면,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그렇다면, 그것도 고려할 수 있겠네요."서로가 던진

괜찮은 척 오늘 - 1화-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송필경 — Sun, 27 Apr 2025 09:00:09 GMT

"아무도 닿지 않는 곳에, 나는 있었다." 그날은 아무 말도 아무 위로도 닿지 않는 하루였다. 나는 그저 무기력하게 돌아가는 초침만 바라봤다.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멈춰 선 나는,어떤 물음에도, 어떤 위로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 입을 닫은 이유는아무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라,쏟아지는 너무 많은 생각들에 나를 짓눌렸기 때문이었다. 슬픈 마음에 터

오늘도 아내와 작은 시트콤(1화) - 1화- 다 나와 있는 아줌마

송필경 — Sun, 27 Apr 2025 00:14:24 GMT

"결혼 10년차, 그녀는 변했다. 예전에 단아하던 그녀가 요즘엔 무섭다," 결혼을 했다, 그녀는 새하얀 드레스을 입고 곱게 화장을 하고 내게 걸어왔다 친구들이 말했다 “단아한 아나운서 같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는 “다 나와 있는 아줌마”가 되었다. 배도 나오고 머리마저 짧아졌다. 어느날, 내가 말했다. 설거지 좀 해줄 수 있겠니?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4화-다르다,는 말이 가진 기준에 대하여

송필경 — Fri, 25 Apr 2025 00:00:28 GMT

우리는 종종,자신과 다른 사람을 보면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린다.“그건 좀 틀린 거 아니야?”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그건 틀린 게 아니라,그저 다른 것일 뿐이다. 초등학교 시절,반 친구가 글씨를 반대로 쓰는 걸 보며나는 조용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나중에 알게 된 건그 친구는 왼손잡이였고,그 글씨는 그만의 방식으로 쓴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글씨였다는

당신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 - 3화-늙다,라는 말에 담긴 성숙의 의미

송필경 — Wed, 23 Apr 2025 23:00:16 GMT

“너희는 늙어봤냐? 우리는 젊어봤다.” 어느 연예인이 건배사로 한 말이다. 사람들은 웃었지만, 나는 그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종종 ‘늙는다’는 말을 기력이 약해지고, 세상에 덜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늙는다는 건 역할을 잃는 일이고, 점점 투명해지는 일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늙는다는 건 힘을 잃는 게 아

송필경 — Wed, 23 Apr 2025 02:48:27 GMT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2화-적당히,라는 말이 가진 함정

송필경 — Tue, 22 Apr 2025 23:00:38 GMT

회의가 끝나고 돌아서는 길,팀장이 내게 조용히 말했다.“그 정도면 적당히 해요.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고' 그 말은 칼날 같았다. 내 열정을 잘라내고,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든 말.나는 그날, 그 한 문장으로 무너졌다.며칠 밤을 새워 준비했던 보고서,작은 수치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했던 노력. 그 모든 것에 돌아온 말은 “적당히 하라”는 한마디였다

당신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 - 1화 - 네,라는 말이 가진 위로에 대하여

송필경 — Tue, 22 Apr 2025 07:00:05 GMT

어느 날,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계산하다 아르바이트생이 물었다. “봉투 드릴까요?” 나는 습관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말 대신, 조용한 움직임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문을 나서다 문득, 그의 얼굴에 아주 잠깐 떠올랐던 작은 맥 빠짐 같은 것을 떠올렸다.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인데, 그 짧은 순간에 상대방은 내가 자신을 투명인간처럼 대했다고 느꼈을지도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30화) - 30화- 너를 처음 안았을 때

송필경 — Mon, 21 Apr 2025 22:19:05 GMT

처음 널 품에 안았던 그 순간을 아빠는 평생 잊지 못할 거야.세상에 이렇게 작고 여린 생명이 있다는 것,그 생명이 내 품에 들어와 조용히 숨 쉬고 있다는 것이너무 신기하고 경이로웠어.하얗고 조그만 얼굴에,가느다란 손가락,말랑한 피부 위로 스르르 번지는 따뜻한 체온까지.모든 것이 낯설고도 익숙했어.너는 처음 만난 존재인데,왠지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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