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 /@@hxCg 먹고 읽고 글쓰는 에세이스트 ko Mon, 05 May 2025 00:38:41 GMT Kakao Brunch 먹고 읽고 글쓰는 에세이스트 //img1.daumcdn.net/thumb/C100x100/?fname=http%3A%2F%2Fk.kakaocdn.net%2Fdn%2Fb1NaiY%2FbtsKkHh7f4i%2FXOf6pxh834JmRCdBbUmOK0%2Fimg_640x640.jpg /@@hxCg 100 100 애기똥풀 사랑 - 아버지의 몰래 주는 사랑 /@@hxCg/56 일요일 아침이었다. 보슬보슬한 봄비가 아침부터 촉촉이 내리고, 숲은 점점 농익어가고 있었다. 5월 중순에 피는 아카시아꽃이 5월이 시작되자마자 보름이나 일찍 피기 시작하고 방울방울 한 꽃잎들이 벌어지니 향기가 집안까지 스며들었다. 아내는 성당 미사에 가자고 한다. 일요일이니 지당한 말이나 나는 공원에 가겠다고 했다. 아내는 황당한 표정이다. 비를 맞으며 굳 Fri, 25 Apr 2025 05:12:41 GMT 김운 /@@hxCg/56 다시 5월을 본다 /@@hxCg/55 5월이 다 끝나갈 무렵, 아픈 기억을 깨우는 단어가 TV 자막에 흘렀다. 경찰이 농성 중인 노동자를 곤봉으로 내리쳐서 머리가 깨지고 피투성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곤봉’이라는 낯설지 않은 단어에 갑자기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에게는 생소하고 무심할지도 모르지만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곤봉이 내 기억의 시곗바늘을 43년 전으로 되돌려 버렸다. Sun, 20 Apr 2025 13:00:01 GMT 김운 /@@hxCg/55 가을날 /@@hxCg/51 ( 이 글은 2024년 가을에 쓴 글입니다 ) 태양은 머리 위에서 작열하고, 여름이 왜 그렇게 무더웠는지. 장마는 왜 그렇게 길고도 지루했는지. 대지에 온통 습기를 뿌리고, 폭풍우는 나무들을 흔들어대며 잎이 떨어지고 가지가 꺾이는 시련을 안겨주었는지. 유난히 긴 여름을 보내고 가을 한가운데 서서 지난여름을 돌아보며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라이너 Sun, 20 Apr 2025 00:00:13 GMT 김운 /@@hxCg/51 가을을 선물합니다 /@@hxCg/52 ( 이 글은 2024년 가을에 쓴 글입니다 ) 드디어 단풍이 빨갛게 물들기 시작한다. 벚나무 단풍은 주홍색과 주황색이 서로 더 예쁘게 물들었다며 자기들끼리 다툼을 한다. 그 옆에 있는 맑은 노란색으로 물든 은행나무 단풍이 끼어든다. 뭐니 뭐니 해도 황금빛 단풍이 제일 예쁘다며 의기양양하다. 저 건너편 단풍나무는 이런 벚나무와 은행나무 단풍들을 보며 싱거 Sat, 19 Apr 2025 12:00:01 GMT 김운 /@@hxCg/52 매미 - ( 이 글은 2024년 여름에 쓴 글입니다. ) /@@hxCg/26 이른 아침 매미들이 단잠을 깨운다. 본격적으로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때를 맞춰 매미들의 합창 소리가 우렁차다. 우리 집이 공원 숲과 가까이 있다 보니 매미와 새들의 울음소리가 집안으로까지 울려 퍼진다. 특히 동트기 전 새벽녘에는 새소리와 매미 소리가 더욱더 우렁차게 들린다. 대개의 매미는 빛을 좋아하지만 어둠을 좋아하는 매 Sat, 19 Apr 2025 00:47:26 GMT 김운 /@@hxCg/26 아버지 그리고 6.25 /@@hxCg/45 1950년 6월 24일 아버지는 토요일 수업을 마치고 곧장 서울역으로 왔다. 기차를 타고 시골 고향 집으로 가기 위해서다. 서둘러도 오늘 안으로 남쪽 끝 강진의 바닷가 마을 고향 집에 도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차에서 밤을 새우고 새벽에 광주에 도착하면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몇 시간을 달려가야 하고 버스에서 내리면 또다시 10리 길을 걸어가야 집에 도착할 Fri, 18 Apr 2025 12:00:02 GMT 김운 /@@hxCg/45 섭씨 31도 /@@hxCg/53 오늘은 유월 초순인데 섭씨 31도까지 기온이 올라간다는 예보가 떴다. 아마 10년 전쯤에는 칠월 초순의 날씨인 것 같다. 사람들이 지구를 열받게 해서일까, 지구도 사람들을 일찍부터 열받게 하는가 보다. 그러나 나는 섭씨 31도가 좋다. 이마에 땀이 삐적삐적 나오고, 근육이라는 근육은 모두 긴장을 풀고 느긋해진다. 몸이 이러니 마음도 평온해진다. 나는 청소 Fri, 18 Apr 2025 00:00:22 GMT 김운 /@@hxCg/53 장마 - 날씨가 왜 이래? /@@hxCg/41 “날씨가 왜 이래?” 나는 무슨 화풀이할 상대라도 생각난 듯 기상청에 근무하는 여동생에게 냅다 전화를 걸었다. 습하고 끈적끈적한 공기를 타고 들려온 동생의 목소리는 날씨와는 다르게 뽀송뽀송하다. “어머, 오빠 장마 때문에 힘드시구나?” 아직껏 화 한번 낸 적 없는 유순하고 차분한 성격의 동생은 오빠를 언제나 넉넉히 품어준다. “오빠, 장마가 길어지는 것은 Thu, 17 Apr 2025 11:18:24 GMT 김운 /@@hxCg/41 어느 생일날의 일기 - 남은 사랑을 사정없이 퍼 줄 일만 남았다 /@@hxCg/38 2024년 5월 15일, 수 맑음, 13도-23도, 미세먼지 없음 상쾌하고 기분 좋은 날씨 초등학교 때 일기를 쓰다가 그만둔 뒤 50년도 훨씬 지난 지금에 와서 새삼스럽게 일기를 쓰기로 했다. 그것도 68번째 생일을 맞아서. 참 별일이다. 글을 쓰면서 날과 달과 계절이 바뀌는 속에 변하는 것들을 기록하고 남겨야 할 필요가 절실해졌다. 진즉 했어야 할 일 Wed, 16 Apr 2025 11:00:04 GMT 김운 /@@hxCg/38 고향 - 꾀꼬리가 찾아 왔다 /@@hxCg/44 5월 15일 꾀꼬리가 또 찾아왔다. 매년 이맘때면 집 앞 공원 숲으로 꾀꼬리 한 쌍이 날아와서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마치 우리 부부에게 금슬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봄 숲을 누비고 다닌다. 자기들이 이 숲에서 제일 아름다운 새라며 화려한 자태를 마음껏 뽐낸다. 꾀꼬리는 몸통과 날개는 노란색이고 머리와 꼬리는 검은색이며 부리는 Wed, 16 Apr 2025 00:00:18 GMT 김운 /@@hxCg/44 한라산 만세동산에서 /@@hxCg/37 아침 8시, 숙소에서 제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10분을 걸었다. 버스터미널 앞에서 김밥 두 줄을 사서 배낭에 넣고 버스에 올랐다. 한라산 만세동산과 윗세오름으로 가기 위해서 시외버스를 타고 40분 만에 어리목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어리목에서 만세동산을 거쳐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3시간 정도 소요되고 하산은 윗세오름을 거쳐 영실 주차장까지 2시간이 예상된다. 만세동 Tue, 15 Apr 2025 12:00:02 GMT 김운 /@@hxCg/37 플라타너스의 꿈 -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hxCg/43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플라타너스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은 ‘꿈’이다. 아마 김현승 시인의 ‘플라타너스’ 때문일 것이다. 시인이 플라타너스를 꿈으로 해석하자 플라타너스는 우리에게 꿈이 되었다. 높다란 곳에 넓은 팔을 벌리고 서있는 늠름한 자태를 보면 플라타너스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Mon, 14 Apr 2025 11:00:04 GMT 김운 /@@hxCg/43 그래 선인장처럼 살자 /@@hxCg/23 토요일, 늦은 아침밥을 먹다가 베란다로 고개를 돌렸다. 밥을 먹을 때면 베란다 넘어 공원 숲을 바라보기 위한 의례 하는 습관이다. 그때 베란다 한쪽 귀퉁이에 핀 선인장 꽃이 눈에 들어왔다. 거실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에 반사된 선인장 꽃은 마치 화사한 화장을 한 여인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더 이상 붉을 수 없이 붉디붉은 선인장 꽃은 장미의 색 Sun, 13 Apr 2025 12:00:01 GMT 김운 /@@hxCg/23 아름다운 얼굴 /@@hxCg/40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는 거실에 조용히 앉아 어김없이 기도를 하고 있다. 아침이 시작되기 전부터 아침보다 이른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아내가 웬일인지 오늘은 일어나질 않고 있다. 오늘은 쉬는 날이기는 하지만, 쉬는 날에도 새벽 5시면 일어나는 아내가 평소와는 달랐다. 햇살이 창문 틈으로 들어와 살포시 얼굴에 내려와 있는데 아내는 여전히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Sun, 13 Apr 2025 00:00:08 GMT 김운 /@@hxCg/40 잘 났다 인간들아 내가 잡초면 너는 잡놈이냐 - 잡초를 뽑으며 /@@hxCg/35 “텃밭에 잡초 좀 뽑아야겠어요.” 텃밭에 다녀온 아내가 나에게 숙제를 내주듯이 말했다. 6월의 초여름인데 날씨는 왜 이리 더운지. 땡볕 아래에서 머리를 처박고 잡초와 씨름을 할 생각에 얼마 전 TV에서 본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젊은 귀농인이 자꾸 떠올려진다. ‘자연 농법으로 텃밭을 가꾸어 보자고 할까?’ 슬금슬금 꾀가 나기 시작한다. 텃밭에 도착하니 Sat, 12 Apr 2025 13:00:00 GMT 김운 /@@hxCg/35 좋은 일 - 나를 위한 봉사 /@@hxCg/50 “안녕히 잘 계시지요?” 성당에서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얼굴을 보자 약간은 장난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그분은 나보다 두세 살 많은 여성분이다. 같은 단체에서 활동을 하며 친근하게 지냈던 사이였다. 내 인사를 활짝 웃는 웃음으로 대신 받았다. 그 웃음이 어찌나 밝고 아름다운지 나까지 덩달아 기분이 밝아졌다. 나는 한술 더 떴다. “피부가 더 고와진 것 같아 Sat, 12 Apr 2025 01:00:05 GMT 김운 /@@hxCg/50 지도공원의 봄 - 봄은 활기가 넘치고 또한 아프게 지나간다 /@@hxCg/49 지도공원에 꾀꼬리가 찾아왔다. “휘유 휘유 휘이이유우우” 이렇게 들리기도 하고, “쀼이유 쀼이유 쀼 삐이이유우” 이렇게 들리기도 하고, 꾀꼬리 울움소리는 다양하게 들린다. 청량한 울음소리는 아침이 밝아오는 동트는 무렵부터 요란하게 시작한다. 이른 아침이면 꾀꼬리며 까치, 멧비둘기, 그리고 이름 모를 새들이 한꺼번에 운다. 아파트와 공원 숲이 아주 가까이 붙 Fri, 11 Apr 2025 10:00:06 GMT 김운 /@@hxCg/49 텃밭 그리고 1.5도 - 내손내식(食) 프로젝트 그리고 지구 생태환경을 생각하는 일 /@@hxCg/36 지은 지 30년 된 주택들이 빽빽이 밀집되어 있고, 그 주택들은 고갯길로 된 좁은 골목길을 마주 보고서 작은 창문들이 서로에게 사각형의 인사를 하고 있다. 빈틈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알찬 도심의 한가운데 남겨진 100평 남짓 공터가 있었다. 이 도시만큼이나 오래된 쓰레기와 잡초가 우거져 있었고, 여름에는 모기들이 고향처럼 안주하고 있는 사람의 땅이 아 Fri, 11 Apr 2025 01:36:49 GMT 김운 /@@hxCg/36 여행 그리고 자유 -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만의 법칙과 궤도를 가져야 한다 /@@hxCg/47 “저는 제주도에 갑니다.” 카톡에 이런 문자가 왔다. 마음이 심란해서 갑자기 떠난다고 했다. 그러고는 공항에서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어떤 어린아이가 2층 로비에서 밖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 아이의 뒷모습 사진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사진을 보내온 사람의 쓸쓸함이 그 사진 속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었다. 나는 창문을 열고 김포공항에서 이륙하는 Wed, 09 Apr 2025 02:50:49 GMT 김운 /@@hxCg/47 그 친구 - 낭만, 슬픔 그리고 사랑 /@@hxCg/46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주막에~” 아버지 세대가 즐겨 부르던 사오십 년대 유행가를 왜 그때는 그렇게 열심히 불렀는지 모르겠다. 회사에서 퇴근할 때면 친구와 나는 회사 근처 생맥주집에서 500cc 생맥주 딱 한잔씩 들이켜고 걸어서 같이 퇴근을 하곤 했다. 집이 같은 동네였는데 회사에서 걸어가면 30분쯤 걸렸을 것이다. 가난한 우리는 생맥주 한잔으로 뱃속의 허 Mon, 07 Apr 2025 06:32:47 GMT 김운 /@@hxCg/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