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 에스 포 쉽!(S, S for Ship)"
알파벳덕후 우리 카지노 게임이 등교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또 영어를 읊조리기 시작한다. 유튜브를 보고 본인 귀에 꽂힌 소리를 억양, 속도까지 똑같이 성대모사를 하는데 하필 또 엘리베이터에서 이 기능이 작동됐다.말릴 새 없이
"엘, 엘 포 라이언!(L, L for Lion)"
도 뒤이어 외치더니 우어~~~으헝~~~ 사자 울음소리까지 크게도 외친다. 읏,하, 조용히 하라고 달래고 다그치다 호다닥 내린다.
자폐 진단을 좀 늦게 받았더라면 영어 단어를 줄줄 외우는 모습을 보고 내가 천재를 낳았구나 라며 쾌재를 불렀으려나, 조기 영어에 박차를 가하는 순진한 착각을 했었으려나. 문자에 집착하는 게 자폐 특징 중 하나라는 걸 안 이후로,문장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계속 똑같은 단어들만 반복하는 아이 모습에 애달파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래도, 기어코 빛을 찾아내야만 하는 게 자폐맘의 숙명인지라... 오호라, 너 영어 좋아하는구나. 옳다구나, 같이하자!아이가 빠져있는 영어 세계에 나도 같이 뛰어들었다. 숨 참고 love dive ♫
나는 수포자 비스무리한 영포자였다만 다행히 카지노 게임이 꽂힌 영어 세계는 단어 수준이라 둘이 놀기에 눈높이가 꼭 맞다.
나: 무지개는?
카지노 게임: 레인보우~
나: 엄마 먼저 할게. 애플! 애플은 에이, 피, 피, 엘, 이, 이로 끝나. 그럼 E로 시작하는 건?
카지노 게임: 엘리펀트!
나: 오, 티로 끝났네. 그럼 엄마는 트리. 나무, 트리!
나: 돌핀은 뭐게?
카지노 게임: 돌고래
꺅! 꺅! 진짜 돌고래가 옆에 온 듯 이 애미는 하나하나 맞출 때마다 돌고래 소리를내지르며 웃음과 박수로 화답한다. 카지노 게임이처음 말소리를 낼 줄 알게 되면서부터 지금까지 한 6년째 비슷한 풍경으로 우리는 알파벳을가지고 이리저리놀고 있다.
카지노 게임, 마이썬~, 우리 카지노 게임 하고 싶은 거 다 해! 라며 알파벳 퍼즐, 영어 단어 책, 영어 단어 카드, 알파벳 자석 할 거 없이 모든 놀잇감은 다 영어로 사줬고 가성비왕이라 해야 할지, 짠테크를 실현한다 해야 할지 닳고 닳도록 색이 바래지도록 가지고 논다. 이 알파벳, 영어 단어들 덕분에 카지노 게임은 입을 뗐고, 집중해서 듣고 생각하고 말하는 법 등을 배워 나가고 있다.
알파벳, 영어 단어가 우리 카지노 게임의 첫사랑이자 영원한 친구이자 세상과 연결된 끈이랄까.
카지노 게임아, 이젠 너의 확고한 취향과 끈질김을 알겠으니, "Z for zebra"를 너무 들어 애미가 얼룩말로 환생할 것 같은 기분이 드니단어는 고만하고 "헬로우, 에브리원~"요 정도만이라도 확장해 주면 안 되겠니.한 발자국만 좀 더 나와보자꾸나.아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