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반창회)
삼일절을 앞두고 멀리 강원도 영월에서 지내고 있는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2월 마지막 날이나 3월 첫째 날에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이 언제냐고 물어오는 것이었다. 3월 첫째 날은 휴일임과 동시에 내 생일이어서 남편과 온종일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친구에게 2월 마지막 날 저녁에 만나자고 대답을 했다.
친구는 영월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회복지학과교수로 재직 중이다. 결혼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친정이라는 표현이 조금 어색하지만, 여기가 고향인 그녀의 오빠들은 아직도 청주에 살고 있다. 어머니마저 몇 해 전 세상을 떠나서 오빠들과 그분들의 배우자, 그리고 그들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 그리고 그 자녀들과 결혼한 배우자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 법적으로 여기까지 모두 그녀의 가족 범위에 속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법률이 시사하는 중요한 점은 분쟁 시 근거를 확보하는 것에 있다는 점에 주목할 때,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에 나오는 고아 소년 핍이 얻게 되는 행운의 기회는 매우 드물며, 대부분 법률로써 규정된 가족에게 자본주의유산의 행운이 이양되는 경우가 더욱 빈번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이 말인즉, 그녀의 재산은 그녀가 생전에 유언으로서 미리 공증해 놓지 않는 한 오빠와 그들의 자녀들에게 귀속되기가 쉽다는 뜻이다.
거기에 법률적으로는 그녀와 아무 관계가 성립되지 않지만, 그녀를 정신적으로 이끌어주신 목사님과 그의 아내 되는 사모님이 청주에 살고 있다. 목사님은 이미 정년 퇴임을 하였지만, 여전히 그녀는 그 교회에서 전도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친구는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기 전에 대학에서 4년간 신학을 먼저 공부했었다.
친구와 만나 이른 저녁을 먹고 차를 한 잔 마시다가, 그 며칠 전 고등학교 앨범 사진을 휴대폰으로 찍어두었던 것을 보며 둘이서 한참을 키득거렸다. 그러다가 문득 여고시절 1학년 때 담임 카지노 게임 추천의 근황이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우리가 고등학교 입학 당시 카지노 게임 추천님은 대학을 졸업하고 첫 발령지로 우리 학교로 와서 우리들의 담임 카지노 게임 추천님이 되었다. 내 인생의 가장 빛나던 시절은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 같다.
졸업 후 대체로 비슷한 즈음에 결혼을 하고 아이들 키우며 사느라, 우리는 대부분 서로의 안부를 깊이 묻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들은 간간이 카지노 게임 추천의 안부도 묻곤 했지만, 청주에 살고 있는 나도 졸업 후 두어 번 찾아뵌 것이 전부였다.
우리의 담임 카지노 게임 추천으로 첫 교단에 섰던 카지노 게임 추천은, 여고에 막 입학한 우리처럼 '꿈'을 갖고 있었다. 다시 신학 공부를 해서 목회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의 꿈에 등장하는 목회자는 여느 교회의 목사님들과는 조금 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카지노 게임 추천님도 학교를 퇴직하고 신학 공부를 한 뒤 목사님이 되었다.
'오래되었지만 튼튼하면서 맑은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시골 교회 옆으로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작은 학교가 보인다. 아이들은 학교 마당에서 천진하게 뛰어놀기도 하고 자유롭게 책을 읽고 있는데, 아이들 무리 속에 카지노 게임 추천님이 환하게 웃고 있지만 어딘가 조급해 보이기도 한다. 카지노 게임 추천의 손엔 기타가 들려있고, 책을 읽는 아이들의 손에서 언제쯤 책이 떨어지려나 기다리며 눈치를 보고 있다.'목회자의 꿈을 갖고 계시던 카지노 게임 추천님을 볼 때마다, 여고 시절 내 상상 속의 카지노 게임 추천님은 이런 모습이었다.
친구와 카페에 마주 앉아서 카지노 게임 추천의 이름을 네이버로 검색했다. 검색어에 <청주 김 00 목사라고 입력하자, 어느 게시물에 "청주성서신학원 원장 김 00 목사"라는 문구가 금세 눈에 띄었다. 거기엔 마침 043 지역번호로 시작되는 신학원 전화번호도 같이적혀 있었다. 그날은 2월의 마지막 날 금요일 저녁, 시각은 벌써 오후 6시 38분이었다.
딱히 공공기관이 아니더라도 어느 곳이나 대부분 퇴근하고 아무도 없을 시간이었다. 그래도 그 번호로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보았다. 저편에서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성서신학원이죠? 거기 김 00 목사님 계신가요?"
그러자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듯한 목소리가 상대편에서 이렇게 대답했다. "00 아니니? 난 니 목소리 금방 알아듣겠는데~"
그리고 이십 분 후 친구와 나는 신학원 건물 1층 원장실에 가서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