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말 오랜만에 아울렛에 갔다. 그저 걸을 곳과 차 한잔 할 공간이 필요해서 들른 곳이지만 간 김에 한산한 매장들 사이를 걷는 것이 썩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한때 가장 좋아했던 카지노 게임의 가게에 이끌리듯 들어갔더랬다.
여전히 아름다운 옷들. 국내 카지노 게임이 너무도 비싸 정가 주고는 살 엄두도 못 내는 옷들이다. 하지만 해외 직구를 하면, 특히 블랙프라이데이나 세일시즌이면 국내 카지노 게임의 반값도 안 되는 카지노 게임에 살 수 있어 자주 애용했던 브랜드다. 그러나 나의 직구 생활은 무섭게 오른 환율과 더불어 안녕을 고한 지가 벌써 몇 달째. 관심을 끊었더니 그새 못 보던 아름다운 옷들이 형형색색, 너무 자세히 보면 충동에 빠질까 애써 무심한 척 눈으로만 본다.
그러나 같이 간 친구가 한 번 입어본대서 기다리다 결국, 한 아이를 손에 집어 들고 말았다. 그럼 한 번 입어나 볼까. 입어나 보면 어째. 어찌 안 이쁠까. 이래서 내가 이 카지노 게임를 좋아했지. 옷 하나로 입은 사람의 아우라를 순식간에 바꿀 수 있는 옷.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고, 하늘색이라도 어쩜 이렇게 이쁜 하늘색을 뽑아냈을까 싶은 옷. 골지 니트 원피스임에도 부담스럽지 않게 입은 사람을 도드라지게 해주는 예쁜 원피스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그래도 애써, 어디서 입을 거냐며. 직구시절 카지노 게임 생각하면 여전히 비싸다며. 쇼핑은 계획에 없었다며, 갖은 이유를 대며 간신히 두고 나온다. 한 번만 생각해 보고 오겠노라고.
오늘 아침. 눈 뜨자마자 거짓말 같이 그 원피스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혹시나 하고 온라인 사이트 어디를 뒤져봐도 찾을 수 없어서 점점 더 헤어 나올 수가 없다. 아. 큰일이다. 며칠만 더 참아보고도 눈앞에 아른거리면 그땐 이미 매장앞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