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겪은 결핍을 지금에라도 치유해주고,가끔은 어린 아이처럼 대하기
아들이 유독 좋아하는 그림책이 하나 있다. 바로 김영진 작가의 그림책 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라는 그림책을 처음 접하고 사실적인 그림체와 각각 어른과 아이의 입장에서 그 마음이 잘 드러나있어 나조차도 반해 도서관에 가면 꼭 이 작가의 그림책은 필수적으로 빌려오는 편이다. 작가의 편의점 시리즈 이야기도 참 재미나게 아이와 함께 읽었더랬다.
최근 서점엘 갔다가 우연히 그의 신작 ‘몽글몽글 편의점’을 마주했다. 기존 두 권의 편의점시리즈와는 사뭇 다르게 마음 한 구석이 잔잔하게 아픈 느낌이 드는 책. 그 이유는 바로 아빠의 어린 시절을 언급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나도 그 장면을 보며 그간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며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이 그림책 속에는 작가가 주로 책에서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아이인 그린이와 아빠가 등장한다. 책 속에서의 아빠는 그린이에게 편의점에서 콜라는 절대 안사줘도 바나나 우유는 꼭 사준다. 물론 엄마에겐 비밀로 한다는 조건하에 말이다. 무슨 연유일까 나도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차 바로 뒤이어 바나나우유에 얽힌 아빠의 애잔한 사연이 이어진다.
“아빠 어릴 적엔 주말마다 목욕탕에 다녔는데 아빠가 안계시니까 혼자였지. 목욕 끝나고 아빠들이 애들한테 바나나우유 사 주는 게 그렇게 부럽더라. 그래서 그린이가 바나나우유 사달라고 하면 마음이 약해지나 봐”
대사를 눈으로 천천히 더듬어 읽으며 내 마음 한 구석의 연한 부분이 톡 건드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린 아빠가 자신의 또래들이 아빠의 손을 잡고 바나나우유를 마시는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그 애잔한 장면이 눈앞에 선연히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 장면을 보며 문득 어린 시절의 내게 결핍을 주었던,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던 그 무언가에 대해 곰곰 생각하게 되었다.
그림책 속 그린이 아빠처럼 나도 무언가를 볼 때 마다 유독 마음이 약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자들. 지금처럼 풍족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 하루에 하나씩 겨우 맛볼 수 있었던 귀한 봉지과자.
빠듯한 살림에 삼남매를 키우던 엄마는 이틀에 한 번 우리 손에 백원짜리 세 개를 쥐어주셨는데, 내 손위에 동전 세 개가 쩅그랑하며 떨어지던 순간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했다. 그럴때면 늘 나와 같이 삼백원을 손에 꼭 쥔 동생들과 신나게 동네 점빵으로 달려가 과자를 고르며 행복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연하다. 이틀에 한 번이니 그 다음날은 손가락을 쪽쪽 빨곤 했지만 삼백원 동전을 손에 쥔 순간만은 더없이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삼백원이면 세상 부러울 것 없던 내게, 그 당시 동네에서 가장 부러운 친구가 하나 있었다. 우리집 옆동에 살던, 엄마 아빠 모두 공무원이셨던 아이. 동전 세 개를 짤랑대며 가게로 향하면 그 아이는 가게 한 켠에서 늘 오백원짜리 비싼 과자를 손에 들고 웃는 모습에 내게 자주 포착되었다.
유년시절의 내겐 그 아이가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한 번은 용돈을 받지 않는 날이라 힘없이 터덜터덜 그 가게 앞을 지나고 있는데 그 아이가 친구와 함께 어김없이 오백원짜리 감자과자를 먹으며 웃는 모습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파란색 과자봉지를 흔들며 웃고 있는 아이를 애써 뒤로 한 채 입맛만 다시며 집으로 돌아오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그 아이가 자주 사먹곤 했던 오백원 짜리 파란색 봉지의 감자과자는 내 마음 속에 늘 아픈 기억으로 자리잡았다. 그때에 비해 훨씬 풍족해진 지금 이순간에도 마트에서 그 과자를 보면 어린 시절 부러운 눈으로 그 아이를 쳐다만 보곤 했던 어린 시절의 내가 아스라이 떠올라서.
그래서 내가 마트에 가면 그렇게 마음이 약해지나보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지나치듯 아들도 늘 마트를 지나가면 나를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내온다. 나는 그 눈빛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아들의 손에 이끌려 하나씩은 꼭 사주곤 한다. 과자를 손에 쥐고 나오는 아들의 얼굴에 만개한 웃음꽃을 보며 먹고 싶은 과자를 사지 못하고 입맛만 다시던 내 속의 어린아이의 얼굴에도 웃음이 피어오르는 착각이 들곤 한다. 그 기분좋은 느낌 때문일까? 나는 아이에게 다른 건 안사줘도 과자를 사주는 것엔 한없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사람들에겐 누구나 카지노 게임 추천 시절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가 하나씩은 있는 것 같다. 남편도 크리스마스만 되면 아들에게 다른 건 안사줘도 자동차 장난감은 꼭 사주곤 한다. 거기에 얽힌 사연은 남편의 초등학교 5학년 크리스마스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교 길 늘 마주하는 문구점에서 본 리모콘으로 조종하는 자동차가 오매불망 갖고 싶었는데 그 당시 IMF위기로 아버님이 실직을 하는 바람에 그 소망을 가슴깊이 묻어둘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내가 마음 속 깊이 오백원짜리 감자과자를 아프게 담아두듯 남편의 마음 속엔 자동차가 그런 존재였다. 오죽하면 직장에 들어가서 첫 월급을 받는 날 리모콘 조종 자동차를 하나 샀다고 하니, 카지노 게임 추천 시절 풀지 못한 소망이 마음 속에 얼마나 크게 자리하고 있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은 오백원짜리 과자 하나, 자동차 하나를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지만 여전히 어린 시절에 남은 그 결핍은 쉬이 사라지지 않고 가슴 속에 진득하게 자리해왔다. 물건도 이럴진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나 누군가로부터 거부당한 경험을 말해 무엇하리. 어린 시절의 상처는 평생을 간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어린 시절의 상처나 결핍을 성인이 된 우리 자신이 어떻게 위로해줄 수 있을까?
우리 부부가 아이에게 과자나 자동차를 사주며 어린 시절의 애잔했던 그 어린 자신들을 위로하며 그 결핍을 털어내었듯, 그림책 속 아빠가 그린이에게 바나나우유를 사주며 어린 시절의 자신을 위안하듯,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상처가 덜 아문채 몸을 웅크리고 떨고 있는 어린 자신을 위안할 방법은 바로 그 어린 아이를 현실 속 지금에 불러내어 따스히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 어린 아이에게 그 땐 먹지 못했던 오백원 짜리 과자를 사주고 문구점 밖에서 물끄러미 바라만 보던 자동차를 사주고, 친구의 손에 들린 것만 한없이 바라봐야 했던 바나나우유도 사주며 다정히 위안해준다면 어느 정도 그 상처가 아물고 충족된 욕구로 앞으로의 삶도 좀 더 평탄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때에 비해 사정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실수도 잦고 온갖 외부 상황에 힘없이 흔드리는 성인이 된 우리들. 그럴때면 어김없이 마음 속 어린 시절 결핍을 가진 아이들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럴 땐 9살이었던 나 자신에게 누군가가 다정히 말해주 듯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다시 해보면 되지" 라고 자신에게 말해주면 어떨까?
카지노 게임 추천 시절을 떠올리는 것 만큼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일은 또 없으니까 말이다. 더 이상 과자도 자동차도 우리부부에게 아픈 존재로 남지 않은 이유도 바로 카지노 게임 추천 시절의 나를 소환해 그 카지노 게임 추천 시절의 나를 아들에게 대입해 위안해준 행위 덕분이 아닐까?
카지노 게임 추천 시절 나 자신을 대하듯, 지금의 내 모습도 가끔은 카지노 게임 추천 시절의 나 처럼 대해주고 위안해주기.
이번 글은 무언가 횡설수설 하는 느낌이었지만, 그냥 어린 시절의 결핍이 성인이 되어서 어떤 영향을 주는 지, 그 결핍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 지 말하고 싶었다. 연재일을 안 지킴에도 제 글을 읽어주시고 좋아요 눌러주시는 분들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