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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May 01. 2025

가가볼하다 골절상을 입은 회장카지노 쿠폰를 떠올리며

안전사고의 경험을 나누며 서로가 조심하는 시간

오늘의 세줄쓰기 주제


"내가 겪은 안전사고 경험과 앞으로의 다짐을 써보세요"


원래 하기로 했던 세줄쓰기 주제에서 급히 선회한 주제이다. 이유인즉슨 어제 5교시에 카지노 쿠폰들과 교실놀이의 일환으로 가가볼(교실피구의 일종)을 하다가 발을 삐끗했던 우리반 회장이 인대에 금이 갔다는 골절상 진단을 받고 통깁스를 해야하는 상황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3년째 가장 안전한 교실놀이라고 생각하던 가가볼을 해오던 나였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적잖이 당황스러웠고 덜컥 겁이 났다. 혹시나 카지노 쿠폰가 많이 다쳤으면 어쩌냐하는 생각에 어젯 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사고는 늘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일어나는 게 맞나보다. 물론 예측할 수 있는 사고는 아니었다. 늘 교실놀이전에 안전에 유의하도록 지도를 하고 준비운동도 하고 시작하지만 그것은 완전한 방패막이 되지 못한다. 카지노 쿠폰들이 막상 경기를 시작하게 되면 그 순간 흥분을 제어하지 못하고 공을 피하는 일에 급급하느라 자신의 몸도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의 경우는 정말 예측불가한 상황이었다. 가가볼을 하다 골절상이라니. 신나게 공을 피하다가 그런 일이 생길 줄 어찌 알았겠는가. 보통은 가벼운 통증을 호소하고 다음날이면 호전되곤 하는데 이번엔 달랐다. 돌아보면 여태 운이 좋았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카지노 쿠폰들은 아직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를 미숙한 존재이니까.

회장의 빈자리를 보며 카지노 쿠폰들과 나는 어제까지만해도 즐거운 미소를 띠며 열심히 가가볼을 하던 카지노 쿠폰의 얼굴을 떠올렸다. 한순간의 사고로 얼마나 불편할까라는 생각에 애틋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면서 회장이 등교하면 우리의 도움이 많이 필요할테니 급식 식판 들기부터 사소한 움직임까지 많은 도움을 주자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함께 신나게 놀다가 피치못할 사고를 당했으니 우리 모두가 책임져주자는 마음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안전사고에 대해 아이들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자고 말했다. 그리하여 오늘 급 변경한 주제는 내가 겪은 안전사고 경험을 나누며 서로 조심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11년 짧은 인생을 살아오며 어찌나 많은 안전사고를 겪었는지 세줄쓰기 시작 소리가 떨어지자 마자 아이들은 연필소리를 딱딱내며 바삐 무언갈 쓰기 시작했다. 쉴새없이 움직이던 연필의 움직임이 하나둘 멈추고 발표의 시간이 되자 그 어느때보다도 발표의 열기가 드높았다.


최근까지도 손가락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이수. 이수는 너무 끔찍해서 말하지 않으려다 친구들도 조심했으면 하는 마음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6살때 에스컬레이터에서 조심안하고 거꾸로 올라가다가 넘어져서 손가락이 에스컬레이터 계단사이에 끼었습니다. 그 사고 이후 아직까지 재활치료를 받고 있어요"


이수의 조심스러운 고백에 여기저기서 놀란 신음이 터져나왔다. 재활치료를 받는 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런 끔찍한 사건을 당했을 줄 꿈에도 몰랐기에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그러면서 말을 이어갔다.


"고마워 힘든 사건인데 떠올려 말해주어서. 선생님도 5살 아이가 있는데 가끔 에스컬레이터에서 장난치려고 할 때가 있거든. 이수의 사건은 너무 마음아픈 일이지만 그 얘기 새겨듣고 선생님 아이도 늘 조심시킬게"


나의 말이 떨어지자 이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는 조금 나아진 새끼손가락을 살포시 들어보여주었다.


이수의 발표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발표가 터져나왔고 아까 유독 얼굴이 그늘지던 도운이가 조심스레 입을 뗸다.


"작년에 축구교실에서 축구공을 차다가 운동장에서 잘못 넘어져서 다리 인대가 들어나서 두달 깁스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회장 심정이 너무 이해가 가요. 정말 불편했거든요"


도운이의 말에 아까의 표정이 십분 이해되었다. 도운이는 회장이 등교를 하면 자기가 급식 식판을 들어주겠다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나는 조용히 엄지를 추켜올려주었다.


아이들은 다양한 안전사고 경험을 내어보였다. 놀이터 미끄럼틀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서 무릎을 크게 다친 경험. 어린 시절 가위를 함부로 가지고 놀다가 피를 본 경험. 앞을 안보고 뛰어가다가 이빨이 부러졌던 경험. 계단을 막 뛰어내려가다가 넘어져서 머리가 찢어진 경험. 화장실 바닥에서 장난치다 미끄러진 경험 등.아이들의 입에선 다양한 안전사고의 경험이 줄줄이 소세지 처럼 길게 이어졌다.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지난한 발표를 들으며 우리 반 일기왕 해인이는 말했다. 사고는 정말 예상치못한 곳에서 일어나는, 갑작스레 내리치는 번개같은 것이라고. 그 표현에 모두가 동의하는 투로 맞아맞아 추임새를 넣는다.


이번 발표를 통해 아이들은 은연 중에 깨달았을 것이다. 안전사고는 우리 생활 곳곳에 마치 숨은 그림찾기 처럼 숨어있는 것이라고. 그래서 눈을 크게 뜨고 잘 찾아내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번 가가볼에서 회장아이가 다친 것 처럼 우리에게도 불시에 찾아올 수 있는 번개같은 존재니까 늘 조심하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이번 세줄쓰기를 통해 깨닫는다. 24명 아이들이 경험한 안전사고 경험을 공유하면서 숨은그림을 조금 더 수월하게 찾을 수 있었노라고. 에스컬레이터 계단, 놀이터 미끄럼틀, 가위,계단. 이 숨은 그림을 찾아내었으니 언제 우리에게 번개처럼 찾아올지도 모르는 안전사고에 단단히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가 조금 더 조심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말 한마디가 떠오른다.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이 가장 위험한 곳이다”


그 분의 한마디는 학교현장에 특히나 가장 들어맞는 말인 듯 하다. 학교운동장, 복도와 계단, 교실 이곳저곳.사고는 불시에 우리를 찾아와 가끔은 운좋게 비켜가기도 하고 가끔은 날카로운 발톱을 내밀며 위협하기도 한다.


특히나 많은 아이들과 좁은 학교에서 일상을 보내는 교사들은 예측할 수 없는 그런 사고들에 참 무기력해진다. 안전지도를 늘 하지만 한 치앞을 알 수 없는 아이들의 돌발행동까지는 그것으로는 충분히 막을 순 없기에 사고를 대할 때 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예방할 수 있는 안전사고는 교사의 지도로 가능할지 모르지만 애측불가한 사고까지는 교사가 신이 아닌 이상 다 막을 수는 없는 노릇. 예측불가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사들을 향해 날아오는 질타를 받을 때면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다리에 힘이 풀리곤 한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순 없기에 이렇게라도 아이들과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금 안전사고의 위험에 대해 인지하게 함으로써 더 크게 일어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늘 노력하려는 중이다. 아이들도 이번 사건으로 그전에는 무심히 보아넘겼던 사물이나 장소를 유의하게 될 것이다.


가가볼 공을 볼 때마다 회장얼굴을,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볼때마다 이수얼굴을, 운동장을 볼때마다 도운이의 얼굴을, 놀이터, 계단,화장실 바닥을 볼때마다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며 조심하지 않을까.


회장아이의 쾌유를 빌며 나도 다짐한다.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이 가장 위험하다는 생각을 늘 인지하고 살아가자고. 아이들이 꺼내어준 그 위험경험을 나도 늘 마음 속에 각인하고 조심해야겠다고.


이번 사건으로 교사로서의 나의 불안감은 더 높아진 건 사실이다.괜히 가가볼을 해서 카지노 쿠폰들이 다친 것이 아닐까. 앞으로 학교 현장에서 사고가 날까 불안해서 다른 활동을 잘 이어나갈 수 있을까 하고. 그런 활동을 하는 중에 혹여나 예측 불가능한 사고가 일어나 번번이 무너지는 멘탈을 어찌하면 다잡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수많은 의문부호가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하지만 이번 세줄쓰기를 통해 느낀다. 내 노력으로 막을 수 있는 사고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예방하는 노력을 하고,그렇지 않은 일에 대해선 받아들이고 재발방지에 힘을 쓰는 일. 그리고 추후 지도에 열과 성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아본다.


수업 후 몇 카지노 쿠폰들은 가가볼을 해서 그날 너무 행복했다고 했지만 선생님 말을 듣고 회장의 얼굴을 떠올리니 자신들이 행복해했던 사실조차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 마음 조차도 예쁜 어제였다.

늘 조심 또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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