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부터 악마밖에 고를 수 없었을까
투표는 선택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 선택이 좀 이상하다.
누가 더 나은가를 고르는 게 아니라,
누가 덜 나쁜가를 피하는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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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게임이라면,
후보들은 자기 실력으로 경쟁한다.
성과를 보여주고, 비전을 제시하고,
유권자는 “누가 더 잘할까?“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지금의 카지노 게임판은 그렇지 않다.
서로를 악마로 만들기 바쁘다.
왜냐면,
희망은 흩어지고, 공포는 뭉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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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떻게 해야 공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간단하다. 팀을 만들면 된다.
‘니 팀 / 내 팀’으로 세상을 갈라버리면 끝이다.
카지노 게임인들은 그렇게 갈라치기를 한다.
사람들을 쪼갠다. 그 선은 점점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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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팀은 늘 정의롭다.
똑똑하고, 책임감 있고, 희망을 본다.
니 팀은 늘 무식하다.
이기적이고, 위험하고, 막무가내다.
그 순간부터 대화는 끝난다.
카지노 게임 응원이 되고, 투표는 응징이 된다.
우리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우리 팀을 지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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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 안에서는
누가 잘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누가 더 혐오스러운지를 만들어내는 쪽이 이긴다.
모든 후보가 악마처럼 보이면,
사람들은 결국 차악을 선택하게 된다.
그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지만,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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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무서운 건 악마다운 후보가 아니다.
악마밖에 없는 선택지다.
이건 카지노 게임가 아니다.
이건 그냥 팀플레이다.
그리고 그 팀플레이는,
생각보다 더 치밀하고, 더 계획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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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카지노 게임로 돌아갈 수 있을까?
비난이 아닌 비전으로,
공포가 아닌 가능성으로.
그날이 올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질문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