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끝자락에서 만난 인도
새벽 6시 15분. 우린 택시를 타고 카지노 게임로 향했다. 약 7시간이 걸렸다. 이것은 도착 1시간을 남기고 벌어진 일이었다. 잘 달리고 있던 택시는 경찰의 손짓 한 번으로 멈췄다. 뭐가 잘못된 듯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택시기사. 이야기가 잘 안 됐는지 결국 벌금을 지불했다.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소한 일이어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카지노 게임에 도착했다.
카지노 게임는 영국의 지배를 받는 중에 유일하게 프랑스 식민지였던 도시다. 화이트 타운을 거닐었다. 바다를 보며 걸었다. 넓은 광장에선 군인의 제식을 구경할 수 있었다. 각 잡힌 그들은 많은 인파의 구경에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도시 역사를 알고 보면 거리 구경은 풍성해진다. 프랑스 식민지를 받은 카지노 게임에선 곳곳에서 제과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한 제과점에 들어가 빵을 먹었다. 맛이 있고 없고의 기억은 빠르게 망각되지만, 역사와 관련된 경험은 기억 속에 남는다. 빵을 보면 카지노 게임가 떠오르고, 유일한 프랑스 식민지가 떠오를 것이다.
주전부리를 이것저것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술꾼들에게 술이 빠지면 서운했다. 맛있는 안주가 먹음직스러운 자태로 유혹하는데, 마시지 않는다면 술꾼 타이틀을 버려야지.
술에 취하면 인간은 빠르게 망각한다. 메모장에 ‘인연'이란 단어가 적혀있기에, 여행기에 쓰고 있지만 정확한 기억은 머릿속에 없었다. 그리고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른다'라고 적혀있다. 나를 유추해 보면 아마 이런 얘기일 것이다. 작가님과의 인연은 아주 짧은 만남이었다. 운 좋게 여행어플 DB작업팀에 뽑혔고 거기서 인연이 됐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끝날 인연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인도 여행 같이 가실래요?”라는 제안이 올 줄 누가 알았겠나.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여기서 인도 맥주를 마실 줄 누가 알았겠나.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이다. 인연도 마찬가지였다. 밖으로 나오면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수십, 수백이다. 누군가는 연인이 될 수 있고, 누군가는 직장상사가, 누군가는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기억은 사라지더라도, 어디서 어떻게 만날 지 모르는 게 사람 일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친해지고,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다. 그렇지만, 그 자리에서만큼은 진심을 다할 수 있다.인사하고, 이야기를 듣고, 맞장구치며,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인연을 우연에 빗대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필연이며, 진심이 상대방에게 닿았다는 증거라고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