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루트 Apr 17. 2025

[목요 에세이] 무료 카지노 게임

내 몸이 떠오르면 꽃을 던져줘요

나는 그렇게 기억될래요

바람에 실려 더는 보이지 않으면

떠나가 여길 돌아오지 마요

-윤지영, Blue Bird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정체성의 위기를 느낄 때 하는 질문이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그랬다. 그의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중 한 칼럼인 ‘추석이란 무엇인가’는 정체성의 위기를 역이용하는 것으로 웃음을 준다. 김 교수가 언급한 내용은 가령 이런 것이다. 만약, 추석 명절에 연애는 하냐고 웃어른이 묻는다면 ‘연애란 무엇인가’로 반문하라는 것이다. 결혼은? 이라고 묻는 다면 결혼이란 무엇인가, 아이를 낳아야지 하면 후손이란 무엇인가.


그의 문체는 유머러스하다. 하지만 그를 차치하고서라도 난 그의 생각이 유용하다고 믿는다. 정체성의 위기를 역이용하는 것, 그러니까 말하자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정체성의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꽤나 현명하다.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평소에 나는 무엇이고, 내 취미, 특기, 내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겠는가. 질문해야 고민한다. 질문하면 나를 알 수 있다.


최근, 집 앞의 한 식당에서 만난 목수가 있다. 나보다 나이는 꽤 더 많은데 우리는 얘기가 잘 통해 이곳에서 만나면 종종 함께 술을 한 잔한다. 그에게 나는 물었다. 만약, 이성에게 본인을 소개한다면 어떻게 소개하겠나. 직업을 말할지, 취미를 말할지, 일상을 말할지 그는 오랫동안 고민하다 나에게 답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정작 질문을 하고 나서 스스로 생각해보건데 나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할 줄 모르겠더라. 자기소개야 취업 준비하면서 질리도록 했다. 어떤 직무를 하고 싶은 이유, 특출날 수 있는 이유 등. 사실상 나를 소개한다기보다 직무에 맞는 나를 소개하는.


나는 윤지영의 Blue Bird 노랫말을 근래 가장 좋아한다. 꽤 오래 전 좋아했던 노래인데, 우연한 기회에 오랜만에 들어보니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나를 소개할 수 있는 건 이런 노래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가기도 했다. 자기소개란 무엇인가. 우리가 모두 고민해볼 지점이다. 나란 무엇인가. 유치찬란하고 철학적인 질문이지만서도 앞서 말했듯 정체성의 위기는 곧 기회다. 나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 알고자 한다면 질문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