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생형제 홈스쿨링
#2
“카지노 게임, 죽음이란 뭘까?”
아침 9시 12분. 나는 아직 커피 한 모금도 못 마신 상태였다. 눈곱도 채 떼지 않은 얼굴로 견적서자료를 정리하다 말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응시하고 있는 둘째 쿤을 바라본다.
“갑자기 왜?”
“그냥… 오늘 아침 햇빛이 좀 쓸쓸했어.”
14살, 소설가 지망생. 카지노 게임은 늘 벼랑 끝이다.
나는 그의 카지노 게임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커피잔을 꼭 쥐었다.
“어떤 분위기야? 공포, 철학, 아니면 성장물?”
“음… 다 있어. 비극과 희망이 공존하는 느낌?”
아하, 오늘은 ‘작가 모드’ 발동이다.
그때 큰아들 수가 등장했다. 손에는 기타, 어깨엔 무심함.
“또 저래?”
“응, 햇빛이 쓸쓸하대.”
“햇빛한테 사과하지 그래.”
수는 무심하게 말하고 기타를 퉁기며
방으로 사라졌다.
쿤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외쳤다.
“카지노 게임! 이 장면이 잘 안 써져! 주인공이 지금 인생의 전환점에 있는데 감정이 너무 얕아!”
“네가 얕아.” 수가 문 너머로 외친다.
나는 자료를 내려놓고 조용히 다가간다.
“쿤아, 네 주인공 몇 살이랬지?”
“열세 살.”
“그럼… 인생의 전환점은 아직 멀었을 수도 있어.”
“아냐! 그 아이는 고통 속에서 자랐단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커피잔을 든다.
이 커피, 도대체 몇 분째 식고 있는 걸까.
“카지노 게임, 내 글 왜 잘 안 봐?”
“봤잖아. 어제도 너의 ‘잃어버린 기억 속의 도시’ 읽었는데.”
“근데 피드백이 없어. 그냥 ‘좋다’ 말고 뭔가 더… 날카로운 게 필요해.”
아… 피드백.
그 어려운 걸 왜 매번 나한테 원하는 걸까.
“그럼 진지하게 하나 말해줄까?”
쿤은 두 눈을 반짝인다.
“응!”
“단락이 너무 길어. 호흡이 막혀. 그리고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이름이 죄다 ‘ㅈ’으로 시작해. 정현, 주헌, 지호, 지안… 누가 누군지 모르겠어.”
“카지노 게임… 그건 내가 고민 끝에 선택한 이름들이야.”
“그러니까 더 헷갈려.”
쿤은 조용히 방으로 돌아간다.
문이 살짝 닫히는 소리.
그리고 잠시 후, A4용지 1장 분량의 피드백 요청서가 내 책상에 올라온다.
제목: 작가의 고통에 공감해 주길 바라는 독자의 책임에 관하여...
헐ㅠ
프리랜서 워킹맘으로 살면서 고객 피드백도 어렵지만, 내 아들의 카지노 게임을 다루는 건 훨씬 더 어렵다. 수는 여전히 기타를 치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나나나~ 작가님 또 삐졌네~”
나는 커피를 다시 데운다.
이제 본격적으로 ‘가정 내 편집자’로 변신할 시간이다.
작가 지망생의 카지노 게임은 예고 없이 들이닥치고, 엄마의 하루는 그 카지노 게임에 늘 휘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