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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Jan 14. 2025

‘카지노 쿠폰 이야기’를 읽으며

노교수를 추억하다

새해 들어 그 유명한 <카지노 쿠폰인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아주 우연하게 읽게 되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정말 깜짝 놀랐다. 그전에도 나는 수차례 이 책을 읽으려고 시도한 바 있었는데, 그 방대함(전체 15권)에 압도되어 늘 미루어 온 바 있다. 그러다 새해 들어 어떤 인연에서인지 읽게 되었다.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역사를 재밌게 서술하는 재주가 있다. 비록 우리나라에는 그녀의 역사관이 문제 된 바도 있지만, 그녀의 능력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그리고 나는 그녀와 더불어 한때 나의 대학시절의 두 은사님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카지노 쿠폰법을 연구하셨던 노교수들. 정확히는 한 분은 민법 전공이었고, 한 분은 법철학 전공이었다. 그 당시에도 이미 노교수이셨기에, 지금 그분들의 행적을 찾기는 힘들다. (아마 노환으로 인한 활동 중단이 아닐까…?) 그만큼 세월이 흐른 것이다.


다른 젊은 교수님들과는 달리 어딘가 고리타분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학문에 대한 깊이나 기품을 지니고 계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젊은 사람들에게서는 흔한 속물근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었다. 그래서 내가 아직도 그들을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본받을 만한 학자의 전형이었다.


그로부터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건만 그들이 한 어떤 말들은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 있다. 그 특유의 말투와 제스처까지도. 노장을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당시 나는 그들에게 느끼는 감정이 어떤 존경심이라는 걸 잘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보니 내가 그들을 존경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내가 연구자로 나아간 것도 그들의 영향이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들만큼 깊게 학문의 길을 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보통의 평범한 시민의 삶을 살지도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카지노 쿠폰인 이야기를 읽는 것이 내 삶에서 전혀 우연이 아닌 것 같은, 어떤 계시는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현재에도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고, 특히 카지노 쿠폰인의 법에 대한 태도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카지노 쿠폰법을 연구한 것이 어떤 연유에서였는지 이제야 조금씩 깨달아진다. 그 특유의 분위기와 신조도 이해가 간다. 이제는 그들이 거의 학문 활동을 접었다는 사실이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한 인간의 삶은 이토록 생각보다 짧다.


삶에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 의미가 도대체 뭔지 젊은 사람들은 찾고 싶어 한다. 나 역시도 그게 무엇인지 잘 몰랐다. 그런데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 같은 느낌이다. 사실 늘 내 삶을 관통하는 그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다만 내가 인식하지 못했을 뿐. 그 의미라는 것은 이처럼 어느 날 불현듯 책을 읽다가 깨달아지기도 한다.


두 교수님에게 뒤늦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시오노 나나미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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