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윤리학에서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은 광차 문제Trolley problem이다. 광차 문제는 원래 공리주의와 의무론의 입장을 극명하게 대비시키기 위해 고안된 사고 실험이다. 멈출 수 없는 폭주 기관차(광차)가 있다. 그리고 그 기관차가 달리고 있는 선로에는 다섯 명의 사람이 묶여 있다. 당신은 선로를 바꿀 수 있는 레버 옆에 서 있고 당신이 레버를 조정하면 다섯 명은 살릴 수 있지만 바뀐 선로에 묶여 있는 한 명은 죽게 된다. 당신은 레버를 조정할 것인가?
공리주의Utilitarianism의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일수록 레버를 조작해야 한다고 답하고, 의무론Deontological ethics의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일수록 조작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한다. 흥미로운 것은 광차 문제는 수많은 파생 사고 실험을 낳았다는 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파생 실험은 레버 대신 뚱뚱한 사람을 밀어서 광차를 멈춰 세우는 버전이다. 똑같이 한 사람을 희생시켜 다섯 명을 구하는 실험이지만 대부분의 공리주의자들은 한 사람을 밀어서 광차를 세우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 행위의 직접성이 도덕적 민감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히는 실험이다.
행위의 직접성은 도덕적 민감성에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인간은 인터넷이라는 간접성을 거치면서 도덕적으로 둔감해진다. 그 둔감성이 극도로 드러난 사건이 박사방, n번방 사건이다. 그 범죄 행위에 가담한 26만 명과 지금도 박사방, n번방 동영상 풀팩을 받으려는 수많은 남성들은 다수인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라는 안도와 간접성에 따른 둔감에 의해 그것이 범죄인지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온라인 카지노 게임 수준에 이르렀다. 명백한 범죄 행위를 처벌해달라는 청원을 페미니즘의 극렬한 움직임 정도로 치부온라인 카지노 게임 수준까지 젠더 감수성이 떨어진 인간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의 앞날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매우 뒤떨어진 수준의 윤리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윤리 의식의 수준을 회복하고 우리 후세대에게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n번방, 박사방 관련된 인물 모두를 처벌하는 것이다. 지금 풀팩을 다운로드하고 싶어 하는 자들을 포함해서 전원을 처벌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
이 글은 내가 2020년에 작성한 글을 수정하여 다시 올린 것이다. 우리가 n번방 사건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현재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려는 움직임, 현실과 맞물려 있다. 잊지 말자. 우리가 정치를 도외시하고 윤리를 버리는 순간 악은 언젠가 다시 살아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