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 추구하는 것'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 추구하는 것.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규정한다.
―러셀 로버츠―
현재의 우리는 절망적일 만큼 자유롭다. 대부분 모든 인생행로의 결정권이 개인에게 부과되는 시절을 살고 있는 것이다. 작게는 어느 곳으로 이동할지, 무슨 옷을 즐겨 입고 어떤 식습관을 유지할지, 학업은 어느 단계까지 계획하며 어떤 전공분야를 다루고자 하는지 등부터 가족을 구성하는 형태는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에게 다가오는 5년 10년 후 미래의 점진적인 모습은 어떻게 상상하는지, 원대한 인생의 이상은 무엇인지 등 추상적이고 심오한 가치들까지 전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인생을 만들어가야 한다. 허허벌판에서 완전한 자유다.
허허벌판…… 자기 계발 전문가 도리스 메르틴은 지금의 세계가 VUCA라고 언급했다. 그것은 어떤 세계인가? Volatility(변동성), Uncertainty(불확실성), Complexity(복잡성), Ambiguity(모호성)의 첫 글자를 딴 신조어라고 한다. '지금의 세계'라는 것에서, 인생의 무한한 결정권을 쥔 내 속에 끊임없이 요동치던 모든 단어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러니 우리는 불안하다. 답이 보이지 않고, 일순간 답을 찾은 듯해도 언제든 뒤바뀌고, 모조리 흔들려버릴 수도 있는 문제를 양손 가득 움켜 쥔 당혹감을 느낀다.
인생행로의 선택이라면 두 가지가 큼직하게 떠오른다. 하나는 직업세계를 결정하는 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결혼과 모성의 경로를 정하는 일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와 비교하며 구체화되어 온 밀레니얼 세대의 시대상에서 직업은 자신의 자아실현이 이루어지는 동시에 즐겁고 만족감을 주는 것이 된다. 자아실현이라니, 즐겁고 쿨하게 커리어를 쌓아가면서 금전적으로 사회적으로 만족해야 한다니, 그런 일―내가 찾아내야 한단다―이란 어디 있단 말인가. 스스로에게 무한한 존중과 결정권을 부여하기에, 자유와 선택은 이렇게 두려운 일이 되어버린다. 차라리 탄탄하게 쌓아 올린 윗세대의 업을 이어받아 순응하며 살아가는 삶이 더 안전하고 나을 것이라 몰래 탄식하는 또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마음 또한 이해가 간다. 뿐만 아니라 늘어나는 수명이슈에 더해 한 가지 직업만으로 평생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고, 무엇이든 좋아하고 잘하는 일은 부업으로 연결시켜 또 다른 직업의 길을 미리미리 준비하는 성공적인 인생에 대한 스토리도 압박이다. 요즘 세대들은 늘 시시각각 새로운 선택을 내려가며 이 불확실한 세상에 자신의 자리를 표시해야 한다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직업의 세계만도 결코 쉽지 않으나, 더 큰 선택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모성의 역사적 발달 과정을 흥미롭게 살펴볼 때에, 피임약은 어느 맥락에서 등장하든 전환적인 역사적 사건으로 언급되었다. 드디어 생식과 성의 문제에 있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생기고 자유와 선택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최적화된 생식의 지점을 정하고 확신을 가져야 하는 주체자인 여성들은 이상한 굴레에 갇힌 듯하다. 선택, 선택이라니. 애초에 내가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다니. 왜 결정이 이리도 어려운 문제냐고? 현재 생식 연령대의 최전선에 있을 여성의 엄마에게는 이러한 선택권이 구체적으로 주어지지 않았다. 사회문화적으로, 의식적으로, 그녀들은 자연스러운 결정으로 부드럽게 이행해 들어갈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선택으로 가능해진 빈 종이를 손에 든 채 살고 있는 지금, 최적의 시점이라는 것은 도대체 언제인지 확신을 가지고 결정할 수 없는 여성들이 늘어간다. 남성에게는 결혼으로의 진입이 이와 유사한 결정 과정이 아닐까 싶다.
자녀를 가질 것이냐, 말 것이냐 같은 문제를 나는 '답이 없는 문제'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인생의 갈림길 같은 것이다. 어느 쪽이 옳은지도 분명하지 않고, 이 길이 아닌 저 길을 택했을 때의 기쁨과 고통이 무엇일지 끝까지 알 수 없으며, 여기서의 내 선택이 '나'라는 사람을 규정하고 앞으로 내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지를 결정한다. 답이 없는 문제들은 인생을 살아가며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중대한 결정들이다.
답이 없는 문제 중 많은 것들이 우리 심장을 벌렁대게 하거나 가슴을 아리게 만들 수 있다. 저 멀리 떨어진 미래라는 나라에 도착해 보기 전에는 어느 길이 최선인지 확신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미래라는 나라는 오직 도착해 본 후에만 온전히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불안하다, 불안하니 카지노 쿠폰을 미룬다.
인생의 중대한 의사 결정들. 예를 들어 결혼하느냐 마느냐, 누구와 하느냐, 자녀를 가질 것이냐, 어떤 커리어를 추구할 것이냐, 친구와 가족에게 어느 정도의 시간을 바칠 것이냐,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윤리적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등과 같은 답이 없는 문제들은 데이터나 과학적 방법론 혹은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합리적 접근법으로는 결정이 나지 않는다.
답이 없는 문제 앞에서 우리가 내리는 선택들은 그저 미래의 비용과 혜택만 줄줄이 만들어 내는 게 아니다. 이 선택들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규정하며, 결과가 좋을 때는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결과가 좋지 않을 때 힘들게 내 선택을 직시하는 것도 삶의 일부다.
러셀 로버츠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이렇듯 답이 없는 문제들을 마주하며 인생의 수많은 결정을 내리게 되는 우리가 귀를 기울여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가 있다. 로셀 로버츠는 우리들이 합리적으로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 결정 내리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임을 예시를 통해 보여준다. 도리어 인간이 내리는 결정이라는 것이 대부분 직감과 직관에 따라 이루어져 왔음 또한 알려준다. 불완전한 데이터에 매몰되지 말 것, 비용과 혜택만을 따지는 표면적 합리성의 우를 범하지 말 것, 각자의 선택과 경험은 모두의 인생에 다르게 기록될 수 있음을 알 것. 나는 이 사실들을 조용히 되뇌며 지나온 내 선택의 과정을 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오는 선택의 순간에 대해 다짐했다.
'감각'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사람마다 감각에 대한 정의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패션 감각, 예술 감각, 비즈니스 감각, 운동 감각, 유머 감각 등 '감각'이라는 말은 여러 의미로 쓰이지만, 제가 생각하는 감각은 '현명하게 결정하는 능력'입니다.
아침에 무엇을 먹을지 어떤 옷을 입고 무슨 신발을 신을지, 또 어느 카페에서 커피를 살지까지, 우리의 삶은 크고 작은 의사카지노 쿠폰의 연속입니다. 이 의사카지노 쿠폰들이 쌓이고 쌓여 우리의 일상이 됩니다. 그 일상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만듭니다. 이 카지노 쿠폰에 따라 우리가 누구와 어울리고 어떤 기회를 갖게 될지도 정해집니다.
일상에서 수도 없이 마주하는 자잘한 결정을 모두 논리에 맡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감각이 중요합니다. 나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려 노력하고, 같은 마음으로 타인을 존중하면서 감각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감각의 힘이 있어야 사람들의 생각에 끌려다니지 않고 나의 선택으로 일과 삶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비로소 나 자신이 브랜드가 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선택'입니다. '무엇을 선택한다'는 건 '무엇을 선택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바꿔 말하면, 내가 무엇을 선택하고 선택하지 말아야 할지를 잘 가려내는 것이 곧 감각입니다.
조수용 『일의 감각』
로셀 로버츠가 선택과 결정에 관한 큰 그림을 보여주었다면, 조수용은 선택을 일으키는 작은 센서로서의 감각에 대한 이야기를 주었다. 위의 부분을 접하고 나는 익숙한 일상에서 어떤 선택의 결정체로 이루어져 있는지 따져보았다. 약하고 흐릿하지만 금세 자신은 분명 알아볼 수 있는 밑그림이 그려졌다. 나라는 사람은 누구이지? 나는 내가 내린 작은 의사결정의 결과물이다. 그 의사결정의 선택들은 어떤 기준으로 발생하지? 일련의 '감각'을 통해서이다. '감각'은 '훌륭함'의 원천이다. 필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모든 선택의 순간, '감각' 한 스푼이 더 나은 선택을 이끌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때, 더 나은 선택과 훌륭함이라는 가치는 나 자신을 충만하게 하기 위함이어야 한다.
주제와 흐름이 다른 분야의 책이지만, 그들은 내게 같은 맥락을 보여주었다. 나다운 결정을, 나에게 맞는 선택의 결과들을, 늘려가면서 내 인생의 결을 만들 것. 우선, 우리는 자신만의 제련된 감각으로 선택을 내려야 한다. 두려워 계속해 미루기 이전에 작은 선택들이라도 차근히 쌓아나가야 한다.
인생행로의 답이 없는 문제들은 '해결해 나가는 것'이 아니다. 나만의 감각들로 용기 내 결정하고, 그 결정의 모든 과정과 결과에서 '무언가를 발견해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발견되는 새로운 내용들은 다음에 다가올 나의 결정을 더 충만하게 채워줄 것이다. 나만의 인생은 계속해 다듬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