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을 받을 일이 종종 생겼다. 축하의 의식으로 꽃다발은 의례 있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받아 든 꽃들이 너무 예뻐 두세 번씩 다시 쳐다보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받은 꽃다발은 보통 한품 가득 크기로 얼른 자동차 뒷자리에 실어버리지만, 그전에 꽃을 들고 주변의 시선을 느끼며 걸어야만 하는 시간이 있다. 예쁜 꽃의 화려함과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이 왠지 나랑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어색해진다. 꽃이 너무 예쁜 탓이다. 보통 때는 웬 꽃이냐고 묻는 주변인에게 적당히 둘러대고 내 팽개쳐 두는 게 일상인데, 그날도 개인 사무실에 도착해, 급히 꽃을 내려놓고, 사무실을 떠났다. 꽃은 일단 다녀와서 어떻게 할지 결정하려 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일 마치고 잠시 들린 사무실에는 그렇게 아름답던 꽃이 난방 때문인지, 건조한 사무실 때문인지 생기 있고 화사하던 모습이 온 데 간데없었다. 나는 갑자기 죄지은 사람처럼 당황해하며 나도 모르게 황급히 꽃병 될 만한 걸 찾았다. 있을 리 없다. 기껏 찾은 게 묵직하고 기다란 생맥주 컵이다. “그래 이거면 되겠다”. 얼른 물을 붓고 꽃을 꽂았다. “이제 방금 받은 꽃인데 설마 바로 죽기야 하겠어”. 나는 엄마 몰래 사고 치다 걸린 아이처럼 스스로에게 변명하며, 비상용 꽃병에 힘없이 늘어져 있는 꽃을 바라보았다. 아쉬웠다. 아까는 정말 예뻤는데, 잠시 방치해 놓은 사이 많이 시들어 버렸다. 나는 꽃잎을 만져보며 “그래 살아날 거야. 안 그러면 너무 아깝잖아..” 그래도 지인들이 정성껏 준비해서 만든 꽃을 반나절도 안 돼서 죽여버린다는 것이 좀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다시 생기를 되찾기를 바랐다. “안되면 할 수 없지”. 작은 희망과 혹시 모를 사태에 대한 준비된 체념을 안고 사무실을 떠났다.
그다음 날, 사무실을 찾았다.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 힘없어하던 그 꽃들이 놀랍게도 생기를 되찾았다. 꽃다발을 처음 받았을 때 모습만큼은 아니어도 얼추 80% 정도는 회복한 것 같았다. 기뻤다. 안도했다. “다행이다”. 감사했다. 얼른 꽃병에 아니 맥주컵에 담가두기를 너무 잘한 것 같았다. “그래 이렇게 하루라도 잘 피다가 시들면 아깝지는 않지”. 이제는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꽃의 생명력이 꽤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정도 생명력이면 오늘 하루가 아니라 며칠은 버틸지도 모른다는 기대마저 들었다. "그래 한 사흘만 버텨봐라". 아마도 꽃가게에서 신선한 놈으로 꽃다발을 만들어준 게 분명했다. 이 꽃들은 고맙게도 하루, 이틀, 사흘동안 생기를 유지한 채 잘 견뎌 주었다. 그 꽃들을 나는 나흘째까지 곁에 두고 바라보았다. 늦은 오후가 돼서야 시들기 시작한 꽃들을 저녁이 되어 꽃병에서 빼냈고, 종량제 봉투에 고이 담아 보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