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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ry Christmas Apr 11. 2025

카지노 게임 추천

8월 22일. 토요일이다.

나는 경기도 화성시 감탄병원 입원실 카지노 게임 추천 1번 자리에누워있다.


어제 재입원 당시 간호부장이나를 특별히 장기입원자들이 모여 카지노 게임 추천 병실로 배정해 주었다. 나도 장기입원 예정이기 때문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는 4인실이었고,창문 앞으로 쪼르르 2, 3, 4번 침대가 있었다. 2번 자리 맞은편에는 내가 누워있는 1번 침대가 있었는데 내 자리는 복도 쪽이라 창문이 없는 대신 다른 자리보다 조금 더 넓었다. 그리고2번과 3번 사이에는 냉장고가 있고, 3번 맞은편에는출입문이, 4번 앞에는 화장실이 있었다.


남편은 출근도 해야 하고, 아이케어도 해야 해서 나는 보호자 없이 입원하게 되었는데, 다행히 병원에서 진료실 이동 등에 필요한 인력을 제공해주고 있었다.


약간 소심하지만 E 성향에 가까운지라 아무도 없는 1인실에 혼자 몇 달간 누워 있는 것이 무척 힘들 것 같았고, 1인실 병원비도 무시하지 못할 돈이라 큰 고민 없이 다인실에 입원을 했는데, 남편은 걱정이 극심했다.


화장실을 같이 써야 하는 문제며, 잘 때 코 고는 사람은 없는지, 심하게 더위를 타거나 추위를 타는 사람은 없는지 일일이 물어보더니 결국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처음 보는 사람들하고 하루 종일 얼굴 보고 먹고 자야 하는데 정말 괜찮겠어요? 못 견디겠으면 병원비 걱정 말고 1인실로 바로 옮겨요.]


그러나 걱정 마시라. 어제 이 병실에 들어온 후 1시간 만에 적응완료 하였으니.


일단 입원자 프로필을 밝혀본다.


침대번호 1번 서현진. 본인이다. 오늘로 아기가 25주 되었다. 아기의 태명은 블루베리다.


침대번호 2번. 김포에서 온 김아중(본명을 밝힐 수는 없으니 편의상 가명을 사용하겠다). 임산부치고는 앙상히 마른 몸의 소유자로, 믿을 수 없지만 입원 당시에는 뚱뚱했다고 한다.아기 태명은 '꼼꼼이'.34주 차다. 아중씨는 16주에 입원하여 석 달째 누워있는 이 방에 현존하는 '눕신' 되시겠다.


침대번호 3번- 비어있다.


침대번호 4번. 나와 동갑이고 첫째는 아들. 뱃속 아기는 둘째이다. 아기 태명은 '요미'. 32주 차이다. 연예인 공효진을 닮은 이 친구는 그 크고 서글서글한 눈매만큼이나 엄청난 친화력의 소유자였다.새로 들어온 나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자기소개를 하고 내 호구조사를 한 다음에 나를 친구로 만들었다.그리하여, 우리는 어제 처음 만났지만10년 친구처럼 편안하게 말을 놓고 수다를 떨게 되었다.


지금도 옆에 보호자 의자를 놓고 '앉아서' 놀고 있다.


대부분이 맥 수술 환자인 이 병동에서는 거의 모든 환자들이 '카지노 게임 추천'있다.그야말로 인간 인큐베이터의 생활을 하는 것이다.


나는 밥도 누워서 먹었고 화장실 갈 때만 일어나서 걸어 다녔는데, 간혹 화장실도 가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못한 임부도 있었다. 하지만 효진 씨는 맥수술 환자가 아니고, 조기진통으로 입원 한 케이스였다. 자유로운 몸으로 내가 있는 1번 침상 옆에 왔다가 2번 동생 옆에 갔다가 하며 수다를 떨었다. 물론 소등과 출입문 관리도 걸어 다닐 수 있는 그녀의 몫이었다.


어찌 되었든, 비슷한 처지인 그녀들과의 수다는 나름 위로가 되었고, 얼마간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효과도 있었다.


"여기 1번 자리가 40주 다 채우고 분만한 '만출(만기출산)' 자리예요. 자리의 기운을 잘 받아봐요."


우리 방 '눕신'인 2번 동생(나보다 두 살 어렸다)이 자기 자리에 누워 나에게 말카지노 게임 추천.

40주라니! 목표가 28주인 나에게는 꿈같은 말이었다.


"난 동생 주수만 돼도 좋겠다. 어휴. 저기 3번 자리는 원래 비어있었어?"


별생각 없이 물어본 말인데, 웃고 있던 두 명이 갑자기 숙연해졌다. 답지 않게 침울해진 목소리로 4번 친구가 입을 열었다.


3번 자리는 그저께까지 주인이 있었던 자리였다. 4번 친구와 언니동생하며 친했던 3번 자리의 주인은 그제밤 양수가 파수되어 한양대학교 대학병원에 긴급 전원되었고, 가자마자 아이를 분만했다고 했다. 아기는 30주. 최소 생존주수인 28주는 넘겼지만, 30주 만에 나온 아기가 자가호흡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아기는 신생아중환자실(니큐)에 들어갔고 뇌출혈이 왔다.


28주가 목표였는데 30주 아기가 니큐에 들어가 힘들어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또다시 걱정이 구름처럼 밀려왔다. 우리 아기는 잘 버틸 수 있을까.


문득 창문 밖으로 하주대학교 병원 건물이 보였다.


"하주대가 코앞인데 그 밤에 왜 한양대까지 갔데?"


"지금 의사들 파업 중이잖아. 하주대에서 파업으로 전원 안 받는다고 해가지고, 그 밤에 병원 사람들 다 니큐 확보된 대학병원 수소문하고 난리였어."


2020년. 의대정원을 늘리려는 정부와의 마찰로 의사들은 대대적인 파업 중이었고, 그 여파는 언제나처럼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이었다. 달수를 채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신생아의 목숨 앞에서도 그러카지노 게임 추천.


"그래도 여기 박순제 선생님이 원래 대학병원 교수 출신이라 제자들이 많데요. 이번에 한양대에서도 안 받겠다고 했는데 박순제 선생님이 제자한테 직접 전화해서 받으라고 했데요."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는 박순제 선생님의 미담으로 넘어갔다. 눕신인 4번 동생의 말에 따르면 박순제 선생님은 감탄병원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이미 70세를 넘은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현역에서 그 위험한 수술들을 해내고 있는 것도 대단했다.


그렇게 커튼을 다 열어놓고 수다를 떨다 보니 석식이 배식되었다. 병원 밥은 맛이 없다는데, 주부생활을 몇 년 해보니 남이 해준 밥은 다 맛있게 먹게 된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밥을 싹싹 비워가며 먹기 시작했다. 누워서 먹는데도 잘 들어갔다. 식욕은 중력을 거스른다는 것을 요즘 몸으로 깨닫고 있는 나다. 그런데, 밥이 맛있는 것은 오로지 나뿐인듯했다. 둘은 밥알을 세어 먹는지 한두 술 겨우 뜨다 숟가락을 놓았다. 홑몸도 아닌데 저렇게 먹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침대 옆에 걸린 종이봉투 안에 잔뜩 들어있는 빵이 보였다. 어제 입원할 때, 친정엄마가 사주고 간 것이었다.


"밥맛이 없어? 이것 좀 먹어."


누워서 빵 봉지를 흔드는데 두 사람 다 손사래를 치며 안 먹겠다고 했다. 빵을 바라보는 눈빛은 애절한데 입은 못 먹겠다고 하다니 희한한 일이었다. 주저하던 4번 친구가 다가와 빵을 두 개 받아서 2번 동생에게 한 개 주고 자기도 가져가더니 먹지 않고 식판 옆에 두었다. 먹고 싶은 눈치인데 왜 안 먹고 바라보고 있는지 모를 일인데, 그 이유는 두 시간 후에 밝혀졌다. 식사 후 정확히 두 시간이 지나자 두 사람 모두 혈당체크기를 꺼내 들고 혈당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피핏-! 혈당 체크 결과가 드고 나자,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허겁지겁 빵을 먹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임신당뇨였다.


황급히 빵을 먹어치운 후 2번 동생이 입을 꼼꼼하게 닦고는 내게 말카지노 게임 추천.


"언니는 임당검사 하고 들어왔어요?"


"아니~. 임당검사하러 갔다가 바로 입원하게 돼서, 여기서 다시 검사해야 돼."


나는 해맑게 말했는데, 둘의 얼굴에 안타까운 표정이 스쳤다.


"밖에서 하고 오지. 라보파(자궁수축억제제) 맞으면 혈당 올라요. 게다가 카지노 게임 추천서 움직이지도 못하잖아요. 여기서 검사한 사람은 다 임신당뇨 진단받았어요."


엥...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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