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신약전서(The new testament)는 이렇게 시작된다.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라.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와 그의 형제를 낳고 (마태복음 1장 1~2절)’ 여기서 세계는 영어로 world가 아니라 genealogy이다. Genealogy는 다른 말로 lineage로서 우리말로 세계(世系) 즉 가계, 더 흔한 말로 족보(族譜)라는 뜻이다. 공관 복음이라는 누가복음 3장 23절부터는 그 순서를 예수의 아버지 요셉으로부터 거꾸로 기록하여 34절에 아브라함을 거쳐 38절에는 아담과 그 이상으로 하나님을 언급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족보를 중요시하였다. 200여 년 전에 이벽(李檗, 1754~1785), 이승훈(李承薰, 1756~1801), 정약종(丁若鍾, 1760~1801) 등 당시 유학(儒學)의 영향 아래에 있던 선비들이 예수를 받아들여 천주교 신자가 된 배경에는 이러한 세계(世系)에 대한 성경의 언급이 큰 몫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내가 믿는 예수가 자기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놈은 아니다’라는 사실이 이들의 초기 결심에 큰 역할을 하였으리라.
우리 선조들은 족보를 귀하게 여겼다. 필자의 할아버지(1904~1985)도 정식적인 교육은 없었어도 주위로부터 들은 이야기로 족보의 중요성을 그 자손들에게 피력하였다. 세대 별로 직계의 이름과 각 배우자의 가계와 생존 시의 벼슬과 산소 위치가 한자로 서술된 가승(家乘)을 한 질 집안에 가지고 있어서 무슨 일만 있으면 그 작은 책을 교재로 하여 후손들에게 교육하였다. 필자는 그때 그냥 할아버지 말씀을 듣는 척했으나 나이가 들면서 그 내용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최근에 TV에서 충청도의 어느 할머니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승(家乘)을 공개하여 그 문서의 가치가 상당함을 알리기도 하였다. 집안에 족보가 없으면 우리 선배들은 행세하기가 어려웠었나 보다. 필자가 아주 어렸을 때 필자의 당숙께서 이북에서 피난 나와 살고 있는 같은 성씨(姓氏) 사람의 부탁을 받아 그 집안을 우리 족보 중에서 후손이 무(無)한 포기에 입적하는 일을 수행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있다. 종중에서 족보 인쇄를 새로 하면 널리 홍보하고 그 비용을 집안 별로 수금하였는데, 필자의 조부나 아버지께서는 그 사업에 적극 협조하셨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인쇄물의 양이 엄청 많으니까 인쇄물 이외에 컴퓨터 CD로 족보를 배포하고 있다.
같은 집안끼리 촌수를 따져 보는 것을 계촌(計寸) 한다고 말한다. 성경에서는 인구 조사하는 일을 계수(計數)한다고 한다. 아주 먼 집안은 계촌하기도 힘들거나 계촌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필자가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물었더니 12촌까지는 계촌해 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부부는 무촌 즉 0촌(寸)이고, 부자지간은 1촌(寸)이다. 할아버지하고는 굳이 따지면 2촌(寸)인데 그렇게 부르지는 않고 2대(代) 차이가 난다. 할아버지의 또 다른 자녀 즉 자기 아버지의 형제는 3촌(寸)이다. 삼촌은 아저씨라고 부르는데, 그 소생하고는 4촌(寸) 사이이다. 사촌 관계는 한자로 종(從) 자(字)를 쓴다. 내종(內從) 혹은 고종(姑從)사촌, 외종(外從)이니 이종(姨從)사촌 등에서 볼 수 있는 말이다. 증조할아버지와 나 사이는 3대 혹은 3촌의 관계이다. 증조할아버지의 다른 줄기 즉 할아버지의 형제의 아들은 2촌을 더 해 나의 오촌(五寸) 아저씨가 된다. 다른 말로 당숙(堂叔) 혹은 종숙(從叔)이라고 부른다. 옛날 대가족 제도에서는 증조할아버지 이하 식솔(食率)들이 한 울타리 안에서 살았는데, ‘집안의 아저씨’라는 뜻으로 당숙, 사촌의 아저씨라는 뜻으로 종숙이라고 불렸다. 집안의 아저씨가 당숙이라고 불릴 즈음이 되면 사촌 집안은 딴 집으로 독립하는데 이를 세간(世間)을 나간다고 표현한다. 당숙의 자식들은 나와 6촌이다.
춘원 이광수(1892~1950)의 <나의 고백이라는 글을 보면 일제(日帝)가 항복하는 8•15 소식을 처음으로 그에게 전해 준 사람이 삼종(三從)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여기서 삼종이란 나의 증조할아버지의 형제 즉 삼종조부(三從祖父)의 증손을 의미한다. 촌수로 표시하면 8촌 형제이다. (5-1) x 2 = 8. 삼종조부의 아들은 나의 7촌 아저씨, 곧 재당숙(在堂叔)이 된다. 나의 할아버지의 형제는 종조부(從祖父)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 손자가 나와는 6촌지간(六寸之間)이다. 재종(再從)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옛날에는 고조(高祖)할아버지가 같으면 한 집안으로 쳤다. 즉 5대 조상의 자손들은 한 집안이라고 하여 함께 제사(祭祀)를 지냈다. 그 이상의 조상의 제사는 시향(時享)으로 모셨다. 그러나 중심인물의 손자 즉 그 밑의 2대를 더하여서 한 집안이라고 생각하였다. 세월이 지나면 그 손자가 할아버지가 되니까 12촌까지는 계촌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대체로 문중에서 무슨 파(派)라 하여 파보(派譜)를 갖고 있고, 어떤 조상이 자기의 몇 대조(代祖)라고 하든가 자신이 그 조상의 몇 세손(世孫)이라고 한다. 여기서 대조(代祖)와 세손(世孫)은 같은 숫자가 된다. 그러나 자기와 그 조상과 떨어져 있는 대수(代數)의 차이를 이야기할 때는 그 숫자에서 1을 빼야 한다. 집안의 서열을 결정하기 위해 촌수(寸數)를 따진다. 각자 이름의 항렬(行列)을 먼저 따져 보고 같은 집안인가를 본다. 같은 항렬이면 방계(傍系)라고 하더라도 나이를 따져 형, 동생을 정한다. 두 사람의 항렬이 같으면 촌수는 짝수이다. 항렬을 따져 아저씨와 조카 사이가 되기도 하고,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가 되기도 한다, 아저씨와 조카 사이는 촌수가 홀수이다. 대수 차이가 3대가 넘으면 그냥 대부(大父)와 손자라고 부른다. 보통은 족보를 갖다 놓고 자신들의 이름을 찾아 촌수를 따진다. 만약 자신과 그 사람의 항렬이 같고 집안이 12대조에서 갈렸다면 (12-1) x 2 = 22촌의 관계가 된다. 이름의 항렬로 보아 아저씨와 조카 사이라면 21촌, 할아버지 항렬이라면 20촌이 되는 셈이다.
이름에 항렬을 정하여 작명하고 계촌(計寸)하는 풍습은 유교의 전통에서 나왔다. 유교는 여성의 존재를 무시하였다. 여아(女兒)는 족보에 올라가지 못했고, 일부 집안에서는 결혼한 이후에 남편이나 시아버지의 이름을 족보에 기재하였다. 그러나 유교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 이전에는 여성도 재산 상속 등에서 남자와 동등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 여권 신장이 많이 이루어졌다. 20여 년 전만 해도 헌법재판소를 구성하는 재판관 전원이 남성이었지만 지금은 재판관의 절반이 여성이다. 재산 상속에 남녀의 구별이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종친회 혹은 화수회(花樹會)는 남성 위주로 운영되었는데, 요즈음은 시집간 여성 회원들의 의사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아이들도 아버지의 형제인 고모(姑母)보다 어머니의 형제인 이모(姨母)를 더 가깝게 생각하고, 어려서부터 같이 지내서인지 고종사촌보다 이종사촌을 더 잘 안다. 그래서인지 대중음식점에서도 이모란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뜻으로 ‘사돈의 팔촌’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 팔촌도 잘 모르는데 사돈의 팔촌은 특별한 인연이 없으면 잘 모르는 사이이다. 또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다. 사이좋게 지내면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는 이웃이 사촌 혈육보다 더 좋다는 의미이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는 육촌이나 팔촌은 잘 모르고 사촌도 자라날 때 왕래가 있어야 알고 지낸다.
부부 사이에는 촌수가 없다. 따라서 처가와 외가에 처나 어머니의 촌수가 그대로 적용되는데, 옛날에는 그렇지 못했다. 우리 속담에 ‘처삼촌 산소 벌초하듯’이라는 말이 있다. 장인의 형제가 자식이 없어 대신 묘소의 벌초를 해 주는 행위를 뜻하는데, 별 책임감 없이 대충대충 해도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요즈음에 처가 식구를 그렇게 대했다가는 야단이 난다. 자기의 부모에게 하듯이 아내의 부모에게도 잘해 드리거나 모시고 같이 산다. 호칭도 장인, 장모님 대신에 아버지, 어머니라고 부르는 집안도 있다. 부부는 무촌이니까 자연스러운 변화이다. 옛날에는 사돈, 사부인이라는 명칭에서 보듯이 두 집안의 어른들이 어려워했으나, 요즘에는 사돈 사이에 골프도 같이 치고, 여행도 같이 다니고, 외식도 정기적으로 같이 카지노 쿠폰. 그러나 사돈은 옛날에는 서로 대하기가 참 어려웠다.
요즈음에는 사회생활 하면서 연애결혼이 일반화되었지만, 옛날에는 마을과 마을 간의 신랑 신부 교환에 의한 중매결혼이 유행하였다. 어느 정도 상대 집안의 사정을 알고 있어야 혼인이 성사된다. 그러다 보니 두 집안 사이는 사돈의 팔촌까지는 안 되더라도 연줄이 있다. 그 결혼 성사를 위해서 여러 가지를 고려하였는데, 이른바 그 선조 사이에 ‘피가 섞이지 않는’ 조건을 우선시하였다. 요즘의 표현대로라면 DNA가 서로 독립적이어야 한다. 성경에서 보면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시대에는 근친결혼이 유행하였다. 유럽의 왕가에서는 우수한 혈통을 보존한다는 미명으로 왕족끼리의 결혼을 추진하였는데 그 결과 그 후손의 얼굴이나 지능에서 문제가 나타났다. 추운 지방이나 인적이 드문 지역에서 근친결혼은 어쩔 수 없어도 나그네가 오면 후하게 대접하고 아내와의 동침을 허락한 풍습이 있던 점도 이러한 우생학적 경험에 기인하는 것으로 오늘날 해석하고 있다. 근친결혼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던 우리 조상들은 결혼 조건으로 이러한 배제 정책을 고집하였다. 이 점이 극단적으로 흐른 경우가 동성동본의 혼인 금지 조항이다. 이제 세월이 바뀌어 팔촌 이내의 혈족만 아니면 동성동본인 남녀의 결혼에 문제가 없다. 필자의 후배 한 사람의 딸이 동성동본인 사위 후보를 처음으로 인사시키는 자리에서 혼인신고는 자기들이 다 알아서 해결할 터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이 책의 글에서는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들어와 있는 숫자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 쓸 방침이다. 우리들은 일상생활에서 10진법을 쓰고 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흔히들 숫자로 1, 2, 3, 4, 5, 6, 7, 8, 9, 10이라고 쓰고 있다. ‘일, 이, 삼, 사, 오, 육, 칠, 팔, 구, 십’이라고도 읽는다. 우리 이웃 일본에서는 ‘이찌, 니, 산, 시, 고, 로쿠, 시찌, 하찌, 규, 슈’라고 읽고, 또 다른 이웃 중국에서는 ‘이, 얼, 쌍, 쓰,’ 등으로 읽는다. 우리말로 날을 이야기할 때는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열흘’이라고 카지노 쿠폰. 영어로는 ‘one, two, three, four, five, six, seven, eight, nine, ten’이라고 카지노 쿠폰. 한편으로는 ‘first, second, third, fourth, fifth, sixth, seventh, eighth, ninth, tenth’라는 말도 있다.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로도 비슷하게 읽는 방법이 있다. 우리는 숫자로 몇 개인지 표시하지만, 순서를 나타내기도 카지노 쿠폰. 10진법이 굳어진 것은 우리들의 손가락이 열 개인 사실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숫자는 흔히들 아라비아 숫자로 알고 있는데 근원은 인도에서 유래했다. 우리는 예를 들어 삼만팔천육백삼십일을 38,631라고 쓴다. 여기서 3이 두 번 나오는데, 그중 하나는 삼만을 나타내고, 다른 하나는 삼십을 나타낸다. 즉 같은 숫자가 그 위치에 따라서 다른 수를 나타낸다. 이를 기수법 더 구체적으로 ‘자리잡기 기수법’이라고 부른다.
우리말에서 숫자를 표시할 때는 대충, 어림짐작으로 하였다. 숫자를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사람이나 물건의 숫자를 이야기할 때, 한두, 두어, 서너, 네댓, 대여섯, 예닐곱, 일고여덟이라고 하였다. 심지어는 두서너 개라는 표현도 있다. 일기를 이야기할 때 삼한사온(三寒四溫), 오뉴월이라는 말도 썼다. 확률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십중팔구(十中八九)라고 말한다. 이 말은 요즘 표현으로 하면, 80~90%라는 의미이다. 퍼센트(Percent)는 백당(百當) 혹은 백중(百中)을 의미한다. 성경에서 보면 백부장(百夫長)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영어로 센추리온(centurion)이며, 옛날 로마 시대에 병사가 100명으로 구성된 단위부대의 우두머리로서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다. 요즘에도 백(百)을 생략하여 C라고 표시한다. 현재는 21세기(21C)이다. 한편 천(千)을 나타낼 때 K를 쓰는데, 2천(2000) 년을 Y2K라고 쓴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