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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Apr 29. 2025

26. 그냥

(필사의 말들) 김기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중 <무겁고 높은

“다만 변하지 않는 것.

흥하지도, 망하지도 않는,

값이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운이 좋아도, 나빠도 그대로인 것.

어떤 비유도 아니고, 상징도 아닌,

말하자면 그냥 100킬로그램의 손때 묻은 쇳덩이.

나도 몰라. 어쨌든 들 거야.”

왼쪽 가슴 바로 밑 갈비뼈에 통증이 느껴진다. 입고 있던 티를 올려 오른쪽 부위와 비교하니 불룩 솟아있고 손바닥을 가져다 대니 뜨겁다. 어젯밤 기계 볼 연습을 너무 많이 했나? 아니 오른손으로 연습했는데 왜 왼쪽이 아픈 거지? 무리하게 운동하다 갈비뼈에 실금이 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기에 ‘혹시 갈비뼈에 금이 갔나?’라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아니, 고작 한 시간 기계 볼 연습했다고 이러기냐? 한 시간 연습도 버티지 못하는 몸이 야속했다. 그런데 사실 한 시간이 아니었다. 한 시간 정도 파트너와 기본기 연습을 한 후, 잠깐의 휴식 타임을 가진 뒤 기계 볼 연습을 한 시간 더 한 것이었다. 회원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간 탁구장에서 모처럼 오롯이 혼자 로봇으로 연습할 기회가 생겨 좋았다. 핸드폰으로 30분 알람을 맞춰 놓고 시작한 연습이었지만, 30분이 지나도 컨디션이 나쁘지 않길래 연습을 계속한 것이 화근이었다.

왜 그렇게 무리했을까? 일명 ‘커트 볼 포핸드 카지노 쿠폰 병’이 다시 도졌기 때문이다. 애증의 커트 볼 포핸드 카지노 쿠폰. 보통 ‘카지노 쿠폰’라 줄여 부른다. 꼭 갖고 싶은 기술이지만 마음대로 되질 않아 ‘카지노 쿠폰’라는 말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진다. 카지노 쿠폰 레슨을 받고 있지만 한 번도 내 것, 내 기술이라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다. 라켓에 묻히는 ‘퍽’하고 느껴지는 카지노 쿠폰만의 감각도 느껴본 적이 없다. 카지노 쿠폰 전형의 탁구인이 되고 싶다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더니 ‘여태 뭘 한 거니?’ 현타가 찾아왔다. 열심히 안 한 건 아니지만 사실 ‘뭘 열심히 한 거지?’ 회의가 들었다. 솔직히 ‘오늘 하루도 열심히 운동했다’라는 자기 합리화를 위해 탁구장을 뛰어다닌 것뿐이었다. 이렇게 우물쭈물하다가는 내 탁구 스타일에 언제 카지노 쿠폰가 한 자리 떡하고 자리 잡을지 미지수였다.

결단이 필요한 날이 찾아왔다. 관장님도 잘 가르치지만 새로운 코치님이 필요했다. 관장님이 틀려서가 아니라 마음을 다잡고 카지노 쿠폰를 처음부터 다시 배울 선생님이 필요했다.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일 년 동안 카지노 쿠폰만 배우고 싶습니다. 정말 카지노 쿠폰 잘 구사하고 싶습니다.”라고 새 코치님을 찾아온 이유를 분명히 말씀드렸다. 내게도 코치님에게도 ‘카지노 쿠폰’라는 단 하나의 목표만이 선명해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내게 하는 다짐이 더 컸다. 탁구라는 운동 특성상 카지노 쿠폰에만 올인하다 익숙해진 기술들이 무뎌질 수 있겠지만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그에 따른 손실도 당연히 따라오는 게 인생의 법칙이기에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 가질 순 없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건 예전의 나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차라리 카지노 쿠폰에 대해 백지면 가르치기 쉬울 텐데 나쁜 습관이 몸에 박힌 나 같은 회원을 가르친다는 건 코치님께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정말 처음부터 다시 배우겠다고 마음먹었기에 “초보라고 생각하고 가르쳐 주세요.”라고 코치님께 말씀드렸다. 카지노 쿠폰 시 자세, 백스윙, 라켓의 각도, 스윙. 임팩트 포인트, 타이밍 등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하는 탁린이처럼 배워 나가고 있다.


“아니, 왜 자꾸 카지노 쿠폰 걸 때 뛰냐고요? 오른발로 잡고 기다리면서 힘을 모아야 하는데 기다리지를 않잖아요?” 공이 올 때 오른발로 잡아 멈춰야 하는데 멈춤 없이 뛰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멈춤 없이 뛰면서 카지노 쿠폰를 하려니 제대로 될 리가 있나? 나쁜 습관은 이것뿐이 아니다. 일일이 나열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게 방패가 되었는지 “다 고쳐야 되겠네요.”라는 코치님 말에도 과거의 나를 탓하지 않고 별다른 동요 없이 코칭을 받아들인다. 예전의 나라면 “잘못하고 있다니까요.”라는 말에 움츠려 들고 기가 죽었을 텐데 초심자의 자리에 나를 놓고 보니 어떠한 타격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까짓것, 하면 하는 거지.’

2년 전, 어느 여자 코치님께 원포인트 레슨을 받은 적이 있다. 갖가지 자기 합리화를 하며 그녀의 코칭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던 내게 지인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배울 마음이 없구만” 그녀 말이 맞았다. 그 당시 나는 배울 마음이 없었다. 지금은 어떠냐고? 찬찬히 하나하나 뜯어고칠 마음이 생겼다. 시간이 흘러서인지 아니면 그 밥에 그 나물인 탁구 스타일에 지쳐서인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마음이란 걸 먹게 되었다. 단점도 무겁지 않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카지노 쿠폰 걸 때 뛰면 안 된다.”라는 말을 관장님께 안 들었겠는가? 수없이 들었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다 바꿔야 한다는 부담감에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었다. 뛰면서 카지노 쿠폰를 걸어도 공이 넘어가긴 넘어갔으니까. 어찌 되었든 넘어가면 장땡이니까. 원하는 카지노 쿠폰는 아니어도 카지노 쿠폰 흉내는 내고 있었으니까. 스스로에 대한 기만이었는데 모른 척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렇게 어영부영 카지노 쿠폰 거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카지노 쿠폰를 멋있게 거는 탁구인이 되고 싶다.’ 라던 예전 소망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이렇게 탁구 치는 걸 원한 건 아니잖아. 앞으로 10년 넘게 탁구를 계속한다면, 1년쯤 카지노 쿠폰라는 기술에 온 마음을 내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레슨 중에도 “아! 진짜 잘 걸고 싶다. 아! 진짜 잘하고 싶다.”를 마법의 주문처럼 중얼거린다. 마음먹었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마음이기에 무뎌지지 않게 말로 소리 내어 뱉고, 귀로 똑똑히 들어 잊지 않도록 단도리한다. 1년 동안은 카지노 쿠폰가 주인공이다.

그런데 누군가 “왜 그렇게 카지노 쿠폰를 잘 걸고 싶은 거예요?”라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카지노 쿠폰를 구사한다고 해서 상위 부수가 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 탁구 스타일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내가 카지노 쿠폰를 걸든 걸지 않든 세상 누구 하나 관심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저 탁구인의 여러 전형 중 카지노 쿠폰를 거는 탁구인이 되는 것이다. 오히려 남자에 비해 힘이 약한 내가 거는 카지노 쿠폰가 약해 상대에게 두드려 맞는 역습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카지노 쿠폰라는 기술을 꼭 갖고 싶다.


그러니까 왜? 내 마음이라고 해서 내가 다 아는 건 아니다. 김기태의 단편소설 <무겁고 높은에서 답이 될 만한 문장을 찾았다. 고등학교 3학년인 역도 선수송희는한번도 입상한 적이 없는데 마지막 대회인 졸업경기 목표100킬로그램드는 것으로 정한다. 그 무게를 든다고 메달권에 드는 것도 아니고 신기록을 달성하는 것도 아니다. 필 100킬로그램이질문에 녀는 이렇게 한다. “나도 몰라, 어쨌든 들 거야.” 그녀의 말이 이 될 수도 있겠다. “나도 몰라, 어쨌든 카지노 쿠폰를 할 거야.” 내가 원하는 수준의 카지노 쿠폰를 걸고 싶다. “다만 변하지 않는 것. 흥하지도, 망하지도 않는, 값이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운이 좋아도, 나빠도 그대로인 것”을. 카지노 쿠폰를 내 탁구 스타일에 들이고 싶다.

이러한 과정 속에 갈비뼈 부상(?)이 찾아왔다. X-레이를 찍어보니 다행히 금은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운동은 일주일 정도 쉬는 게 좋겠다는 의사 선생님 말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카지노 쿠폰에 온 마음을 주겠다고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는데 부상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한 해 한 해 달라지는 몸은 생각하지 않고 과욕을 부린 건가? 아니면 의욕이 앞서 너무 밀어붙인 건가? 그럼에도 카지노 쿠폰에 진심을 다하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올 한 해가 될지 두 해가 될지 아니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카지노 쿠폰거다. 다만 변하지 않는 것, 그 하나를 갖고 싶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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