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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해 Feb 21. 2025

옆 동에 이상한 사람이 카지노 게임 추천.

<밀리의 서재 창작 지원 프로젝트 당선작

기억 속 마지막 우리 집은 단독주택이었다. 1층에는 주인 할머니가, 2층에는 우리 가족이 살았다. 학창 시절을 마무리했던 이전 아파트보다 평수는 줄었다. 살림이 팍팍해서는 아니었다. 매달 냈던 장기수선충당금을 집주인이 퇴거 후에도 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송 과정은 줄어든 목티에 꽉 끼는 청바지를 입은 것처럼 답답카지노 게임 추천. 엄마는 다시 돈을 못 받을까 걱정하느니 관리비 걱정 없는 주택이 낫겠다고 판단하셨으리라.


외풍이 심한 그곳은 여태껏 기름보일러였다. 방 안에서 입김이 나오는 날에도 기름값이 무서워 보일러를 틀 수 없었다. 그렇다고 불만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통창 너머로 몰려드는 정오의 햇살은 따뜻카지노 게임 추천. 현관문 앞 텃밭에는 고추며 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옥상에 널린 빨래에서는 항상 청결한 냄새가 났다. 어떤 곳이든 정들면 우리 집이었다.


내가 해외에서 일하는 사이, 엄마는 그 집을 떠났다. 그리고 긴 우여곡절 끝에 온전한 자기 집을 마련하셨다. 얼마나 가슴 벅차고 뿌듯하셨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혼 준비로 귀국한 내 눈에는 낯선 동네의 부모님 집이 어색하기만 카지노 게임 추천. 그래서였을까. 그 기쁨에 그만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이사라면 이제 *엉성시럽다.


당신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화장을 하지 않아 도드라진 기미 때문일까. 그늘진 얼굴이 해쓱카지노 게임 추천. 이사를 가는 게 어떠냐, 여긴 너무 가파른 곳에 있다며 효녀인 척 내뱉은 말을 도로 삼키고 싶었다. 지하철까지 도보로 10분에 마트도 가까웠다. 다만, 언덕 같은 진입로는 내가 걸어도 숨이 찼다. 왜 하필 이런 곳을 사셨는지 답답한 마음에 꺼낸 얘기였다. 지하철 옆 5층짜리 아파트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둘러보지도 않으셨단다. 그런데 몇 년 새 가격이 오르고 재개발 이야기가 들려오니 약이 오른 것도 사실이었다.


다 썩은 아파트 사가지고.. 이 아파트만 똥값이다!


아빠는 애꿎은 엄마를 원망하며 분통을 터트렸다."그럼 니가 *쎄빠지게 구하지 그랬노."라며 가자미 눈을 흘기는 엄마. 잔소리를 배경 삼아 빨래를 개는 손은 묵묵카지노 게임 추천. 40년 내공의 남편 말 흘려듣기 기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돌아앉은 그녀의 뒷모습은 바위처럼 단단카지노 게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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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는 여기에 뼈를 묻을란다.


지나가듯 중얼거리는 엄마의 표정에서 그간의 설움을 읽었다. 신문지에 싸인 그릇더미를 노란색 컨테이너에서 꺼내던 구부정한 뒷모습이 떠올랐다. 그래, 언덕길이면 어떠랴. 아파트 옆에는 야트막한 산이 있어 공기가 시원했다. 복도식이 아니니 외풍 걱정도 덜 했다. 얼마 전에는 주차장 확보를 위해 아파트 입구에 차단기를 설치했다. 마을버스가 정문 앞까지 다니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니 기다려 볼 일이었다.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집을 거쳐왔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작은 방에는 언니가 독립하기 전까지 쓰던 침대와 책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결혼식 전 몇 개월 동안만 그 방을 쓰기로 카지노 게임 추천. 침구에서 느껴지는 엄마 냄새가 익숙카지노 게임 추천. 무뚝뚝한 아빠의 등을 긁어드리고 함께 텔레비전을 보며 저녁을 먹었다. 다시는 이사 가지 않으리라는 엄마의 말이 그제야 이해가 됐다. 따뜻하고 포근한 이곳은 마침내 생긴 마지막, 행복한 우리 집이었다.적어도 그녀의 존재를 알기 전까지는.


집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건물 밖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 잠이 깼다. 이불을 휘감아 다리 사이에 끼우고 다시 한번 새우잠을 청카지노 게임 추천.누군가의 비명이 들리자 그제야 허리를 일으켜 세웠다. 창문을 열자 정체를 알 수 없던 말들이 보색처럼 선명해졌다. 처음 들어보는 여자의 새된 목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이 씨발것들아!


귀를 의심했다. 난무하는 욕설이 아파트 단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창문에서 몸을 내밀고 소리의 근원을 찾아 미어캣처럼 두리번거렸다. 아무래도 반대쪽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서둘러 거실로 나가 베란다 문을 열었다. 갈수록 커지는 여자의 고함은 바로 옆 동에서 들려왔다.


어? 느그들이 내 지켜보고 있는 거 모를 줄 아나.
어? 내가 다 안다, 이 씨발것들아! 그래봤자 소용없다.
어? 내가 느그들 찾아다가,
어? 다 죽여버릴 거다.
어? 이 개 같은 새끼들아!


눈이 휘둥그레졌다. 허공에 울리는 기막힌 라임의 독백은 누군가를 끊임없이 저주하고 있었다. 고래가 울었다면 딱 저 정도 데시벨이리라. 나는 손가락으로 바깥을 가리키며 부엌으로 몸을 틀었다. 벌어진 입에서 짧은 호흡이 새어 나왔다.


엄마, 저거, 뭐예요?


당황한 마음에 제대로 된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설거지를 하느라 분주했던 엄마의 움직임이 잦아들었다.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멈추자 여자의 악다구니가 한층 또렷해졌다. 천천히 몸을 돌리는 엄마의 모습은 90년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처럼 정교카지노 게임 추천. 아래위로 움직이는 그녀의 입술에서 작지만 또렷한 네 글자가 흘러나왔다.


미친 여자.


엄마의 얼굴은 덤덤카지노 게임 추천. 탕제원에서 죽은 개를 발견했을 때의 나처럼.



*엉성시럽다. : “지긋지긋하다.”, “넌덜머리가 나다.”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쎄빠지게 : 힘들게. (쎄=혀) 즉, 혀가 빠질 만큼 힘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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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가 당선됐는지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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