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이 된 한결
며느리로부터 카톡 문자가 왔다.
"아버님~~~~
결이가 학급회장에 당선되었습니다.
아버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으로.."
그러면서 회장 출마 때 쓴 포스터 사진을 보내왔다.
포스터에 쓰인 표어 내용을 보니 볼수록 대단하다.
"와~ 이 표어 누가 지었노?"
그랬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전직 초중고 회장을 맡으신 한승윤 님의 아이디어입니다 ㅋㅋㅋㅋㅋㅋ"
그랬다.
내 아들은 초중고 시절 반장은 늘 도맡아 하였고, 마지막은 전교 회장으로 장식했다.
내가 강한 카리스마의 리더십을 가졌다면 아들은 외유내강형의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졌다.
내 인자가 시대에 맞게 잘 변형된것이다.
그런데 내 손주가 반장에 출마했다는 건 너무나 의외였다.
몸집도 왜소하고, 여성성이 강해 말하는 게 아기 같고, 남과 부딪히는 걸 싫어하고, 남에 대한 배려심이 뛰어나 매사 남에게 양보하는 아이.저학년 땐 덩치 큰 아이들에게 놀림이나 괴롭힘도 많이 당한 아이. 그래서 태권도를 배우라고 하면 남 때리는 게 싫다고 안 배우던 아이.스케이트를 탈 때 친구가 바로 옆에 서면 스타트도 늦게 해주고, 링크를 돌다 서로 몸이 부딪힐정도로 접근하면 그냥 옆으로 피하는 아이.
이런 아이가 어찌 반장에 출마할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아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결이가 반장에 출마하겠다고 했을 때 사실 저도 많이 놀랐어요. 그래서 왜 반장을 하려 하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하더군요. 담임 선생님께서 반장이 될 아이는 우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양보할 줄 알고, 급우들과 사이좋게 지내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친구를 적극적으로 도울 줄 아는 성품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듣고, '어, 이건 바로 난데!' 싶어 용기를 냈답니다. 하지만 솔직히 결이가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래서 표어도, 출마의 변도, 마지막 날 밤에 그냥 대충 도와줬고요."
출마의 변
"안녕하세요! 4학년 5반 학급 회장 선거에 나온 언제나 한결같은 한결입니다.
제가 만약 학급회장이 된다면
1) 한결같이 친구들을 도와주는 학급회장이 되겠습니다. 몸이 아프거나, 무거운 걸 들고 있을 때 누구든지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한결같이 먼저 다가가는 학급회장이 되겠습니다.
2) 한결같이 바르고 고운 말을 쓰는 반을 만들겠습니다. 4학년 5반 친구들은 남자 친구들이나, 여자 친구들이나 서로서로 바르고 고운 말을 쓸 수 있도록 저부터 친구들을 아끼고 위하는 말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3) 한결같이 성실한 학급회장이 되겠습니다. 운동이든, 공부든, 노는 것이든 저부터 항상 한결같이 성실하게 임해서 4학년 5반 친구들 모두의 학교 생활이 즐거울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언제나 카지노 게임 한결. 꼭 뽑아주세요."
이러니 어찌 안 뽑아주고 배기겠나?
역시 며느리 말대로, 이번에 내 손주가 반장이 된 데는 한결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본 것 같다.
한결이라는 이름을 짓게 된 사연
이 소식을 접하자 나는 자동적으로 그 이름 짓던 때를 회상하게 되었다.
첫 손주가 태어나자 아들은 내게 손주 이름을 하나 지어달라고 부탁했는데 한 번도 작명을 해본 적 없는 나로서는 한편으론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론 부담이 컸다.
'뭐라고 짓지?' 하며 며칠 동안 고심하던 중, 어느 날 문득 내가 중년 시절 단골로 다니던 업소의 여사장이 내게 한 번씩 애칭으로 불러주던 별명이 생각났다.
"카지노 게임 우리 한 교수님!"
'카지노 게임다'는 이 한마디는 그 당시 내가 추구하던 이상적 인간상을 너무나 간단히, 너무나 명료하게 나타내는 표현이었기에 나는 이 애칭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래서 손주 이름을 바로 '한결'로 정했고, 아들 내외도 여러 후보 중 이 이름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그대로 따라 내 손주는 한결이 되었다.
카지노 게임 사람이 되어라
'결'이란 순우리말로서사물의 겉면에 드러나는 줄이나 무늬, 혹은 성품의 바탕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이는 '소나무의 결은 거칠고 비단결은 부드럽다' '그는 결기를 가지고 불의와 맞서 싸웠다'라는 식으로 사용되고, 결이 들어가는 단어로는 물결, 바람결, 잠결, 꿈결, 숨결, 머릿결, 얼떨결등 그 활용도가 매우 다양하다.
'한' 역시 순우리말로서 한나라, 한민족, 한겨레, 한우물, 한식구, 한패, 한마음, 한땀, 한뼘, 한올, 한여름, 한바탕등 이 또한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한데, 그중 '한결'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꼭 같이'란 뜻을 가진 말이다.
내가한씨 성을 가진 첫 손주에게결이란 외자를 붙여 '한결'이란 이름을 지어준 것은 그가 자라면서 아래와 같은 사람으로 살아주기를 바라서였다.
*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어릴 때와 다름없는 한결같이 순수한 사람.
* 아무리 큰 유혹과 협박이 다가와도 불의와는 손잡지 않는 한결같은 결기를 지닌 사람.
* 그의 말이라면 언제나 믿을 수 있는 한결같이 정직한 사람.
* 어떤 상황에서도 남을 배신하지 않는 한결같은 신의를 지닌 사람.
* 어떤 고난이 찾아와도 결코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는 한결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
"결아, 이 할애비는네가 앞으로 꼭 그런 사람이 되리라 믿는다.또한, 그런 너에게 한결같은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심도 믿는단다.그리고, 이번에 네가 용기 내어선택한 이 일은 앞으로 네 인생에 아주 유익한 큰 경험이 될 터이니네가 친구들에게 약속한 말들을 꼭 지키도록 하여라.그럼,우리 결이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