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우물 Jan 27. 2025

인IV24 참으로 오묘한 인간카지노 쿠폰(하)


찐사나이


그와 내가 알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꼭 30년 전인 1996년.

당시 그는 주로 공직자들의 비리를 캐고 수사하는 검찰 특수부의 수사계장이었다.

법 없이도 살아갈 사립의대 카지노 쿠폰와 검찰 특수부 수사관.평생 가도 서로 얼굴 한번 볼 일 없을 것 같은 이 조합이 어울리게 된 것은 당시 집안에 휘몰아친 한 불행한 사건 때문이었다(이 일은 나중에 「보조기 후편」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질 부분이기에 자세한 내용은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아무튼 그는 1년 가까이 내 목에 빨대를 꽂고 피를 빨아먹던 악질 부패 경찰관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해 주었고, 그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저녁 식사대접을 하면서그가 강직한 공직자이자 찐사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기질과 딱 맞아떨어지는 사람. 그날로 서로 죽이 맞아 나보다 서너 살 정도 아래인 그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그가 검찰 옷을 벗고 법무사 사무실을 오픈한 후론 서로 얼굴 보는 일이 점점 뜸해지더니 최근 10여 년 간 아예 연락조차 없어 거의 잊고 지내던 참인데 그 사이 그에게 그런 불행한 일이 생긴 것이다.


참의사


한편, 그날 내게 호되게 당한 두 명의 레지던트 중 한 명은 전공의 과정이 끝난 후 대학에 남았다.

비록 사제지간에다 계급장은 차이가 나지만 그는 이제 나와 동급인 카지노 쿠폰 반열에 오른 것이다.하지만 그는 신경외과, 나는 복부 전공 영상의학과라 서로 업무적으로 엮일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까운 지인의 문제로 그에게 환자 부탁할 일이 생겼다. 입장이 좀 난처하긴 했지만 어떡하겠나?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하는 소리가 들리자 내가 말했다.

“나, 영상의학과 한 교순데요.”

그러자 그는 큰소리로 대답했다.

"존경하는 한상석 카지노 쿠폰님! 어쩐 일이신지요?"


그의 이 예기치 못한 반응에 하마터면 웃음이 빵 터질뻔했다.

그의 어투는 제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장교가 상관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았을 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오른손을 치켜들고 "하일, 히틀러!"라는 구호부터 외치던영화 속의 한장면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그 후로도 어쩌다 한 번씩 내가 부탁 전화를 하면 그의 첫마디는 항상 똑같았고 그는 군말 없이 내 부탁을 잘 들어주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카지노 쿠폰 미안하고 감사했다.


그러면서 드는 강한 의문 한 가지.

‘도대체 그는 왜 나를 존경한단 말인가? 반감을 가진다 해도 할 말 없는 나를!’아무리 내가 일찍부터 내 분야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하더라도 서로 관련 없는 과 의사의 명성은 잘 듣지 못하는 법. 비록 들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부러워할 대상은 될지언정 존경할 만한 이유까지는 안 되는 법인데.. 거 참 이상타.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에 식당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환자 운반용 침대인 스트레쳐 카(stretcher car) 옆에 그가 가운을 벗은 채 카를 잡고 서 있었다. 그땐 그 환자가 가족이거나 아주 가까운 지인이겠거니 생각했다.하지만 다음번에도 똑같은 광경을 목격하고선 궁금증을 참지 못해 물었다.


“환자와 어떤 사이예요?”

방금 감마 나이프 시술을 끝낸 제 환자입니다.”


세상에! 어떤 카지노 쿠폰가 자신이 치료한 환자의 카를 직접 끌고 병실까지 모시고 간단 말인가?

내가 하도 놀라, 식사 후 초음파실에 돌아와 직원들에게 그 일을 전했더니 실장이 말했다.


“카지노 쿠폰님, 김 카지노 쿠폰님은 우리 직원들 사이에 참의사로 소문이 자자하답니다.”


그때부터 나는 그를 존경하기 시작했다.

정작 존경받을 사람은 내가 아니라 그였기 때문이다.


난처한 의사


그로부터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그사이, 한 번쯤은 그날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다.하여, 김 카지노 쿠폰에게 직접 부탁하기 무엇해서 그의 스승이자 의국선배이자 나의 대학후배인 정 카지노 쿠폰를 통해 부탁해 볼까 하여 부백병원 홈피에서 신경외과 의료진 편을 찾아보았다.그는 이미 퇴직하고 없고, 그 자리에는 김 카지노 쿠폰 사진이 걸려 있었다.그도 이제 과 내에서 서열이 가장 높은 시니어 카지노 쿠폰가 된 것이다.


'어떡하지?이미 퇴임한 사람한테 환자 부탁 할 수도 없고..'


마침 내폰에 정 카지노 쿠폰 폰 번호가 저장되어 있어 그에게 전화를 걸어 김 카지노 쿠폰 폰 번호를 알아냈다.

그날 저녁, 나는 고심에 빠졌다.

내가 대학을 떠난 지도 어언 6년. 그는 이제 주임카지노 쿠폰 급 시니어 스테프.대학에 있을 때나 나와서나 단 한 번도 개인적인 자리를 가지지 못했던 사이.그런 내가 이런 시기에 환자 부탁하는 전화를 건다면 과연 그가 어떻게 나올까?아직도 내 이름 석 자 앞에 ‘존경하는’이란 수식어를 붙이며 공손히 대할까? 아니면, 점잖은 목소리로 거드름을 피울까?


‘전화를 해? 말어?’

또다시 망설여졌지만 의사에게 환자의 생명보다 중요한 게 뭐 있겠나 싶어 체면은 잠시 접어두고다음 날 점심때쯤 그의 폰으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그의 목소리는 여전했다.

“나~, 예전에 영상의학과에 근무하던 한 교숩니다만. 혹시...”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곧바로 우렁찬 답이 돌아왔다.

“옙, 존경하옵는 한상석 카지노 쿠폰님!”


긴 세월이 지났음에도 그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나에 대한 존칭을 '존경하는‘에서’존경하옵는‘으로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나는 환자에 대해 설명하고 치료 시기를 다믄 며칠이라도 당겨줄 수 있을지 물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카지노 쿠폰님, 내일 12시까지 감마나이프실로 바로 오라 하시지요.”


1월 25일로 잡혀있던 예약을 1월 4일로. 그것도 토요일 점심시간에?

이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는 그날 오전에 잡혀있던 환자를 다 처리한 후, 점심 식사도 그런 채 내가 부탁한 환자를 치료하고 바로 그 길로 병실에 입원시켰다.그리고 환자는 아무런 부작용 없이 다음날 퇴원했다.


그는 참의사임이 분명했다.

오묘한 삼각카지노 쿠폰


세 개의 점으로 존재하며 각각 두 점 사이의 서로 다른 선만 그렸던 세 사람이, 30년 후 이렇게 삼각형으로 연결될 줄 그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이런 것이 바로 세상살이의 오묘함이요, 인간카지노 쿠폰의 신비라. 그런 의미에서라도 한 번 사는 이 세상,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씨앗을 뿌리지 않은 곳에 열매는 맺히지 않는 법.

박 계장은 나에게 좋은 씨앗을 뿌렸기에 그로부터 30년 후, 생명이 걸린 위급한 상황에서 이런 뜻하지 않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하지만 나는 김 카지노 쿠폰에게 무얼 해 주었던가?


내가 그에게 뿌린 것이라곤 눈물이 쏙 빠질만큼 입안이 얼얼한 고추냉이 씨앗 하나 밖에 없는데, 그는 어떻게 이런 달콤한 열매를 내게 돌려준단 말인가?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본인한테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아무튼, 자격도 없는 나를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데 연결도구로 사용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한결같이 스승과 환자를 위해 헌신해온 김 카지노 쿠폰께 이 자리를 빌려 경의를 표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