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사이 에피소드 9. 뒤바뀐 취침시간.
2012년에 태어난 큰 딸은 갓난쟁이 시절부터 통잠을 잤을 정도로 잠을 잘 잔 효녀였다. (*대부분의 신생아는 밤낮구분 없이 매일 2-3시간 단위로 깨어나 젖을 먹는데, 그런 기준에서 딸아이는 한 번 정도만 깼다.) 하지만 둘째는 통 잠이 없어서 늘 업고 안고 재우다 함께 잠들었는데, 인간에게 있어서 잠을 잘 자는 것이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시기였다.
내가 카지노 게임에게 최우선으로 둔 것은 건강이었다. 학습능력이 뛰어난 것도 좋지만 결국 신체능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학습력을 향상할수 없으니 건강을 위해서는 잘 먹고, 잘 자는 것이었다. 그래서우리 집 아이들은 하루 평균 9시간을 잤다. 밤 9시부터 아침 6시까지. 혹은 10시부터 7시까지.
어릴 때부터 큰애가 4학년 때까지카지노 게임을 눕혀놓고 책을 읽어줬다.그 덕분에 나는 4백 쪽짜리 '하이디' 원본도 읽게 되었고, 다양한 동화책은 물론 해리포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며 다양한 도서를 매일 밤 낭독하게 되었고, 그 덕에 지금도 책을 읽는 편이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 상황은 좀 다르다.)
아이들은 잠들 때까지 책을 듣는 버릇이 생겨서, 각자의 방이 생긴 뒤로는 각자오디오북을 들으며 잠이 들었다. 그런 수면습관이 괜찮은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들이 안정감을 느끼니 읽어주지 않아도 되는 나는 편했다. (그 시간에 내가 원하는 책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이들이 성장한 탓인지 학원 숙제가 늘어난 탓인지 수면시간이 12시는 기본이 되고 있다.
전업주부 엄마에게 퇴근이란 없지만 그래도 퇴근의 순간은 아이들이 잠드는 순간이다. 아이들이 잠들어야 비로소 나의 자유시간이 생기는데, 이미 성장이 거의 끝난 듯한 딸아이(키가 167cm 정도)는 요즘 뭘 하는지 잠을 안 잔다. 학원 숙제도 있겠고, 일기 쓰기에 할 일이야 많겠지만 그로 인해 나의 자유시간도 침해받고 있다.
생각해 보면 나의 사춘기 시절도 그랬던 것 같다.
학원이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10시 반, 씻고 그때부터 숙제를 하든 해야 할 일들을 시작했다. 그렇게 새벽 1시 가 돼서야잠들었는데 으레 내 방 불이 꺼져야 엄마도 침실에 들어가는 기척이 들렸다. 그래도 아침에는 나보다 일찍 일어나는 엄마였다. 대학시절에도 회사에 다닐 때도 나의 엄마는 내가 들어온 기척을 듣고서 잠드셨다. (그럼에도 신기한 게 엄마는 언제 들어오냐는 전화는 한통도 하지 않으셨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재운 후 생기는 나의 자유시간 때문에 밤이 기다려졌다면, 아이가 성장하면서 내 몸은 편해지지만 아이의 고민도 함께 자라 나의 근심도 늘어난다. 특히나 요즘은 종종 10시 즈음 피곤해진 몸을 침대에 먼저 뉘이며 아이들에게 "엄마 먼저 잘게. 할 거 마무리하고 자~"할 때가 늘었다. 하기야 이제는 아이들이 내가 잠드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